5화 이렇게도 정보가 뜨는구나
완료된 퀘스트.
보상 지급 알림과 함께 조각상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거센 진동과 함께 뻗어 나가는 균열.
처음 겪는 일이기에 긴장감도 들었지만 난 조각상을 놓지 않았다.
보상이라고 했다.
내게 나쁜 영향은 주지 않을 터.
손이 저릿할 정도로 흔들리던 조각상이 돌연 움직임을 멈추고.
-투두두둑, 툭
한순간 무너지듯 부서져 내렸다.
“이건?”
난 눈을 찌푸렸다.
조각상 안에 들어가 있던 것.
그건 하나의 빛이었다.
저절로 내 손 위에 떠올라 광채를 내뿜는 무언가.
어떻게 해야 하지?
특별한 설명이 없으니 살짝 난감하다.
“안에 뭐가 있는데.”
빛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알 수 없는 형상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고 있다고 해야 하나.
마치 룰렛이 돌아가는 것만 같았는데.
[랜덤 보상]
[루나티스의 안배를 획득하세요!]
독촉하듯 알림이 떠올랐다.
루나티스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뭐든 좋은 거겠지.
일단 잡아 보자.
난 빛을 향해 손을 뻗었고.
-삐이이이이!
약간의 반발력과 함께 손아귀로 따뜻한 무언가가 잡혔다.
동시에 몸을 관통하듯 쑥 치고 올라오는 청량감.
짜릿한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빰빠라밤!]
[축하합니다!]
[S급 권능. 별을 주시하는 눈을 획득했습니다!]
나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시스템 이팩트.
특별한 보상을 얻을 때만 나타난다고 들었는데.
잠깐만.
난 눈을 감았다.
방금 이상한 걸 본 거 같은데, S급 뭐시기.
충분히 눈을 푼 난 천천히 눈을 떴고.
“뭐, 뭣?”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S급 권능이다.
진짜로?
아이템도 아니고 권능이?
들어 본 적도 없다.
아니, 존재는 했던 건가? S급 권능이라는 게.
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림창은 내가 얻은 권능에 대해 알려 줄 따름이었다.
[별을 주시하는 눈 (S)]
-시커먼 하늘 속에도 별은 존재합니다. 비록 빛나지 않더라도 말이죠.
-숨겨진 정보를 봅니다.
“말도 안 돼.”
눈을 감았다 떴지만 현실이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권능의 최고 등급은 AAA급.
그 유명한 S급 헌터 김한성의 등급이 그랬으니까.
64층을 올랐다는 미국의 데미 다이얼도 권능은 AA급에 불과했다.
그런데 S급이라니.
“미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튜토리얼 구간. 그것도 1층에서 S급 권능을 얻을 줄이야.
같은 등급이라면 장비보다는 스킬이 더 값어치가 뛰어나다.
장비는 잃으면 끝이니.
그런 스킬보다도 높이 평가받는 게 권능.
이유는 간단했다. 권능은 개인에게 부여된 고유 능력이었으니까.
“원래는 각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건데.”
튜토리얼 구간을 지나고 각성한 사람들은 하나의 권능을 받게 된다.
스킬과 달리 조건도 레벨도 없다. 심지어 효과도 중복된다.
화염 증가 스킬이 두 개 있다고 불길이 더 세지지는 않지만, 화염과 관련된 권능이 있다면 모든 화염계 스킬이 강화되는 것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성장에 따라 등급이 오른다는 거지.”
그렇기에 대부분의 권능은 처음 얻을 때 등급이 낮다.
미쳤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어떻게 쓰는 거지?”
숨겨진 정보를 봅니다.
참으로 심플한 설명.
너무 포괄적이지 않나.
뭔가 더 설명을 내놓으라는 마음으로 알림창을 노려봤다.
[별을 주시하는 눈 (S)]
-시커먼 하늘 속에도 별은 존재합니다. 비록 빛나지 않더라도 말이죠.
-숨겨진 정보를 봅니다.
-다른 정보가 없습니다.
“응?”
다른 알림이 추가됐다.
여기에는 다른 정보가 없다고.
그냥 보면 되는 형식이었나?
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 떠올라 있는 알림창.
[1층 클리어]
-숨겨진 보상이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것 밑에 새로운 글씨가 떠올랐다.
오호라. 숨겨진 정보를 본다는 게 이런 뜻이었군.
“대박인데?”
탑에 숨겨져 있다는 보상들.
어쩌면 내가 긁어모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탑을 올라야지.”
난 단검을 챙겨 포탈로 향했다.
S급 권능도 얻었겠다. 무서울 게 뭐가 있을까.
* * *
탑 2층.
약 한 시간 전의 나 자신에게 욕이라도 한바탕해 주고 싶다.
무서울 게 뭐가 있냐고? S급 권능에 이 정도 장비면 걱정 없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진짜 너무하네.”
안일했다. 아니, 멍청했다.
탑이라는 곳이 얼마나 흉악한 곳인지도 모르고.
난 2층에 오르자마자 몸을 숨겼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서.
그 상태로 숨겨진 정보를 얻겠답시고 알림창을 노려봤는데.
[코볼트 처치 (0/1)]
-2층의 시작은 기습. 성공 확률은 90퍼센트입니다.
-푹!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날아온 볼트가 왼쪽 어깨에 박혔다.
정확히 내가 숨은 곳의 뒤편에서 날아온 공격.
조금만 비켜 나갔다면 머리나 목에 맞았을 거다.
악의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어쩜 떨궈 줘도 코볼트 앞에 떨어트리냐. 이러면 은폐고 엄폐고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습 성공 확률이 90퍼센트나 되는 거겠지만.’
억울해 봤자 달리지는 건 없다.
오히려 더 철저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해야지.
난 곧장 정신을 차리고 도주했다.
-사사삭!
등 뒤로 나를 쫓아오는 놈의 소리가 들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 바위를 타고 넘고 쓰러진 고목을 박찼지만 추격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언제 놈이 볼트를 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숨이 더욱 차오르는 기분이다.
-꾸욱
난 볼트가 박힌 어깨를 움켜쥐었다.
끈적한 피가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다행히 독이 발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심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달리는 충격에 상처가 계속 벌어지는 모양.
어쩔 수 없지.
“좀 더 아껴 쓰려고 했는데.”
난 나무 뒤에 숨어 포션을 꺼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감염이 걱정이다. 탑에는 병원이 따로 없으니까.
피 냄새를 맡고 놈이 추적해 오는 것도 문제였고.
-뿌북!
볼트를 잡고 단번에 뽑아냈다. 피와 살점이 딸려 나온다.
고통이 엄습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이런 거 하나하나에 비명을 지를 시간은 없으니까.
-치이익
심호흡을 하며 최하급 포션을 붓자 상처가 끓어오르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포션이 좋기는 좋다. 더럽게 비싸서 그렇지.
“이제 좀 살겠네.”
포션을 반쯤 부은 난 어깨를 돌렸다.
뻐근하기는 해도 움직이는 데는 문제없다.
한 병을 다 쓰면 완전히 낫겠지만 아까우니까.
남은 반병을 주머니에 넣고 슬쩍 나무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쉬익! 푹!
기다렸다는 듯 날아와 박히는 볼트.
제길. 벌써 쫓아왔나.
난 얼굴을 구겼다.
“아 진짜, 정부랑 길드 이 새끼들.”
속에서 열이 올라온다.
내가 놈에게 당한 이유.
지리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왜 무기가 있는 건데!”
놈이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컸다.
정부와 길드가 뿌린 공략법에는 2층에 코볼트가 나온다고만 되어 있었다.
별다른 무장 없이 맨몸으로 한 마리만 상대하면 된다고.
“이런 멍청이!”
난 내 얼굴을 때렸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1층에서 그렇게 당했는데.
무조건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만 믿자고 다짐했건만 이딴 실수를 해?
주입식 교육의 효과인가. 여전히 머리 한구석에는 기존의 정보가 뿌리박혔던 모양.
“집중하자.”
자기 반성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거에 정신 팔릴 여유 따위는 없다는 것.
‘우선 상황 파악부터.’
2층 클리어 조건은 코볼트 처치다.
코볼트라. 고블린과 함께 최하위 몬스터 중 하나였지만 무기를 들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기본적인 공격력 자체가 올라가는 것이니까.
고블린의 무서움이 독침과 무리 사냥에 있다면 코볼트의 무서움은 석궁에 있다.
심지어 2층은 정글 필드.
나무가 많아 은폐, 엄폐할 공간이 많다.
비교적 체구가 작은 코볼트가 유리하다는 말.
게다가 나에게는 장거리 무기가 없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라는 뜻.
위치 파악을 먼저 하자.
주도권을 가지고 와야 한다.
“어디에 숨은 거냐.”
바닥을 기어 위치를 옮긴 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인기척이 없다.
숨었나?
아니면 돌아간 건가?
유심히 볼트가 박힌 위치를 살폈다.
전방. 살짝 우측.
쏜 방향은 대략적으로 알겠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리를 옮겼나?
아무리 코볼트가 개 대가리라고는 하지만 공격하면 위치가 들통난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수시로 이동하며 공격 포인트를 잡겠지.
그뿐이랴.
[Tip. 코볼트는 시력이 좋지 않지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알림창이 말하는 것처럼 후각이 뛰어나 나를 쫓아오기도 쉽고 말이지.
반대로 내가 접근하면 빠르게 눈치챌 거다.
그나마 눈이 안 좋은 게 다행이다.
어쩐지 명중률이 그리 좋지는 않더라고.
그렇다 한들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지만.
1성급 몬스터 코볼트가 이렇게 위험한 놈인지 몰랐다.
“분명히 방법이 있어.”
시스템도 말하지 않았던가.
튜토리얼 구간이라고.
그런 거 치고 난이도가 괴랄하기는 하다만 클리어 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함정을 파든 지형을 이용하든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 하는 게 좋겠지.
난 두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살폈고.
[별을 주시하는 눈 (S)이 발동됩니다.]
눈앞의 뭔가가 번뜩였다.
난 두 눈을 의심했다.
미묘한 빛무리. 이런 게 보인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파사스 나무 진액]
-코볼트가 감지하기 힘든 냄새를 풍긴다.
-몸에 바르면 괜찮을지도?
빛무리가 감도는 곳은 나무였다.
참나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에서 진득하니 흘러내리는 진액.
생긴 건 별로였지만 권능을 통해 보이는 설명은 매력적이었다.
갑자기 권능이 발휘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설마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권능이라는 것 자체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니까.
다른 건 몰라도 지금 당장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했다.
-파악!
“또 따라왔군.”
내가 다른 일을 꾸미는 걸 막기 위함인가.
다시금 볼트가 날아와 박혔다.
난 망설임 없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고블린도 그렇고 코볼트도 그렇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몬스터다.
그만큼 정보도 많이 풀렸다는 것.
놈들이 쏘는 석궁은 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즉, 쏜 직후에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말.
-사삭
작게 흔들리는 풀숲.
놈의 위치가 파악됐다. 꽤 먼 거리라 다가가는 건 불가능.
천천히 시간을 들여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일 가능성이 높아.”
지금까지 날아온 볼트는 총 세 발. 연달아 날아온 적은 없다. 두 마리 이상이었다면 연속적으로 날아왔을 거다. 다른 한 마리가 장전하는 동안 생기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혹여 2층에 코볼트가 더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진액부터 바르자.
놈에게 추적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다행히 2층에서 진액은 흔한 편이었다. 당장 옆에 나무에서도 흐르고 있고.
“윽. 냄새.”
겉이 마른 진액을 움켜쥔 나는 코를 찡그렸다.
생각보다 냄새가 고약하다.
타이어 탄내와 본드 냄새를 합쳐 놓은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역하다 못해 머리가 띵할 정도다.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지.”
망설이지 않고 진액을 묻혔다.
최대한 꼼꼼하게. 얼굴, 손, 귀. 겉으로 드러난 피부뿐만 아니라 부피가 큰 배낭에도 넉넉하게 묻혔다.
[Tip. 파사스 나무 진액은 방수 효과도 있답니다.]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3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포인트?”
그거 튜토리얼 끝나고 열리는 상점에서 사용하는 화폐 아닌가?
눈이 번쩍 뜨이는 알림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런 식으로도 주는구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에는 각종 퀘스트를 깨거나 부산물을 팔아서 얻는다고 했는데.
“아직 좋아하기에는 일러.”
포인트가 많아 봤자 6층까지 오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퍼억!
진액을 바르기가 무섭게 또다시 볼트가 날아와 박혔다.
이번에는 좌측에서 날아왔군.
나무에 정면으로 박힌 걸 봐서는 꽤 가까이에서 쏜 것 같다.
우측으로 돌자.
최대한 놈의 시야에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
끈적한 가방끈을 잡은 난 잠시 멈춰 섰다.
어차피 도망치기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체력만 닳고 위험도만 높아지지.
게다가 아까와 달리 내게는 진액에 대한 정보도 있지 않은가.
난 잠시 머리를 굴렸고.
“잡자.”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내가 기습할 차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그 방법이 좋겠지.”
나는 곧장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