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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335화 (335/412)

타자 인생 3회차! 335화

39. 카운트다운(3)

연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스타즈 팀장급 직원들의 연봉은 1억 정도.

다른 구단과 비교했을 때 대우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 시리즈 우승 이후 팀장들은 성과급으로 연봉의 200퍼센트를 챙겼다.

입사 계약 당시 약속받은 우승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긴 것이다.

신생 구단에 입사한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스타즈 구단에서는 팀 성적과 연동되는 성과급 제도를 실시했다.

물론 쉽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스타즈가 5할 승률 이상을 달성할 경우 연봉의 10퍼센트.

스타즈가 6할 승률 이상을 달성할 경우 연봉의 30퍼센트.

스타즈가 7할 승률 이상을 달성할 경우 연봉의 50퍼센트.

스타즈가 8할 승률 이상을 달성할 경우 연봉의 100퍼센트.

이 옵션을 처음 봤을 때 스타즈의 모든 직원들은 승률 6할에 시선이 멈췄다.

리그 1위 팀도 승률 7할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최대치는 30퍼센트.

그 정도만 받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시즌, 박유성이라는 괴물이 입단하면서 스타즈는 불가능이라 여겼던 승률 8할을 찍어버렸다.

덕분에 자리한 팀장들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연봉만큼의 보너스를 챙기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타즈의 정규 시즌 우승에 걸린 보너스가 연봉의 50퍼센트.

한국 시리즈 우승에 걸린 보너스가 또 연봉의 50퍼센트였다.

여기에 각 부서들마다 별도의 보너스가 나올 예정이고.

우승 기념으로 신상욱 회장이 연말 보너스까지 약속한 상황이었다.

‘박유성만 잘해주면 2연패, 아니, 3연패도 충분히 가능해.’

‘2연패면 30퍼센트를 추가로 받지? 거기에 회장님도 더 쏘실 테고.’

‘연봉 몇 푼 아끼겠다고 박유성 긁는 건 손해야. 박유성이야 보여줄 거 다 보여줬는데 무리할 이유도 없잖아?’

‘박유성 메이저리그 가기 전에 바짝 벌어놓아야 해. 이런 기회, 다시는 없어.’

물론 1억 전후의 연봉 전체를 포기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정말로 연봉 총액이 문제라면 십시일반이나마 보탤 생각이었다.

“황 팀장도 보탠다고?”

안준혁 스카우트팀장이 황인철 마케팅 팀장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어지간해서는 술 한잔 사지 않는 황인철 팀장까지 합세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자 황인철 팀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보너스 나오면 살 만해집니다.”

“그럼 더 아껴야지.”

“솔직히 스타즈가 우승하려면 몇 시즌 더 고생해야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우승하고 나니까 내년에 또 우승하고 싶습니다.”

“그건 다 마찬가지 아니야?”

“그러니까요. 까놓고 박유성 선수는 10억이 아니라 100억을 받아도 되잖아요? 박유성 선수 보려고 홈 원정 상관없이 관중들 몰려드는 거 아시죠? 작년 홈 매진 우리 구단이 압도적 1등입니다.”

프로 야구 한 시즌은 총 150경기.

그중 75경기가 각 구단의 홈에서 치러진다.

지난해 스타즈 홈이 팬들로 가득 찬 건 10번.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구단이다 보니 관중 동원력이 다른 구단에 비해 떨어졌다.

심지어 10번의 만원 사례 중 5번은 송찬우 입단 이후였다.

LA 올림픽 우승과 파이터즈의 에이스, 송찬우의 이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관중들이 몰리지 않았다면 지난 시즌도 한 자릿수 매진에 그쳤을 터였다.

시즌 초.

황인철 마케팅팀장이 올 시즌 매진 목표를 20경기로 잡았을 때 마케팅팀 내부의 반발이 쏟아졌다.

“15경기도 될까 말까인데 무슨 20경기예요?”

“박유성 효과는 잠깐이라니까요? 성적이 나와야 관중들이 오죠.”

“4월부터 리그 1위를 질주하는 게 아니라면 20경기는 불가능해요. 15경기로 낮춰요.”

“그냥 작년처럼 10경기 하면 안 돼요? 괜히 달성 못 하면 성과급도 안 나올 거 같은데…….”

하지만 정작 박유성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랜더스 원정 3연전이 매진되면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더니 라이온즈부터 타이거즈로 이어지는 홈 6연전 중 4경기 티켓이 전부 팔려 나가며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총 75경기 중 관중석을 꽉 채운 경기는 48번.

프로 야구 12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였다.

48번의 매진 사례 덕분에 스타즈의 전체 입장 관중도 송현민이 뛰던 2027년 트윈스를 제치고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올해 마케팅팀의 성과급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됐고.

황인철 팀장도 코인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제 코가 석 자라 관중이 많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거든요? 그런데 올 시즌 치르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역시 관중은 많을수록 좋아요. 주중 경기에 관중석 비면 꼭 제가 잘못한 것 같더라고요.”

“아니 그런 책임감을 이제야 느낀 거야?”

“올해라도 느낀 게 어딥니까? 암튼 저는 앞으로도 계속 책임감 있게 일하고 싶습니다. 내년 시즌 목표가 매진 50회 달성인데 박유성 선수 기를 팍팍 살려줘야죠. 타격 8관왕 기를 꺾어서야 되겠습니까?”

본래라면 가장 부정적이었을 황인철 팀장이 박유성 연봉 사수의 최선봉에 서자 김재식 단장도 생각을 바꿨다.

“박유성 선수와의 협상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본래 선수 연봉에 대해서는 내부 평가가 가장 짜게 마련인데 더 올려줘야 한다고 하는 걸 보면 저희가 놓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황 팀장님은 갑자기 왜 저렇게 바뀌신 겁니까?”

“아, 그거요? 그게…… 황 팀장이 코인에 크게 물렸다는 얘기 들으셨죠?”

“네. 손실률이 마이너스 70퍼센트라고요.”

“그나마 조금 오르긴 했다는데 손실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올해 다른 곳에서 이득이 났다고 합니다.”

“다른 곳이요?”

“신성 그룹 주식을 샀던 것 같은데 올 한 해만 엄청 올랐잖습니까. 거기에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받게 되니까 코인을 정리할 용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아, 그럼 코인은……?”

“절반도 못 건지긴 했지만 언제 오를지 모를 코인 차트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사실 그 일로 와이프하고 별거 중이었는데 얼마 전에 잘 푼 모양이더라고요.”

“어이구,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저하고 스카우트 팀장님만 알고 있었습니다. 황 팀장이 가정사가 알려지는 걸 꺼려 해서요.”

“그래도 잘 해결됐다니 다행입니다.”

“네. 결과적으로는 박유성 선수가 황 팀장 가정사를 해결해 준 꼴이 됐죠.”

“오호. 그래서 아까……?”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스타즈 직원 모두 박유성 선수가 스타즈 소속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수니까요.”

“하아……. 그 얘기를 들으니까 또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저도 작년에 박유성 선수 계약할 때 PTSD 오는 기분입니다.”

안재희 운영팀장의 말에 김재식 단장도 쓰게 웃었다.

“박유성 선수 계약하고 나서 난 항의 전화 많이 받았는데 안 팀장은 어땠어요?”

“저도 다른 구단 관계자들 일부러 피해 다녔습니다. 단순히 계약금이 과했다는 푸념이면 들어주겠는데 헛돈을 썼다고 비아냥대니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도 안 팀장은 회사 임원들에게 전화를 받진 않았잖아요.”

“헐, 신성 그룹 임원들에게 전화가 왔습니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임원도 전화해서 나무라더라고요. 회장님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말려야지 옆에서 거든다면서요.”

“그분들 지금 바들바들 떨고 있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5월쯤 되니까 전부 다시 연락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요. 박유성 선수 덕분에 그룹 이미지도 좋아지고 주가도 오르니까 겁이 났겠죠.”

“그중에서 회사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선 임원은 몇 명이나 될까요?”

“글쎄요. 예전처럼 감사 팀에 있었다면 전부 조사해 봤을 텐데 참……. 어쨌거나 박유성 선수 덕분에 저도 편해졌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 치르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삐거덕거리게 마련인데 박유성 선수가 워낙 잘해줘서 올해는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거 얘기를 하면 할수록 박유성 선수에게 빚진 기분이 드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나머지 선수들부터 치우고 가시죠.”

“나머지 선수들부터요?”

“본래 고과 1위 선수를 기준으로 연봉 협상을 하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박유성 선수는 너무 압도적인 1위니까요. 가장 마지막에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송찬우 선수부터 만나야 하나요?”

“아뇨. 박경호 선수부터 계약하셔야죠. FA니까요.”

스타즈의 주전 선수들 중에 올 시즌 FA 자격을 획득하는 건 랜더스에서 이적한 박경호뿐이었다.

박경호가 랜더스로 오기 전까지 최고참 역할을 했던 최일준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참가로 100일을 보전받고도 6일이 부족해 FA 자격 획득에 실패했다.

“박경호 선수 계약이 어떻게 됐죠?”

“4년에 100억이었습니다. 옵션이 2억 5천만 원씩 10억 걸려 있었고요.”

“그렇다면 지난 계약과 비슷한 수준이면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박경호 선수도 만족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계약 기간이겠죠.”

“계약 기간이라.”

“박경호 선수도 내후년이면 서른이라서요. 4년 계약보다는 6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박경호가 0.288의 타율과 22홈런을 기록했을 때 야구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0.306의 타율과 29홈런으로 100억 계약을 이끌어낸 이후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이은 국가 대표 차출로 인해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는 핑곗거리는 있겠지만 랜더스 구단은 한발 앞서 포스트 박경호 시대를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당시 랜더스 출신 한 해설위원은 박경호가 올 시즌 이후 FA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랜더스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지금의 평가는 달랐다.

0.309에 31홈런, 101타점.

개인 최고 타율에 생애 첫 30홈런과 100타점을 달성한 박경호를 두고 한물갔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철저하게 구단의 관리를 받으며 만들어낸 성적이라 의미하는 바가 더 컸다.

“백업 선수인 김 산 선수를 키우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요.”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으로 해결하긴 어려울까요?”

“국대 포수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10년 후에도 박경호 선수와 나경석 선수가 우선 선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김 산 선수는 일찍 군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낫겠네요.”

“네. 2군에 포수 자원이 많으니까 김 산 선수가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때까지는 박경호 선수 위주로 가야 합니다.”

오랜 논의 끝에 김재식 단장은 6년 162억 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송광철 대표와 만났다.

연평균 금액은 27억으로 지난 계약과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연간 옵션 5억 원과 50퍼센트 세금 보전을 추가로 제안하자 송광철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그럼 오신 김에 사인하시죠.”

“저도 그러고 싶은데 박경호 선수가 원하는 조건이 있어서요.”

“조건이라면……?”

“박경호 선수는 가능하면 스타즈에서 은퇴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엉덩이가 무거운 스타일이라서요.”

박경호는 7년 계약을 원했지만 송광철 대표는 과감하게 10년 계약을 요청했다.

그리고 세 차례의 추가 협상 끝에 7+3년에 총액 25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이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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