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36화 (336/412)

타자 인생 3회차! 336화

39. 카운트다운(4)

첫 7년간의 연봉은 196억.

연평균 28억으로 해마다 5억의 보너스가 걸려 있고 이후 3년 계약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결정하는데.

선수와 구단 모두가 동의할 때 3년간 54억(연평균 18억, 옵션 2억 별도)의 계약이 연장되고 어느 한쪽이 거절할 경우에는 계약 해지 보상금 10억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스타즈는 송찬우와 협상에 들어갔다.

2024년에 데뷔한 송찬우는 올해로 6시즌째 1군에서 활약 중이었다.

2024년과 2025년을 합쳐도 145일을 채우지 못해서 국가대표 포인트로 한 시즌을 만든 터라 내년을 마쳐야 FA 자격을 얻게 되지만 스타즈 구단은 올 시즌 투수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해외 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역대 최고 대우로 잡고 싶습니다.”

“일단 불러보시죠.”

박경호에 이어 송찬우의 계약 대리인으로 나선 송광철 대표가 씩 웃었다.

그러자 김재식 단장이 앓는 소리를 냈다.

“박경호 선수 때 많이 양보해 드렸지 않습니까. 살살 하시죠.”

“박경호 선수는 박경호 선수고 송찬우 선수는 송찬우 선수죠. 아시잖습니까?”

“하아……. 그래서 원하시는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박준수 선수만큼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준수 선수요? 그 정도면 됩니까?”

“대신에 옵션은 조금 더 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 시즌 21승 3패 2.11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송찬우의 WAR은 9.20.

양대 리그 투수 중 1위이고 투타를 통틀어 박유성 다음으로 높았다.

0.365의 타율과 54홈런, 157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쓴 박준수의 WAR은 8.25.

이 정도 차이면 박준수보다 나은 대우를 원하는 게 당연했지만 송찬우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송찬우 선수가 그러더라고요. 박준수 선수는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자신은 아니니까 조금 덜 받는 게 맞다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지네요.”

“그렇다고 많은 금액을 양보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양보한 금액만큼 옵션으로 걸어주길 원하고 있고요.”

두 번의 만남 끝에 김재식 단장과 송광철 대표는 6년 190억에 합의했다.

박준수의 6년 195억에 비해 5억이 적은 금액이었지만.

연간 옵션을 7억까지 늘리면서 최대로 수령할 수 있는 총액은 박준수보다 7억이 더 많았다.

“하아. 나는 언제 저렇게 받아보냐.”

송찬우의 계약 소식을 전해 들은 최일준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송찬우는 동기인 박준수보다 FA가 1년 늦다고 우는소리를 했지만 데뷔 10년 만에 FA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박유성이 한마디 했다.

“형은 에이전트 없어요?”

“없어. 에이전트에 줄 수수료가 없거든.”

“그러지 말고 에이전트 계약해서 장기 계약 요청해 봐요.”

“장기 계약? 내가 준수도 아닌데 장기 계약을 해줄까?”

“형 내년 시즌에 FA 되면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일걸요?”

“과연 그럴까?”

“형 국대 유격수잖아요. 지금 유격수 구멍인 구단만 절반이 넘어요.”

박유성의 조언을 받은 최일준은 큰마음 먹고 송광철 대표를 찾았다.

별 볼 일 없는 선수라 푸대접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어이구, 최일준 선수. 어서 오세요.”

송광철 대표 특유의 친화력에 홀딱 넘어가 곧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다.

“장기 계약 건은 저만 믿고 계세요.”

“그런데 장기 계약이 정말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그게 에이전트의 역할입니다.”

숨 좀 돌리기 위해 선택한 최일준의 대리인으로 또다시 송광철 대표가 나타나자 김재식 단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또 대표님이십니까?”

“박유성 선수가 얘기를 잘 해줘서요.”

“박유성 선수는 수수료 깎아주셔야겠네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박유성 선수가 다 받으라고 해서 다 받는 중입니다. 수수료 깎으려고 소개해 주는 게 아니라면서요.”

“박유성 선수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네. 가까운 사이일수록 공과 사는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던지.”

“……꼭 저 들으라고 하는 말씀 같은데요.”

“하하하하. 그럼 협상을 시작해 볼까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최일준은 장기 계약 대상이 아니었다.

수비력 하나만큼은 국가대표 유격수인 박찬희 뺨친다고 하지만.

유격수 포지션 중에서도 평균 이하인 공격력은 포스트 시즌 진출을 갈망하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박유성이라는 초특급 신인 덕분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 시즌 최일준 선수 성적이…… 괜찮네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최일준 선수도 커리어 하이 시즌이긴 합니다. 11개이긴 하지만 두 자릿수 홈런도 채웠고 도루도 24개나 기록했습니다.”

“최일준 선수도 연봉 인상 대상이긴 합니다. 지난 시즌 연봉이 1억 6천만 원이었으니까…… 2억 정도 어떻습니까?”

“네. 2억을 기준으로 해서 장기 계약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흠. 장기 계약이라…….”

“지금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선수들 중에서 최일준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박찬희 선수는 트윈스에서 놓아주지도 않을뿐더러 최일준 선수보다 나이가 많죠.”

“그럼 몇 년을 원하십니까?”

“저는 내년에 FA가 되니까 시장에 한번 나가보자고 말했는데 최일준 선수가 스타즈에 남고 싶어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기회를 준 구단인데 배신하기 싫다면서요.”

2002년생인 최일준은 2021년 베어스에 후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일단 군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구단의 권유에 최일준은 입단 후 곧바로 경찰청에 지원했고.

2023년 전역 후 2군에서 뛰다가 새로 창단한 스타즈의 부름을 받고 팀을 옮기게 됐다.

이듬해 가을.

그토록 바라던 1군 무대를 밟게 된 최일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타즈의 내야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었다.

“최일준 선수는 아직 젊습니다. 병역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을 욕심낼 필요도 없고요. 게다가 박경호 선수가 오기 전까지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지금도 최일준 선수가 맏형이긴 합니다. 박경호 선수는 아무래도 투수들과 소통을 해야 하니까요.”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데 최일준 선수가 알게 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까지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마 박경호 선수만큼 장기 계약을 원하시는 건 아니죠?”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죠.”

협상 대상자들이 많은 탓에 시간을 끌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밤샘 논의 끝에 어렵사리 타협점을 찾았다.

총액 120억에 계약 기간은 6+3년.

6년간 연평균 15억을 수령한 뒤에 박경호 계약처럼 상호 합의에 따라 3년(30억)을 연장할 수 있었다.

계약 해지 위약금은 10억.

해마다 5억 원의 옵션이 추가됐는데 현실적으로 최일준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계약 내용이 알려지자 베이스볼 파크는 난리가 났다.

└스타즈 미쳤네. 박경호 송찬우에 이어서 또 장기 계약이야?

└다른 구단들도 FA 되기 전에 주요 선수들 전부 묶잖아요. 스타즈만 뭐라고 할 순 없죠.

└내년 시즌 우승하려면 우승 전력 최대한 보전하는 게 맞죠.

└금액이 하나같이 어마어마해서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최일준한테 120억을 쓰는 게 맞아?

└오버 페이임. 우승 프리미엄 거품 세게 낌.

└거품이요? 최일준 올 시즌 성적 박찬희 다음인데요?

└말이 좋아 연평균 15억이지 요즘 계약 추세대로 세금 보전받았을 테고 추가로 옵션까지 붙었으면 거의 연평균 20억쯤 봐야 하지 않나요? 그럼 확실히 오버 페이 같은데요?

└스타즈 팬 아닌 분들은 좀 닥쳐주실래요? ^^

└그러는 너님은 다른 구단 계약 소식 나올 때마다 왜 그렇게 입을 터셨어요? ㅋㅋ

└최일준이 오버 페이가 아닌 이유. 첫째, 수비력 하나는 박찬희급. 국가대표 유격수. 둘째, 올 시즌 커리어 하이. 특히나 박유성 앞에서 치느라 견제 엄청 받았을 텐데 타율 2푼이나 오름. 셋째, 유격수 매물 자체가 없음. 박찬희 데려올 거 아니라면 최일준이 베스트인데 내년에 최일준 내보내고 최일준보다 못한 선수 데려와도 연평균 15억 이상 지출 가능성 높음.

└이게 맞죠. 최일준 대체하려면 최소 FA A등급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연봉의 300퍼센트나 200퍼센트+선수 한 명 줘야 합니다. 300퍼센트 주고 마는 거면 그나마 다행인데 선수 한 명 보내야 하는 거면 출혈이 커요. 결국 최일준 잡게 될 겁니다.

└지금 트윈스 팬들 뿔난 이유가 최일준이 박찬희에 버금가는 계약을 해서인 것 같은데 그건 트윈스 구단에 따져야죠. 스타즈가 제대로 대우한 거고 트윈스가 후려친 거라는 생각은 안 함?

└원래 나중에 계약하는 선수들이 더 유리합니다. 앞에서 선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스타즈 팬들 아주 신난 거 같은데 박유성도 장기 계약으로 묶죠?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선 지켜요.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습니다.

└스타즈 팬들 우승 한 번 했다고 설치는 게 꼴받아서 그렇습니다.

└지금 박유성 신성가 사위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그러다 진짜 메이저리그 포기하고 국내 잔류하면 님이 책임질 거임?

└박유성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양학하는 건 3년이면 족해요.

└이 개소리에 스타즈 팬들 무반응인 이유? 박유성 국내 잔류하면 좋거든.

└하아. 제가 실언했네요. 취소하겠습니다.

└박유성은 우리 모두의 박유성일 때가 가장 좋습니다. 스타즈의 박유성은 그만 보고 싶어요.

다른 구단들도 스타즈의 일방통행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송찬우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박경호나 최일준은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10년 계약입니까?”

“10년 후면 박경호는 만으로 서른여덟입니다. 포수는커녕 지명 타자로도 쓸 수 없을 거라고요.”

“솔직히 서른 다 된 포수를 상대로 6년 계약 이상 하는 건 해단 행위라고 봅니다. 스타즈에서 단장을 징계해야 해요.”

“이번에 연봉 협상하는데 다들 첫 마디가 박경호하고 최일준이더라고요.”

“그나마 최일준 언급하는 선수들은 낫지. 급도 안 되는데 박경호 타령하는 선수들 보면 협상이고 자시고 확 엎어버리고 싶다니까?”

“아니 무슨 구단은 땅을 파서 장사합니까? 좋은 계약을 받고 싶으면 스타즈만큼 성적을 내든가요.”

“하아. 이게 다 박유성 때문이야. 박유성이 한국 야구 다 망쳐놓은 거라고.”

각 구단들의 불만을 대변하듯 언론들도 스타즈의 지나친 돈 잔치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김재식 단장은 선수들과 재계약을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정석 선수는 뭐라고 합니까?”

“에이전트가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합니다.”

“100퍼센트 인상이면 해줄 수 있는 최선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장기 계약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김정석 선수 올해로 네 시즌 째잖아요? 풀타임으로는 세 시즌 반이고요. 그런데 어떻게 장기 계약을 합니까?”

“아시잖습니까. 김정석 선수하고 송찬우 선수가 동기인 거.”

“동기라고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올 시즌 성적도 작년보다 나빠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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