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27화 (327/412)

타자 인생 3회차! 327화

38. 한국 시리즈는 처음이라(9)

1차전이 끝나고 히어로즈 홈페이지인 영웅 마당에는 팬들의 푸념이 쏟아졌다.

└진짜 송혁 감독 뭘 하는지 모르겠음.

└장진수 사흘 만에 다시 등판시킬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코비 아노도 있는데 장진수를 무리해서 올리는 게 말이 되나요?

└코비 아노도 휴식일 부족한 건 똑같지 않나요?

└코비 아노 챔시 5차전에 등판했습니다. 오늘 올라왔으면 정확하게 4일 쉬고 던지는 거예요.

└챔시 7차전 때 코비 아노 잠깐 등판했잖아요.

└그때 겨우 한 타자 잡고 내려갔어요.

└그 한 타자를 잡기 위해서 불펜에서 공을 몇십 개 던져야 하는 거 모르세요?

└애당초 코비 아노가 등판 가능하다고 했는데 송혁 감독이 장진수 선택한 겁니다. 코비 아노는 아무 문제 없어요.

└장진수 1차전에 올린 게 4차전 때문이라던데 사실인가요?

└스타즈는 4선발 로테고 우리는 3선발 로테니까 4차전에서 장진수하고 김혜성 만납니다.

└김혜성 상대로 장진수가 이길 수 있음?

└그렇게 따지면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외국인 용병에 송찬우까지 20승 넘겼고 김혜성이 18승이에요.

└선발이 문제가 아니라 타자들이 문제입니다. 어떻게 한 점을 못 내나요.

└저도 딱 이 생각했어요. 챔시 7차전 때처럼 쫓아가는 그림이라도 나와야 응원을 하죠. 스타즈가 6회부터 손지원 올려줬는데 못 터는 건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저기요. 손지원이 만만합니까? 우리 팀 선발 투수 중에서 손지원보다 잘 던진 건 브랜든 멕케니밖에 없습니다.

└다들 5선발이라고 우습게 여기는 손지원 시즌 성적 15승 6패 3.33 vs 코비 아노 15승 8패 3.36

└코비 아노하고 직접 비교하는 건 아니죠. 코비 아노는 2선발이고 손지원은 5선발이잖아요.

└손지원 시즌 막판에 에이스급 투수하고 여러 번 붙었습니다. 손지원 노리고 표적등판 한 경우 많아요.

└팩트) 코비 아노는 박유성을 상대했지만 손지원은 박유성을 상대한 적이 없다.

└코비 아노 스타즈 전에 1경기 등판했습니다. 적당히 하세요.

야구 전문가들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고 총평했다.

“애당초 전략을 잘못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코비 아노 선수의 등판이 어려웠다면 김은석 선수나 박채진 선수를 선발로 올렸어야죠. 결국 장진호 선수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하면서 투수만 7명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송혁 감독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독이 된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서 시즌 막판에 승리를 챙긴 도취감에 너무 빠져 있지 않았나 싶어요.”

“상대는 박유성 선수가 버티고 있는 스타즈입니다. 시즌 타율 0.749에 포스트 시즌에서 8할을 넘게 친 괴물 같은 타자에게 이틀 쉰 투수라뇨? 이건 1차전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1차전을 잡은 팀이 시리즈를 가져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끔 이변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걸 이변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아야 해요. 1차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단기전은 흐름입니다. 1차전 승리 팀이 주도권을 잡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무기력한 패배는 시리즈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송혁 감독은 코비 아노가 제이슨 마이너를 잡아 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올 시즌 제이슨 마이너의 성적은 20승 4패에 평균 자책점 2.75

히어로즈의 에이스인 브랜든 멕케니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저스틴 스몰이나 송찬우에 비해서는 할 만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어차피 원정 2연전의 목표는 1승이었어. 1승만 챙기고 홈으로 오면 조금 더 유리하게 판을 짤 수 있어.”

송혁 감독은 1차전의 대승이 스타즈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석아.”

“네. 감독님.”

“스타즈 타자들이 전체 다 손맛을 봤으니까 방망이가 쉽게 나올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맞춰 잡도록 해.”

“알겠습니다. 감독님.”

포수 나경석이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송혁 감독의 말처럼 스타즈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덤벼준다면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좀 더 수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스타즈도 마냥 한국 시리즈 첫 승에 취해있지 않았다.

“코비 아노는 장단점이 명확한 투수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면 다양한 레퍼토리를 앞세워 타자들을 쉽게 요리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틀어지면 유인구를 던지다 자멸하는 스타일이야.”

2차전에서 스타즈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히어로즈의 2선발 코비 아노.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브루어스에서 뛰다가 올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193㎝의 키에 비해 다소 왜소한 체격으로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는 158㎞/h까지 구속을 찍었지만.

토미 존 서저리 이후 구속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지금은 140㎞/h 후반대의 포심 패스트 볼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교파 투수로 전향했는데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던지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커브에 추가로 체인지업과 커터를 장착하면서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맞춰 잡는 투수로 진화했다.

“코비 아노도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에 등판해서 베스트 컨디션은 아닐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공을 오래 지켜보도록. 1차전처럼 경기 초반에 점수를 뽑아준다면 2차전도 쉽게 끌고 갈 수 있어.”

김석률 감독은 큰 틀에서 코비 아노를 신중하게 상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세세한 팁은 박유성이 잡아주었다.

“유성아. 코비 아노 약점이 뭐야?”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전략분석팀에서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너한테 물어보라던데?”

“뻥 치지 마요.”

“진짜라니까? 그리고 우리 중에 코비 아노 상대로 3안타 이상 친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코비 아노는 올해 스타즈를 상대로 단 1경기에 출전했다.

6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는데 그 두 점이 전부 박유성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제아무리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던 스타즈 타자들이라 하더라도 올 시즌 처음 상대하는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뻥뻥 때려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도 뻔한 전략 분석 자료보다 박유성의 경험에 기대려 들었다.

“준수 형. 형은 어떤 공이 제일 까다로웠어요?”

“나? 나는 스플리터. 포심하고 구분이 안 되더라.”

“무슨 소리예요? 딱 보면 알겠던데.”

“어떻게 알아?”

“글러브 위치가 다르잖아요. 포심 던질 때는 가슴 아래. 스플리터는 가슴 위.”

“넌 그게 보이냐?”

“집중하고 보면 다 보여요. 다들 머릿속에 구종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못 보는 거라고요.”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코비 아노의 주무기는 스플리터.

포심 패스트 볼처럼 날아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훅하고 가라앉는 공에 수많은 타자가 헛스윙을 연발했다.

하지만 2회차 시절 코비 아노를 상대해 봤던 박유성은 코비 아노의 습관을 훤히 꿰고 있었다.

“타석에 서면 글러브 위치만 봐요. 그럼 바로 알게 될 거에요.”

“포심과 스플리터 구분법은 알겠는데 코비 아노는 구종이 많잖아?”

“슬라이더나 커터 던질 때 팔꿈치가 내려와요. 게다가 횡으로 꺾이는 구종이라 쉽게 대처할 수 있어요. 커브는 그냥 보여주기식이고요.”

“체인지업은?”

“체인지업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오른손 타자 상대로 주로 던져요. 그러니까 영호 형만 조심하면 돼요.”

“왜 나만 조심해? 블레이크하고 경호 형도 있는데?”

“블레이크는 최근에 타격 밸런스 잡아서 괜찮아요. 경호 형은 짬이 얼마인데요? 그런 공 백날 던져봐야 경호 형한테는 안 통해요.”

“미안한데 지난 경기 때 그 공에 병살 쳤다.”

“크흠. 내일 안 당하면 되는 거죠.”

흔히들 야구에서 우승을 하려면 5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리그 톱 클래스 테이블 세터.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4번 타자.

확실한 1선발.

든든한 안방마님.

경기 후반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마무리 투수.

마무리 투수인 김정석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 스타즈는 이 5대 조건을 전부 갖췄고 결과적으로 압도적인 성적으로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우승하려면 다른 조건이 더 필요했다.

바로 포스트 시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스타즈로 이적했을 때 박경호는 자신이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준수라는 국가 대표 클린업 타자가 있지만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만큼 자신의 역할이 클 거라 여겼다.

그런데 생각보다 박경호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4할도 5할도 아닌 무려 7할을 치는 타자가 팀에 있었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타율 1위를 달린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퍼포먼스를 3년 이상 꾸준히 보여준다면 모르겠지만.

한 시즌 반짝하는 실력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이끌기가 어려웠다.

구단마다 프렌차이즈 스타를 중용하는 것도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서였다.

슈퍼 루키인 박유성은 이제 막 프로에 데뷔했고.

박준수는 아직 어린 편이며 작년에 이적한 동갑내기 송찬우 역시 투수조의 리더를 맡기에도 벅차 보였다.

그러나 박유성이 말 그대로 미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박경호가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

본래라면 한국 시리즈 우승이 한 발 가까워졌다며 들떠 있을 후배들을 챙기느라 정신없었겠지만.

박유성이 리더로서 선수들을 다잡아 준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들 어제 경기는 잊어요. 어제는 초반에 경기 흐름이 넘어와서 편하게 치른 거고 오늘부터가 진짜 한국 시리즈예요.”

“유성이 말이 맞아. 어제는 그냥 상대가 자멸한 경기였어. 이길 생각이 없는 상대를 탈탈 턴 것뿐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다를 거예요. 오늘까지 내주면 2패를 안고 홈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면 홈 3연전을 전부 다 잡아도 우승을 확신할 수 없어요.”

“유성이 말처럼 히어로즈는 오늘 경기를 무조건 잡으려고 들 거야. 제이슨 상대로 히어로즈가 1승을 챙겼으니까 자신감도 있을 테고.”

“제이슨은 경호 형이 잘 리드할 거예요. 우리는 감독님 말씀처럼 제이슨이 편하게 던질 수 있게 경기 초반에 점수를 내야 해요.”

“그래서 구체적인 작전이 뭐야?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타격하는 거?”

“아뇨. 빠른 공만 노려요.”

“빠른 공?”

“코비 아노의 주무기는 스플리터잖아요. 그걸 못 던지게 만들어야 해요.”

“저기 선생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실래요?”

구석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장태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박유성이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장태수를 바라본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코비 아노의 스플리터는 그 자체가 위협적인 게 아니에요. 구속 자체도 빠르지 않고 대부분 유인구로 쓰니까 구종만 파악하면 얼마든지 골라낼 수 있어요.”

“하긴. 포심 패스트 볼과 연달아 들어오니까 헷갈리는 거지 스플리터 하나만 떼놓고 보면 못 칠 정도는 아니지.”

“바로 그거에요. 스플리터에 겁을 먹고 들어가면 다른 구종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전략 분석 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코비 아노의 스플리터 구사 비율은 15퍼센트밖에 안 돼요. 포심이 45퍼센트. 슬라이더가 20퍼센트라고요. 한 타석에서 하나 정도 던질 공에 정신 팔릴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유성이 말은 이거야. 우리가 포심을 노리면 스플리터를 쉽게 던지지 못할 거라는 거지. 코비 아노의 스플리터 구속이 150㎞/h 이상이라면 그냥 한복판으로 던지라고 사인 낼 수도 있어. 하지만 140㎞/h도 안 나오는 공이라면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던지는 게 최선이야. 그마저도 포심 패스트 볼로 카운트를 잡고 난 다음에 사인을 내는 게 정석인데 포심을 얻어맞으면 스플리터 사인을 내기가 어렵지.”

“코비 아노는 던질 수 있는 공이 많아서 볼카운트가 불리하면 노림수를 가져가기 어려워요. 어차피 카운트는 포심으로 잡으려 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 공을 노리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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