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383화
44. Go! Dodgers!(3)
예전이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겠지만 신현준 부회장은 신상욱 회장을 따라 웃어 보였다.
그러자 신상욱 회장이 놀리듯 물었다.
“진짜야.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니라니까?”
“유성이가 경영에 참여해 주면 좋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회장 자리를 맡아도 좋고요.”
“사위도 자식이라 이거야?”
“유성이가 어디 보통 사위입니까?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인데요.”
14년 장기 계약이긴 했지만 박유성이 받기로 한 보장 연봉은 8억 달러였다.
한화로 무려 1조 628억.
연평균 760억 수준이었다.
게다가 벌써부터 천억 이상의 광고 계약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1년에 1천억 이상을 벌어들이니 걸어 다니는 중견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박유성은 신성 그룹을 비롯해 신성 그룹 계열사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 종목 추천은 딸인 신민아에게 받았다지만 신현준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만 매입한 것으로 봐서 추후에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이 될 터.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들어와서 밥그릇을 탐내는 건 용납 못하지만 유성이는 다르지. 암.’
딸자식도 자식이라는 신상욱 회장의 가르침대로 신현준 부회장 역시 신민철과 신민아에게 똑같이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때 박유성이 신민아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회사 경영에 참가해 준다면 승냥이 떼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신현준 회장은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고 싶었다.
“아버지. 아니 회장님. 건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야? 갑자기 왜 회장님이래? 사고 쳤어?”
“사고를 쳐 보려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신성 스포츠 말입니다.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으면 합니다.”
“벌써?”
“이미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습니다. 품질 관리만 잘 한다면 유성이를 모델에서 빼더라도 점유율 수성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박유성을 전면에 내세운 신성 스포츠는 오랜 숙적이었던 태산 스포츠와의 전쟁을 끝내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점유율이 무려 27.6퍼센트로 니케, 아디도스를 모두 발밑에 두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국내 브랜드들의 점유율을 빼앗아 온 게 아니었다.
신성 스포츠의 약진에 니케와 아디도스의 매출이 30퍼센트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국내 시장은 그렇다 쳐도 세계 시장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특히 북미 시장은 스포츠 산업의 성지잖아? 괜히 도전했다가 코가 깨지면 국내 매출까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이 적기인 것도 사실입니다. 유성이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서 도전하는 이미지로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보고도 있고요.”
“흠……. 그런데 그건 너무 양아치 같은 짓 아니야?”
“광고료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북미 시장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할 생각입니다.”
“걸맞은 대가라니?”
“광고료와는 별개로 신성 스포츠 아메리카의 지분을 주려고 합니다.”
“어이구, 지분을? 우리 신 부회장 통이 큰데?”
“그 정도는 해야 박유성 선수도 책임감을 가지지 않겠습니까? 다른 기업들의 스폰을 거절할 명분도 생기고요.”
축구와 달리 야구는 개인 스폰서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구단에서 전체 스폰서를 받아서 일괄 제공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박유성 같은 슈퍼 스타의 경우 별도 계약이 필수였다.
무려 8억 달러라는 거금을 써내며 박유성을 잡는 데 성공한 다저스는 박유성을 가지고 장사를 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의 모든 스폰서 계약에서 자유로우며 구단 내 유니폼 판매 순이익의 20퍼센트를 지불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게다가 다저스 구단과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은 니케의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까지 추가됐다.
“참, 유성이는 계속 신성 스포츠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며?”
“네. 계약 진행 중에 있습니다.”
“유성이가 계속 입어준다면 매출 좀 나오겠지?”
“유성이가 잠깐 노출했던 언더셔츠 때문에 지금 난리도 아니잖습니까. 분명 상당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아무튼 수고 많았어. 부회장.”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유성이 덕분이죠.”
“시기적절하게 언론을 동원해서 판을 키웠잖아? 잘했어.”
신상욱 회장이 씩 웃었다. 신현민 부회장보다 판을 읽는 눈이 부족해서 늘 아쉬웠는데 요즘 하는 걸 보면 믿고 그룹을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신상욱 회장의 칭찬을 들은 신현준 부회장도 신이 났다.
“LA 집 가구는 내가 해주마.”
“정말요? 우리 어어엄청 고급스러운 걸로 할 건데요?”
“너희 엄마 몰래 모아놓은 비상금 털지 뭐.”
“헐, 그거 엄마한테 말 해도 돼요?”
“그건 안 되지, 이 녀석아. 페어 플레이 안 할래?”
“엄마 몰래 비상금 모아놓는 건 페어 플레이고요?”
신민아가 슬쩍 눈을 흘겼다. 그러자 신현준 부회장이 박유성을 끌어들였다.
“남자는 원래 다 만약을 대비해 비상금을 모아. 유성이라고 다를 거 같아?”
“우리는 아예 각자 관리하는데요 뭘.”
“각자? 설마 유성이가 얼마 버는지도 모르는 거야?”
“유성이 주식 관리를 제가 해주고 있는데 그걸 왜 몰라요? 그냥 생활비만 공동 부담하기로 했어요. 솔직히 나보다 유성이가 모은 돈이 더 많아서 통장 합치자는 말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물려받을 유산은 네가 더 많을 거야.”
“그거야 한참 나중 일이고요. 암튼 괜히 그걸로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래도 내가 재벌 3세인데 유성이한테 금전적인 도움을 주면 줬지 받고 싶진 않아요.”
신민아는 칼같이 선을 그었지만 박유성은 딱히 돈 관리에 관심이 없었다.
프로 1년 차부터 자신이 쓸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전부 통장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신민아가 대신 불려주는 게 오히려 고마웠다.
“자기 돈 까먹을 일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손해 보면 내 돈으로 채울게.”
“그렇게까진 안 해도 괜찮아.”
“주식투자 실패해서 이혼하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난 자기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니까 다른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신민아의 엄포에 박유성이 피식 웃었다.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일까.
솔직히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결혼식은 2년쯤 있다가 하자.”
“나는 상관없어. 혼인 신고했잖아.”
“내가 2년 안에는 무조건 성적 낼게.”
“이래 놓고 또 내년에 타격 타이틀 다 쓸어 담는 거 아냐?”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숨 가빴던 국내 일정을 마치고.
박유성은 해가 바뀌기가 무섭게 미국으로 건너왔다.
“정말 우리도 같이 가도 되는 거야?”
“그럼요, 어머니. LA 집에 방 많아요. 별채만 3개나 돼요.”
신상욱 회장이 구매한 저택은 대지 부지만 2000㎡ 가 넘었다.
500㎡ 규모의 중앙 건물을 중심으로 3개의 별채가 들어서 있으며 수영장과 테니스장, 대형 주차장, 지하 연습장까지 전부 구비가 되어 있었다.
3개의 별채 중에 본관과 가장 가까운 곳은 신상욱 회장이 쓰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멀리 떨어진 별채는.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송현민입니다.”
LA로 이적하느라 집을 구하지 못한 송현민이 당분간 살기로 했다.
“아이고. 우리 송 스타도 얼른 좋은 처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유성이 저 녀석이 여소는 한 번도 안 시켜주고 혼자서만 연애하는데 부러워 죽겠습니다.”
“그럼 몇 년만 더 기다렸다가 우리 유선이 데려가.”
“어이구, 아버님. 저 쇠고랑 차기 싫습니다. 하하.”
박유성보다 5살이 많은 송현민은 박유선과 11살 차이였다.
그래서 박명철도 반쯤은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에도 여자 문제없이 야구만 해 온 송현민이 마음에 들었다.
“암튼 우리 유성이 좀 잘 부탁해.”
“제가 깍두기입니다. 아버님. 그리고 유성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대표팀 선수들도 유성이 앞에서는 꼼짝 못 합니다.”
“그래? 우리 아들이 한 성깔 하나?”
“유성이는 성깔 부리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실력이 최고라서요. 모르긴 몰라도 다저스 선수들도 유성이하고 한 달쯤 겪다 보면 알아서 머리 박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박유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송현민은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 단언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주요 매체들의 분석은 달랐다.
“다저스가 썬을 8억 달러에 영입했습니다.”
“최소 7억 달러는 넘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랄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당한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년 전에 양키즈의 간판 타자 마크 스테리가 10년간 3억 8천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연평균으로 따지만 3800만 달러죠. 하지만 썬은 마크 스테리보다 2천만 달러 가까이 더 많은 연봉을 받습니다.”
“심지어 로비 마르티네스는 2천만 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2029년과 작년에 두 번이나 MVP를 받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썬의 이번 시즌 성적은 어떨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0.370에 30홈런 정도를 예상합니다.”
“타율과 홈런이 한국 성적보다 절반이나 깎여 나갔는데요?”
“한국 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이보다는 더 잘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슈퍼 루키가 데뷔 시즌부터 먹튀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요.”
선수들의 가치를 후려치기로 유명한 잭 니콜슨을 비롯해 다수의 매체에서 박유성의 시즌 성적을 낮게 책정했다.
타율은 3할 중후반.
홈런은 30개 전후.
수상 가능 타이틀은 타율과 최다안타, 득점, 도루.
골든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 신인상은 유력하며 MVP 투표에서도 5위 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을 두고 다저스 팬들은 분개했다.
└대체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MVP 톱5? 농담하는 거지? @Dodgers SN
└원래 매체들의 시즌 전망은 보수적이야. 쏭의 경우도 첫 시즌에 2할 중반을 칠거라고 떠들어댔다고. @Mark B
└쏭은 작년에 부진할거라고 말했을 걸? 하지만 모두의 결과를 뒤집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썼지. 2년 연속 올스타는 덤이었고. @CappDrop34
└내가 보기에는 다저스가 썬을 영입한 게 못마땅한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저주를 할 리가 없다고. @Whiteheart77
└그런데 말이야. 냉정하게 따져서 3할 중후반 타율에 30개 홈런이 아쉬운 거야? @mario033e
└8억 달러 계약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아쉬운 성적이긴 해. 물론 수비나 다른 부분에서 활약해 준다면 상관없겠지만. @Marc_3272
└썬은 한국에서 7할 6푼이 넘는 타율과 연평균 80개의 홈런을 때려냈어. 그런데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전망은 너무하잖아? @zukie78music
└저따위로 떠드는 건 우리집 고양이도 할 수 있을 걸? @LailaSaave19
└저렇게 떠들어대면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썬이 더 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이는 게 역겨워. 나중에 예상이 틀렸을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드는 거잖아? @MomsOopsBaby
└전문가랍시고 설쳐대는 인간들이 한 두명이야? 그냥 무시해. 어차피 썬은 실력으로 증명할 거니까. @dills smith
다저스 팬들은 신민아의 SNS 계정으로 달려가 박유성을 잘 위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정작 박유성은 언론의 전망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