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409화 (409/412)

타자 인생 3회차! 409화

47. 밥값은 해야죠(5)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향합니다.

-아, 지금 카일 홀리데이 선수가 좌중간 쪽으로 빠져 있는데요.

-좌익수 카일 홀리데이 선수가 타구를 향해 전력 질주! 하지만…… 이 타구가 좌익수 옆으로 빠집니다!

발이 빠른 카일 홀리데이가 타구를 거의 따라잡았지만.

마지막 순간 다이빙 캐치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서 공을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다.

만약을 대비해 백업 수비에 들어왔던 박유성이 재빨리 타구를 처리하면서 타자 주자는 2루에 멈춰 섰지만.

미친 듯이 베이스를 달린 루이스 넬슨이 기어코 홈을 밟으면서 자이언츠가 선취점을 뽑았다.

“젠장할!”

“저 멍청이 녀석! 대체 뭘 한 거야?”

너무나 아쉬운 수비에 다저스 관중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일부 관중들은 카일 홀리데이를 향해 당장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라며 욕설을 쏟아냈다.

“미치겠군.”

데이브 로빈 감독도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비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왔으니 타구를 처리한다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무리해서 포구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만약에 카일 홀리데이가 공을 빠뜨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루이스 넬슨도 3루에서 멈춰 서야 했을 것이다.

투 아웃인 만큼 후속 타자를 잘 처리한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애꿎은 점수를 내줬으니 골이 지끈거렸다.

그나마 천만다행히도 5번 타자 제이슨 보우저가 초구를 건드려 2루수 직선타로 잡히면서 1회 초가 끝이 났다.

하지만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저마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루키인 크리스티안 로메스는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코리 베츠는 카일 홀리데이를 따라가 잔소리를 쏟아냈다.

“카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수비를 한 거야?”

“타구가 어려웠어요. 갑자기 뚝 떨어졌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체공 시간이 길었잖아? 수비 위치를 잘 잡았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고.”

“수비 시프트가 나왔잖아요.”

“그럼 타구를 안전하게 처리했어야지. 대체 왜 빠뜨린 거야?”

“다이빙을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나도 억울하다고요.”

“억울해? 카일. 방금 그건 실수가 아니야. 욕심이라고. 대체 왜 그런 수비를 하는 거야? 썬이 커버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타자 주자도 3루까지 갔을 거야!”

“…….”

카일 홀리데이도 한 성격 하는 편이었지만.

팀의 간판타자이자 클럽 하우스 리더인 코리 베츠 앞에서는 꼼짝을 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도 한발 뒤로 물러나 방관했다.

“유성이 너도 끼지 마라.”

“아직 1회 초인데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심하긴 뭐가 심해? 막말로 오늘 크리스 반스가 선발 등판이었다? 카일 홀리데이 귓구멍에다가 욕을 때려 박았을걸?”

“뭐야? 내 얘기를 하는 거였어?”

“아, 오해하지 마, 크리스. 네가 선발이었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던 거니까.”

송현민의 말에 크리스 반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선을 다한 플레이 끝에 실책이 나온 거라면 이해하겠지만.

방금 전 플레이는 그 어떤 말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카일 홀리데이가 무리한 수비로 찬물을 끼얹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내일 내 경기에 저 녀석의 자리는 없어.”

“감독에게 말하려고?”

“말해야지. 차라리 디에고가 수비를 보는 게 낫다고 봐.”

지난 자이언츠와의 원정 4연전 이후.

주전 좌익수 디에고 후리오는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브 로빈 감독은 4연전에서 보여준 디에고 후리오의 불안한 수비를 문제삼았지만.

대다수 다저스 팬들은 데이브 로빈 감독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디에고가 수비를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야? @dills smith

└아니. 전혀. 디에고의 수비 지표는 메이저리그 좌익수들 중 20위 밖이라고. 한마디로 최악이라는 거야. @LailaSaave19

└디에고는 수비 기여도가 낮은 대신 공격에서 힘을 보태주고 있는 거 아닌가? @Mark B

└경기 중에 썬과 디에고의 불협화음이 문제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디에고가 수비를 못해서 빼는 건 개소리나 다름없다고. @epicgiraf324

지역 언론들도 박유성과 디에고 후리오가 풀어야 할 문제를 데이브 로빈 감독이 성급하게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은 데이브 로빈 감독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박유성과 송현민의 영입으로 방대해진 구단 지출을 줄이려면 누군가를 정리해야 하는데 디에고 후리오가 그 명단 속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브에게 내 계획을 말한 거야?”

“아뇨. 아직입니다.”

“그렇다면 눈치껏 움직였다는 건데 나쁘지 않네. 좋아. 한번 지켜보자고.”

하지만 어제 경기에 이어 오늘도 카일 홀리데이가 심각한 수비 실책을 저지르자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저게 뭐야? 메이저리그 선수가 어떻게 저런 수비를 할 수 있는 거야?”

“벤치에서 시프트 지시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시프트는 중요한 게 아냐! 경기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않고 있잖아!”

“2사 이후라 1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 터무니 없는 수비를 용서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면 점수를 내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느 때처럼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을 달랬다.

그 역시도 방금 전 수비에 한숨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보좌역이 되어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과 같이 울분을 터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중견수가 아닌 코너 수비수로 출전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 줘야 했다.

“카일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선수가 썬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기대 이하의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카일 홀리데이와 달리 박유성은 벌써 완벽하게 리그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자이언츠 원정 경기부터 여러 차례 슈퍼 플레이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더니 홈으로 돌아와서는 마치 제집처럼 대놓고 외야를 휘젓고 있었다.

오죽하면 벌써 다저스가 박유성을 싼값에 영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카일은 연봉이 작으니까 이해하자는 거야?”

“썬을 비교 대상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비록 계속 실책을 저지르고 있긴 하지만 95만 달러를 받는 카일 홀리데이의 수비는 2천만 달러를 받는 디에고 후리오보다 훨씬 낫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90만 달러.

지난해 백업으로 60경기를 뛴 카일 홀리데이는 그보다 5만 달러 많은 95만 달러의 연봉이 책정됐다.

반면 4년 전 1억 8천만 달러(8년) 장기 계약을 맺은 디에고 후리오의 연봉은 2천만 달러.

카일 홀리데이의 20배 달했다.

디에고 후리오가 4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공격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수비 불안으로 WAR을 깎아 먹고 있다는 걸 감안했을 때 합리적인 연봉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디에고 후리오를 카일 홀리데이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2천만 달러에 가까운 지출을 아낄 수 있었다.

“지금 디에고의 남은 계약이 얼마지?”

“향후 4년간 1억 1천만 달러를 지급해야 합니다.”

“대체 그런 터무니없는 계약을 한 놈이 누구야?”

“브랜든 단장이 진행했습니다. 앤드류가 최종 승인했고요.”

“그때 안 말리고 뭐 했어?”

“당시만 하더라도 디에고가 이 정도로 살이 찔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데뷔할 때부터 타구 판단 능력은 형편없었지만.

4년 전 디에고 후리오와 지금의 디에고 후리오는 전혀 다른 선수였다.

8년 계약을 하기가 무섭게 체중이 20㎏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소 많았던 체지방을 줄이면서 적당히 근육량을 늘린 거라면 참 좋았겠지만.

디에고 후리오는 내셔널리그에 없는 지명타자 자리라도 노리는 것처럼 살만 찌웠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10㎏ 이상 체중을 감량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해 놓고서 겨우 3㎏밖에 줄이지 못했고.

그마저도 지난 서울 투어 때 폭식하면서 다시 원상복구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평균 30개 이상의 홈런과 2할 후반을 치는 디에고 후리오의 시장 가치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었다.

“디에고 후리오를 팔려면 올해가 적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일 홀리데이가 자리를 잡아줘야 하고요.”

“과연 카일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든 안타를 때려낸다면 좀 나아질 겁니다.”

“안타?”

“5경기 연속 무안타이지 않습니까. 수비에서라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낸다면 썬과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오늘은 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

“상대가 피터 페츠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피터 페츠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난 홈 개막전에서 박유성에게 3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을 때.

자이언츠 팬들은 다저스에서 실력 저하로 버려진 투수를 무려 2억 달러나 주고 데려왔다며 파르한 제이디 사장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피터 페츠가 파드리스 원정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자 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피터 페츠 스스로 이를 악물고 던진 것도 있지만 박유성을 앞세운 다저스가 7연승 행진을 내달리자 개막전의 평가가 바뀐 것이다.

“피터가 또 인터뷰를 했다지?”

“썬을 삼진으로 잡아내겠다고 했답니다.”

“재밌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자이언츠 팬들은 에이스답다며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아. 어제 경기를 그렇게 내주는 게 아니었어.”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연승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제처럼 다 잡은 경기를 역전패하고 나면 시리즈의 흐름이 꼬이게 된다.

만약 어제 경기를 어떻게든 잡아냈다면 어땠을까.

홈 개막 4연패 후 파드리스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겨우 체면 치레를 했던 자이언츠는 원정 시리즈마저 스윕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경기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루이스 넬슨도 과감하게 내달리지 못했을 터.

결국 어제 경기의 승리가 자이언츠 선수들과 팬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꼴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어제 경기를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제 1회입니다. 썬이 어떻게든 해줄 겁니다.”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웃으며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을 달랬다.

그 말처럼 1회 말 선두 타자로 나온 박유성은 피터 페츠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때려냈다.

-박유성 선수가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립니다! 공은 이제 3루로! 3루에서! 3루에서 세이프! 박유성 선수가 여유롭게 3루를 점령합니다!

-박유성 선수 대단하네요. 보통 타격이 잘 풀리지 않으면 저런 식으로 발로 푸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박유성 선수는 공수주 무엇 하나 흠잡을 게 없습니다.

-괜히 최고의 5툴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게 아니잖습니까?

-프로 야구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박유성 선수만큼 완벽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미국 언론에서는 6툴 플레이어라고 하던데요.

-6툴이요?

-자기 관리까지 포함해서 6툴이라고 하는데 자기 관리 하면 또 박유성 선수이지 않습니까?

-박유성 선수야말로 자기 관리의 표본이죠.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수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지만 메이저리그에 집중하고 싶다며 전부 거절했다는 기사도 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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