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194화
25. 스타즈의 신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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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철 대표가 250만 달러를 언급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자들이 예상하는 박유성의 계약금은 12억 선이었다.
“12억도 사실 많은 거야. FA 연수가 확 줄었잖아.”
“9년이었던 게 7년으로 줄었으니까 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비슷하게 가는 게 맞지. 심지어 박유성은 해외 진출이 확정적이잖아.”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오퍼 온 거 진짜 맞아?”
“박유성 하는 짓이 꼴 보기 싫어도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마. 야알못이라고 욕먹으니까.”
“아니 내가 야구 전문 기자인데 누가 나한테 그딴 소릴 해?”
“그러니까 괜히 욕먹을 소리 말라고. 에이전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라지만 박유성 정도면 그 정도 오퍼는 당연히 받았겠지.”
250만 달러면 현 환율 기준으로 34억 정도.
세금 떼고 에이전트 수수료 떼고 하다 보면 절반쯤 손에 쥘 테니 스타즈에서 엇비슷하게 맞춰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거 세전이야, 세후야?”
“세후로 봐야 하지 않을까? 송현민도 세후였잖아.”
“세후면 거의 20억 수준인데?”
“S급 선수들은 예전부터 세금 보전받았어. 박유성 정도면 챙겨줄 만하고.”
“야구 팬들 기망하는 것도 아니고 세후 발표는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어.”
“스포츠 선수들 연봉 많이 받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 아직 많잖아. 그것도 신인 계약금이니까.”
“하긴. 박유성이 기준을 확 높여 버리면 구단들만 골치 아파지지.”
“어쨌거나 아직도 10억이냐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듣겠네.”
기자들은 박유성의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경신을 기정사실로 하면서도 선을 넘는 걸 경계했다.
박유성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실력이 진짜라면 프로 야구 판에서도 충분히 잘해낼 터.
그렇다면 굳이 계약금이 아니더라도 연봉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챙길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앞다투어 박유성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저스 기사 봤어?”
“그거 진짜야?”
“다저스 공식 SNS에 올라왔잖아. 부단장이 직접 인터뷰까지 했고.”
“다저스 걔들 왜 그래? 박유성한테 뒷돈이라도 받은 거야 뭐야?”
“뒷돈 받고 다저스를 움직일 정도면 야구를 왜 하겠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자고.”
다저스발 기사를 접한 기자들은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 여겼다.
다저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구단이 고작 박유성 하나를 잡자고 올 인을 선언하지는 않았을 터.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이나 다른 선수와의 계약 연장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자 박유성을 이용해 자극을 주려는 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뒤이어 지구 라이벌인 자이언츠가 참전하면서 그런 말들이 쑥 들어갔다.
“자이언츠는 또 왜 이래?”
“얘들 진짜 박유성 가지고 싸우는 거야?”
“내가 뭐랬어? 얘들 박유성 보고 싶어서 올림픽에 부른 거 맞다니까?”
민찬수의 음주 운전 방조 사건으로 엔트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까지만 해도 LA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서 대체 선수를 승인해 줄 거라 예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엔트리 제출 기간이 지난 데다가 갑작스러운 부상이 아니라 개인사였기 때문에 민찬수를 빼고 23명으로 올림픽을 치러야 할 거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LA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특별 교체를 허락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에서는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후지와라 코타로의 사정을 LA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인정해 준 거라고 떠들어댔지만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노사 협의 때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 제안을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보다 원활한 선수 수급을 위해 21세 이하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선수 노조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거든요. 그래서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재논의를 하기로 결론을 냈는데 박유성 선수가 U-18 야구 월드컵에서 타격 8관왕을 차지해 버린 겁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도를 개선해도 혜택을 받을 선수가 없다는 선수 노조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박유성 선수를 올림픽으로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러 입장이 맞물리면서 박유성은 LA 올림픽에 나갔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대회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런 박유성을 잡기 위해 자이언츠 구단이 제시한 몸값은 최소 500만 달러.
다저스의 550만 달러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자이언츠는 필리스, 트윈스로부터 보너스 풀을 트레이드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그러자 아메리칸 리그 빅마켓 구단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양키즈와 레드삭스는 곧장 해외 아마추어 계약을 전면 유보하고 박유성을 잡겠다고 밝혔고.
텍사스 언론에서도 레인저스 구단이 박유성을 잡기 위해 송현민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떠들어댔다.
그 외에도 애인젤스와 컵스, 내셔널스까지 올해 연봉 총액 순위 10위 안에 드는 빅마켓들 대부분이 참전하면서 박유성의 몸값도 수직 상승했다.
“이 분위기라면 진짜 500만 달러 받겠는데?”
“못 받을 것도 없지. 북중미에서 300만 달러 받아가는 유망주들보다는 박유성이 낫잖아?”
“올림픽에서 조금 친 걸로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인정하는데 과대평가는 무슨. 막말로 박유성이 올림픽에서 못했어 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저 난리를 치겠어?”
박유성의 계약금을 12억 원 정도로 예상했던 언론들은 메이저리그 반응을 보며 조금씩 예상치를 올렸다.
1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그리고 다시 15억 원 이상으로.
기대치가 올라갈 때마다 베이스볼 파크를 비롯한 야구 관련 커뮤니티가 왁자지껄해졌지만, 스타즈 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15억이고 20억이고 상관없으니까 제발 박유성 좀 잡아라.”
“진짜 우선 지명까지 했는데 메이저리그에 뺏기는 건 말이 안 돼. 구단 망신이라고.”
“송찬우 내년 시즌 끝나면 해외 진출이야. 박유성 잡고 내년에 꼭 가을 야구 해야 해.”
“박유성 오면 우승할 수 있을까?”
“박유성 혼자 멱살 잡고 올림픽 우승시키는 거 안 봤어? 게다가 김혜성도 합류했잖아. 외국인 투수들만 잘 뽑으면 가능성 있어.”
“난 3위 안에만 들어도 한국 시리즈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단기전에서는 박유성 같은 스타일이 깡패라고.”
그렇게 모든 구단의 신인 선수 계약이 발표되고.
2028 한국 시리즈마저 끝나서 FA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때쯤 스타즈 구단에서 박유성의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단독) 박유성, 스타즈 입단! 계약금은 20억 원!]
메이저리그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논란이 될 만한 금액이었지만.
스타즈 팬들은 물론이고 야구 팬들도 20억이라는 금액에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박유성 20억 받은 거 나만 적당하다고 생각함?
└내 예상보다 조금 더 받긴 했는데 받을 만하다고 봄.
└예상이 얼마였는데?
└17~18억?
└큰 차이는 없네.
└메이저리그에서 500만 달러 이상 불렀으니 이 정도 맞춰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스타즈 팬으로서 진짜 대만족임.
└너무 오버 페이 아닌가?
└오버 페이는 그만한 가치가 없는 선수에게나 쓰는 표현이고요.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5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했습니다.
└500만 달러 = 한화로 67억 원. 이것저것 다 떼도 최소 33억임.
└제 주변에서는 오히려 20억도 손해라는 말이 많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2년 안에 메이저리그 올라가서 장기 계약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요.
└박유성 가족임? 20억이 뉘 집 개 이름이에요?
└박유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계약금 500만 달러에 현지에서도 마이너리그 적응 기간을 2년으로 보고 있으니까 3년 차 때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5년 차 끝내고 바로 장기 계약 가능해요.
└그때까지 최저 연봉 받지 않음?
└박유성이 2031년에 메이저리그 올라간다고 치면 최저 연봉이 86만 달러 이상임. 한화로 12억 정도예요. 그리고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도 많이 올라서 2년간 20만 달러 정도 받을 수 있고요.
└마이너리그 가면 무조건 손해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ㄷㄷ
└가 계산대로라면 박유성은 장기 계약 직전까지 계약금과 연봉으로 800만 달러 정도 수령이 가능합니다. 차포 떼고 절반만 챙겨도 54억이에요.
└그럼 스타즈 입단 시 기대 수익은 얼마임?
└계약금 20억에 박준수 기준으로 5년간 15억이니까 최소 35억이네요. 아마 여기에 옵션 붙고 해마다 CF 두어 편 찍어야 조금 더 받는 수준이에요.
계약 발표에 앞서 신상욱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무작정 옹호하지만 말고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란 말이야. 신성 그룹 비서실 인재들을 외모 보고 뽑은 거 아니잖아?”
“입사 합격자들 중에서 비서실 인력을 추가로 선발한 거 아시잖습니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비서실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신상욱 회장의 특명을 받은 한용준 비서 실장은 전 비서실 인력을 소집해 밤샘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기회비용을 앞세워 야구팬들을 이해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메이저리그의 제도들은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프로 야구 제도도 달라지고 있고요. 하지만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야구팬들은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메이저리그 직행 기사에 아직도 박찬오 선수와 추신우 선수를 언급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십 년 전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니까 기사를 보는 대중들도 오해할 수밖에 없고요.”
“스타즈에서 박유성 선수를 우대한 만큼 박유성 선수도 그만한 손해를 감수했다는 걸 수치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박유성 선수에 대한 회장님의 관심이 크다는 거 다들 알고 있죠? 이번 기회에 회장님께 비서실 일 잘한다는 소리 한번 들어봅시다.”
신성 그룹 비서실이 열일한 덕분에 박유성의 역대 최고 계약금에 대한 반응은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로 넘어갔다.
하지만 세부 계약서를 전달받은 프로 야구 협회는 이 터무니없는 계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기만 했다.
“세후 20억인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옵션이 너무 과합니다.”
배연석 과장의 우려에 신세혁 사무총장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왕을 비롯해 MVP와 골든 글러브, 각종 타이틀에 걸린 보너스까지는 넘어가더라도 타격 성적에 따른 보너스는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럼 이 계약을 반려하자는 겁니까?”
“불법적인 계약은 아니라 반려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 사례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악용될 소지요?”
“지금도 FA 계약 때 타격 성적을 디테일하게 집어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에 그 구단들 귀에 박유성 선수의 세부 보너스 내역이 들어가 보십시오. 당장 올해 FA 계약부터 난리가 날 겁니다.”
세금 보전이 들어가면서 100억 선을 유지하던 FA 계약은 샐러리캡이 폐지되면서 150억 선을 단숨에 돌파해 버렸다.
연봉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2023시즌부터 도입된 샐러리캡 제도는 구단만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 속에 2025년에 폐지가 됐고.
그 기간 동안 권리를 침해당했던 선수들이 들고일어나면서 2025년 겨울 FA 시장에는 100억이 넘는 대형 계약들이 쏟아졌다.
덩달아 준척급 선수들도 제 권리 찾기에 나섰는데 박유성의 세부 옵션이 그런 선수들에게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일단 이 계약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 합니다. 외부로 절대 새어 나가서는 안 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건 따로 열람 제한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치하세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박유성 선수 말입니다. 여기서 얼마나 받아갈 것 같아요?”
신세혁 사무총장이 분위기를 풀 듯 물었다. 그러자 배연석 과장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내년 시즌에 박유성 선수가 MVP를 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실력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