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338화
39. 카운트다운(6)
123승 27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스타즈이지만 골든 글러브 독식에는 실패했다.
나눔 리그 투수 부분 수상자는 송찬우.
21승 3패, 평균 자책점 2.11로 다승과 평균 자책점, 승률 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팀 동료인 저스틴 스몰을 제치고 생애 첫 골든 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포수 부분 수상자는 박경호.
올해 주전 포수 경쟁에서 밀리면서 스타즈로 이적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쓰며 국가대표 주전 포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2024년 이후 무려 6년 연속 수상.
롤모델인 양의진의 최다 수상 기록에 2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1루수 부분은 타구단의 용병 타자들을 전부 제치고 박준수가 차지했다.
시즌 초반부터 장타력을 폭발했다가 전반기 막판에 주춤하면서 살짝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0.365의 타율과 54개의 홈런, 157타점으로 양대 리그 토탈 두 번째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유격수 부분 골든 글러브는 치열한 경쟁 끝에 최일준이 차지했다.
4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박찬희가 올 시즌에도 견고한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최일준에게 보다 많은 표가 몰렸다.
3루수 골든 글러브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장영호가 수상했다.
지난해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트윈스의 4번 타자 브랜든 포토를 비롯해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랜더스의 유강민과 라이온즈의 우타 거포 조태식까지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표가 분산되면서 장영호가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됐다.
반면 2루수 부분 골든 글러브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타이거즈의 페르난도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0.312의 타율과 35홈런, 127타점으로 2루수 부분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던 페르난도 마차도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15에 36홈런, 116타점.
지난해에 비해 타율이 소폭 오르고 홈런을 하나 더 때려냈지만 타점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하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반면 블레이크 테일러는 타율은 낮지만(0.275) 2번 타자로 출전해서 117득점과 101타점을 기록했고 20-20(20홈런, 21도루)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거기에 페르난도 마차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실책과 우승 프리미엄까지 더해질 경우 몰표가 쏟아질 거란 전망이 대부분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페르난도 마차도 쪽으로 표가 쏠렸다.
타이거즈에서 유일하게 수상이 유력한 선수라는 사실이 표심을 바꾼 것이다.
지명타자 부분 골든 글러브는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에릭 호머에게 돌아갔다.
0.305의 타율에 39홈런, 107타점으로 다른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지명 타자 후보 조건을 충족시킨 선수들 중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포지션 불문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분은 박유성과 다니엘 브리토, 그리고 랜더스의 브라이언 코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MVP와 신인상에 타격 8관왕을 휩쓴 슈퍼 루키, 박유성과 0.356의 타율에 49홈런, 145타점, 21도루로 외국인 타자들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다니엘 브리토는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관건은 남은 한 자리의 주인공.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긴 민병규와 같은 팀의 브라이언 코빈, 그리고 자이언츠의 백영완이 3파전을 형성했고 랜더스의 표가 분산될 경우 백영완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성적에서 앞서는 브라이언 코빈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신인으로서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동엽은 외야수 부분 전체 득표 5위에 그쳤고.
장태수 역시 지명 타자 부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총 10개의 골든 글러브 트로피 중에서 스타즈 선수들이 받아 온 건 7개.
리그 승률이 무려 0.820이었지만 결국 모든 스타즈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건 아닌 셈이었다.
“올해 우리 야구팀 실적 좋았잖아. 그렇지?”
“좋았죠. 대표님이 몇 번이나 회식 챙겨 주셨잖아요.”
“그 돈을 차라리 보너스로 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인정이요.”
“암튼 실적만 놓고 보자면 우리 팀 모두가 잘하긴 했어. 그렇다고 너와 내 실적이 같은 건 아니잖아?”
“그렇죠?”
“그런데 네가 나만큼 대우를 받아야겠다고 뻐튕겨 봐. 그럼 지켜보는 내 입장은 어떨 거 같아?”
“아마…… 꼴 보기 싫겠죠?”
“스타즈도 마찬가지야. 유성이가 미쳐 날뛰긴 했지만 다 잘했어. 다들 제 몫을 다 했다고. 하지만 고과의 차이는 존재하잖아? 더 열심히 한 선수에게 더 주는 게 당연한 거고. 안 그래?”
“그러니까 김정석 선수가 잘하긴 했지만 엄청 퍼받을 만큼 잘 한 건 아니라는 거네요?”
“솔직히 잘 하지도 않았어. 작년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
“블론 세이브 많은 거 빼고는 작년하고 비슷한 거 아니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안 되지. 상황이 달라졌잖아. 작년에도 김정석 선수가 시즌 막판에 부진해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거야. 김정석 선수가 원래 연투를 못 하거든. 한 경기 쉬면 그다음 경기는 무조건 쉬어줘야 하는 선수인데 마무리 투수가 개인 컨디션 따지며 등판해?”
“등판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나가야죠.”
“그래. 그런데 그걸 못했어. 그래서 다른 투수들이 나갔다가 역전패당하고 그랬지. 아마 김정석 선수가 몇 경기만 잡아 줬더라도 스타즈의 창단 첫 포스트 시즌은 올해가 아니라 작년이 됐을 거야.”
지난해 스타즈는 74승 75패, 1무승부로 2경기 차이로 포스트 시즌 티켓을 놓쳤다.
김정석이 6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으니 그중 2번만 잡아 줬더라도 트윈스를 제치고 포스트 시즌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도 올해는 연투 좀 하지 않았나요?”
“그것도 웃긴 게 사실 김정석 선수가 무리할 필요가 없었거든? 그런데 세이브 순위에서 밀리니까 본인이 자청해서 나오더라고.”
“세이브를 챙기려고요?”
“팀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니까 세이브 1위를 찍고 싶었겠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연투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봐야 하지 않아요?”
“작년에는 세이브를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연투는 힘들다며 손사래를 쳐 놓고서 올해는 나오지 않아도 될 상황에 나오면 과연 예뻐 보일까? 심지어 욕심부려 나온 경기 중에 블론 세이브도 여러 번 나왔어. 실점하면 야수들 탓하기도 했고.”
“그런데 선배. 혹시 김정석 선수 안티예요?”
너무 부정적인 평가만 쏟아내서일까. 한지선 기자가 의심 어린 눈으로 공윤경 기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공윤경 기자가 보란 듯이 코웃음을 쳤다.
“안티는 무슨. 그리고 네가 와서 귀찮게 물어본 거거든?”
“아참, 그랬죠?”
“정리하자면 김정석 선수는 좋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야. 국가대표팀에서 괜히 뽑지 않은 게 아니라고.”
“그래도 김재신 선수와 정규진 선수 다음이잖아요.”
“그건 작년 한정 얘기야. 올 시즌은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기 힘들걸?”
“그 정도로 못한 거예요?”
“올 시즌 성적을 파이터즈에서 기록했다면 평가는 달라졌겠지. 하지만 스타즈는 압도적인 1위 팀이잖아? 20승 투수만 3명에 선발 투수 전원이 15승을 거뒀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그럼 손지원 선수가 임찬기 선수보다 잘하는 걸까?”
송찬우와 함께 국가대표 원투 펀치로 활약하고 있는 타이거즈 임찬기의 올 시즌 성적은 13승 9패. 평균 자책점 3.15
2024년 데뷔 시즌 이후 평균 자책점이 가장 높을 만큼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스타즈의 5선발로 활약한 손지원은 15승 6패에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평균 자책점을 제외하고 손지원이 조금 더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손지원이 임찬기보다 나은 투수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손지원 선수도 좋은 선수지만 임찬기 선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죠.”
“그래. 김혜성 선수도 올 시즌 18승을 거뒀지만 국대 좌완 1순위는 여전히 임찬기 선수야. 스타즈 전에서 실점이 많아서 평균 자책점이 오른 걸 감안 하면 임찬기 선수도 그렇게까지 나빴던 건 아니었어. 그런데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우승팀 선수니까 무조건 더 받아야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
“욕먹겠죠.”
“그래. 그래서 김정석 선수가 욕을 먹는 거야. 그리고 아직 풀타임 3시즌째인데 장기 계약이 말이나 돼?”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그야 풀타임 세 시즌을 채우면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인 거고. 김정석 선수는 그 정도 레벨이 아니야. 아마 최일준 선수 장기 계약한 것 때문에 욕심을 낸 거 같은데 김정석 선수하고 최일준 선수는 처지가 달라.”
“실력만 놓고 보자면 김정석 선수가 더 낫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 누가 국대에 뽑혔지?”
“그야…… 최일준 선수요.”
“최일준 선수 수비력은 박찬희 선수 못지않아. 박찬희 선수가 조금 더 역동적이라서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안정감은 최일준 선수가 한 수 위라고. 게다가 올 시즌 타격도 살아났어. 12개 구단 체제로 바뀌면서 수비형 유격수가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가 팀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붙잡아야죠.”
“그래. 그래서 붙잡은 거야. 반면 김정석 선수는 리그 최고 레벨의 마무리 투수가 아니야. 전체적인 지표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솔직히 유성이가 제대로 미쳐줬으니 망정이지 3할 5푼쯤 쳤다? 그럼 스타즈 리그 우승 어려웠어. 한국시리즈 우승도 장담 못 했고.”
“그럼 김정석 선수, 내년에는 장기 계약할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지켜봐야겠지. 내년 시즌 준비 잘해서 블론 세이브 5개 이하로 줄이고 50세이브쯤 찍으면 그때는 스타즈가 먼저 달려들지 않을까?”
“블론 세이브는 그렇다 쳐도 50세이브는 너무 힘들지 않아요?”
“넌 내년 시즌 스타즈가 몇 승 할 거라고 생각해?”
“스타즈요? 글쎄요……. 그래도 최소 100승 이상은 하지 않을까요?”
“스타즈 작년에 74승 했는데 김정석 선수가 36세이브 했어. 거의 두 경기당 1세이브 했으니까 내년에도 그렇게 하면 돼. 그게 어렵다면 평균 자책점을 1점대 초반까지 끌어 내리던가.”
한지선 기자는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며 혀를 빼물었지만 공윤경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송찬우부터 시작해 박준수, 다니엘 브리토, 장영호, 박경호, 최일준까지.
스타즈의 주축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전부 커리어 하이 시즌을 갱신했다.
그중에 장영호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고도 연봉 3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작년 연봉은 김정석과 같은 1억 5천만 원.
성적만 놓고 보자면 더 많은 금액을 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다는 걸 인정하고 첫 번째 협상 때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김정석은 작년에 비해 나빠진 성적으로 장기 계약을 요구했으니 팬들의 반응이 냉랭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제 유성이만 남았네.”
“김정석 선수가 마지막 선수였어요?”
“몰랐어? 원래 김정석 선수가 마지막이 아니었는데 에이전트가 욕심부린 거잖아. 유성이 앞에서 시간 끌면서 버텨 보려고.”
“헐, 그건 몰랐어요.”
“그런 걸 모르면 기자 생활을 어떻게 해요? 김정석 선수 잘생겼다고 편들어 줄 시간에 팩트 체크부터 해요. 아셨어요, 후배님?”
“네. 반성하겠습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스타즈 구단을 통해 박유성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