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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201화 (201/412)

타자 인생 3회차! 201화

25. 스타즈의 신성(10)

가뜩이나 골든 글러브 수상 결과로 시끄러웠던 베이스볼 파크는 송광철 대표 관련 기사가 나오자 확 불타올랐다.

└송광철 대표면 송현민이 삼촌 아님?

└맞음. 박유성도 송현민이 소개시켜 준 거.

└박유성 지금이라도 에이전트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에이전트가 생각 없이 말하네.

└송광철 대표 원래 기자들하고 사이 안 좋기로 유명함. 박유성도 기사 보면 괜히 계약했다 싶을 듯.

└그런데 다들 기사 내용은 본 거야? 내용은 별거 없던데?

└별 내용 아님. 송광철 대표는 에이전트로서 할 말 했는데 기자들이 말꼬리 잡은 거임.

└말꼬리를 잡히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혹시 직업이 기자임? 아니면 기자 가족인가?

└에이전트라면 꼬투리 잡힐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초반에는 송광철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자극적인 제목을 떠나 송광철 대표가 대응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란 지적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런데 로메오 클레멘스는 왜 가만있는 박유성을 도발한 거야?

└뻔하지 뭐. 메이저리그 가고 싶어 죽겠는데 눈앞에 박유성 있으니까 시비 걸고 보는 거잖아.

└로메오 클레멘스 랜더스 잔류 아님?

└올해 완벽하게 부활했는데 미쳤다고 잔류하겠음?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 50퍼센트 일본 진출 가능성 49퍼센트 봅니다.

└한국 잔류 가능성이 1퍼센트임?

└아뇨. 야구 그만둘 가능성이 1퍼센트임. 한국 잔류각 없음.

└ㅅㅂ

└로메오 클레멘스가 도를 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리그 MVP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세요.

└박유성은 올림픽 MVP인데요?

└리그 MVP하고 올림픽 MVP하고 같나요?

└당연히 다르죠. 리그 MVP 따위가 어딜.

└올림픽은 다 해서 5경기였습니다. 리그는 그 30배인 150경기고요. 당연히 리그 MVP가 더 가치 있죠.

└그럼 프로 야구 MVP인 로메오 클레멘스가 크리스 반스보다 더 낫다는 건가요? 진짜 이렇게 생각한다면 답이 없는데?

└딱 봐도 랜더스 팬인 거 같은데 적당히 해요. 리그 MVP 대단한 거 인정하는데 박유성은 무려 올림픽 MVP입니다. 그것도 경쟁자조차 없어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MVP 뽑혔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로 야구 MVP 따위를 알아줄까요? 막상 송현민 작년에 리그 MVP 탔지만 뭐 없던데요? ㅋㅋㅋ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 장사를 하던 기사들이 내려가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다룬 기사들이 올라오자 공식적인 자리에서 친분도 없는 박유성을 건드린 로메오 클레멘스의 잘못이라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뭐야? 랜더스 팬들 다 사라졌음? 로메오 클레멘스가 콩이 되도록 까이고 있는데 커버 쳐주는 사람이 없네?

└원래 랜더스 팬 없음. ㅋㅋㅋ

└뭔 개소리야? 랜더스 파크 가보긴 했음?

└관중 동원력은 인정. 하지만 프로야구 시청률은 바닥임.

└야구장 가는 팬들만 팬이 아닙니다. 야구장 가는 팬들보다 훨씬 더 많은 팬들이 TV로 중계 봅니다.

└냉정하게 랜더스 팬덤은 파이터즈 팬덤하고 비슷할지도.

└ㅅㅂ 선 넘지마라.

└그래. 파이터즈는 심했어. 이글스라면 모를까.

└어디 이글스를 끌어들여? 올해 이글스 파크 관중 꽉 채운 거 모름?

일부 짓궂은 팬들이 랜더스 팬들을 자극하며 불씨를 지펴보려 했지만 반응하는 랜더스 팬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평소 같았으면 언론보다 먼저 일갈을 날렸을 SG 그룹 정영진 회장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이걸 빌미로 로메오 클레멘스의 자존심을 건드리자는 거죠?”

“그렇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로메오 클레멘스는 자존심이 강한 투수입니다. 자이언츠에서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5선발 자리를 제안하자 계약 해지를 요청했을 정도니까요.”

“단순히 5선발이라는 순서 때문만은 아니겠죠. 결국 돈과 직결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자이언츠 입장에서도 로메오 클레멘스 선수가 계륵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만약에 무리해서 메이저리그에 올렸다면 작년보다 더 처참한 성적을 냈겠죠.”

2022년 후반기에 콜업된 로메오 클레멘스는 이후 3시즌을 꽉 채우고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어냈다.

그전까지 구단이 주는 대로 군말 없이 사인했던 로메오 클레멘스의 2026년 연봉은 3백만 달러로 껑충 뛰었고.

부상을 당하지 않고 시즌을 마쳤다면 연평균 2천만 달러 수준의 장기 계약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봉을 올려주기가 무섭게 부상을 당해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수술 결과를 떠나 예전의 구속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 서니까 자이언츠 구단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수술대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장기 계약을 맺어줄 것처럼 굴던 자이언츠의 온도가 바뀌자 로메오 클레멘스도 한국행이라는 도박을 선택했고.

그 스노우볼이 구르고 굴러 올 시즌 랜더스의 통합 우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영진 회장은 가능하면 내년 시즌에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다.

2022년부터 3년 내리 우승을 할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나니까 정상에서 내려가기 싫어졌다.

“로메오 클레멘스와의 계약은 어떻게 준비됐습니까?”

“일단 다니엘 브리토 선수의 계약을 베이스로 삼았습니다.”

“다니엘 브리토요? 그 선수와는 급이 다르지 않습니까?”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로메오 클레멘스 선수가 더 낫지만 리그에서의 성적은 압도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니엘 브리토 선수도 2년간 좋은 활약을 펼친 끝에 장기 계약을 맺은 거라서요.”

랜더스 최윤철 단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랜더스밖에 모르는 정영진 회장 입장에서야 로메오 클레멘스가 최고겠지만.

첫 2년간의 성적은 다니엘 브리토가 한 수 위였다.

작년에 10승 9패 3.55의 성적을 거뒀던 로메오 클레멘스는 원칙대로라면 시즌이 끝나기 전 퇴출을 당해야 했다.

그랬다면 올 시즌 MVP는 물론이고 골든 글러브를 탈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것이다.

반면 다니엘 브리토는 스타즈에서 뛰는 4년 동안 단 한 시즌도 못한 적이 없었다.

6번 타자로 주로 출전했던 2025년에는 0.303의 타율과 27개의 홈런, 95타점을 기록했고.

리그 적응을 완전히 끝낸 2026년에는 1번과 3번을 오가며 0.335의 타율과 35개의 홈런, 104타점을 기록했다.

로메오 클레멘스가 40점을 받았다가 100점을 받아 평균 70점이 됐다면 다니엘 브리토는 70점과 80점을 받아서 평균 75점인 셈.

하지만 그런 논리는 정영진 회장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니엘 브리토보다 무조건 더 주세요.”

“보장 연봉은 최대 300만 달러가 한계입니다.”

“그럼 충분히 달성 가능한 옵션으로 맞춰주세요.”

“생각하시는 금액을 말씀해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흠……. 메이저리그에서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일단 몇몇 언론에서 3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300만 달러밖에 안 됩니까?”

“부상을 당했던 시즌 연봉이 300만 달러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보여준 건 없으니까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거라면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500만 달러쯤 쓰죠.”

정영진 회장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금액을 책정했다.

보장에 가까운 연봉 500만 달러에 구단에서 보조하는 각종 편의를 더하면 체감 연봉은 세후 400만 달러 정도일 터.

그 정도는 쥐여줘야 세전 300만 달러 수준의 메이저리그 계약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세부 옵션을 빼고 보장 옵션으로 돌릴까요?”

“그런 건 문제 생기지 않게 알아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박유성 선수 말입니다. 언제 밥 한 끼 같이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어요?”

“아직 입단식 전이라서요. 당분간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약 기사는 났지만 박유성은 아직 입단식을 치르지 않았다.

11월 말까지 마무리 훈련이 진행됐고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이다 보니 1월 말쯤에 주전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입단식이 논의되고 있었다.

정영진 회장이 야구 잘하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아직 스타즈 유니폼도 입지 않은 박유성을 따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

“그럼 시즌 끝날 때쯤 한번 보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박유성 선수 에이전트와 약속을 잡아보겠습니다.”

“괜히 이번 일로 눈치 주고 그러지 마요. 추신우 선수처럼 박유성 선수도 우리 랜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회장님. 추신우 선수 때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추신우 선수는…….”

“알아요. 고교 졸업하고 나서 바로 미국 간 거. 박유성 선수는 포스팅을 거쳐야 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포스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무조건 원소속 구단에 복귀해야 합니다.”

“하지만 10년 후라면 어떨까요?”

“……네?”

“절대 안 된다던 지명권 거래가 가능해졌고 FA 전 장기 계약이 흔해졌습니다. 샐러리 캡 같은 제도가 도입됐다 사라졌고 이제는 사치세를 논의한다죠? 세상이 바뀌는 만큼 야구도 바뀌고 있어요. 박유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언제 끝낼지는 모르지만 박유성 선수의 보유권을 트레이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회장님. 언제고 박유성 선수가 랜더스의 선수가 될 거라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겠습니다.”

“그래요. 야구단은 그렇게 운영하는 겁니다.”

정영진 회장의 주문을 받은 최윤철 단장은 곧바로 로메오 클레멘스의 에이전트인 피터 제임스를 만났다.

“초이. 미리 말하지만 메이저리그가 먼저예요.”

“랜더스는 로메오 클레멘스 선수와 4년 계약을 원합니다.”

“4년? 오 노. 너무 길어요. 그리고 로메오 같은 위대한 투수를 4년이나 데리고 있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2천만 달러 어떻습니까?”

“……얼마요?”

“연평균 500만 달러입니다. 기존에 구단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고요.”

“흠……. 500만 달러라.”

“추가로 이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피터, 당신에게 에이전트 비용을 배로 지불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니까 단순히 에이전트 수수료만 따지지 말아요. 어느 쪽이 로메오 클레멘스 선수에게 나을지 생각해 보라고요.”

그로부터 보름 후.

로메오 클레멘스의 잔류 기사가 났다.

다니엘 브리토와 같은 4년(2+2) 계약에 보장 연봉 300만 달러.

상호 합의에 따라 옵션은 밝히지 않았지만 야구팬들은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계약일 거라 확신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 노옴! 단군왕검이 노하신다!

└단군신도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신들에게 감사드려요!

└뭐임? 갑자기 왜 이럼?

└로메오 클레멘스 랜더스 잔류 확정! 앞으로 2년간 방출 없는 한 랜더스에서 뛰게 될 듯.

└헐, 대박. 로메오를 잡았다고?

└젠장. 이건 계산에 없었던 건데.

└진짜 로메오 클레멘스만 남길 매일같이 기도했는데 신이 있긴 하나보네요.

└저도요. 베팍에서 거피셜 얘기 나올 때마다 심장이 아팠는데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박유성 에이전트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여기서 박유성 에이전트 얘기가 왜 나옴?

└골든 글러브 시상식 때 박유성 에이전트가 광역도발했잖아요. 박유성하고 붙고 싶으면 국내 남으라고.

└설마 그 얘기 때문에 재계약했겠음? 계약 조건이 좋으니까 했지.

└내년 시즌 랜더스-스타즈 개막전이던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해지네요.

└나눔 리그 최고의 방패와 나눔 리그 최강의 창의 대결인가? ㄷㄷㄷ

└제아무리 박유성이라 해도 로메오 클레멘스는 쉽지 않을 겁니다. 괜히 땅볼의 신이 아님.

└그래요. 박유성에게 처맞기 전까지는 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ㅋㅋㅋ

로메오 클레멘스가 랜더스에 잔류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스타즈 스카우트 팀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렇게 되면 선발 한 명은 로메오 클레멘스급으로 맞춰야 합니다. 1선발 매치업에서 밀리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랜더스를 이길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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