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361화
41. 슈퍼라운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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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장호영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대 미국, 미국 대 대한민국의 프리미어 12 경기를 중계해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오늘도 제 옆에는 이선철 해설위원이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이선철입니다.
-어느덧 슈퍼 라운드가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이 4일 차 경기인데요.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을 비롯해 모든 팀들이 2경기씩을 치른 상황이고 조별 리그 상대 전적까지 포함하면 3경기를 치렀다고 봐야 하는데요. 아직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팀은 없습니다.
-지금 자막으로 슈퍼 라운드 중간 순위가 나오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 예선 일본전 승리를 포함해 3전 전승으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만 2위인 도미니카 공화국과는 고작 1경기 차이입니다.
-남은 두 경기 결과에 따라서 최종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아직 방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장호영 캐스터와 이선철 해설위원이 주거니 받거니 오프닝 멘트를 진행하자 채팅창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사실상 우승 확정 아님? ㅋㅋㅋ
└억지 긴장감 조성 중 ㅋㅋㅋ
└이 정도면 중립이 아니라 한국 비하인데요? ㅋㅋ
└우승은 몰라도 결승 진출은 사실상 100퍼임.
└도미니카 공화국이 남은 2경기 다 잡으면 진짜 모르는 거 아님?
└노놉. 도미니카 공화국 남은 경기가 우리하고 미국임. ㅋㅋㅋ
4일 차에 접어든 2031 프리미어 12 슈퍼 라운드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대한민국 3승(1승)
2위 도미니카 공화국 2승 1패(1승)
3위 일본 1승 2패(1패)
3위 미국 1승 2패(1승)
3위 대만 1승 2패(1패)
3위 푸에르토리코 1승 2패(1패)
대한민국 대표팀이 3전 전승으로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우승 후보라 불리는 일본과 미국, 푸에르토리코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1승 2패 팀만 무려 4팀이 나왔다.
단순히 승패만 놓고 보자면 도미니카 공화국의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잔여 경기를 따지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지금 잔여 경기 일정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늘 미국전에 이어 이틀 후인 목요일에 도미니카 공화국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미국만큼이나 도미니카 공화국도 만만찮은 상대이긴 하지만 앞서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만큼 북중미의 힘 있는 야구에 대한 적응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회 전 도미니카 공화국과 치른 평가전에서도 10 대 2로 승리를 거뒀는데요.
-그때는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이 현지 적응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경기 결과만 가지고 무조건 이길 거라 단언하는 건 좀 위험해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바라고 계시죠?
-그야 당연하죠. 해설자로서 방송에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대한민국 대표팀의 우승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승전 파트너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금 순위로는 사실 누가 올라올 거라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오늘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이 패배하더라도 결승 진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요.
슈퍼 라운드 들어 대만과 일본에 연거푸 발목을 잡히며 1승 2패로 몰린 상황이지만 미국 대표팀은 물론이고 미국 언론에서도 결승 진출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자막으로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 대표팀이 오늘 대한민국전과 내일 도미니카 공화국전을 전부 잡아낸다면 3승 2패가 되면서 TQB까지 따지는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대회 규정상 슈퍼 라운드부터는 단순히 TQB만 따지는 게 아니라 추가 경기를 통해 승자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실점이 많지 않은 미국 대표팀이 TQB에서 상위 2팀 안에 들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결승전에 올라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한민국 대표팀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잡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갈리는데요. 만약에 도미니카 공화국이 내일 미국에 지고, 마지막 날 우리에게도 패배한다면 2승 3패가 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됩니다.
-그러면 일단 우리가 4승 1패고 미국이 3승 2패가 되는 셈이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3승 2패 팀이 나올 수는 있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이 전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4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건 대한민국 대표팀뿐입니다. 반대로 미국이 남은 두 경기를 잡고 도미니카 공화국이 우리를 잡게 되면 TQB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일단 세 팀이 3승 2패로 동률이 되고 추가로 다른 3승 2패 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TQB를 따지게 되는데 이 경우 TQB 점수가 가장 좋은 팀이 결승전에 직행하게 됩니다.
미국 대표팀의 승리를 바라는 미국 언론에서조차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승 결승 진출을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대만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을 1 대 0으로 제압했던 것처럼 국제 대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에 3승 2패 팀이 3팀 이상 물릴 경우 대회 규정에 따라 TQB를 따지게 되는데 이때 TQB가 가장 높은 팀이 우선적으로 결승에 올라간다.
그리고 TQB 2위 팀과 3위 팀이 휴식일에 추가 경기를 치러 남은 결승 진출자를 가리게 된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득실이 모두 반영되는 게 아니었다.
성적 동률인 팀들 간의 경기 결과만으로 TQB 점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앞서 대량 득점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대패하면 TQB 밸런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다 보니까 대한민국 대표팀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가 중요합니다. 오늘 경기를 잡아내면 4승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으니까요.
-만에 하나 미국 대표팀에 지더라도 TQB를 감안해 최소 점수 차이로 져야 할 텐데요.
-그래서 경기 초반이 중요합니다. 박유성 선수가 지금까지처럼 경기 초반에 분위기를 가져와 준다면 우리가 원하는 그림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미국 대표팀이 오늘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의 경우의 수가 나왔다.
6팀이 풀리그를 치르는 슈퍼 라운드에서 3패를 당하면 결승 진출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5전 전승으로 결승전에 진출한다고 가정하면 2승 3패 팀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경우의 수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5전 전승으로 1위를 확정 짓고 2위 자리를 두고 3팀 이상이 물리는 경우인데요. 일단 미국이 오늘 패배하고 내일 도미니카 공화국을 잡아낸다면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은 2승 3패로 동률이 됩니다.
-일본도 지금 푸에르토리코와 대만전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일본이 두 경기를 전부 다 잡아낸다면 3승으로 2위가 되지만 푸에르토리코전을 잡고 대만전을 패배하거나, 반대로 대만전을 잡고 푸에르토리코전에서 패배한다면 2승 3패가 되는 거죠.
-대만의 경우 이 경기 직후에 푸에르토리코와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요. 일단 이 경기의 승자가 결승 진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사실 슈퍼 라운드에 올라온 팀들은 전력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어쩌면 화면에 나온 것처럼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2승 3패로 맞물리는 경우가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중계석도 똑같은 경우의 수를 화면에 띄워놓고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쉽지 않은 나라입니다. 지난 LA 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어요.
-하지만 우승 팀이 최강 팀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자면 미국 대표팀이 한국 대표팀보다 조금 더 강한 게 사실이에요.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슈퍼 라운드가 대혼전인 상황이지만 오늘 경기를 잡아낸다면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나라가 없습니다. 일본과 푸에르토리코, 대만 모두 패배했죠. 하지만 만약에 오늘 한국을 이기고 내일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잡아낸다면 결승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워낙에 많다 보니 일일이 따지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은 오늘, 한국을 꺾는 겁니다.
그때 중계 카메라가 마운드를 비췄다.
마운드 위에서는 오늘 경기 선발인 피터 페츠가 연습구를 던지고 있었다.
-미국 대표팀의 선발 투수는 피터 페츠입니다.
-다저스의 에이스인데요. 지난 6시즌 동안 통산 81승 47패에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이번 시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후보를 꼽을 때 늘 언급이 되는 투수입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FA 자격을 획득했는데요. 이번 대회 성적이 계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겠죠?
-그야 물론이죠. 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시즌 성적도 중요하니까요. 국제 대회에서 잘 던지는 투수들은 일단 포스트 시즌 같은 큰 경기에 강하다고 봐도 될 테고요.
-경기 전 인터뷰에서는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마이클은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뽑아낸 팀입니다. 솔직히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기란 쉽지 않겠지만 3점 이하로 묶기만 해준다면 오늘 경기를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을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피칭을 선보이려면 일단 이 선수부터 넘어야 하는데요.
-한국의 선두 타자는 썬입니다.
중계 카메라가 다시 타석을 비췄다.
타석에는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비해 다부져진 박유성이 들어와 있었다.
-한국 타자들 중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세 명뿐입니다. 쏭과 캄, 키죠.
-하지만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바로 썬일 겁니다.
-2010년생으로 올해 스물한 살입니다. 프로필상으로는 191㎝에 91㎏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지난 3년간 무려 0.761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0.361이 아니라 0.761입니다. OPS가 아니라 타율을 말씀드린 겁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네 타석 중에 세 타석은 안타를 때려내는 괴물 같은 선수입니다. 거기에 수비도 좋고 발도 빠르며 장타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지만 지금은 일단 적으로 만난 상태입니다.
다시 중계 카메라가 피터 페츠의 얼굴을 비췄다.
언론을 통해 한껏 도발을 했던 박유성이 나와서일까.
피터 페츠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될 텐데요. 피터 페츠. 신중하게 공을 던져야 합니다.
-썬은 시즌 평균 200개의 볼넷을 골라낼 만큼 눈이 좋습니다. 어설픈 유인구에는 방망이조차 내밀지 않는 타자입니다.
-그렇다고 스윙에 인색한 타자도 아닙니다. 어설프게 도망치는 투수는 연달아 파울을 때려내며 집요하게 괴롭히기도 하니까요.
-일단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중요한데요. 피터 페츠가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해집니다.
포수 조이 패런트의 사인을 확인한 피터 페츠가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박유성의 몸쪽을 향해 이를 악물고 공을 내던졌다.
후앗!
피터 페츠의 손끝을 빠져나온 공이 얼굴 쪽으로 날아들자 박유성은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뻔해.’
초구에 눈 가까이 빠른 공을 붙여서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이었겠지만 프로 43년 차인 박유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