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209화 (209/412)

타자 인생 3회차! 209화

26. 박유성 선수를 뽑아야 합니다.(6)

[202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

감독 – 강기태

코치 – 추신우, 이병구, 봉정근, 양의진, 손시현, 이용구

투수(13)

김일웅(28, 라이온즈), 김재신(26, 자이언츠), 나영민(27, 위즈), 박원우(27, 파이터즈), 박정우(27, 베어스), 송찬우(24, 스타즈), 신우현(28, 라이온즈), 임찬기(24, 타이거즈), 임태규(27, 다이노스), 장성찬(27, 이글즈), 정규진(26, 랜더스), 조영준(29, 타이거즈), 홍필용(28, 베어스)

포수(3)

나경석(27, 히어로즈), 박경호(27, 랜더스), 홍준수(03, 베어스)

내야수(7)

김하선(32, 히어로즈), 민병규(24, 랜더스), 박준수(24, 스타즈), 박찬희(29, 트윈스), 송현민(24, 레인저스), 이종률(27, 다이노스), 최일준(27, 스타즈)

외야수(5)

감백호(30, 인디언스), 기정후(31, 오리올스), 박유성(19, 스타즈), 백영완(31, 자이언츠), 유장한(27, 다이노스)

지난 LA 올림픽의 엔트리는 24명이었다.

경기 수 대비 투수를 지나치게 많이 뽑아서 박유성이 없었다면 대참사가 났을 거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선수 선발 위원회는 외야수를 5명으로 제한했다.

민병규가 1루와 좌익수를 함께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내야수 6.5명에 외야수 5.5명인 건가?

└굳이 따지자면 그럴 듯.

└그런데 민병규 좌익수 쓸 만해짐?

└캠프에서 뛰는 영상 봤는데 괜찮게 하던데요?

└그럼 유장한은 왜 뽑은 거냐 ㅠ.ㅠ

└일단 구색은 맞춰야 해서?

└그런데 감백호 외야 수비 가능함?

└한두 경기쯤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감백호 성격에 무조건 뛰려고 할 거고요.

└감백호는 일본전 포함해서 중요한 경기에만 내보내고 나머지 경기는 민병규로 때워도 될 듯.

└저도 딱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감백호도 올 시즌 잘 치르려면 발목 관리해 줘야 해요.

일부 야구팬들이 외야수 선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LA 올림픽 우승의 주역들이 전부 합류한 엔트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전반적으로 대표팀 선발 괜찮은 거 같은데 다들 어때?

└해외파 3인방 다 합류했고 박유성도 들어왔으니까 잘 뽑은 거 같은데요?

└박유성이 왜 나와요?

└왜 또 시비임? 박유성 뽑혀서 잘됐다는 이야기인데.

└아직도 박유성을 옵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네. 까놓고 박유성은 거의 박경호급 아님?

└맞죠. 박유성하고 박경호는 거의 대체 불가 수준임.

└박유성 프로 데뷔도 안 했는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나가는 게 맞냐는 말들이 좀 있지 않았나요?

└진짜 올림픽 금메달 목에 걸어줬는데 박유성 걸고넘어지는 애들은 여권 조사해야 한다니까?

└국적 드립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런 애들 볼 때마다 같은 한국인인가 싶긴 함.

대다수 야구팬들은 지난 LA 올림픽을 우승시켜 준 박유성에게 평생 까방권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빠는 까를 만든다고 모두가 박유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특히나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고분고분한 맛이 없는 박유성이 실수하기만을 벼르는 중이었다.

“박유성이 요즘 미튜버 다 됐다면서?”

“전지훈련을 놀러 갔어. 하루 종일 팬들 사인만 하고 있다니까?”

“그래도 구단 직원들 안 시키고 손수 사인하는 게 어디야?”

“그게 다 쇼야. 쇼. 이만큼 팬서비스 잘하고 있으니까 알아달라는 쇼.”

“확실히 박유성은 신인 같지가 않아. 퓨쳐스에서 한 10년 구르다 온 느낌이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다 똑같지 뭐. 적당히 말실수도 하고 해야 기사 쓰기 좋은데 너무 약았어.”

“그보다 오선 홍 기자는 요즘 통 안 보이네?”

“홍 기자 요즘 여자 배구 취재하고 다니잖아.”

“홍 기자가 배구를?”

“원래 배구판도 기웃거리긴 했는데 박유성이 한 번 잘못 물었다가 골로 갔지 뭐.”

일부 기자들은 팬들의 지나친 성역화가 박유성에게 독으로 작용할 거라고 단언했다.

“박유성이라고 평생 잘하겠어? 두고 봐. 저러다 한 번 삐끗하면 몇 배로 까일 테니까.”

“지난 올림픽 때야 루키라 통했던 거고.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다르겠지.”

“오히려 죽을 맛일걸? 대놓고 견제할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나?”

애리조나에서 3주 차 스케줄까지 소화한 박유성은 송찬우와 박준수, 최일준과 함께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슨 합숙을 보름이나 하냐?”

“친선전만 6경기를 잡았잖아. 암튼 선수들 입장은 생각도 안 한다니까?”

지난 LA 올림픽 합숙을 포함해 근래 진행된 국가 대표 합숙은 통상 열흘을 넘기지 않았다.

손발을 맞추는 거야 하루 이틀 연습하면 충분하고.

나머지 일정은 보통 연습 경기로 때우는데 마땅한 상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A조에 속한 쿠바와 이스라엘, 대만, 영국, 니카라과 전부 대한민국 대표팀과 평가전을 원했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 협회는 연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영국과 니카라과에는 양해를 구하고 쿠바와 이스라엘, 대만과 2연전씩 총 6번의 친선전을 잡았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려면 최대한 많은 실전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난 한국 와서 기분 좋다.”

“형은 애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너희도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 솔직히 나도 아이는 늦게 가질 계획이었거든? 그런데 와이프가 그러더라. 아이가 아빠가 야구선수인 줄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형은 마흔 살까지 야구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솔직히 나는 구단에서 FA 계약만 해줘도 감지덕지야.”

대표팀에 뽑힌 스타즈 선수들 중에 최일준이 가장 나이가 많았다.

2002년생으로 만 27세.

2005년생 동갑내기인 송찬우, 박준수보다 3년 먼저 야구를 시작했지만 FA까지 아직 3년이 더 남은 상태였다.

“형 내후년이면 FA 아니에요?”

“난 첫 시즌에 전반기 거의 끝날 때쯤 올라와서 3시즌 더 채워야 해.”

“헐, 그럼 형이 FA 꼴등인데요?”

“놀리냐?”

“그러지 말고 형도 유성이한테 잘해요.”

“유성이한테 잘하라니?”

“형. 유성이가 FA 브로커예요. 유성이 덕분에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전부 70일씩 벌었잖아요.”

“난 한 시즌 채우려면 최소 결승 가야 하는데 유성아, 가능하겠니?”

“우리 일준이 형 FA가 걸려 있는데 열심히 해야죠.”

“말이라도 고맙다, 유성아.”

최일준이라고 FA 기간 단축이 욕심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대로 세 시즌을 채우면 만으로 30살이 될 때 FA 계약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 한 시즌을 앞당기면 29살이다.

고작 한 살 차이라 해도 20대 FA와 30대 FA는 계약 금액과 계약 기간 자체가 달랐다.

만에 하나 스타즈에서 장기 계약을 제안한다면 목돈을 벌 기회는 더 앞당겨진다.

보통 FA 직전 해에 장기 계약이 진행되니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결승에 진출하고 올 시즌과 내년 시즌 목표였던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면 내년 시즌 후 장기 계약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 준수 너는 왜 해외 진출 포기한 거야?”

“저요? 유성이 때문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솔직히 지난 올림픽 때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제가 제일 잘 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유성이 치는 거 보니까 저는 안 되겠더라고요.”

“나 진지하게 물어본 건데?”

“저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거예요. 형도 마무리 캠프 때 유성이 치는 거 보셨잖아요?”

“유성이야 잘 치지. 그건 아는데…….”

“아뇨. 형은 아직 몰라요. 나중에 메이저리그 투수들 상대하는 거 봐보세요. 쟤는 진짜 물건이에요.”

“그건 인정. 저는 유성이하고 한솥밥 먹는 거 너무 좋습니다. 적어도 저 괴물 같은 놈을 시즌 중에는 안 만날 테니까요.”

“찬우 너까지 그러니까 헷갈리는데?”

“형 국대 오랜만에 뽑히신 거죠?”

“오랜만이라고 할 것도 없어. 지난번 프리미어 12 때 대체 선수로 뽑힌 이후로 처음이니까.”

최일준의 수비는 국가 대표 주전 유격수인 박찬희와 맞먹을 정도였다.

다만 공격력이 떨어져서 엔트리가 한정적인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에 뽑히기 어려웠다.

“나야 백업 필요할 때나 태극마크 구경하는 거지 뭐.”

“그래도 11개 구단 유격수들 제치고 형이 뽑힌 거니까 자부심을 가지세요.”

“맞아요. 형이 백업 중에서는 최고죠.”

“차라리 반쪽짜리 선수라고 욕을 해라. 이놈들아.”

최일준의 장점은 수비에만 있지 않았다.

우투좌타에 작전 수행 능력이 좋아서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작전을 걸 때 용이했다.

게다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

하지만 그런 최일준도 박유성의 진가를 아직까지 100퍼센트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암튼 대표팀 합류하면 놀랄 겁니다.”

“왜?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있었냐?”

“진짜 우린 막내온탑이에요.”

“막내온탑?”

“야, 박유성. 못 들은 척하지 말고 그냥 웃어 인마.”

“네? 뭐라고 했어요?”

“어휴, 저 능구렁이 같은 놈.”

입국 후 하루를 푹 쉰 뒤 스타즈 선수들은 프로 야구 협회 본관으로 모였다.

보통 막내들은 소집 당일 선배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데 박유성은 반대로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 반겨주었다.

“어이구, 우리 유성이 왔냐?”

“네. 하선 선배님.”

“짜식이. 형이라고 하라니까.”

“형한테 형이라고 하니까 어린 게 싸가지없다고 하던데요?”

“내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 그래? 암튼 깔끔하게 형으로 가자. 알았지?”

“네. 형.”

국가대표 최고참인 김하선이 먼저 말을 걸자 뒤이어 민병규가 쪼르르 다가왔다.

“박유성! 왜 이렇게 늦었어?”

“소집 시간에 39분 일찍 왔지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휴. 이거 말하는 거 봐. 형, 최고참으로서 따끔하게 한마디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나 잘하세요. 너도 방금 전에 왔잖아.”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요~”

또래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백영완도 박유성을 보기가 무섭게 달려와 헤드락을 걸었다.

“유성아!”

“윽, 형. 숨 막혀요!”

“짜식이 엄살은. 그런데 너 몸이 더 좋아진 거 같다?”

“올림픽 끝나고 부지런히 몸 좀 만들었습니다.”

“어디 보자. 얼씨구? 근육이 제법인데?”

마치 모든 게 박유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에 최일준은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박경호가 박유성과 어색하냐고 물어봤을 정도.

“경호야. 왜들 저러냐?”

“예쁘잖아요.”

“유성이가 예뻐?”

“야구 잘하면 예쁘죠. 솔직히 유성이 덕분에 금메달 땄잖아요. 평생 매월 100만 원씩 연금이 들어오는데 그거 통장에 찍힐 때마다 유성이 생각날걸요?”

“너도 그래?”

“저는 이번에 유성이 안 뽑았으면 국대 보이콧 하려고 했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이제 유성이 없는 국대는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강기태 감독도 가장 먼저 박유성부터 찾았다.

“유성이 왔지?”

“네, 감독님.”

“이번 대회도 올림픽만큼만 하자. 알았지?”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다들 소집이 빨라서 불만이 많겠지만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으니까 이해 좀 하자. 알겠지?”

“넵!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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