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283화 (283/412)

타자 인생 3회차! 283화

34. 박유성은 특별해(8)

“다음 소식입니다. 프로 야구 열풍을 이끌고 있는 슈퍼 루키죠. 박유성 선수가 프로 야구 최단 기간 100안타 기록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박영규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연초에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박유성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LA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MVP를 거머쥐었을 때.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박유성의 시즌 기대 성적을 상향 조정했다.

“일단 역대 신인 관련 기록들은 전부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타즈에서 일찌감치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시키겠다고 밝혔으니까요. 기정후 선수가 2017년에 기록한 신인 최다 안타(179개)와 득점(111득점) 기록은 어렵지 않게 경신할 것 같습니다.”

“1993년에 기종범 선수가 세운 도루 기록(73개)도 쉽지는 않겠지만 박유성 선수가 워낙에 주루 플레이를 잘하니까 시즌 막판쯤에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타율과 출루율은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던 장호조 선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신기록 달성이 좀 힘들지도 모릅니다. 장효조 선수가 83년에 0.369의 타율과 0.469의 출루율을 기록했거든요.”

“반면 프로 야구 순수 신인 기준으로 따지면 양준석 선수가 기준이 될 겁니다. 양준석 선수의 기록은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게 타율 0.341에 출루율 0.436입니다. 양준석 선수 기록도 만만치는 않지만 장호조 선수에 비해 3푼 가까이 빠집니다.”

“홈런 기록은 박유성 선수라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신인 최다 홈런은 박재흥 선수가 1996년에 기록한 30개인데 감백호 선수가 2018년에 기록 경신에 도전했다가 한 개 차이로 아쉽게 실패했거든요. 물론 감백호 선수 기록도 고졸 신인 타자 최다 홈런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데뷔 시즌에 30-30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박재흥 선수의 임팩트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타점 기록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즈 하위 타선이 약하기도 하지만 상대 팀에서 박유성 선수 앞에 주자를 내보내려 하지 않을 거란 말이죠.”

“냉정하게 봤을 때 박재흥 선수의 108타점을 넘어서기는 버거워 보입니다.”

LA 올림픽 때의 활약상을 저평가했다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보고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던 무렵이라 전문가들은 대기록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전망했고.

대다수 야구팬들도 상향 조정된 박유성의 예상 성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유성 신인왕은 확정이지?

└박유성 김혜성 2파전 느낌인데 박유성이 받을 거라고 봄.

└김혜성이 시범 경기만큼 던지면 김혜성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김혜성은 아무리 잘해도 타이틀 차지하기 힘들지만 박유성은 최다안타하고 득점, 도루까지는 챙길 각이니까 게임이 안 되지.

└박유성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만큼 쳐주면 기록 전부 갈아 치울 수 있지 않음?

└단기전하고 장기전은 다르지. 체력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스타즈 팬인데 큰 욕심 없습니다. 그냥 장호조 타율 기록만 깼음 좋겠음.

└장호조 타율 기록이 역대 12위인 건 알고 하는 소리지?

└타율은 힘들어. 게다가 장호조 때보다 경기 수도 많고 타석 수도 많을 거라 괜히 욕심내 봐야 좋을 게 없음.

└최다안타하고 득점에 도루는 가능한 근거는 뭐야?

└기정후 최다안타에 득점 경신했을 때 타율이 0.324였어. 설마 박유성이 그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 그래? 그렇다면 인정. 박유성은 못해도 0.350은 치겠지.

└나도 타율 0.350~0.360 사이 정도 예상. 풀타임 출전하면 서건찬이 세운 201안타도 갈아 치울 것 같음.

하지만 박유성의 활약상은 수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4월 한 달 동안 62개의 안타와 15개의 홈런, 41타점에 74득점, 33도루로 프로 야구 역대 신인들을 압살하는 기록을 세운 박유성은 인터 리그로 넘어가는 5월에도 쉴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격 8관왕 독주 체제를 굳혔다.

└박유성이 100안타를 때려낼 때까지 걸린 시간, 고작 40일. 경기 수로는 34경기.

└참고로 100득점은 39일, 33경기.

└전문가들이 떠드는 것보다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음. ㄷㄷㄷ

└이럴 줄 알았으면 드래프트 추첨제로 바꾸자고 했을 때 찬성하는 건데 ㅠ.ㅠ

└저도 요즘 들어 깊이 반성 중입니다.

└우리 아버지도 선수 하나 영입한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요즘은 스타즈 경기를 더 자주 보심. 이러다 스타즈로 갈아탈지도. ㄷㄷㄷ

└응원팀이 어디인데요?

└자이언츠요. ㅠ.ㅠ

└이글스 팬도 웁니다. ㅠ.ㅠ

└그래도 자이언츠, 통곡의 벽으로 박유성 좀 울리지 않았음?

└그 대가로 박유성한테 개털리는 중입니다. 진짜 자이언츠 좀 그만 팼으면…….

└님. 박유성은 그냥 다 패요.

└나눔 리그 투수 부분 골든 글러브 뽑을 때 스타즈 선수들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함.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참신하게 썼나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스타즈 투수들은 박유성을 상대 안 하지?

└박유성을 상대하지 않는 스타즈 투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용병 투수들이 괜히 스타즈전 안 나가려고 꾀병 부리는 게 아니죠.

└그런데 박유성, 진짜 도핑은 아니겠지?

└걱정하는 척 개소리 늘어놓을 거면 너희 나라로 꺼져, 제발.

└이런 ㅂㅅ댓글 왜 안 달리나 했음. ㅋㅋㅋ

└세계 최고 수준에 아시아 최고 도핑 시스템을 갖춘 강남 신성 병원에서 틈만 나면 박유성 혈액 소변 돌려보는데 나오는 거 하나도 없음. LA 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도 마찬가지. 알파 메일 사태 때 극소량을 꾸준히 섭취했던 선수들 전부 잡아냈는데도 아무것도 안 나온 박유성만 꾸준히 의심 중.

└진짜 나 국적 드립 별로 안 좋아하지만 박유성한테 피해의식 있는 애들 보면 우리나라 사람인가 싶긴 해.

└이게 다 X문가과 기레기들 때문임. 쥐뿔도 아는 게 없으면서 박유성 성적 떨어지라고 고사를 지내니까 저런 병X들이 나오는 거임.

└박유성 5월 안에 5할 타율 무너질 거라고 떠들어대던 놈들 다 어디 갔냐? ㅋㅋㅋ

└팩트 체크. 현재 박유성 133타수 100안타, 타율 0.752. 5할 타율 붕괴하려면 67타석 연속 무안타를 쳐야 하는데 5월 잔여 경기가 14경기. 경기당 4.8타석에 들어가서 전부 아웃되어야 함.

└한마디로 개소리였다는 이야기.

└인터 리그는 이동 거리가 길어서 타율이 떨어질 거란 분석도 웃겼음. 우리나라가 미국도 아니고 모든 원정을 버스 타고 다니는데 이동 거리 이 지랄. ㅋㅋㅋ

└X문가가 괜히 X문가가 아니랍니다.

└이대로만 가면 박유성이 단일 시즌 모든 기록 갈아 치우겠지?

└100퍼센트임.

└이미 프협 기록 담당자들 단일 시즌 1위 기록에 전부 박유성 이름 박아 넣어놨다는 게 학계의 정설임.

└다른 건 몰라도 타점하고 홈런은 힘들 줄 알았는데 박유성이 홈런 1위를 달릴 줄은 몰랐음.

└더 대단한 건 박유성이 홈런을 의식해서 때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통 홈런 타자들은 안타 대비 홈런 수가 거의 30퍼센트인데 박유성은 22퍼센트밖에 안 됨.

└그럼 박유성은 똑딱이라고 봐야 하나?

└올라운더 ㅂㅅ아. 양대 리그 홈런 1위한테 똑딱이 타령하고 있네.

4월 21경기에서 15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려서일까.

박재흥의 신인 최다 홈런이 5월 안에 깨질 거라는 전망들이 많았다.

하지만 5월 26경기에서 박유성이 때려낸 홈런은 10개였다.

“어쩔 수 없지. 투수들이 좋은 공을 안 주는데.”

본래 리그 간판급 타자들은 칠 만한 공을 기다리는 게 일이라지만.

고작 한 달 만에 투수들이 몸을 사릴 줄은 예상 못 했다.

4월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슈퍼 루키의 콧대를 꺾겠다던 용병 투수들이 하나둘 몸을 사리기 시작했고

덩달아 감독들도 걸핏하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자동 고의4구를 요청했다.

국내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자체를 던지지 않았다.

1회차 시절이었다면 승부를 기피하는 투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박유성은 2회차 시절을 통해 비슷한 상황을 충분히 겪었다.

“한창 몰아칠 때는 10연속 볼넷으로 걸어 나가기도 했으니까.”

비록 단 한 번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2회차 시절의 박유성은 공포의 5번 타자로 불렸다.

1회차 시절을 거치며 좋아진 선구안을 바탕으로 힘 있는 스윙을 하다 보니까 장타 비율이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3번 타자와 4번 타자가 놓친 타점들을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12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하기도 했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유성은 인내를 가지고 타격에 임했다.

칠 만한 공이 들어올 때까지 최대한 침착하게 공을 골랐고.

칠 만한 공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과정에서 출루율이 2푼 이상 올랐다.

4월에 얻어낸 볼넷은 총 18개.

볼넷으로 나갈 것 같다 싶으면 일부러 파울을 내서 승부를 유도했을 만큼 치고 나가는 데 집중했다.

반면 5월에는 2배에 가까운 3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그렇다고 안타가 줄어든 건 아니었다.

4월에 62개의 안타로 경기당 2.95개를 때려냈는데 5월에는 77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경기당 안타 수를 소폭 끌어 올렸다.(2.96개)

거기에 월간 도루도 8개가 늘어났고.

히트 포 더 사이클도 4월에 비해 한 번 더 기록했으니 5월의 활약상도 4월 못지않았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들은 박유성의 성적보다 스타즈의 성적에 집중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무슨 예상?”

“스타즈가 계속 잘나가진 못할 거라고 했잖아? 4월에 1패만 하던 팀이 5월 들어 6패나 했어.”

4월에 20승 1패로 0.952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던 스타즈는 5월에 6패를 추가하며 9할 승률 밑으로 내려왔다.

5월까지 40승 7패에 승률 0.851.

여전히 어마어마한 승률이지만 5월 승률이 0.769(20승 6패)까지 내려온 터라 4월의 압도적인 느낌은 다소 옅어졌다.

“이게 다 박유성 때문이야.”

“박유성은 왜? 보니까 5월 성적도 엄청나던데?”

“야구를 어디 혼자만 하나? 에이스면 에이스답게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지.”

“에이, 나도 박유성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건 좀 억지다. 박유성 없었으면 스타즈가 지금만큼 성적을 낼 수 있었겠어?”

“4월에 비해 결승타가 줄었잖아? 홈런도 줄었고.”

“박유성은 테이블 세터이지 클린업이 아니잖아?”

“박유성이 스타즈 간판이라면서? 그럼 솔선수범해야지.”

“이제 막 데뷔한 루키한테 그건 좀 오버 아니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실력이 중요하다며? 메이저리그도 잘하는 선수가 클럽 하우스 리더인 거 몰라?”

신성 그룹 법무팀의 고소로 잠시 몸을 사렸던 기자들은 되지도 않는 위기설을 앞세워 박유성에게 리더십을 요구했다.

하지만 달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박유성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에 푹 빠져서일까.

그런 뻔한 선동에 넘어가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최덕수레기 또 웹쓰레기 올렸네.

└또? 최덕수도 대단하다. 진짜 작년에 왔던 각설이인가 봄.

└죽지도 않고 또 왔다고요? ㅋㅋㅋㅋ

└이 드립을 아는 걸 보니 나이가……?

└크흠. 또래인 걸로 하죠.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던 한 시즌 신인 최다 도루 기록 깨졌는데 개소리 지껄이는 놈들은 정체가 뭘까?

└헐, 종범신 기록 깨졌나요?

└네. 어제 도루 2개 성공시키면서 74개 찍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아직까지 도루 실패가 하나도 없습니다. ㄷㄷㄷ

└전문가들 말이 박유성이 투수 타이밍을 정확하게 뺏는다던데 진짜임?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했는데 여기서 사실 여부를 왜 물어봅니까? 방구석 전문가들이 뭘 안다고요? ㅋㅋ

└원레 베팍은 전문가들이 씨부리면 이 악물고 반박하던 커뮤 아니었나요?

└크흠, 박유성 팬카페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난 기레기들이 리더십 운운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뭔 개솔이야?

└기레기들 처음에 20억 받은 만큼 잘해야 한다고 부담 엄청 줬잖아? 그러다 박유성 7할 치니까 꾸준해야 한다고 난리 치고. 꾸준히 7할 치니까 이젠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하니까. 박유성이 리더십까지 갖추면 앞으로 15년은 걱정 없을 것 같음.

└오호, 발상이 참신한데? 이러다 박유성 야구의 신으로 진화할지도.

└없는 트집 만들어내는 기레기들만 할까요? ㅋㅋ

5월의 마지막 날이 열린 경기에서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박유성은 74도루로 기종범이 36년간 가지고 있었던 단일 시즌 신인 최다 도루 기록을 경신했다.

거기에 기정후가 가지고 있던 단일 시즌 신인 최다 득점까지 일찌감치 갈아 치우면서 나눔 리그 신인왕 경쟁에 단단히 마침표를 찍어 넣었다.

“이 분위기라면 올스타 최다 득표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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