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243화 (243/412)

타자 인생 3회차! 243화

30. 주가 폭등(2)

└잔칫상 엎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팬 투표 반영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음. 올스타 뽑는 것도 아니고 베스트 10에 팬 투표가 말이나 됨?

└베스트 10이 올스타인데요?

└올스타 투표 할 거면 공정하게 모든 나라에서 진행하든가. 미국 대표팀이 유리하게 대회 홈페이지에서만 진행해 놓고 저딴 식으로 뽑는 건 말도 안 되지.

└지금 누구누구 빠진 건가요?

└저는 박유성, 기정후, 김하선, 송현민, 송찬우, 박경호 예상했습니다.

└저도요. 감백호하고 민병규는 좌익수하고 지명 나눠 뛰어서 힘들고 박찬희는 타격이 아쉽고 박준수는 상대가 마크 스테리라 힘들지만 그 외는 전부 다 우리 선수들이 받을 줄 알았어요.

└냉정하게 게릿 벌렌더까진 인정. 송현민보다 투구 이닝도 길고 탈삼진도 더 잡았으니까 줄 만하다고 칩시다. 그런데 조시 스트로우하고 조이 패런트는 뭐임?

└미국에서 미국 자본으로 치른 대회잖아요. 더럽고 치사해도 그러려니 해야죠.

메이저리그 레전드들도 베스트 10에 미국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게릿 벌렌더와 마크 스테리, 코리 베츠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충분해요. 하지만 조시 스트로우와 조이 패런트는 글쎄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결과입니다.”

“토너먼트 대회 우승에서 포수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단순히 타격 지표만으로 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쏭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어요. 그 뒤에는 팍의 역할이 컸습니다.”

“베스트 좌익수는 캄에게 주는 게 맞습니다. 민과 번갈아가며 좌익수 수비를 봤지만 주요 경기에서는 전부 선발 출전했어요. 그 공헌도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베스트 우익수도 곤도 타쿠야보다 키에게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베스트 10은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골고루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베스트 10 선정은 정말 유감입니다. 이번 대회 우승국은 한국이에요. 베스트 10만 놓고 보자면 꼭 미국이 우승한 것 같잖아요? 설마 그걸 노리고 베스트 10을 선정한 거라면 할 말 없지만요.”

논란이 커지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주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의 비중을 5 대 5로 놓고 선발한 결과라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베스트 10에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추가로 올리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틀렸음을 꼬집었다.

그 과정에서 송찬우도 게릿 벌렌더를 제치고 투수 부분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렸다.

“찬우 형. 축하해요. ESPM이 꼽은 베스트 투수로 선정됐어요.”

“그러면 뭐 해. 상금은 게릿 벌렌더가 받아갔는데.”

“기분이죠.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형이 게릿 벌렌더보다 낫다고 인정해 준 거잖아요?”

“암튼 이번 베스트 10 때문에 삐쳐서 메이저리그 안 갈 거니까 너 나중에 메이저리그 가면 꼭 말해라. 알았지?”

“걱정 마요. 형이 얼마나 잘 삐치는지 전 세계에 알릴 테니까.”

코리안 헐크라는 별명과 달리 송찬우는 잘 삐치는 성격이었다.

그렇다고 속이 좁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야구 선수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런데 진짜 메이저리그 포기하게요?”

“내가 말했잖아. 아는 에이전트가 이곳저곳 찔러봤는데 딱히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고.”

“그거야 아직 포스팅 전이니까 그렇죠.”

“그렇다 해도 괜히 해외 진출한다고 나섰다가 망신당하느니 그냥 장기 계약 하려고. 스타즈가 최고 대우 해준다잖아.”

지난겨울.

전지 훈련을 앞두고 송찬우는 투수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직전 해 송찬우의 연봉은 3억 5천만 원.

국내 투수들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금액이었지만.

동기인 박준수와 민병규(각 6억), 임찬기(5억 5천만 원)에 비해만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호락호락 사인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스타즈 구단이 제안한 금액을 듣기가 무섭게 송찬우는 펜을 집어 들었다.

“사인은 여기다 하면 되는 거죠?”

“금액에 만족하십니까?”

“제 예상보다 많습니다.”

“그렇다면 5천만 원 더 올려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다고 파이터즈에서 받지 못한 금액을 챙겨 드리는 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제안드린 금액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더 생각하고 있었는데 송찬우 선수가 바로 계약하겠다고 하니까 5천만 원 인상해 드리는 겁니다.”

스타즈 구단이 송찬우에게 제안한 금액은 무려 7억.

3억 5천만 원에서 2배 인상된 금액이었다.

15승 5패에 2.45의 평균 자책점으로 국내 선수들 중 다승 1위, 평균 자책점 1위, 탈삼진 1위에 올랐으니 연봉 인상은 당연했다.

다만 스타즈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스타즈가 본 송찬우의 가치는 송찬우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게 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만약에 송찬우 선수가 스타즈에서 데뷔했다면 박준수 선수보다 더 받았을 겁니다.”

프로 야구가 시작된 지 50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통설은 여전히 유효했다.

물론 박준수도 스타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수였다.

지난해 장타력이 폭발하면서 45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라이벌인 민병규를 밀어내고 나눔 리그 1루수 부분 골든글러브까지 받았으니 그 가치는 상당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졌을 때 박준수의 빈자리는 어떻게든 채우는 게 가능했다.

조금 더 장타력이 뛰어난 용병을 영입하고 일발장타가 있는 신인들을 육성해 조합하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공격력의 누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반면 토종 15승 투수의 빈자리는 오로지 토종 15승 투수로만 대체가 가능했다.

5선발 로테이션이 기조인 현 프로 야구에서 15승 투수의 빈자리를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나눠 맡기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쓰신 김에 5천만 원 더 써주세요.”

“하하.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송찬우 선수가 바로 사인한다고 해서 제 패를 보여 드린 거니까요. 대신에 만약에 해외 진출을 하지 않고 장기 계약을 하신다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최고 수준이라면 얼마나……?”

“지금 박준수 선수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니까요. 그 결과를 보시면 얼추 감이 오실 겁니다.”

송찬우와 7억 5천만 원에 재계약을 마친 김재식 단장은 박준수와의 계약에 집중했다.

지금껏 박준수는 에이전트 없이 직접 계약을 해왔다.

구단에서 박준수의 자존심을 챙겨주기 위해 민병규와 금액을 맞춰왔기 때문에 굳이 에이전트를 고용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스타즈 구단에서 예상보다 1년 앞서 장기 계약을 제안하자 박준수도 급하게 에이전트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제가 박준수 선수를 대신해 계약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하아……. 이러다 스타즈 기둥뿌리 다 뽑히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송찬우 선수와도 얘기 중이니까요.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협박이십니까?”

“박유성 선수도 있는데 송찬우 선수로 협박이 되겠습니까? 하하.”

“…….”

박준수와 재빨리 계약한 송광철 대표는 일주일간 단장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6년에 195억이라는 프로 야구 역사상 최고 계약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송현민이 열 뻔했던 총액 200억 시대는 열지 못했지만.

세금과 에이전트 수수료의 절반을 구단에서 부담하고 성적에 따른 옵션도 적잖아서 실질적인 수령액은 180억 이상이었다.

박준수에 이어 민병규와 임찬기도 소속팀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박준수 이상의 계약을 원했던 민병규는 랜더스와 오랜 협상 끝에 4년 총액 130억 원에 계약했다.

민병규가 요구하는 10년 계약을 받아줄 수가 없었던 랜더스는 일단 박준수의 평균 연봉에 맞춰 4년 계약을 제시했고.

민병규도 4년 후 가치를 끌어올려 추가 대박을 노리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박준수와 민병규가 초대형 계약을 터뜨린 덕분에 임찬기는 별 고생 없이 타이거즈와 6년 180억에 사인할 수 있었다.

05년생 빅4 중 이제 남은 건 1군 데뷔가 가장 늦은 송찬우뿐이었다.

“그런데 형은 국대 포인트로도 4년 차인 거예요?”

“내가 데뷔 시즌에 3경기 나왔거든.”

“헐. 정말요?”

“난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없었는데 감독님이 무조건 선발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하셨다더라. 그래서 2년 차 때도 절반 이상 2군에서 선발로 뛰었어. 그러다 가을쯤에 올라왔고.”

지난 아시안 게임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한 송찬우는 벌써 3대회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아시안 게임 우승 30점(개정 전)에 LA 올림픽 우승으로 70점을 획득했고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우승으로 100점을 받았으니 한 시즌(145점)을 채우고도 55점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대표 포인트는 최대 1시즌 이상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점수를 쌓는 대로 전부 인정해 버리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대표 차출에 응한 소속 구단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FA까지 3년 더 뛰어야 해서 내년 시즌 끝나고 해외 진출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준수도 그렇고 병규하고 찬기도 전부 5년 차 때 장기 계약했잖아? 그래서 나도 장기 계약 노려보려고.”

“형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 보고 싶은데 아쉽네요.”

“유성아. 투수 어깨는 소모품이야. 한 시즌에 30경기 뛰는 것도 힘든데 메이저리그 가서 더 뛰어봐. 어깨가 남아나겠니?”

“형도 그런 걱정을 해요?”

“내가 왜 그렇게 웨이트를 하는데? 오래 던지고 싶어서야. 나 원래 프로 야구 최다승 깨는 게 목표였어.”

현재 프로 야구 최다승은 현 이글스 감독인 손진우가 기록한 210승이었다.

지난 5년간 송찬우가 챙긴 승리는 50승.

연평균 15승씩 11년을 뛰어야 넘어설 수 있는 대기록이었지만 피지컬 괴물 송찬우라면 왠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그러다 재벌 되는 거 아니에요?”

“재벌은 무슨. 국내에서 아무리 잘 받아도 메이저리그만 하겠어?”

“메이저리그도 잘 받는 애들만 잘 받잖아요.”

“그 잘 받는 애들 중에서도 네가 가장 잘 받을 거 같은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이 끝난 직후.

주요 언론들은 박유성의 몸값 분석에 열을 올렸다.

스타즈와 계약한 터라 박유성이 메이저리그에 오기까지는 최대 4년이 필요했고.

4년 후 몸값에 대해 떠들어대는 건 시간 낭비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제 기사 보니까 너 최소 2천만 달러라던데?”

“자기들 돈 아니라고 막 부르는 거죠 뭐.”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하게 말했잖아?”

“현민이 형도 처음 메이저리그 진출한다고 했을 때 2천만 달러 얘기 나왔던데요?”

아직 한참 후의 이야기라 박유성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이렇다 할 오퍼조차 받지 못했던 송찬우는 박유성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올 시즌 평균만 해도 현민이 형보다는 많이 받을 거다. 그러니까 너는 메이저리그 가. 괜히 국내에 남아서 양학하지 말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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