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204화 (204/412)

타자 인생 3회차! 204화

26. 박유성 선수를 뽑아야 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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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타즈, 로열스 저스틴 스몰 영입. 계약금은 150만 달러.]

안준혁 팀장이 이끄는 스타즈 스키우트 팀이 먼저 접촉한 건 제이슨 마이너였다.

하지만 계약은 저스틴 스몰이 더 빨랐다.

국내 몇몇 구단에서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옵션을 과다하게 책정한 반면 스타즈 구단은 옵션 없이 150만 달러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스틴 스몰이 원할 경우 시즌 중에 3회 등판을 걸러도 좋다는 조건까지 넣어주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자신의 팔꿈치 상태에 대해 스스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저스틴 스몰은 자신을 배려해 주는 듯한 스타즈 구단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싱커 투구수를 경기당 20구 이내로 제한한다는 조건까지 받았다.

“다들 제가 싱커만 던질 줄 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다른 구종도 잘 던집니다. 스타즈에서 제대로 보여줄게요.”

저스틴 스몰을 1선발급으로 영입하자 스타즈 팬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아니 무슨 메이저리그 4점대 투수를 150만 달러나 주고 데려와? 스타즈가 무슨 자선봉사단체야?

└심지어 팔꿈치에 폭탄도 장착했음.

└투구 영상 보니까 구위는 괜찮던데요? 포심 구속도 빠르고 싱커는 긁히는 날은 언터처블 급이고.

└그게 답니다. 제구도 평균적이고 고집도 세서 승부처에서 빠른 공 던지다 피홈런 엄청 얻어맞아요.

└프로 야구만 30년째 보는 입장에서 100퍼센트 꽝입니다. 2개월 안으로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대체 어떤 야알못 새끼가 저스틴 스몰 추천했는지 낯짝이나 보고 싶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스타즈가 성급하게 계약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저스틴 스몰 팔꿈치 심각한 거 아니었어?”

“일단 로열스 메디컬 테스트는 불합격 수준이었어. 해마다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는데 큰돈을 주긴 어렵지.”

“그래도 또 몰라. 로열스에서는 일단 성적을 내야 했으니까 싱커를 고집했지만 한국은 다르잖아?”

“그럼 스타즈가 가만 안 있을걸? 보나 마나 싱커 하나 보고 데려갔을 텐데.”

“한국에서도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싱커만 주구장창 던지다가 팔꿈치가 작살나겠지. 엔딩은 뻔해.”

“그건 일본 얘기고. 한국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후.

[(단독) 스타즈, 제이슨 마이너 영입 확정!]

브루어스의 최고 유망주로 꼽히던 제이슨 마이너의 스타즈행이 발표되자 커뮤니티 반응이 180도 바뀌었다.

└헐, 제이슨 마이너가 온다고?

└미쳤다 진짜. 스타즈 스카우트 팀 일 제대로 하는데요?

└제가 말했잖아요. 지금 스카우트 팀장이 다니엘 브리토 데려 왔다고.

└그래. 진즉 이렇게 뽑았어야지. 일 잘하네!

└저스틴 스몰 뽑을 때 욕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음? ㅋㅋㅋ

└그런데 저스틴 스몰은 좀 심하긴 했음. 팔꿈치가 언제 터질지 몰라서리.

└궁금한 게 있는데 메이저리그 커리어만 놓고 보자면 저스틴 스몰 >> 제이슨 마이너 아닌가요?

└여기 그런 것까지 전부 다 찾아보는 야잘알들 없어요. 전부 주워들은 걸로 떠드는 방구석 분석가들뿐임.

└제이슨 마이너는 일단 엄청 어립니다. 고등학교 때도 날아다녔고 졸업 후에 마이너리그 1년 거쳐서 바로 메이저리그 데뷔했어요.

└27년 5승 2패, 28년 5승 1패 했는데 문제는 로열스 선발 로테이션이 꽉 차서 선발 자리 보장을 못 해준다는 겁니다.

└제이슨 마이너 키우려면 선발진 정리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장기 계약을 해버렸죠. 그래서 제이슨 마이너가 붕 뜬 거고요.

└구단 입장에서는 제이슨 마이너가 어리니까 선발 불펜 돌려 쓰면서 연봉도 아끼고 천천히 키울 생각인데 제이슨 마이너가 빙다리 핫바지도 아니고 그걸 참을 리가 없지.

└제이슨 마이너도 포심에 슬라이더 투피치라 은근 저평가되긴 했음. 하지만 한국에 오면 다르죠.

└다이노스에서도 제이슨 마이너 노린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스타즈에서 먼저 낚아챘네요. 아깝습니다.

└그런데 제이슨 마이너 계약금 150만 달러 맞음? 얘는 그냥 두 시즌만 더 버텨도 장기 계약으로 최소 300만 달러는 받을 텐데?

└요즘 뒷거래 사라졌습니다. 걸리는 순간 3년간 용병 한 명 빼고 뛰어야 해요.

└제가 들은 게 있어서 그래요. 제이슨 마이너 쪽에서 엄청 높게 부른 것으로 아는데 스타즈 스카우트팀 재주 좋네요.

스타즈 스카우트 팀이 파악한 제이슨 마이너의 최소 몸값은 300만 달러.

현지 언론에서 떠드는 내용을 기준으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 제이슨 마이너는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원하지 않았다.

“제가 팀에서 제시받은 연봉이 110만 달러입니다. 그 두 배 정도면 만족합니다.”

시작점이 300만 달러에서 220만 달러로 확 내려가자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한국 리그에서 줄 수 있는 최대치는 150만 달러입니다. 대신 집과 차량이 무상 제공됩니다.”

“흠…….”

“제이슨 마이너 선수는 아직 미혼이죠?”

“네. 약혼녀는 있습니다.”

“그럼 약혼녀와 함께 오셔도 됩니다.”

“약혼녀 혼자 두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럼 약혼녀를 돌봐줄 가족들을 동반해도 상관없었습니다.”

“형 부부가 있는데 괜찮을까요?”

“서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단독 빌라를 제공하겠습니다.”

“그건 마음에 드네요.”

“형은 혹시 무슨 일을 하나요?”

“원래 포수였습니다. 지금은 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죠.”

“에이전트인가요?”

“에이전트 일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전문적이진 않습니다. 그랬다면 저 대신 형이 협상을 진행했겠죠.”

“그럼 구단의 불펜 포수로 일하는 거 어떻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제이슨 선수와 함께 시즌을 치를 수 있습니다.”

“그거 정말이에요? 그럼 호텔에서도 형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거죠?”

“네. 참고로 스타즈 구단은 신성 그룹의 스포츠 구단입니다. 신성 호텔은 들어보셨죠?”

“그럼요! 유명한 호텔 체인이잖아요?”

“원정 경기 때는 그 호텔에서 머물게 될 겁니다.”

거기까지 들은 제이슨 마이너는 군말없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다 뭔가가 생각난 듯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저한테 이렇게 큰 친절을 베푸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이슨 마이너 선수라면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제 영상을 보신 건가요?”

“영상도 봤고 제이슨 마이너 선수를 적극 추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썬이라고…….”

“썬! 올림픽 슈퍼 루키!”

“하하. 아시네요.”

“당연하죠. 제 영웅을 두들겨 팼잖아요?”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이 크리스 반스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투수들은 자신과 같은 손으로 던지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선수를 롤 모델로 삼는 편이었다.

제이슨 마이너에게는 크리스 반스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정말 썬이 저를 추천한 건가요?”

“경기 영상을 봤다고 했습니다. 타석에서 상대하면 엄청 까다로울 것 같은 투수라고 극찬을 했습니다.”

“이거 썬에게 밥이라도 사야겠는데요?”

“그렇다면 썬과 한솥밥을 먹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얘기예요?”

“썬이 속한 에이전시가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쏭과 스타즈에서 5년째 뛰는 다니엘 브리토가 소속되어 있죠.”

“오호, 구미가 당기는데요?”

박유성의 조언 덕분에 손쉽게 제이슨 마이너의 사인을 받아낸 안준혁 팀장은 은혜를 갚듯 송광철 대표를 추천했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온 송광철 대표와 김찬혁 팀장은 바로 제이슨 마이너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대표님. 이거 직원을 확실히 더 뽑아야겠는데요?”

“여자 직원도 충원해야겠어요. 제이슨 마이너 선수와 형이 전국을 돌아다니면 집에 여자 둘밖에 없는 거잖아요. 숙소야 스타즈 구단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 잡아주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야 하니까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한국에 들어가는 대로 바로 구인 공고 내겠습니다.”

급했던 외국인 투수 선발을 모두 마친 스타즈 스카우트 팀은 마지막으로 남은 외국인 타자에 집중했다.

“이렇게 다섯 명이 최종 후보인 거지?”

“이번에도 박유성 선수한테 물어 보시게요?”

“왜? 새파랗게 어린 신인 선수한테 의견을 구하는 게 창피해?”

“그럴 리가요. 솔직히 박유성 선수 말 듣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갑자기?”

“크흠. 처음에야 사실 좀 어이없었잖습니까. 저만 그랬나요? 여기 박 대리도…….”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래. 이 치사한 놈아.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암튼 이건 박유성 선수가 아니라 그 누구를 대입해도 좀 기분 나쁜 거였어요. 박유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겪어본 선수를 추천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투수잖아요.”

“어쨌거나 잘 계약했잖아. 저스틴 스몰 선수 팔꿈치 상태도 생각 이상으로 양호했고.”

“저도 그 결과 보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원래 메이저리그 애들이 그래요. 선수를 절대 평등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잘하면 한없이 퍼주지만 못하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후려치려고 하죠.”

“그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지 뭐. 우리라고 다르나?”

“암튼 관리만 잘하면 수술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다행입니다.”

저스틴 스몰은 계약 직후 강남 신성 병원에 와서 메디컬 검사를 받았다.

팔꿈치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계약했으니 설사 팔꿈치 상태가 심각해도 어쩔 수가 없었는데 오히려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 투수들 전부 다 정밀검사 해봐요. 팔꿈치 멀쩡한 사람이 있나. 물론 저스틴 스몰 선수는 손상 정도가 조금 더 심하긴 한데 대신에 체격이 월등하게 좋잖아요? 무작정 팔꿈치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는 겁니다.”

가장 우려했던 저스틴 스몰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스카우트 팀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솔직히 검사받을 때 팀장님도 쫄리셨잖아요.”

“쫄리긴 누가?”

“검사 내내 한숨만 푹푹 쉬셨거든요?”

“그건 병원 공기가 답답해서 그랬던 거고. 암튼 이거 박유성 선수 보여줘, 말아?”

“보여주세요. 이번에도 우리 슈퍼 루키의 감을 믿어보자고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좋아. 그럼 박유성 선수에게 1픽을 맡겨보자고.”

안준혁 팀장은 차를 몰고 신성 스튜디오로 향했다.

20억이라는 역대 최고의 계약금과 별개로 박유성은 2편의 CF 촬영을 보장받았는데 오늘 그 두 편을 몰아 찍는 날이었다.

박유성과 계약을 확정 짓고 나서 대다수 계열사들이 박유성을 전속 모델로 삼길 원했다.

이제 막 계약한 신인 선수이기 이전에 박유성은 LA 올림픽의 주역이자 야구 종목 MVP였기 때문이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 활약했을 땐 야구팬들이나 알아주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세계를 제패한 금빛 궁사(양궁)들을 제치고 LA 올림픽 스포츠 스타 선호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

광고계에서는 벌써부터 수영의 박태완이나 피겨 스케이팅의 김유나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계열사들의 반응이 뜨겁자 신성 그룹은 송광철 대표를 통해 추가 CF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유성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헐값으로 찍는 건 두 편으로 충분해요.”

신성 그룹에서 스타즈 입단 조건으로 보장한 CF 계약금은 편당 5억 원.

작년까지만 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던 고등학교 야구 선수에 불과했으니 이 정도면 대박이나 다름없었지만, 박유성은 인생 3회차였다.

스포츠와 관련 없는 계열사들까지 앞다투어 전속 모델을 원하는 건 쌀 때 써먹겠다는 속셈이었다.

올해만 야구를 하고 말 것도 아니고.

앞으로 20년은 야구를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이미지를 소비해 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박유성의 선택을 받은 건 신성 제약과 신성 스포츠.

신성 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포츠 산업이라 뽑았고.

신성 제약은 광고 카피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뽑았다.

“너도 할 수 있어, 박유성처럼. 크으. 오글거리면서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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