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73화 (373/412)

타자 인생 3회차! 373화

42. 도쿄 찍고 미국으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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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유성의 몸값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었다.

3년 연속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연봉 총액 7억 달러 선에서 결론이 날 것 같았지만.

프리미어 12가 끝나자 7억 달러로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할 거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자 스몰 마켓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이즈의 에릭 린드로 단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유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구단의 작년 연봉 총액은 1억 5,100만 달러예요. 리그에서 우리보다 연봉 지출이 적은 팀은 브루어스뿐이죠.”

“그래도 브루어스보다는 1천만 달러 정도 더 쓰고 있잖아요?”

“그래서 내년에는 연봉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썬을 영입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방법이 없어요.”

이미 구단주로부터 연봉 감축을 지시받은 에릭 린드로 단장은 구단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선수로는 팀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썬은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비록 리그는 다르지만 한국에서 3년 연속 7할을 때려냈어요.”

“심지어 국제 대회 성적은 9할이 넘죠.”

“그야말로 만화 같은 성적인데요. 하지만 과연 썬이 레이즈에 온다고 해서 레이즈가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썬을 무리해서 영입하려다 수많은 레이즈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할지 몰라요.”

인터뷰를 마친 에릭 린드로 단장은 현실을 직시한 팬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썬을 데려오려면 연평균 5천만 달러 이상을 써야 해. 그 돈을 마련하려면 주전급 선수 셋을 내보내야 한다고. 팬들이 그걸 원할 리 없잖아. 안 그래?”

누군가 몰래 슈퍼볼 당첨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레이즈가 박유성 영입에 성공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괜히 영입전에 끼어들었다가 스몰 마켓의 비참한 현실을 맛보느니 일찌감치 발을 빼고 정신 승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작 레이즈 팬들의 반응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20년간 이 빌어먹을 팀을 응원해 왔지만 이제 그만하려고 합니다. 팬들이 썬의 영입을 원할 리 없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Captain Rays

└에릭. 제발 부탁이니까 헛소리는 일기장에 써요. @Bretti

└단장 자리에 오래 앉아 있더니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어. 어서 빨리 제대로 된 단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고! @Pretty guy

└다들 현실을 직시하자고요. 썬의 몸값은 최소 7억 달러예요. 그 많은 돈을 구단에서 마련할 리 없다고요. @James E

└티켓값을 3배로 올려도 좋으니까 썬을 데려와서 우승했으면 하고 바라는 건 나뿐인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Will77

└정상적인 레이즈 팬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일 거예요. @Bretti

└썬이 레이즈에 올 확률이 낮다는 거 모르는 팬들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노력이죠. 만분의 1, 아니, 십만분의 1이라고 해도 노력을 해보는 것과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aldo1

└우리는 스타즈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썬이 입단하기 전까지 스타즈는 가성비가 엉망인 팀이었어. 신생 구단이라 다른 구단에서 선수들을 데려와서 팀을 꾸렸는데 연봉 대비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그래서 스타즈의 단장은 썬을 중심으로 팀을 뜯어고쳤어. 감독부터 시작해 코칭스태프를 전부 바꾸고 자리만 차지하던 선수들을 빼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brbuers1

└그래서? 썬을 데려오기 위해 주전급 선수들을 단체로 내다 팔기라도 하자는 거야? @Rsoxx

└지금 주전급 선수들 중에서 레이즈에 충성심이 있는 선수가 누가 있지? 아마 한 명도 없을걸? @Weden

└없지. 다들 FA 자격을 얻어서 레이즈를 떠날 생각만 하고 있잖아? @FFyankee

└썬이 온다면 팜의 젊은 유망주들로 팀을 꾸려도 괜찮다고 생각해. @Pretty guy

└나도 이 생각에 동의해. 당장 몇 년은 성적이 떨어질지 몰라도 3년 후면 아마 무시무시한 팀이 되어 있을걸? @alexis

└다 필요 없고 에릭 린드로는 사퇴하라! 사퇴하라! @brbuers1

└사퇴하라! @Justin TQ

└에릭 린드로 아웃! @Weden

└에릭! 제발 레이즈를 떠나줘! @Captain Rays

레이즈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에릭 린드로 단장은 구단 SNS를 통해 자신의 의도가 잘못 전해졌다면서 박유성의 영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판단 착오로 하마터면 단장 자리에서 쫓겨날 뻔한 에릭 린드로 단장을 타산지석 삼은 스몰 마켓까지 형식적이나마 포스팅에 참여하면서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이 박유성 영입전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송광철 대표는 구단들의 사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말이 안 되는 것들부터 거르자고.”

송광철 대표의 지시에 5명의 팀장이 기계처럼 제안서를 살폈다.

대학교 수학 능력 시험 문제 출제 교수들처럼 최종 협상 구단이 확정되기 전까지 호텔 밖으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다들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1차적으로 걸러진 구단이 총 10개.

레이즈를 비롯해 브루어스, 트윈스, 로열스, 필리스, 파이어리츠, 마린스, 파드레스, 어슬레틱스, 화이트삭스까지.

하나같이 연봉 총액 2억 달러를 넘지 못하는 스몰 마켓들이었다.

구단의 재정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조건들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계약 기간이 가장 긴 게 파드레스야?”

“네. 9년에 3.8억 달러 썼습니다. 연평균 4,200만 달러 정도입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고 해야 하나?”

“연평균 금액만 놓고 보자면 다들 비슷합니다. 트윈스와 어슬레틱스가 7년에 3억 달러, 로열스와 화이트 삭스가 8년에 3.4억 달러, 필리스가 8년에 3.5억 달러, 파이어리츠하고 마린스가 8년에 3.6억 달러니까요.”

“그러니까 스몰 마켓도 연평균 4천만 달러 이상은 생각했다는 거지?”

“총액으로 따지면 그런데 옵트 아웃 이후로 금액이 몰려 있어서요. 실질적인 연평균 연봉은 3,500만 달러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한 10개 구단 중에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한 건 파드레스였다.

9년 총액 3억 8천만 달러에 각종 보너스를 포함하면 최대 4억 5천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유성이 실질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계약 첫해부터 옵트 아웃이 보장된 4년 차까지 3,500만 달러의 고정 연봉이 지급되고 4년 후 계약을 연장할 경우 2억 4천만 달러의 계약이 추가로 진행되는데 옵트 아웃과 함께 구단에서도 바이 아웃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박유성의 몸값이 부담스럽다면 바이 아웃 보너스 2천만 달러를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보너스를 다 받아도 연평균 4천만 달러 받기 빠듯하겠네.”

“혹시나 박유성 선수가 국내에서처럼 성적을 낼까 봐 보너스도 많이 걸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거죠.”

“어차피 여론에 못 이겨 포스팅에 참여한 걸 테니까 그러려니 하자고.”

1차 심사를 통해 10개 팀을 걸러낸 송 에이전시는 곧바로 2차 심사에 들어갔다.

“레즈는 10년에 4억 5천만 달러입니다.”

“연평균 4,500만 달러나? 레즈가 그 정도 여력이 되나?”

“사치세까지 1억 이상 남아 있으니까요. 구단주가 지갑을 연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27년 노사 협의에 의해 정해진 2032년 사치세 기준 금액은 3억 2천만 달러.

올해 2억 1,100만 달러를 연봉으로 지출한 레즈 입장에서는 박유성을 영입한다 해도 사치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레즈뿐만 아니라 미들 마켓이라 불리는 구단들은 대부분 연평균 4,5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을 제안했다.

각종 보너스를 포함하면 연평균 5천만 달러에 근접했지만.

언론에서 예상하던 총액 7억 달러 수준의 계약과는 차이가 컸다.

“이거 조건이 다들 비슷비슷해서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애매한데요?”

“총액으로 선을 그어버리면 말이 나올 거 같기도 합니다.”

몇몇 팀장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유성의 행선지를 두고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총액만 따지는 건 이미지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송광철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욕은 내가 먹을 거니까 6억 달러로 잘라.”

“6억 달러요? 그러면 살아남을 구단이 몇 개 없는데요?”

“그러라고 하는 거야. 6억 달러쯤 각오한 구단이라면 7억 달러까지 쫓아올 수 있을 테니까.”

최근 메이저리그는 장기 계약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20대 초중반에 포텐을 터뜨린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들어오지만.

서른을 바라보거나 넘긴 선수들에게는 6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선수들도 계약 총액만 커지는 불합리한 장기 계약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단기 계약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연평균 4,500만 달러 수준의 계약도 충분히 좋은 계약이지만 송광철 대표는 박유성이 보다 확실한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길 바랐다.

“최 팀장. 최 팀장은 유성이, 아니, 우리 박 선수가 메이저리그 가면 얼마나 칠 것 같아?”

“타율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못해도 3할 후반 정도 아닐까요?”

“박 팀장은?”

“저도 최하 3할 후반 보고 있습니다. 예상치는 4할이긴 한데…… 메이저리그에서 4할을 친다는 게 솔직히 상상이 가질 않아서요.”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춘다 하더라도 3할 후반이면 MVP급 활약 아니야?”

“그렇죠. MVP급이죠.”

“1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에 20승 이상 하는 투수나 3할에 60홈런 이상 때려내는 타자가 나오지 않는 한은 MVP 받을 거 같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만약에 말이야. 우리 때문에 박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을 갈아 치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MVP를 탔어. 그럼 우리와 계약 중인 선수들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린 박 선수에게 최고의 계약을 안겨줄 의무와 책임이 있어. 그리고 그 최고라는 수식어 속에는 당연히 금전적인 이익이 포함되어 있고.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 선수가 돈만 밝힌다는 개소리는 집어치워. 박 선수 말고 국제 무대에서 9할을 치는 타자가 있어?”

“없죠.”

“없습니다.”

“그럼 대회마다 MVP와 타격 타이틀을 쓸어 담고 팀을 우승시키는 타자는? 있어? 단언컨대 없어! 없는데 왜 우리 선수를 다른 평범한 선수들의 기준에 맞추는 거야?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든 신경 쓰지 마. 설사 우리 예상보다 박 선수가 부진해서 먹튀 소리를 듣더라도 우린 우리 고객만 생각하는 거야. 우리 월급 주는 우리 고객이 최우선이라고!”

송광철 대표의 질책에 팀장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박유성의 이미지를 생각한답시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얄팍한 상술에 놀아날 뻔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박유성 같은 선수는 다시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한번 제대로 해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계약 옆에 우리 송 에이전시의 이름을 박제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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