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286화
35. 리얼 올스타(1)
1
[나눔 리그 올스타]
외국인 투수 저스틴 스몰(스타즈) 217만 표
국내 투수 송찬우(스타즈) 267만 표
불펜 투수 김재신(자이언츠) 242만 표
1루수 박준수(스타즈) 311만 표
2루수 페르난도 마차도(타이거즈) 284만 표
3루수 브랜든 포토(트윈스) 254만 표
포수 박경호(스타즈) 296만 표
유격수 박찬희(트윈스) 264만 표
외야수 박유성(스타즈) 506만 표
외야수 민병규(랜더스) 308만 표
외야수 다니엘 브리토(스타즈) 278만 표
지명타자 강승혁(라이온즈) 268만 표
[감독 추천 선수]
투수 – 김혜성(스타즈), 로메오 클레멘스(랜더스), 손범규(자이언츠), 신우현(라이온즈), 임민호(트윈스), 임찬기(타이거즈)
포수 – 강인찬(타이거즈), 임기성(트윈스)
내야수 – 유강민(랜더스), 최일준(스타즈), 장영호(스타즈)
외야수 – 백영완(자이언츠), 박민재(랜더스)
7월 9일 월요일.
올스타 투표 최종 결과와 감독 추천 선수가 발표됐을 때.
나눔 리그 팬들과 드림 리그 팬들의 반응은 완전히 엇갈렸다.
└파이터즈 선수 한 명도 없는 거 실화냐?
└이글스도 감독 추천 선수 한 명뿐입니다.
└해도 너무하네. 이럴 거면 너희끼리 야구 해라.
└재작년에 이글스 준우승하고 작년 올스타전 때 이글스 선수 왕창 뽑은 거 까먹으셨나 보네요?
성적이 좋은 4개 구단에서 올스타 선수들을 독식한 드림 리그와 달리 나눔 리그는 투표로 뽑은 베스트 12부터 감독 추천 선수까지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평이 많았다.
└자이언츠 팬으로서 김재신 뽑힌 것에 만족합니다.
└저도요. 백영완하고 둘이 뽑히길 바랐지만 외야수가 갑자기 전쟁터가 되는 바람에…….
└박유성에 민병규. ㄷㄷㄷ
└참고로 그 둘이 올스타전 전체 투표 1위 3위죠.
└저도 백영완 팬인데 졌잘싸했음.
└결과 좀 아쉬운 라이온즈 팬은 나뿐임?
└네. 너뿐인 듯요.
└다른 팀 팬들은 시비 걸지 말고 갈 길 가시죠?
└저도 라이온즈 팬인데요? 제 게시글 찾아보세요.
└헐, 진짜네. 근데 강승혁 하나로 만족임?
└강승혁도 성적으로 따지면 밀리는데요 뭘. 다른 구단 팬들이 라이온즈도 한 명 나와야 한다고 강승혁 밀어준 거 몰라요?
└그런데 박유성은 어떻게 500만표를 넘게 받은 거지. ㄷㄷ
└??
└???
└님. 집에 TV 없어요?
└투표율이 97퍼센트가 넘어서 놀랍다는 얘기였습니다.
└??
└???
└전반기 끝날 때까지 시즌 타율 7할이 넘는데 97퍼센트가 놀라워요? 오히려 100퍼센트가 아닌 게 더 놀라운데?
└미국 언론들도 득표율 보고 놀라더라고요.
└그렇죠? 97퍼센트가 좀 과하긴 하죠?
└아뇨? 3퍼센트의 반대표를 보고 놀라던데요? 나눔 리그 중에서 외야수 3명 뽑는데 박유성 안 뽑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면서요.
└제대로 낚였네. ㅋㅋㅋ
└이참에 국적도 커밍아웃 하시죠?
└최소 박유성 못 잡아먹어 안달인 기레기거나 박유성 때문에 지명 밀린 찌질이거나.
└대답 없는 거 보니까 둘 중 하나인 거 같은데요? ㅋㅋ
“빌어먹을. 베팍도 완전히 맛이 갔네. 갔어.”
서브 필명으로 여론 조작에 나섰던 오선 스포츠 홍민호 기자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정윤철 기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베팍이 왜요?”
“비판적이던 야구팬들은 하나도 없고 죄다 박유성 빠들뿐이야.”
“7할 타자를 비판하는 게 제정신은 아니잖아요?”
정윤철 기자가 피식 웃었다. 7할 타율로도 모자라 올스타 최다 득표까지 갈아 치운 박유성을 한결같이 싫어하는 홍민호 기자가 이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홍민호 기자는 박유성을 인정해 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7할 타자는 무슨. 7월 타율 6할대로 떨어진 거 몰라?”
“에이, 6할 9푼이면 7할이라고 봐야죠. 아직 7월 일정 다 끝난 것도 아니고요.”
“6할 9푼이 어떻게 7할대야? 6할대지. 그리고 어디 타율만 떨어졌어? 홈런도 줄어들었고 타점도 득점도 도루도 전부 줄었잖아?”
“그래도 전부 다 리그 1위인데요?”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하락세라는 거잖아!”
4월과 5월.
0.750 이상의 타격감을 뽐내던 박유성의 월간 타율은 6월 들어 0.711로 낮아졌다.
시즌 초반에 잘나갈 때 덩달아 안타를 때려대던 이동엽과 장태수가 무안타에 그치는 경기가 많았고.
덩달아 최일준도 손목에 사구를 맞으면서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공포의 하위 타선이 다시 쉬어가는 타선이 되면서 박유성 앞에 주자가 거의 쌓이지 않았고.
2사에 주자가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서는 일이 많아진 박유성도 스윙을 크게 가져가면서 타율이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7월에도 이어지는 중이었다.
7월 초 랜더스, 스타즈와의 홈 6연전에서 3번의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유성의 7월 타율은 0.690으로 6월보다 더 떨어져 있었다.
워낙에 타율이 높아서 한 타석만 안타를 못 쳐도 타율이 거침없이 깎여 나간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하락세라 볼 만한 근거는 충분해 보였다.
“타이거즈 원정 루징은 박유성 때문이야. 마지막 경기에서는 안타도 못 쳤잖아?”
“그전까지 72경기 연속 안타였잖아요. 박유성도 사람인데 한 경기 못 칠 수도 있죠. 그리고 그 경기는 타이거즈가 좀 치사하게 나왔잖아요?”
“치사하긴 뭐가 치사해? 볼넷 작전도 엄연히 작전이야.”
“박유성이 진짜 하락세면 승부를 걸어야죠. 세 타석 연속 볼넷이 뭡니까? 그것도 전부 자동 고의4구로요.”
“그야…… 타이거즈도 2위 자리를 지켜야 하니까 그런 거지.”
6월 막판에 트윈스에게 2위 자리를 내준 타이거즈는 전반기 내 2위 탈환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스타즈가 트윈스를 상대로 스윕을 거두면서 어부지리로 공동 2위에 올라서자 타이거즈는 올스타전 직전에 잡힌 스타즈와의 홈 3연전에 집중했고.
휴식일을 생략하고 1, 2, 3선발을 출격시킨 끝에 스타즈의 3, 4, 5선발을 상대로 2승 1패를 거두며 트윈스를 한 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임찬기의 3연속 자동 고의4구가 나왔는데 박유성은 순위 싸움 중이니까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박유성의 연속 안타 행진이 이어지길 바라던 야구팬들은 임찬기와 타이거즈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홍민호 기자는 타이거즈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7할이 말이 되냐? 일본에서 비웃는 거 몰라?”
“박유성만 잘하는 거잖아요?”
“잘해도 적당히 잘해야지. 7할이 뭐야, 7할이. 리그 수준 떨어지게.”
“박유성 빼면 아무 문제 없는데요?”
“뭐야, 너. 요즘 들어 왜 이렇게 깐족거려? 넌 신성에서 고소 안 받았다 이거야?”
“그러는 선배야말로 뭘 그렇게 악착같이 그래요?”
“내가 뭘?”
“팀장님이 근거 없는 기사 쓰지 말라고 해서 지금 베팍에서 조작하려던 거잖아요. 아니에요?”
박유성의 약물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고 신성 그룹 법무팀에서 박유성의 위임을 받아 고소 고발을 진행한 이후 안성태 스포츠부 편집부장은 기자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엄포를 놓았다.
‘경고하는데 앞으로 한 번만 더 카더라로 기사 쓰다가 고소 먹으면 알아서 해. 그땐 무조건 아웃이야. 오선 나가서 찬바람 맞으면서 법원 들락거릴 자신 없으면 시키는 대로 해. 특히나 박유성 관련 기사는 증거 없이는 아무것도 쓰지 마. 홍민호! 알았어?’
안성태 편집부장은 대놓고 홍민호 기자를 콕 찍어 면박을 줬고.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홍민호 기자는 서브 아이디까지 총동원해 가며 기사를 올릴 조작 증거라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중이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선배 그러는 거 다 아는데.”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리고 야구 기자가 베팍 보는 게 당연하지 무슨…….”
“그런데 왜 아이디가 달라요? 저거 선배 아이디 아니잖아요?”
“내 아이디 차단당했다. 됐냐?”
“베팍 아이디도 차단당했어요? 와 대박.”
“시끄럽고, 너야말로 요즘 왜 그래? 박유성이한테 뒷돈이라도 받았냐?”
홍민호 기자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자신이 쓴 기사를 열심히 베껴 쓰던 후배가 이제 와서 양심 있는 척 구는 게 역겹기만 했다.
하지만 정윤철 기자는 최성국 기자처럼 추잡해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선배.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해요. 박유성도 언젠가는 못하는 날이 오겠죠. 그때 가서 까든가요.”
“그날이 언제인데?”
“글쎄요. 메이저리그 가면 한동안 적응하느라 타율 좀 까먹지 않을까요?”
“그렇지? 잘해야 3할쯤 치겠지?”
“에이, 못해도 3할 중반은 치겠죠. 7할 타자가 메이저리그 가서 3할도 못 치면 그거야말로 대한민국 야구 망신이죠.”
“젠장할. 망하라고 고사 지낼 수도 없고 참…….”
“그냥 저처럼 쿨하게 받아들이세요. 처음에만 어렵지 시간 지나면 편해져요. 조회 수도 쏠쏠하게 찍히고요.”
신성 그룹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도핑 관련 결과지를 보냈을 때.
기득권에 편승해 박유성을 까대던 대다수 기자들은 부리나케 기사들을 삭제했다.
홍민호 기자를 비롯해 기자들 사이에서도 꼰대 소리를 듣는 일부 기자들은 자존심으로 버티다가 기어코 고소장을 받았지만.
정윤철 기자는 홍민호 기자처럼 무모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팀장님 말씀이 맞아. 어느 언론사에나 미친 꼰대 하나쯤은 필요하지. 하지만 내가 그 미친 꼰대가 될 필요는 없어. 그런 역할은 홍 선배에게 맡기고 난 열심히 돈이나 벌자.’
같이 담배나 태우자는 홍민호 기자를 무시하고 정윤철 기자는 야구 팬들이 좋아할 만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29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박유성은 과연 몇 개의 홈런을 때려낼까?]
[양대 리그로 개편된 이후 올스타전 메인 이벤트인 홈런 레이스도 대대적으로 확대가 됐다.
올스타전 전날에 드림 리그와 나눔 리그 예선전을 치른 뒤.
리그 최종 1, 2위가 다시 올스타전 브레이크 타임 때 홈런 레이스 결승을 펼치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
이벤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기존에 팀당 1명씩 받았던 선수를 2명까지 받으면서 참가 선수가 늘어났고.
시간 단축을 위해 한 번에 2명의 타자가 함께 타격을 하는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배팅볼을 치는 거면 박유성이 불리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야구 팬들은 박유성이 우승하는 걸 바랄 테니까.”
정윤철 기자는 홈런 레이스의 방식과 지금까지의 우승 선수들을 나열하며 마지막으로 박유성을 언급했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누가 뭐래도 박유성이다. 전반기에만 39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양대 리그 최다홈런을 때려낸 박유성이라면 앞서 송현민이 기록했던 결승전 9개 홈런 기록도 충분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박유성은 홈런 레이스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홈런 레이스는 홈런 타자들이 나가는 거죠.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협회는 박유성 선수가 나오길 바라고 있을 텐데요?”
“그건 협회 사정이고요. 라이브 배팅이면 한번 해보겠는데 배팅 볼 치는 거면 솔직히 자신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