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19화 (319/412)

타자 인생 3회차! 319화

38. 한국 시리즈는 처음이라(1)

1

정규 시즌이 끝이 나고 포스트 시즌이 시작되자 여느 때처럼 각 방송사들마다 포스트 시즌에 대한 전망을 쏟아냈다.

TV 오선의 주간 야구 토크 프로그램 <심야 대토론>도 특별 편성을 진행하며 숟가락을 얹었다.

“이제 나눔 리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스타즈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타이거즈와 트윈스가 가을 잔치에 합류했습니다.”

구영민 아나운서가 화제를 바꾸자 강일준 기자가 바로 말을 받았다.

“드림 리그와 달리 나눔 리그는 포스트 시즌 진출팀이 일찌감치 확정이 됐습니다. 관건은 누가 2위가 되느냐는 거였는데요. 타이거즈가 마지막에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2위와 3위가 곧바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는데 2위 자리가 그렇게까지 중요한가요?”

“일단 홈에서 먼저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이점입니다. 단기전에서는 첫 경기 승리가 중요한데요. 양대 리그로 개편된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첫 경기 승리팀이 전부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이 의견에 대해 황용기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거든요. 1차전 승리가 중요한데 홈에서 치른다? 그 이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야구 전문 기자들을 모아놓은 프로그램인데 전문성은 오간 데 없고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 때문일까.

평소였다면 딴죽을 걸었을 황용기 기자와 성일호 기자도 강일준 기자의 말에 동조했다.

다음 날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타이거즈가 트윈스를 잡아내자 스타즈의 챔피언십 시리즈 상대 팀은 타이거즈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 2차전을 내준 트윈스가 역스윕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가면서 <심야 대토론>에 비상이 걸렸다.

“양대 리그 체제 이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100퍼센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법칙이 깨졌습니다.”

“이래서 야구는 모른다고 하나 봅니다. 1, 2차전을 타이거즈가 잡아낼 때까지만 해도 3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트윈스가 기적의 드라마를 써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선발 미스 매치의 영향이 컸습니다. 타이거즈는 시즌 막판에 선발들을 당겨 쓰면서 로테이션이 깨진 반면 트윈스는 2위보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힘을 썼거든요. 홈 버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거기서 변수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1차전을 전망했을 때는 임찬기 선수보다 마이크 스마일리 선수 쪽의 손을 들어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단순히 1차전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큰 틀에서 놓고 봤을 때 타이거즈와 트윈스의 전략은 같았습니다. 홈 경기는 국내 선수에게 맡기고 1승이 중요한 원정 경기에 외국인 투수를 내세우는 방식이었죠.”

“3차전까지는 그 계획대로 딱딱 맞아떨어졌습니다. 3차전까지 모두 국내 투수들이 승리 투수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4차전에서 최현우 감독이 욕심을 냈습니다. 순서대로라면 다니엘 존스 선수를 선발로 올려야 하는데 4차전에서 끝내고 싶은 욕심에 임찬기 선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죠.”

“최현우 감독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일단 다니엘 존스 선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다니엘 존스 선수가 원정 경기 성적이 좋지 않거든요. 게다가 트윈스를 상대로 올 시즌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했습니다. 반면 임찬기 선수는 트윈스전에서 3승을 챙겼고 원정에서 이긴 경험이 있습니다.”

“트윈스 파크 원정 경기 통산 성적도 7승 2패에 평균 자책점이 2점대 초반입니다.”

“임찬기 선수를 5차전에 내세우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1차전과는 달리 5차전은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 하거든요. 임찬기 선수가 1차전 때처럼 완벽한 피칭을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임찬기 선수가 흔들리면 답이 없거든요.”

“비록 1차전 맞대결에서는 이겼지만 마이크 스마일리 선수와 단두대 매치는 부담스럽다는 거네요.”

“아마 마이크 스마일리 선수가 부담스럽지 않은 팀은 없을 겁니다.”

“스타즈도 포함입니까?”

“그럼요. 스타즈라고 해서 다를 건 없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세워서일까.

챔피언십 시리즈 전망을 놓고 강일준 기자와 황용기 기자, 성일호 기자는 변수와 상승세를 강조했다.

“저는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 끝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끝까지 봐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인데 스타즈보다는 트윈스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그렇습니다. 일단 단기전은 상승세가 중요합니다. 스타즈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선착했지만 8일을 쉬느라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을 거거든요. 반면 트윈스는 타이거즈를 상대로 역스윕하면서 경기력을 바짝 끌어올렸습니다.”

“포스트 시즌 경험도 무시 못 합니다. 스타즈는 이번이 첫 포스트 시즌인 반면 트윈스는 밥 먹듯이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으니까요.”

“양대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즈의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이 90퍼센트 이상입니다.”

“스타즈의 올 시즌 성적이 워낙에 좋았으니까요. 게다가 트윈스를 제외한 타 구단 팬들은 아무래도 스타즈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죠. 다만 이걸 알아야 합니다. 포스트 시즌은 말이죠. 뭘 해도 용납이 됩니다.”

“뭘 해도요?”

“시즌 중에야 야구팬들 눈치 보느라 박유성 선수와 마지못해 승부했지만 포스트 시즌은 달라요.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싸움에서 박유성 선수와 승부를 할 이유가 없죠.”

“모든 타석에서 볼넷으로 거른다 해도 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심야 대토론>뿐만 아니라 적잖은 프로그램에서 트윈스가 다시 한번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갈 거라 전망했다.

올해 이적한 박경호를 제외하고는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데다가 시즌 막판에 박유성의 타격이 폭발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타자들의 타격감이 주춤한 만큼 트윈스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여겼다.

하지만 1차전 선발로 나선 저스틴 스몰이 1회 초 세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1회 말 볼넷으로 출루한 박유성이 연속 도루로 그라운드를 뒤흔들자 경기 분위기는 스타즈 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따악!

박유성에게 정신이 팔린 트윈스 선발 임민호의 공이 한복판으로 몰려 들어오자 2번 타자 블레이크 테일러가 숨겨두었던 장타 본능을 꺼내 들었고.

따악!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준수까지 백투백 홈런을 때려내면서 스타즈가 경기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젠장할!”

믿었던 임민호가 1회에만 5실점을 하자 윤지현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지난 플레이오프와 달리 스타즈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때는 3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 계획대로라면 임민호는 홈에서 열리는 4차전에 선발 등판해야 하는데 1차전에서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4차전 때 제 공을 던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불펜에 아무도 없지?”

“벌써 바꾸시게요?”

“여기서 더 실점하면 곤란해.”

“지금부터 불펜을 가동하면 내일 경기는 불펜 없이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타이거즈를 역스윕으로 잡아내는 과정에서 트윈스의 불펜도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5차전 내내 호출된 투수만 셋에 모든 불펜 투수들이 3경기 이상 출전하며 트윈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5차전이 끝나고 하루 휴식일을 가지긴 했지만 150경기로 진행되는 시즌을 치르며 지친 상태에서 추가로 공을 던져야 하다 보니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이대로 포기하자고?”

“버릴 경기는 버리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야. 버릴 경기 같은 건 없어.”

“감독님.”

“이대로 스타즈가 분위기를 타면? 그땐 어떻게 할 거야? 오늘 경기를 잡지 못하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 아냐!”

기세 싸움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던 윤지현 감독은 2회 말 박유성 타석 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을 위해 불펜으로 돌린 신인 강우석이 박유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치사한 놈. 좋은 공을 안 준다 이거지?”

청소년 대표팀을 거치며 나름 친분이 있었던 강우석이 이를 악물고 유인구만 던져대자 박유성도 빈정이 상했다.

그래서 5회 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서기가 무섭게 초구를 밀어 때려 왼쪽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넘어갔습니다! 박유성! 세 번째 타석에서 포스트 시즌 첫 홈런을 때려냅니다!

-박유성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은 사실 볼이었거든요. 살짝 높게 들어오긴 했지만 정타를 때려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는데 욕심부리지 않고 정확하게 방망이 중심에 얹었습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상황입니다. 저건 치지 말라고 던진 거예요. 그냥 쑥 훑어보고 다음 공에 대비하면 되는 거라고요. 저걸 왜 칩니까. 하아. 진짜 박유성 선수 해도 너무합니다.

박유성의 벼락같은 홈런 이후 잘 던지던 강우석이 흔들리자 윤지현 감독은 다시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일방적으로 리드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윤지현 감독도 내일 경기를 위해 강우석을 계속 끌고 갔겠지만.

3회와 4회 3점을 따라붙은 터라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차전에만 8명의 투수를 쏟아부은 트윈스는 8 대 3, 5점 차로 패배를 당했다.

잠깐 제구가 흔들려 장타를 얻어맞았던 저스틴 스몰이 7회까지 버텨주며 트윈스 팬들을 희망 고문하는 동안 박유성이 2타점 3루타를 때려내며 경기에 마침표를 때려 박았다.

“내일 경기는 꼭 이기겠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윤지현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다.

2차전 선발은 트윈스의 2선발인 크리스 린.

5차전에 등판한 에이스 마이크 스마일리를 대신해 챔피언십 시리즈 첫 승을 따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스타즈를 상대로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크리스 린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

게다가 스타즈에는 크리스 린을 상대로 4할을 때려낸 타자만 5명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 타구가 완전히 빠집니다! 3루 주자 박유성 홈으로! 2루 주자 블레이크 테일러까지 홈을 밟습니다. 스코어 2 대 0! 어제 1차전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스타즈가 1회부터 점수를 뽑아냅니다.

-트윈스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도 힘들 것 같은데요. 안타를 얻어맞은 걸 떠나서 크리스 린 선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 타자에게 공을 13개 던졌는데 그중 스트라이크가 하나뿐이에요.

-지금 윤지현 감독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데요. 표정이 심각해 보입니다.

-윤지현 감독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1승 1패가 목표였을 텐데요. 오늘 경기까지 끌려가면 홈으로 넘어가더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1차전의 불펜 소비를 고려해 크리스 린을 최소 6회까지 끌고 가려 했던 윤지현 감독은 3회 조기 강판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다시 한번 불펜을 총동원했고.

타자들이 스타즈의 선발 제이슨 마이너를 공략해 내며 4 대 3,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오늘 제이슨 마이너 선수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

-아무래도 휴식일이 길었으니까요.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윤지현 감독의 결단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느낌인데요.

-이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윤지현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스타즈에는 이 선수가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