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265화 (265/412)

타자 인생 3회차! 265화

32. 트레이드(하)(3)

투수 중에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온 건 송찬우가 아니라 김혜성이었다.

그다음으로 마무리 김정석과 2006년생 동갑내기 고우혁, 신영기가 뽑혔다.

“그래도 송찬우 선수는 예의상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송찬우 선수는 랜더스에서 절대 못 데려갑니다.”

“내년에 해외 진출 가능성 때문에요?”

“그것도 있지만 정영진 회장이 송찬우 선수 싫어합니다.”

“송찬우 선수를요? 왜요?”

“아시안 게임 때 한창 시끄러웠잖습니까. 기억 안 나세요?”

“아시안 게임 때면 단장으로 부임하고 한창 일 배우던 때네요. 아마 그때는 다른 것에 신경을 거의 못 썼을 겁니다.”

스타즈 단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김재식 단장은 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스타즈의 간판선수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그런 김재식 단장이 전임 단장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느라 정신없을 무렵.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수 발탁을 두고 정영진 회장과 송찬우 간의 장외 설전이 벌어졌다.

“시작은 정영진 회장이었습니다. 그때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젊은 선수들을 발탁하자는 의견이 적잖았거든요. 그때 랜더스 마무리 투수인 정규진 선수도 유력 후보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송찬우 선수와 정규진 선수가 같이 가는 분위기였는데 시즌 막판에 임찬기 선수가 치고 올라왔죠.”

“여론이 바뀌었나 보군요.”

“아무래도 임찬기 선수는 타이거즈 선수이잖습니까. 타이거즈나 자이언츠는 팬덤이 어마어마합니다. 임찬기 선수가 좀 부진하더라도 여론으로 밀어붙일 정도인데 성적까지 냈으니 게임 끝난 거죠. 그러니까 정영진 회장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뭐라고 말입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우승 전력이 있는 구단의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는 게 낫지 않겠냐는 투였습니다.”

“송찬우 선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겠네요.”

“기분이 나쁘다 뿐이겠습니까? 송찬우 선수도 은근 한 성격 하거든요. 바로 다음 날 완봉승 거두고 나서 MVP 인터뷰 때 대놓고 말했습니다. 국가대표는 잘하는 선수가 뽑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요. 그러니까 정영진 회장이 송찬우 선수의 팬이라고 수습에 나섰는데 스친(SNS 친구) 중에 한 명이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송찬우 선수 FA 때 영입할 생각이 있냐면서요.”

“정영진 회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당연히 영입할 생각이 있다고 했죠. 먼저 팬이라고 밝혔고 국내 투수들 중에서 최고였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송찬우 선수가 바로 한마디 하더라고요.”

“랜더스에 가느니 파이터즈에 남겠다고 했었죠?”

“호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때 파이터즈 팬들이 해시태그로 고마워요 정영진을 달고 살았죠. 정영진 회장 덕분에 송찬우 선수 잡게 생겼다면서요.”

“로메오 클레멘스 선수 계약 때 랜더스 반응하고 비슷했나 보네요.”

“그때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로메오 클레멘스야 외국인 선수지만 송찬우 선수는 국내 선수니까요.”

“심지어 파이터즈의 소년 가장이었죠.”

“물론 정영진 회장은 별말 안 하겠지만 랜더스 구단에서 알아서 정영진 회장 눈치를 볼 겁니다. 막말로 박경호 선수도 정영진 회장 눈 밖에 나서 트레이드 매물로 나온 건데 송찬우 선수를 데려오는 건 코미디죠.”

“좋습니다. 그럼 송찬우 선수 대신에 손지원 선수를 넣도록 하죠.”

손지원은 지난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 156㎞/h까지 찍힌 포심 패스트 볼에 자이언츠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았고.

손지원은 개인 첫 두 자릿수 탈삼진(10K)까지 기록하며 지난 경기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손지원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스타즈 팬들조차 파이터즈로 떠난 홍형태보다 낫다며 극찬을 했을 정도.

이런 손지원을 투수 5인에서 제외할 경우 랜더스에서 낚아챌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걸로 랜더스를 움직일 수 있을까요?”

“최소한 다른 구단과의 협상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면 다른 구단도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그렇다면 언론에도 적당히 흘려야겠네요.”

“그럼요. 원래 트레이드는 언플이 기본입니다.”

스타즈에서 일방적으로 보낸 10인 보호 명단을 받은 랜더스 최윤철 단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 일방적인 트레이드 요청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는데 10인 보호 명단이라니.

강짜도 이런 강짜가 없었다.

하지만 모기영 운영팀장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박경호를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상당수 팬들이 스타즈와의 트레이드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10인 외 선수 지명에 혹한 것 같습니다.”

“말이 좋아 10인이지 데려올 만한 선수들은 죄다 빠졌잖아?”

“송찬우 선수는 명단에 없습니다.”

“미쳤어? 송찬우가 탐나면 최 단장이 직접 회장님께 말씀드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러니까 모 팀장 네가 직접 하라고. 어디 건방지게 날 욕받이로 세우려 들어? 너도 내가 우습냐?”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박경호를 대신해 송찬우를 받아올 생각에 들떴던 모기영 운영팀장은 냉큼 입을 다물었다.

정영진 회장과 가까운 최윤철 단장이 힘을 쓴다면 옛일은 털고 팀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최윤철 단장이 이렇게나 발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정영진 회장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윤철 단장은 사서 욕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스타즈와 트레이드하고 싶으면 회장님이 만족하실 만한 선수들을 받아 와야 해. 물론 송찬우는 빼고. 알았어?”

“송찬우를 뺀다면 선수 트레이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박경호가 국대 포수이긴 해도 주전급 선수 여럿을 받아올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다른 구단하고 트레이드를 하면 되겠네.”

“이미 스타즈에서 보호선수 10인 명단을 보냈다는 게 기사로 났습니다. 스타즈는 신생 구단이라 10인을 추리는 게 가능하지만 다른 구단은 힘들 겁니다.”

“젠장할!”

스타즈는 올해로 창단 7년 차에 접어들었다.

프로야구에 합류한 건 6년 차.

프랜차이즈 스타도 박준수가 유일했다.

반면 스타즈 이전에 창단한 위즈는 올해로 창단 16주년에 접어들었다.

다이노스는 내년 시즌이 20주년.

그 외 나머지 구단들은 전부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스타즈처럼 냉정하게 10인 명단을 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송찬우가 어렵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현금 트레이드는 안 돼. 우리가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잖아!”

“현금 트레이드는 저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미래를 사시죠.”

“미래?”

“선수 두 명 정도에 스타즈의 향후 3년간 2라운드 지명권 정도면 어떨까요?”

“1라운드 지명이 아니라 2라운드 지명?”

“현 제도상 1라운드 지명권은 순서 교환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는 완전히 받아올 수 있습니다.”

“흠…….”

“그리고 스타즈 성적도 고려해야 합니다. 박유성이 입단하면서 스타즈의 전력이 말도 못 하게 강해졌습니다. 거기에 박경호까지 합류하면…….”

“더 강해지겠지.”

“그렇게 되면 스타즈의 1라운드 지명 순서는 최하위권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2라운드 순위는 빠를 테니까 1라운드 하위권을 쓸어 담자는 거야?”

“쓸 만한 선수는 보통 2라운드 안쪽에서 나오니까요. 가지고 있다가 추후에 팔아먹을 수도 있고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과연 스타즈가 3년 치 지명권을 팔까?”

“팬들은 송찬우가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타즈가 정말로 박경호를 원한다면 랜더스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겠죠.”

모기영 운영팀장의 구상은 최윤철 단장을 통해 정영진 회장에게 전달됐고.

정영진 회장은 나쁘지 않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 잘한다는 죄로 쓸 만한 유망주들을 전부 빼앗겼는데 2라운드 지명권이라면 나쁘지 않겠어.”

정영진 회장은 오래전부터 화수분 야구를 꿈꿨다.

랜더스의 지명을 받은 선수가 랜더스 2군에서 성장한 뒤에 1군에서 활약하다가 은퇴하는.

굳이 FA 선수를 영입하지 않더라도 랜더스 팜만으로 구단을 꾸리고 운영하며 우승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길 원했다.

다만 연고 지역과 성적 때문에 유망주 확보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박경호를 파는 대신 미래의 씨앗들을 확보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장사 같았다.

김재식 단장도 2라운드 지명권을 달라는 랜더스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3년은 과합니다. 단장님. 내년 시즌 2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으로 협상해 보시죠.”

“랜더스는 지금 송찬우 선수 대신 지명권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송찬우 선수를 지키면서 박경호 선수를 데려오는 거라면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합니다.”

“어차피 랜더스는 송찬우 선수를 못 데려간다니까요?”

“하지만 일단 데려온 다음에 다른 구단에 팔아먹을 수는 있겠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송찬우 선수를 10인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럼 2년으로 하시죠.”

“안 팀장. 박경호 선수를 데려오는 일입니다. 줄 건 줍시다. 지금 여론에 등 떠밀려서 우리하고 얘기하고 있지만 2라운드 지명권 거래 사실이 알려진다면 다른 구단에서 더 크게 부를 수도 있습니다.”

다음 날.

신성 호텔에서 만난 김재식 단장과 최윤철 단장은 박경호 트레이드에 최종 합의했다.

그리고 트레이드 요청서가 프로 야구 협회로 날아왔다.

“박경호 선수 대신에 조승주 선수에 배민철 선수라. 이건 스타즈만 좋은 거 아닙니까?”

“대신에 3년간의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으니까 랜더스도 손해 볼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조승주 선수와 배민철 선수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일단 조승주 선수는 인천 출신에 랜더스에서 지명을 받았습니다. 스타즈가 창단 특별 지명 때 받아왔죠.”

“조승주 선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네요.”

“그리고 배민철 선수는 다분히 전략적인 의도 같습니다.”

“전략적인 의도요?”

“스타즈도 포수 자원이 마땅치 않거든요. 배민철 선수가 빠지면 박경호 선수가 거의 풀 타임을 소화해야 합니다.”

“나눔 리그 우승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리그 우승도 우승이지만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시즌 도중에 박경호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스타즈는 추가로 포수를 구해와야 합니다.”

“박경호 선수를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네요.”

장인석 총재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워낙에 뜨거운 감자이다 보니 양 구단이 원하는 대로 처리해 주는 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박경호는 랜더스와의 홈 3연전 직전에 스타즈로 이적했다.

그리고 스타즈 팬들 앞에서 랜더스를 상대로 주전 마스크를 썼다.

-스타즈의 수비 위치를 알려 드립니다. 1루수 박준수. 2루수 블레이크 테일러. 3루수 장영호. 유격수 최일준. 좌익수 이동엽. 중견수 박유성. 우익수에 다니엘 브리토 선수가 들어갔습니다. 선발 투수는 저스틴 스몰. 그리고 포수는 어제 랜더스에서 이적한 국가 대표 주전 포수, 박경호 선수입니다.

-박경호 선수가 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저도 낯선데요. 아마 경기를 지켜보시는 랜더스 팬들은 더 낯설 것 같습니다.

-무릎 부상을 당하고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는데요. 아무래도 저스틴 스몰 선수와의 호흡이 걱정입니다.

-박경호 선수가 국대 포수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겠죠.

중계진은 배터리의 호흡 측면에서 스타즈보다 랜더스가 나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박경호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유성아. 중견수 쪽으로 타구 계속 날아갈 거야.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 알았지?”

“형.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리드해요. 홈런 타구 빼고 다 잡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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