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48화 (348/412)

타자 인생 3회차! 348화

40. 프리미어 12(2)

불안해진 신민아가 엄지손톱 끝을 깨물었다.

그때 핸드폰 화면 위로 반가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자기다!”

신민아는 냉큼 박유성과의 채팅방으로 넘어갔다.

훈련이 끝난 것인지 박유성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이 올라와 있었다.

[박유성 – 나 이제 숙소 들어왔어.]

[박유성 – 어디야?]

[신민아 – 나 지금 자기 방.]

[박유성 – 그럴 거면 그냥 우리 집에서 사는 게 어때?]

평소에도 박유성이 자주 하는 농담이었지만.

신민철에게 한 소리 들어서였을까.

장난스럽게 넘길 수가 없었다.

[신민아 – 결혼을 해야 같이 살지. ㅠ.ㅠ]

[박유성 – 결혼?]

[신민아 – 왜? 나하고 결혼 안 할 거야?]

[박유성 –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결혼하고 싶다며?]

[신민아 – 그건 예전에 했던 이야기잖아. 그리고 나 올해 졸업하거든?]

“어휴. 진짜.”

신민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학교 졸업 이야기야 할아버지인 신상욱 회장이 결혼하라고 노래를 불러서 그냥 해본 이야기였다.

게다가 일반적인 연예와 달리 신민아와 박유성은 주로 집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렇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 만큼 안 상태였다.

“바보. 멍청이! 진짜 야구밖에 모른다니까.”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던 신민아는 다시 내용을 지웠다.

시즌도 아니고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합숙 중인 남자 친구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유성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박유성 – 그럼 대회 끝나고 약혼부터 할래?]

“뭐야아아.”

순간 신민아의 눈 주변이 빨갛게 번졌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아니랄까 봐 결정적인 순간에 심쿵하는 멘트를 때렸다.

마음 같아서는 냉큼 좋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애써 말을 돌렸다.

[신민아 – 자기 대회 끝나고 바쁘지 않아?]

[박유성 – 어차피 포스팅 결과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야. 결혼까지는 무리겠지만 약혼식은 가능할 듯?]

[신민아 – 약혼식이라고 식장 빌려서 사진 한 장 찍고 끝내려는 거 아니지?]

[박유성 – 자기 원하는 대로 할 거니까 걱정 노노.]

[신민아 – 정말이지? 나중에 딴소리하는 거 아니지?]

[박유성 – 내가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사람이야?]

[신민아 – 아니지. 우리 자기는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남자잖아~]

[박유성 – 약혼 관련해서는 자기한테 다 맡길게. 우리 부모님께도 자기가 얘기 좀 해줘. 알았지?]

[신민아 – 응. 알겠어. 자기야. 내 걱정하지 말고 훈련 열심히 해.]

“꺄아앗!”

원하는 답을 얻은 신민아는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선영을 찾았다.

“엄마! 엄마!”

“왜? 뭐 필요해?”

“유성이가 약혼하재요~”

“정말?”

“네. 저더러 알아서 진행하라고 했어요. 여기요~”

신민아는 곧장 박유성과의 대화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이선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대회 끝나고 유성이하고 진지하게 얘기 좀 해볼까 했는데.”

“엄마도 허락하시는 거죠?”

“허락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이미 한 식구나 다름없는데. 그리고 미안해. 민아야. 조금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2년이나 지나 버렸네.”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해요.”

“부모님께는 말씀드렸어?”

“아뇨. 엄마한테 제일 먼저 말씀드린 거예요.”

“부모님이 서운해하실 수도 있으니까 얼른 말씀드려. 그리고 유성이 말대로 민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네! 고마워요, 엄마!”

다음 날.

신성 그룹 홍보실을 통해 박유성과 신민아의 약혼 기사가 났다.

ㄴ헐, 뭐임? 박유성 약혼함?

ㄴ프리미어 12 끝나고 메이저리그 진출해야 하니까 그 전에 하는 듯?

ㄴ박유성하고 신민아 헤어진 거 아니었나요?

ㄴ헤어졌는데 틈만 나면 박유성 집 들락거리겠음? ㅋㅋㅋㅋ

ㄴㅅㅂ 갑자기 현타 오네. 박유성은 다 가졌네.

ㄴ진짜 야구도 잘해. 키도 커. 생긴 것도 준수해. 여친도 예뻐. 심지어 재벌가 사위까지 됨. 이 정도면 전생에 최소한 거북선 조타수 아님?

ㄴ거북선 조타수 정도로 되겠어요? 최소한 이순신 장군쯤 되어야죠.

ㄴ애당초 박유성 성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야구 떠나 프로 스포츠 전체 다 따져도 박유성이 1티어인데요. 뭘.

ㄴ축빠지만 박유성은 인정. 아들 둘 낳아서 한 명은 축구 시켰으면 좋겠음.

ㄴ꿈 깨요. 투수 한 명 타자 한 명 갑니다.

ㄴㅋㅋㅋ 아니, 박유성 가족계획을 왜 여기서 세우나요?

ㄴ송현민 박준수 민병규 나오기 전까지 야구 암흑기였습니다. 박유성이 빨리 아들 낳아서 대한민국 야구 미래 책임져야 해요.

ㄴ일해라 박유성! ㅋㅋㅋ

대다수 야구팬들은 박유성의 약혼 소식을 반겼다.

반면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박유성과 신민아의 사이를 두고 소설을 써대던 기자들은 똥 씹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해도 너무하네. 아니, 우리한테 먼저 보도 자료를 주는 게 정상 아니야?”

“보도 자료가 어려우면 기자 회견이라도 하던가.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어?”

“박유성이 언론 무시하니까 신민아도 따라 무시하는 거지 뭐.”

“그래서? 정말 결혼하는 거야?”

“신성 그룹 홍보팀 통해서 나온 기사잖아. 결혼하겠지.”

“아니, 재벌 3세가 뭐가 아쉬워서 야구 선수하고 결혼을 해?”

“근데 박유성은 얘기가 다르지 않아? 추정 가치만 수조 원이라던데.”

“수조 원은 무슨. 조가 뉘 집 개 이름이야?”

“그거 미국 언론에서 먼저 쓴 거잖아.”

박유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되자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미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 계약이 나올 거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 과정에서 박유성의 몸값이 수직으로 상승했는데 타임즈에서 빌리언 달러 스타라는 표현을 쓴 이후로 박유성의 수식어에 조라는 숫자 단위가 포함됐다.

처음에는 모 드라마의 유행어를 빌려 1조원의 남자라 불렸지만.

몇몇 매체에서 박유성의 연봉을 포함한 추정 가치가 수조 원에 달할 거라고 앞다투어 떠들어대면서 그 금액이 점점 커지는 추세였다.

당연하게도 박유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자들은 그런 과대 포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유성이 계약으로 1조 넘기는 게 가능하겠어?”

“지금 환율이 좋잖아. 7억 5천만 달러 이상 받아내면 1조 정도 되겠던데?”

“허, 7억 5천만 달러? 고작 아시아 선수에게 그런 큰돈을 줄 미친 구단이 어디 있겠어?”

“박유성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만 5백억 이상이라는 얘기 못 들었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미루고 스타즈에 입단하면서 박유성이 받은 계약금은 20억.

여기에 CF 출연에 성적별 옵션, 각종 시상식 부상까지 데뷔 첫해만 60억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2030시즌 수익은 2029시즌보다 배 이상 뛰었다.

연봉 30억에 2029년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옵션 보너스 40억을 챙겼고 덩달아 CF 몸값이 폭등하면서 CF 5편으로 60억의 가욋돈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박유성의 연봉은 2030시즌보다 100퍼센트 인상된 60억으로 책정됐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박유성 특별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3년 차 이후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터라 스타즈 구단에서도 다른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박유성의 연봉을 두둑이 챙겨주었고.

그런 구단의 배려에 보답하듯 박유성은 올해 다시 한번 커리어 하이 시즌을 쓰며 60억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성적 옵션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50억 수준.

거기에 두 배로 뛴 CF 개런티까지 더하면 올해 벌어들인 수익만 250억에 달했다.

여기에 국제 대회 포상금과 리그&한국 시리즈 3연패 보너스는 별도.

시장 규모가 메이저리그의 10퍼센트조차 되지 않는 국내 리그 타자가 3년간 4천만 달러 가까운 금액을 벌어들였으니 미국 언론에서 계약 규모를 부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5백억이 전부가 아니야. 스타즈 우승할 때마다 신상욱 회장이 박유성한테 주식 증여했잖아. 그것만 해도 수백억은 될걸?”

“증여해 봤자 일부겠지. 경영권 문제가 있는데 막 퍼줬겠어?”

“박유성이 스타즈에서 뛴 이후로 신성 그룹 주가가 2배로 뛰었는데 뭔 소리야? 막말로 박유성이 성적 못 냈어 봐. 신성이 지금 재계 1,2위를 다투겠어?”

“그게 다 박유성 때문이라고? 하아.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냥 신성이 장사를 잘 한거잖아.”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는데 박유성 효과가 크긴 한 거 같더라고. 프리젠테이션을 한 달 넘게 준비해서 갔는데 선물로 준 박유성 사인 유니폼에 바로 계약했다잖아?”

“약간 과장이 섞여 있긴 하겠지만 박유성이 신성 그룹에 큰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 막말로 3년 연속 7할이 쉬워? 메이저리그 전 구단이 저러는 게 쉽냐고?”

“그런데 오타니 때도 비슷하지 않았었나?”

“오타니는 그때 아마추어 계약이었잖아. 박유성은 지금 7억 달러 소리까지 나오고 있고. 상황이 다르다고 봐야지.”

“하아. 여기서 신성 그룹 사위까지 되어버리면 진짜 건드리지도 못하겠는데?”

“그냥 팩트로 까면 되는 거지 뭘.”

“그런데 박유성을 팩트로 깔 게 있나?”

푸념하는 기자들을 보며 홍민호 기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유성이 3년간 운 좋게 활약하긴 했지만.

홍민호 기자는 그 운이 메이저리그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프리미어 12에 집중하겠다던 놈이 왜 갑자기 약혼을 발표했겠어? 메이저리그에서 실력 뽀록나기 전에 보험 들고 싶은 거겠지. 암튼 박유성 이 새끼는 생각 이상으로 영악하다니까?”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며 박유성을 씹어대던 그때.

지이잉, 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일본 극우 언론인 산자이 신문의 나카무라 유스케 기자.

“어이구. 나카무라 상. 오랜만입니다.”

-오랜마니무니다. 홍 상. 잠깐 통화 괜차느시무니까?

“혹시 박유성 약혼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역시 홍 상은 척하면 척이시무니다.

“그렇지 않아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

-좋은 생각이무니다.

홍민호 기자는 오랜만에 나카무라 유스케와 밤새 술을 푸며 박유성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불만들은 산케이 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

“유성아. 너 이번 대회 태업할 예정이야?”

“뭔 소리에요. 그게.”

“너 약혼하고 메이저리그 진출 준비하느라 이번 대회 술렁술렁 뛸 예정이라던데?”

“누가 그래요?”

“일본 언론들이.”

“하아……. 걔들은 또 갑자기 왜 그런데요?”

“왜긴 왜야. 너 메이저리그 갈 때 되니까 부들거리는 거지.”

먼저 기사를 본 송현민이 웃으며 말했다.

일본 극우 언론에서 박유성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프리미어 12가 일본에서 치러지는 국제 대회인 만큼 대회 기간에는 자중할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를 떠드는 걸 보니까 많이 급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너 메이저리그 가고 나서 바쁘다는 핑계로 국대 차출 거절하는 거 아니지?”

“에이, 올림픽에 나간 덕분에 주목받았는데 제가 그러겠어요?”

“그래. 진짜 아파서 못 나오는 거 말고 어지간하면 다 참석해라. 나도 지난 아시안 게임 때 불참했다고 욕 바가지로 먹었잖아.”

“그냥 형 싫어하는 기자들이 몇 마디 한 거 가지고 엄살 좀 부리지 마요.”

“야 인마.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으면 개구리는 아파요.”

“메이저리그 올스타 타자가 왜 이러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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