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44화 (344/412)

타자 인생 3회차! 344화

39. 카운트다운(12)

└갓유성 올시즌 성적 타율 0.749->0.762, 안타 390->400, 홈런 74->81, 도루 134->142, 타점 217->231, 득점 432->449, 출루율 0.819->0.831, 장타율 1.631->1.709

└이거 어느 야구 게임 성적인가요?

└신성 소프트 모바일 게임 그랜드슬램 4입니다. ㅋㅋ

└팩트) 그랜드슬램 4에서 박유성 풀강화 풀세팅해도 6할을 치지 못한다.

└야구를 게임처럼 하는 갓유성!

└진짜 나중에 박유성 아카데미 열면 수강생들 미어터질 듯 ㅋㅋㅋ

└진짜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또 나올까 싶다. 어떻게 2년 연속 7할 타율이냐?

└전문가들 7할은커녕 6할도 어렵다고 떠들었는데 전부 다 딴소리 중 ㅋㅋㅋ

└원래 전문가들 예상은 틀려야 제맛이죠.

└박유성 후반기에 집중 견제 아니었으면 8할도 가능했을 텐데 아쉽 ㅠ.ㅠ

└저기요. 야구 게임이 아니라 현실 야구입니다. ㄷㄷㄷ

└8할 치려면 안타 20개 더 쳐야 하는데 솔직히 무리예요.

└트윈스 랜더스 타이거즈 막판까지 순위 다툼 치열했잖아요. 스타즈 한 경기라도 잡아야 경쟁에서 유리해지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올해도 진짜 잘하긴 했는데 솔직히 작년 후반기 퍼포먼스가 지리긴 했음.

└인정. 작년 후반기 때는 진짜 야구의 신이었죠.

└작년에는 여름 때 잠시 주춤하다가 폭발했다면 올해는 시즌 내내 잘했다고 봐야죠.

└진짜 내년에는 스타즈 드림 리그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요. 스타즈하고 18경기씩 하는 거 너무 끔찍합니다 ㅠ.ㅠ

└인터 리그도 팀 간 10경기씩이라 별 차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수학 안 배우셨어요? 18경기하고 10경기가 어떻게 별 차이 없는 거죠? 거의 2배인데?

└박유성 때문에 성적 까인 투수들이 한둘이 아닌데 평균 자책점 줄 세워서 아시안 게임 국대 뽑자는 사람들 볼 때마다 열불 터짐.

2029년 시즌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일까.

2030시즌 박유성은 2029시즌만큼의 찬사를 받지 못했다.

각 구단의 견제가 더 심해진 상황에서 골든 글러브 시상식 때 다짐했던 것처럼 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박유성이 박유성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의 반응은 달랐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작년의 활약상을 부정해 왔던 일본 우익 언론조차 박유성이 2년 연속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의 박유성은 이번 시즌에도 0.762의 가공할 만한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포스트 시즌 타율은 무려 0.939예요.”

“이대로 가다간 제2의 스즈키 이치이로는 박유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리그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박유성은 일본의 모든 타자들보다 한 수 위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금지 약물을 의심했습니다만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잠깐 유행했던 알파 메일을 복용했던 거라면 지금쯤 약효가 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작년 성적을 뛰어넘었으니까요.”

“박유성은 한국 야구 전력의 50퍼센트 이상입니다. 박유성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을 겁니다.”

일본 우익 언론들이 뜬금없이 박유성을 경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시안 게임 때문이었다.

2030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겨울에 열렸다.

11월 초까지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일정을 감안해 아시안 게임 야구 일정을 11월 중순에 잡았지만 막상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시안 게임 참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이미 오타니 쇼헤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불참을 선언했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과 올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마저 대표팀 소집에 난색을 드러낸 상황에서 박유성이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과 맞붙는 건 자살행위처럼 비쳤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한국에게 너무 유리합니다. 우리는 주축 선수들이 전부 빠졌지만 한국은 박유성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들이 없습니다. 지난 LA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뛰던 투수들을 전부 아시안 게임에 참가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린 아닙니다.”

“그래도 야구팬들은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에 설욕하길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카타르는 11월에도 평균 기온이 20도입니다. 대낮에는 30도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승을 자신할 수 없는 대회에 프로 선수들을 보내는 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이 결승에서 맞붙어 대회를 흥행시켜 주길 바랐지만.

일본은 선수 구성이 어렵다는 핑계로 프로 선수들을 전부 빼고 아마추어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때부터 이어져 온 우승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며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

“박유성 선수 선발에 대해서 이견 있으신 분 있습니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박유성 선수는 무조건 데려가야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반대하시는 분 거수해 주세요.”

“그러지 말고 찬성하는 사람 거수하죠.”

“그게 좋겠습니다.”

“그럼 박유성 선수의 선발을 찬성하시는 분, 거수해 주세요.”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만 해도 박유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선수 선발 위원회 위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손을 들었다.

“그런데 박유성 선수 포지션은 뭡니까?”

“당연히 중견수죠. 설마 다른 선수를 중견수로 쓰자는 겁니까?”

“혹시 그런 얘기 나올까 봐 하는 말입니다. 박유성 선수는 중견수로 써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를 뭐 그렇게 진지하게 합니까?”

“지난번에 박유성 선수를 좌익수나 우익수로 돌리자고 했던 분들 다 치매 오셨나 봅니다?”

포지션 관련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중견수뿐만 아니라 좌익수와 우익수 수비가 가능한 박유성을 잘 활용하면 선수 선발이 더 수월하겠지만.

2년 연속 7할을 때려낸 대한민국 최고 타자의 수비 포지션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 나온 김에 외야수부터 뽑아봅시다.”

“일단 민병규 선수는 데려가야죠?”

“해외파 선수들이 불참하니까 민병규 선수는 무조건 뽑아야죠.”

“민병규 선수를 좌익수로 쓰자는 겁니까?”

“민병규 선수 수비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국대 좌익수로 쓸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지명으로 돌리고 유장한 선수를 뽑아야 합니다.”

“유장한 선수보다는 안현우 선수가 낫지 않겠습니까? 안현우 선수도 코너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우익수를 백영완 선수로 갈 거면 안현우 선수가 낫습니다. 올 시즌 성적도 안현우 선수가 더 낫고요.”

총 25명을 뽑는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에서 외야수에게 허락된 자리는 넷.

일부 선발 위원들이 박유성의 멀티 수비를 염두에 두고 유장한을 밀었지만 다수의 여론에 밀려 히어로즈 안현우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김하선과 송현민이 빠지면서 두 자리가 비게 된 내야진에는 스타즈 장영호와 라이온즈의 2루수 한치원이 합류했다.

라이온즈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미는 한치원의 선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반면 국내 3루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장영호를 두고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장영호 선수도 수비가 좀 불안하지 않아요?”

“유강민 선수를 뽑기에는 장영호 선수 성적이 너무 좋잖아요.”

“유강민 선수도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공격력에서 차이가 큽니다. 홈런만 15개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안 뽑습니까?”

지난해 0.297에 24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골든 글러브 유력 후보에 올랐던 랜더스의 대졸 3루수 임기성은 올시즌 타율 0.285에 21개의 홈런으로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대학 시절부터 수비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만큼 메이저리그 출신 국가대표 3루수 김하선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제격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경쟁 상대가 너무 나빴다.

지난해 0.301의 타율과 36개의 홈런으로 임기성을 제치고 나눔 리그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장영호는 올해 0.327의 타율과 39홈런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갈아 치웠다.

여전히 핸들링이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수비 능력도 작년에 비해 나아진 데다가 라이벌인 일본과 대만이 선수 구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만큼 무리해서 유강민을 뽑을 명분이 없었다.

포수는 여느 때처럼 박경호와 나경석이 선발됐고.

투수 파트에는 라이온즈의 토종 원투펀치인 김일웅과 신우현을 대신해 김혜성과 손지원이 이름을 올렸다.

“야, 손지원. 그만 좀 떨어.”

“뭐래? 나 하나도 안 떨거든?”

“그 손 좀 가만두라니까?”

“하아. 유성아. 솔직히 이렇게 빨리 태극마크 달 줄은 몰랐다.”

2년 차 투수인 손지원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주요 언론들은 깜짝 발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놀라워했다.

베이스볼 파크를 비롯한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손지원의 선발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혜성은 그렇다 쳐도 손지원은 좀 아니지 않음?

└진짜 손지원은 선 넘었죠. 무슨 박유성 전형임?

└손지원이 왜요? 올 시즌 16승 투수인데요?

└스타즈 선발 투수들은 승수에서 5승씩 빼야 한다니까요?

└5승 빼도 11승임. 국내 투수들 중에 손지원만큼 던지는 투수가 누가 있음?

└손지원은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불펜으로 뛴 경험을 높이 샀다고 기사에 나와 있잖아요. 적당히들 해요.

└뭘 적당히 함? 이번 아시안 게임은 금메달 거저먹는 건데 손지원에 김혜성에 장영호까지 뽑는 게 말이 됨?

└대신 박유성도 뛰는데요?

└스타즈 선수들 전부 빼고 아시안 게임 치르기 vs 스타즈 선수들 위주로 국대 꾸려 아시안 게임 치르기.

└닥전이죠.

└이건 밸런스 붕괴 수준임.

└웃긴 게 양대 리그 포함 국내 투수 톱 5에 스타즈만 3명임. 그리고 그 톱 5 전부 다 국대에 뽑힘. 그런데 왜 손지원만 안 된다는 거임?

└그냥 스타즈 선발들 단체로 군 면제 받는 게 싫은 거겠죠.

└아니 팀 성적 말고 개인 성적으로 대표팀 뽑자면서요? ㅋㅋㅋ

└스타즈 선수들이 저렇게 잘할 줄은 몰랐겠죠. ㅋㅋ

손지원이 SNS를 통해 국가 대표로 뽑혀 영광이며 어떤 역할을 맡기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올렸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손지원은 출국 당일까지도 긴장을 떨쳐내지 못했다.

“유성아. 나 잘할 수 있을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그래도 더 잘해야지. 국가대표로 뽑혔잖아.”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진 마. 괜히 욕심부리다 탈 난다.”

박유성이 웃으며 손지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손지원의 부담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손지원이 활약하기란 쉽지 않았다.

4개국씩 A조와 B조로 나누어 진행되는 아시안 게임 야구에서 필요한 선발 투수는 총 3명.

그중 두 자리는 송찬우와 임찬기의 몫이고 나머지 한 자리는 올 시즌 20승을 찍은 김혜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손지원이 선발로 나설 일은 없었다.

어쩌면 대회 내내 불펜만 달구다가 귀국하게 될지도 모를 일.

그런 동기를 위해 박유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아, 큽니다! 쭉쭉 뻗어갑니다!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이 타구는 우익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집니다! 홈런! 쓰리런! 박유성 선수가 오늘 경기 두 번째 홈런포를 때려냅니다!

-박유성 선수 무섭네요. 지금 3타수 3안타에 5타점째입니다. 1번 타자로 나와서 클린업보다 더 많은 타점을 쓸어 담고 있어요.

-박유성 선수가 홈을 밟으면서 이제 스코어는 8점 차이로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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