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34화 (334/412)

타자 인생 3회차! 334화

39. 카운트다운(2)

“이쯤 되면 박유성 선수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로 조사해? 도핑으로?”

“주가 조작으로요.”

“차라리 타이틀 독과점이 낫겠다.”

“그런데 박유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언제 가는 거예요?”

“지금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3년을 더 채워야하는데 모르지. 1년이 더 줄어들지도.”

한국 시리즈 직후 참가한 U-23 야구 월드컵과 아시아 프로 야구 챔피언십에서 연거푸 우승하면서 박유성의 국가 대표 포인트는 210점까지 늘어났다.

현 제도상 한 시즌에 해당하는 145점 이상의 점수는 무의미했지만.

국가 대표 포인트를 해외 진출에 한해 최대 2시즌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박유성 법이 통과될 경우 290점까지 80점만 남게 된 셈이다.

“아시안 게임이 몇 점이지?”

“출전하면 기본 20점에 동메달이 10점, 은메달이 20점, 금메달이 30점입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거의 다 불참할 테니까 우리가 우승하겠지?”

“우승이 유력하죠. 최소 은메달은 확정이고요.”

“그렇다면 최소 40점 잡고, 나머지 40점을 프리미어 12에서 채워야 하는 거지?”

“프리미어 12도 슈퍼 라운드만 진출하면 40점이에요.”

“그럼 사실상 국대 점수는 다 모은 거네?”

“큰 부상을 당해 경기에 뛸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100퍼센트라고 봐야죠.”

냉정하게 아시안 게임 야구는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종목이었다.

아시아 국가들만 참가하는 대회인 데다가 숙적 일본이 아마추어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리다 보니 대만 대표팀 이외에는 경쟁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불규칙적으로 열리는 올림픽 야구를 제외하고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국제 대회라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의 의지도 상당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5연패를 달성한 상태고.

2026년 나고야 아시안 게임 때처럼 일본에서 프로 선수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박유성만 합류한다면 무난한 우승이 점쳐졌다.

박유성이 2030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 야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조기 포스팅 신청까지 남은 점수는 30점.

프리미어 12에서 슈퍼 라운드에 진출만 하면 최소 40점이 확보되는 만큼 국가 대표 포인트가 부족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낮았다.

“그런데 선수가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포스팅이 되는 건 아니지?”

“구단이 허락해 줘야 할걸요?”

“스타즈가 허락해 줄까?”

“허락은 해주겠죠. 일단 올 시즌 통합 우승을 했으니까요.”

“하긴. 트윈스도 통합 우승해서 송현민 보내준 거였잖아?”

“그래도 속은 쓰릴 겁니다. 기사 보니까 올해 박유성이 받은 보너스만 30억이라더라고요.”

당초 수백억이 될 뻔했던 박유성의 옵션 보너스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옵션 계약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본래라면 소스를 얻은 기자들이 기사화하고 구단과 선수가 부인하는 수순으로 이어졌겠지만.

스타즈 구단은 송광철과 논의 끝에 옵션 계약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유성 올해 연봉이 얼마였지?”

“신인 선수들은 예외 없이 5천만 원이죠.”

“계약금 받았잖아.”

“계약금 삼 등분 해서 붙이면 7억쯤 되겠네요.”

“올해 챙긴 돈이 7억인데 옵션으로 30억이라. 지나친 거 아닌가?”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직장인들이 인정하더라고요.”

“직장인들이 인정을 해?”

“제가 무슨 글을 봤는데 박유성 올 시즌 활약상은 대기업에서 7개월간 돈 되는 프로젝트를 싹 떠맡아서 전부 다 A등급 이상 받은 꼴이래요.”

“그렇게 하면 성과급이 잘 나오나?”

“그렇게 받아본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남들보다는 훨씬 많이 받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하긴. 박유성은 전무후무한 타격 8관왕이지?”

“그것도 박유성 말고는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대기록이죠.”

3할부터 시작해서 7할 이상 시 추가 보너스 5억에 1리마다 2천만 원을 받기로 했던 기존 옵션에서 변경된 타격 옵션은 다음과 같았다.

별도의 보너스 없이 4할 이상부터 1리당 1백만 원 추가.

5할 이상부터 1리당 2백만 원 추가.

6할 이상부터 1리당 3백만 원 추가.

7할 이상부터 1리당 4백만 원 추가.

8할 이상부터 1리당 5백만 원 추가.

9할 이상부터 1리당 1천만 원 추가.

올 시즌 0.749의 타율을 기록한 박유성은 타격에서만 9억 6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여기에 추가로 50홈런부터 시작하는 홈런 보너스가 4억 2천만 원.

200안타부터 시작하는 안타 보너스가 2억 8천만 원.

150타점부터 1타점당 100만 원씩 적립되는 타점 보너스가 6,700만 원.

150득점부터 1득점당 50만 원씩 적립되는 득점 보너스가 1억 4,100만 원.

도루 보너스 1억 1,800만 원에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산한 OPS 보너스가 3억이었다.

타격 관련 합산 보너스를 전부 더한 금액은 무려 22억 8,600만 원.

거기에 신인왕 보너스 1억 8천만 원과 리그 MVP 보너스 5억, 골든 글러브 보너스(유력) 1억 2천만 원이 추가되면서 30억이 넘는 가욋돈을 손에 쥐게 됐다.

“스타즈 우승 보너스가 얼마라고 했지?”

“구단주가 푼돈만 30억이 넘으니까 주전급 선수들은 두당 2억쯤 챙겼을걸요?”

“그럼 연봉까지 싹 다 해서 40억인데 흠……. 또 막상 이렇게 따지니까 엄청 많은 느낌은 아니네.”

“당연히 아니죠. 박준수가 6년에 195억 받았잖아요. 연평균 32억 5천만 원에 우승 보너스 받고 또 별도 옵션도 받아서 40억 다 될 거예요.”

“박유성하고 똑같네?”

“그런데 WAR은 박유성이 박준수보다 4배 이상 높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박유성은 한 150억쯤 받아야죠.”

“메이저리그도 아니고 한국에서 150억이 말이 돼?”

“150억이면 메이저리그에서 1,200만 달러밖에 안 되는데 너무 적죠. 송현민도 1,500만 달러를 받았고 퀄리파잉 오퍼도 2천만 달러 이상이잖아요.”

“암튼 스타즈는 속 좀 쓰리겠어. 대우를 해주면 뭘 해? 내후년이면 메이저리그 가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걸요? 박유성 덕분에 주가 엄청 올랐잖아요. 내가 신성 그룹 회장이면 주가 상승분 감안해서 올해 연봉 두둑하게 챙겨줄 겁니다.”

시즌이 끝나자 야구팬들의 관심은 박유성의 내년 시즌 연봉으로 향했다.

현 프로 야구 2년 차 최고 연봉 기록은 트윈스에서 레인저스로 이적한 송현민이 가지고 있었다.

데뷔 시즌 0.311의 타율과 21홈런, 86타점, 27도루로 데뷔 시즌 20-20에 신인왕과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면서 연봉 인상 폭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여론을 의식한 트윈스 구단은 과감하게 420퍼센트 오른 2억 1천만 원을 안겨주었다.

당시에는 트윈스에서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책정했다는 비난이 많았다.

하지만 박유성의 내년 시즌 연봉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반응은 달랐다.

└일단 10억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음?

└10억이요? 2년 차 최고 연봉이 2억 1천만 원이었는데요?

└23송현민보다 29박유성이 WAR 7배 높은데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박유성 메이저리그 가기 전에 100억 넘기겠네요.

└넘길 수도 있죠.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연평균 4천만 달러 얘기 나오는 거 모름?

└박유성 올 시즌 엄청 잘한 거 인정하는데 10억은 좀 선 넘는 느낌입니다. 1,000퍼센트 인상된 5억이 어떨까 싶네요.

└님. 1,000퍼센트면 5억 5천만 원입니다.

└솔직히 5억은 너무 적죠. 최소 8억 선은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8억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음. 내년 시즌 연봉 기록도 세워야 하고요.

└사실 3년 차부터 연차 최고 연봉 인상률은 의미 없어요. 최저연봉 받다가 갑툭튀 하면 인상률 확 올라갑니다.

└맞아요. 인상률보다 중요한 건 금액이죠. 무슨 인상률 타령입니까?

└그런데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올 시즌 박유성 보너스만 30억인데 연봉 10억이 의미가 있습니까?

└어차피 보너스로 작년 이상 받아갈 예정임 ㅋㅋㅋ

└그래도 연봉은 올려줘야죠. 성과급만 받을 수는 없잖아요?

└아니 내 말은 이미 수령 연봉이 30억이 넘는데 10억으로 성에 차겠냐는 거죠.

스타즈 구단도 박유성의 연봉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박유성 선수 연봉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죠?”

“어이구, 그럴 리가요.”

“그렇다면 관건은 금액인데…… 이거 얼마를 올려줘야 할까요.”

김재식 단장이 나직이 푸념했다.

비교 대상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좋을 텐데.

프로 야구 역사상 타격 8관왕과 7할 타율을 동시에 달성한 전례가 없었다.

심지어 박유성은 포스트 시즌 성적까지 좋았다.

챔피언십 시리즈와 한국 시리즈를 포함해 8경기에 출전해 0.906의 타율과 9개의 홈런, 23타점에 8도루까지.

팬들은 포스트 시즌 성적만으로도 계약금으로 받은 20억 원을 다 털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일단 시즌 성적 기준으로 책정했던 게 1,500퍼센트 인상이었습니다.”

“기준 금액입니까? 아니면 최종 금액입니까?”

“당연히 기준 금액이죠. 협상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무턱대고 협상 테이블을 펼 수는 없으니까요.”

신인 연봉에서 1,500퍼센트 인상이면 8억 원.

2년 차 최고 연봉을 받았던 송현민의 기록을 4배 가까이 뛰어넘는 액수였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의 반응은 놀라움보다 우려에 가까웠다.

“8억으로 될까요? 10억 이상을 줘도 부족할 거 같은데요.”

“기준점이 8억이라잖아요. 협상 과정에서 올라가겠죠.”

“그러니까요. 10억 언더 불렀다가 욕만 먹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10억 이상 줄 거면 10억부터 시작하시죠?”

“저도 그게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팀장들이 저마다 기준점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자 안준혁 스카우트팀장이 김재식 단장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8억도 적은 돈이 아닌데 10억 이상으로 올리자고요? 내년 시즌 연봉은 한정적입니다. 박유성 선수만 올려주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합니까?”

올해 적용된 옵션 계약은 내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았다.

박유성이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옵션으로 연봉 이상의 보너스를 챙기게 될 터.

그렇다면 연봉은 여론에 끌려다니기보다 원칙을 지키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흠…….”

분위기에 휩쓸렸던 김재식 단장도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올 시즌 통합 우승을 했으니 내년 시즌 선수들의 연봉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달라는 대로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박경호가 FA로 풀린 상태고 송찬우와도 장기 계약을 진행해야 했다.

거기에 장영호와 최일준, 김정석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찍었고.

박유성만큼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김혜성과 손지원, 이동엽, 장태수도 섭섭지 않게 챙겨줘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유성의 연봉만 지나치게 올려준다면 내부의 반발을 사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당초 계획대로 8억 선에서 진행하는 게 어떻습니까?”

김재식 단장이 다시 입을 뗐다. 그러자 팀장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유성 선수 연봉 올려줄 돈이 부족하면 제 연봉으로 채우셔도 됩니다.”

“저도요!”

“저도 보태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박유성 선수는 우리 구단 간판이잖아요? 간판선수 푸대접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