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56화 (356/412)

타자 인생 3회차! 356화

40. 프리미어 12(10)

“쏭이요? 레인저스의 쏭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저 친구. 썬하고 케미가 잘 맞는 거 같은데 말이야.”

“하아……. 앤드류. 또 왜 이러십니까. 지금은 썬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선수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게 단장들이라지만.

박유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다른 데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생각해 봐. 쏭을 먼저 영입하면 썬을 데려오는 데 유리하지 않겠어?”

“쏭은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 선수입니다. 4년 전 때와는 몸값이 다르다고요.”

4년 전 송현민은 4년 6천만 달러에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연평균 연봉은 1,500만 달러.

거기에 옵션 보너스가 붙으면서 연평균 1,80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

지난 4년간의 좋은 활약 덕분에 현재 송현민은 3할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보장할 수 있는 타자로 인정받는 상황이었다.

이제 곧 30대로 접어드는 나이가 걸리긴 하지만 비슷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연평균 2,5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걸 감안했을 때 송현민을 잡으려면 1억 달러 중반의 계약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하지만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은 박유성 한 명으로 전력 보강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로이. 썬의 영입은 시작일 뿐이야. 지금 언론에서 뭐라고 떠드는지 알고 있지?”

“누구든 썬을 잡는 구단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거라고들 하죠.”

3년 연속 7할을 때려낸 박유성의 몸값은 현재 6억 달러를 넘어 7억 달러까지 치솟아 있었다.

추가로 빅마켓 구단들 간의 경쟁이 붙을 경우 8억 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게 주요 언론들의 분석이었다.

올시즌 다저스가 선수들 연봉으로만 2억 8,400만 달러를 썼다고는 하지만 7억 달러 이상이 확실시되는 박유성의 몸값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저스 지역 언론들도 박유성을 무리해서 영입할 경우 내년도 연봉 지출이 사치세를 포함해 4억 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썬을 영입하면 정말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썬을 영입하면 재정 지출이 늘어날 겁니다. 그만큼 티켓 판매 수익과 광고 수익도 늘어나겠지만 한동안은 자금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동안?”

“결국 관건은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니까요.”

“썬을 영입해서 최대한 빨리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나면 숨통이 트일 거라는 거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티켓 가격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스폰서 비용도 추가로 받아낼 수 있고요.”

“그럼 다시 물어보지. 썬을 영입하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의 질문에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이스인 피터 페츠가 다저스에 확실히 남아준다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피터 페츠가 이적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박유성 한 명만으로는 월드 시리즈 우승을 단언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터 페츠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계약하실 겁니까?”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공을 다시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에게 넘겼다.

그러자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자네가 아까 말했잖아. 지금은 썬의 계약에 집중할 시기라고.”

“앤드류!”

“어차피 지금 당장은 피터 페츠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썬의 영입 여부를 먼저 기다리겠지.”

“우리가 썬을 잡으면 분명 경쟁 구단에서 피터 페츠를 빼갈 겁니다.”

“물론 나도 피터 페츠와 함께하고 싶어. 원정 경기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홈경기 성적은 여전히 준수한 편이니까. 하지만 말이야. 조쉬 애버튼, 그 빌어먹을 놈에게 끌려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어.”

“앤드류. 브라이언 조던과 피터 페츠는 전혀 다른 선수입니다. 에이전트가 같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에이전트 조쉬 애버튼과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의 갈등은 다저스의 주전 중견수였던 브라이언 조던의 장기 계약 문제에서 시작됐다.

2029년.

조쉬 애버튼은 풀타임 4년 차이던 브라이언 조던의 장기 계약을 요구했고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도 반색하며 협상 테이블을 폈다.

하지만 좋았던 분위기는 고작 몇 시간 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당시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은 박유성을 다저스의 차기 중견수로 점찍어두고 있었다.

박유성이 메이저리그 대신 스타즈 입단을 선택하면서 최소 4년(당시 기준)이라는 시간이 필요해지자 그럭저럭 괜찮은 활약을 펼쳐주었던 브라이언 조던을 대체 선수로 쓰려 했다.

그러나 조쉬 애버튼은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이 박유성을 대신해 브라이언 조던을 선택해 주길 바랐다.

당연하게도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은 조쉬 애버튼의 제안을 거절했고.

브라이언 조던의 장기 계약 논의도 완전히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듬해.

다저스는 브라이언 조던과 1,000만 달러의 연봉 협상을 체결했다.

4년 차부터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데다가 브라이언 조던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100퍼센트 가까이 연봉을 올려 준 것인데 브라이언 조던은 개막 후 한 달 만에 시즌 아웃이 되고 말았다.

충분히 치료를 마쳤다던 발목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서 수술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설상가상 에이스 피터 페츠까지 삐그덕대기 시작하면서 다저스의 시즌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팬들의 비난은 구단 운영을 총괄하는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에게 향했다.

여기까지는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도 수용할 수 있었다.

구단에서 철저하게 관리한다 해도 선수들의 부상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가 없었다.

애완견과 장난을 치다가 물려서 시즌 아웃이 되는 경우도 생기는 마당에 브라이언 조던의 케이스는, 짜증은 나지만 그럴 수 있다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 플레이를 통해 트레이드를 방해한 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브라이언 조던의 임시 대체 선수를 구하기 위해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은 시즌 내내 여러 구단들과 접촉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조쉬 애버튼이 언론을 동원하며 훼방을 놓았다.

그것도 박유성의 영입이 코앞인데 쓸데없이 돈을 쓰려 한다며 역으로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을 공격했다.

“로이. 솔직하게 말할까? 난 올 시즌 피터 페츠가 부진해 줘서 너무 고마워.”

“앤드류!”

“만약 이 얘기를 다른 누군가 듣고 언론에 제보를 한다면 팬들이 뒤집어지겠지만 상관없어. 그만큼 난 조쉬, 그 개자식을 증오해. 만약에 올해 피터 페츠가 잘했어 봐. 지금쯤 그 역겨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서 터무니없는 개소리를 들어줘야 했을걸?”

“피터 페츠의 협상도 제게 일임하셨잖습니까.”

“그건 피터 페츠가 부진하니까 그랬던 거지. 정말로 사이영상이라도 받았어 봐. 조쉬 애버튼이 자네로 만족했을까? 천만에. 언론을 동원해서 다저스가 피터 페츠에게 진심이 아니라고 떠들어댔겠지.”

대형 에이전시에서 굵직한 선수들을 관리해 온 조쉬 애버튼은 언론 플레이에 도가 튼 에이전트였다.

게다가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박유성이 오기 전에 브라이언 조던으로 한 건 올리려다가 어려워지니까 반대로 박유성을 운운하며 피터 페츠와의 계약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만약에 피터 페츠가 조쉬 애버튼의 바람대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도 지금쯤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 테이블에 끌려 나왔겠지만.

피터 페츠가 갑자기 부진에 빠지면서 주도권이 다시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에게 넘어왔다.

“어쨌거나 썬을 잡으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 피터 페츠가 팀을 떠나더라도 우승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 청사진이 쏭입니까?”

“피터 페츠와 쏭. 만약에 둘 중에 한 명과 계약해야 한다면 누굴 잡겠어?”

“그야…….”

“쏭이지. 같은 금액이라 해도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쏭이라고. 그런데 쏭은 피터 페츠에 비해 몸값도 싸. 게다가 썬과 친하지.”

“그리고…… 미카엘 로하스를 대신할 수도 있겠죠.”

“그래. 바로 그거야.”

로이 홀랜드 보좌역이 넘어오자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현재 다저스의 2루수는 2002년생 미카엘 로하스가 맡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2029년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작년에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을 접질린 이후 수비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나마 하위 타선에서 준수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서 데리고 가는 중이지만.

모든 면에서 상위호환인 송현민이 매물로 나온 이상 미카엘 로하스와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생각해 보라고. 썬이 1번을 치고 쏭이 2번을 치는 거야. 그 뒤를 코리 베츠가 받친다고 생각하면 어떨 거 같아?”

“만약 그 조합이 완성된다면……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이 완성될 겁니다.”

“그래. 그렇게 된다면 피터 페츠가 떠나더라도 당분간은 버틸 수가 있을 거야. 비교 대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자이언츠처럼 3점을 내주면 4점을 뽑는 야구를 하면 되는 거라고.”

“후우……. 좋습니다. 다 좋아요. 문제는 돈입니다. 쏭을 영입하면 썬의 영입 자금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로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마크로부터 약속받은 금액이 10억 달러야. 그 돈으로 썬과 피터 페츠를 모두 붙잡기란 힘들겠지만 쏭이라면 달라. 오히려 다들 썬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접근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데려올 수 있을 거야.”

앤드류 프라이드맨 사장의 구상은 그럴듯했지만.

로이 홀랜드 보좌역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온 에이스 피터 페츠를 내보내는 게 옳은 것인지, 피터 페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3회 초.

대한민국 대표팀이 박유성의 볼넷과 송현민의 2루타로 오타니 쇼헤를 강판시키자 로이 홀랜드 보좌역의 생각도 달라졌다.

‘만약에 정말로 저 조합을 데려다 쓸 수만 있다면…….’

월드 시리즈 우승은 어려울지 몰라도 최소한 지구 우승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5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의 경기는 13대 4, 대한민국 대표팀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일본 대표팀이 필승 카드로 꺼내든 레전드, 오타니 쇼헤는 3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5실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도 거침없는 대한민국 대표팀 타자들의 방망이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반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김혜성은 6이닝을 5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강기태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숙적 일본을 제압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캐나다와 네덜란드를 차례대로 연파하며 A조 1위로 슈퍼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A조 2위는 예상대로 일본.

B조에서는 대만과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가 2승 1패로 맞물린 가운데 TQB에 따라 대만이 1위, 도미니카 공화국이 2위로 올라왔고 C조는 미국이 전승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푸에르토리코가 베네수엘라를 꺾고 마지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조별 예선이 끝난 다음 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서 박유성의 신분 조회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프로 야구 협회는 다음 날 공식적으로 박유성이 스타즈 소속이며 해외 진출 자격을 갖췄음을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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