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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315화 (315/412)

타자 인생 3회차! 315화

37. 어나더 레벨(6)

“전학이라니?”

“검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박유선 양에게 피해가 갈 겁니다. 애당초 신화 여중에 입학한 것도 신화 여고 배구부 진학을 위해서인데 검찰 결과로 인해 신화 여중과 신화 여고가 패널티를 받는다면 박유선 양의 탓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나올 테고요.”

“그래서? 우리 신성중학교로 데려오자고?”

“비록 신화 여중만큼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신성 중학교에도 여자 배구부가 있습니다. 신화 여중과 신화 여고는 당분간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을 테니 이참에 배구 쪽에 투자를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로 축구단 창단에 실패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창단한 프로 여자 배구 8번째 구단 서울 스타즈는 프로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내는 중이었다.

애당초 배구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가 창단 비하인드 스토리에 프로 야구 쪽에서 외면받았던 현실까지 겹치면서 스타즈로 오려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빠듯하다는 샐러리 캡이 남아돌 정도.

“지금 샐러리캡이 얼마지?”

“이번 시즌부터 45억까지 올랐습니다. 그중에 20억 가까이 남아 있고요.”

“선수가 없어서 돈을 못 쓰는 거야, 아니면 성적이 바닥이라 돈을 안 쓰는 거야?”

“둘 다입니다. 주전 선수 중에 다른 팀에서 선발로 뛸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다들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이라서요.”

“그런 걸 계속 끌고 가야 하는 거야?”

“만약에 이 시점에서 배구단을 정리하신다면 분명 말이 나올 겁니다.”

“무슨 말?”

“야구단이 잘나가니까 배구단을 정리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럼 선수라도 좀 주든가. 차포 떼고 뭘 하라는 거야?”

신상욱 회장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야구판과 배구판의 사정이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배구단 창단 시 받은 지원은 지원이라 부르기에도 옹색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용준 비서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회장님. 올해 스타즈는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배구단 쪽도 그런 식으로 체질 개선에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체질 개선?”

“지금 계약 중인 고참급 선수들은 길어야 3, 4년 정도입니다. 그때쯤이면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한 신인 선수들도 제 몫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뭘 해. 스타가 없잖아?”

“박유선 양이 있지 않습니까.”

“유성이 여동생?”

“제가 알아봤는데 배구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것치고는 재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궂은 훈련도 군말 없이 소화하고 있다고 하고요.”

“유성이 여동생이 유성이만큼 해줄까?”

“그렇게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어느 정도만 해줘도 스타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박유성 선수의 가족이니까요.”

“스타성이라.”

다른 구단주였다면 스타성 있는 선수 한 명으로 팀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회의적이었겠지만.

박유성 효과를 누구보다 톡톡히 본 신상욱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욕심이 났다.

박유선은 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화 여자 중학교에서 스카우트를 받을 만큼 선수로서의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늦게 시작했으니 신화 여자 중학교 같은 명문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선수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학교 내에서 박유성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받았고 그 갈등이 터져 버린 상황에서 장차 사돈처녀가 될 박유선을 계속 신화 여자 중학교에 다니도록 두는 것도 어른의 도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실장.”

“네. 회장님.”

“일단 자네가 나 대신 유성이 부모님을 만나 뵙고 와.”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후 사정을 잘 설명드리고 신성 중학교로 전학 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박 과장은 아는 기자들 좀 움직여.”

“그룹 차원의 기사가 아니라 별도로 보도를 내라는 말씀이십니까?”

“유성이 여동생인 거 떼면 그냥 애잖아. 애 하나 전학시키는 걸로 그룹이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 않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조용히 여론을 만들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상욱 회장의 스포츠 관련 특별 보좌관 같은 느낌이었던 박원호 과장은 올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언론 담당.

정확하게는 박유성에게 호의적인 기자들을 별도로 관리하게 됐는데 신성 스포츠에 근무하던 시절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등 언론을 상대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하는 중이었다.

“김 기자님. 접니다. 바쁘십니까?”

회장실을 나온 박원호 과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유선과 관련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기사, 박유성 여동생 말하는 거 아님?

└ㅇㅂㅇ 맞는 듯.

└그거 아직도 안 끝났어요?

└가해자 중에 한 명이 검사 딸이라서 지금 검찰 수사까지 들어갔잖아요.

└헐, 검찰 수사요? 또 봐주기 수사인가요?

└봐주기 못 하죠. 야구팬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뒤지려면 무슨 짓을 못 하겠어요?

└근데 박유성 여동생 따돌림당한 거 맞음? 본인은 전혀 모르는 눈치던데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따돌림당한 게 아닌 건 아니죠.

└신경 쓰지 않을 정도면 그냥 쿨하게 넘겨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 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내 뒷담화 해도 상관없다고. 직장 내 스트레스 그렇게 풀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말이죠. 그러다 단체 채팅방에서 자기 까는 거 알고는 노발대발 부서 뒤집어졌습니다. 험담 주도했던 과장님 퇴사하셨고요.

└ㅋㅋㅋ 이게 팩트죠. 누구나 다 괜찮은 척하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그냥 못 넘어감.

└가해자 친인척인 거 같은데 적당히 해요. 막말로 박유성 여동생이었으니까 이 정도였지 그냥 평범한 여중생이었어 봐요. 검사 딸이 왕따를 주도해? 어휴. ㅅㅂ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네.

└이거 더 글로리 시즌 3 소재 나왔는데 강 작가님께 알려 드려야 하는 거 아님?

└그렇지 않아도 사건 한창 커졌을 때 강 작가님이 SNS에 한마디 하셨어요. 애들이 더 글로리를 못 본 것 같다고. 봤으면 저렇게 못 했을 거라면서요.

└그래서 시즌 3 나오나요?

└SNS 가면 원하는 팬들 많던데 어쩌면 가능할지도? ㅋㅋ

└그런데 박유성 동생은 학교 계속 다닐 수 있음?

└왜 못 다녀요?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인데.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우리 나라는 원래 가해자에게 관대한 나라잖아요.

└박유성 여동생 아니었음 피해자 보호 타령하며 진즉 전학 보냈다에 한 표.

└저도 학창 시절에 왕따 당한 경험 있는데 그냥 전학 가는 게 낫습니다. 가해자들은 대충 봉사활동 하다가 다시 학교로 기어들어 오고 걱정하는 척 굴던 선생님, 친구들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잊어버리더라고요. 걔들하고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도 끔찍해서 그냥 제가 옮겼습니다. 그러니까 좀 살 것 같더라고요.

└님. 힘내요 ㅠ.ㅠ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만 박유성 선수 여동생은 저처럼 마음고생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럽게 기사가 나자 신화 재단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가해자 처벌 자체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가해자가 몇 명이라고요?”

“주도적으로 험담을 한 학생은 27명입니다.”

“체팅방에 있던 학생은요?”

“그게…… 2학년과 3학년을 포함해 150명쯤 됩니다.”

“150명 중에서 27명을 어떻게 추린 겁니까? 그 기준이 뭡니까?”

“그게…….”

“적당히 돈 없고 백 없는 학생들로 고른 겁니까?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그렇다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전부 처벌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체육 특성화 중학교답게 신화 여자 중학교에는 운동부가 많다.

가장 유명한 배구부를 시작으로 농구부와 핸드볼부, 테니스부, 탁구부에 축구 관련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타고 여자 축구부까지 신설됐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 중 절반 가까이가 운동부였고 운동 선수들에게는 민감한 가족 찬스로 신화 여자 중학교에 들어왔다는 오해를 산 탓에 가담자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박유선 양 부모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아직 별말 없으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설마 안 만나보셨습니까?”

“일전에 학교에 찾아오셨을 때 상담했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안 찾아뵀냐고 물어보는 거잖아요!”

“그건…… 담임 교사에게 확인을…….”

“교감 선생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우리 학교 말 치려고 작정했습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교를 찾아온 이사장의 일갈에 교감을 비롯해 교사들이 우르르 박유성의 집을 찾아갔지만 이선영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대충 넘기려던 담임 교사와 교감의 태도에 이미 실망할 대로 실망했기 때문이다.

“유선이 전학시킬게요.”

“아이구, 어머님. 아닙니다. 저희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아니면 가해 학생들 전부 퇴학시키실 건가요?”

“그건…….”

“우리 유선이만 전학 가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시잖아요. 아닌가요?”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교사들은 차라리 잘됐다고 여겼다.

일단 박유선을 전학시키고 나면 언론의 관심도 줄어들 터.

그때 조용히 사태를 수습하면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유선의 전학 수속이 완료가 되고 박유선이 신성 중학교로 옮기던 날.

박유성이 갈 길 바쁜 타이거즈를 상대로 시즌 15호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유성 선수. 오늘 임찬기 선수를 상대로 홈런 포함 3안타를 때려냈는데요. 비결이 뭔가요?”

“실은 오늘 제 동생이 신성 중학교로 전학을 가서요. 못난 오빠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여동생을 위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여동생이 전학을요? 왜요?”

“자세한 사정까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

“그럼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지 모를 여동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유선아. 보란 듯이 성공해서 보여주자. 오빠가 평생 먹을 고기는 책임지마.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제 동생을 받아준 신성 중학교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세상에 이런 오빠가 또 있을까 싶은데요. 평소에 여동생분하고 잘 지내시나요?”

“나이 차이가 좀 나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동생은 아닌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아하, 뭔지 알 것 같네요. 그런데 박유성 선수도 신성 중학교 다니지 않으셨나요?”

“네. 원래 여동생도 신성 중학교에 갈 예정이었는데 신화 여중에서 입학 제안을 받고 일부러 신화 여중을 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참……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박유성의 씁쓸한 표정이 전파를 탄 그날.

신화 여자 중학교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폭파가 됐고.

정부 관련 홈페이지에는 각종 민원들이 쏟아졌다.

이때다 싶어 정치인들도 움직였다.

“그런 학교가 체육 특성화 학교라뇨!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망치려고 작정했습니까?”

“검찰 뭐 합니까? 가해자 중에 검사가 있다더니 정말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겁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유성 보유국이라는 자부심에 살았는데 참 씁쓸합니다. 이건 아니에요. 이래서야 어디 제2의 박유성 선수가 나오겠습니까?”

“문체부 장관!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요! 뭐요? 문체부 소관이 아니에요? 그럼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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