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187화 (187/412)

타자 인생 3회차! 187화

24. 역대급 신인(8)

└사부열전 박유성 편 재밌음?

└아직 안 보셨으면 꼭 보세요. 강추입니다.

└사부열전 1회부터 거의 다 봤는데 박유성 편이 제일 재밌었음.

└저도요. 스포츠 선수들 편은 재미없어서 거의 안 봤는데 박유성 편은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ㅋㅋㅋ

└재미도 재미지만 박유성 선수 생각이 되게 어른스럽더라고요. 야구에도 진심인 거 같고요.

└박유성이 야구에 진심이 아니면 누가 진심인가요? ㅋㅋ

└천재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원래 잘해서요.

└다른 것보다 박유성 신발 안 벗으려고 버티는 거 진짜 웃겼음 ㅋㅋㅋ

└민지혜가 올림픽 다녀온 사이에 키가 더 클 줄 알았냐고. ㅋㅋㅋ

└민지혜가 박유성보다 키가 커요?

└민지혜 프로필상 185 > 박유성 프로필상 183. 이 정도면 별 차이 안 날줄 알았는데 민지혜 실제 키가 189였음. ㅋㅋㅋ

└괜찮아요. 박유성 선수가 한 살 어리니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ㅋㅋㅋ

└근데 야구 선수는 키가 너무 커도 별로이지 않아요?

└키가 커지면 그만큼 스윙이 커져서 지금처럼 임팩트 있는 스윙을 유지하는 건 힘들걸요?

김정국 PD는 특집 방송이라고 많은 걸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평소의 포맷에 맞추되 박유성과 민지혜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분 다 운동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잖아요? 2박 3일 촬영이니까 일단 오늘은 두 분이 하고 싶은 걸 해봅시다.”

소녀 감성이 충만한 민지혜는 곧바로 자신의 위시리스트를 늘어놓았다.

“저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코인 노래방도 가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요. 아, 캠핑도 좋아요!”

하지만 3회차를 사는 박유성에게 민지혜의 위시리스트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PD님. 민지혜 선수하고 따로 움직여도 되죠?”

“왜요? 박유성 선수는 놀이공원 가기 싫어요?”

“네. 싫습니다.”

“그럼 박유성 선수 위시리스트는 뭔데요?”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푹 쉬는 거? 마사지도 받고 싶고요.”

“마사지요?”

“이번에 대표팀에서 받아봤는데 장난 아니더라고요. 아마 민지혜 선수도 알걸요?”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민지혜와 최대한 날로 먹으려는 박유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정국 PD는 중재안으로 게임을 제안했다.

“게임은 심플하게 뿅망치 게임으로 가겠습니다.”

국가 대표 선수라 반사신경이 남다를 줄 알았건만 이겨야겠다는 욕심이 앞선 민지혜는 일단 뿅망치부터 잡으려 들었고.

“반칙! 반칙!”

박유성은 민지혜의 움직임에 과민 반응하며 스태프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아 쪼옴! 그냥 좀 맞아주면 안 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국대 배구선수가 휘두르는 뿅망치는 흉기야. 몰라?”

“너 근데 아까부터 말이 짧다?”

“누나라고 하지 말라면서요? 그리고 말은 너님이 먼저 놨거든요?”

민지혜가 어떻게든 놀이공원에 가겠다며 뿅망치를 휘둘러 댔지만.

박유성은 양은 냄비를 아예 왼손에 쥐고 버티며 민지혜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게 뿅망치 게임이 박유성의 승리로 돌아가자 민지혜가 인정할 수 없다며 김정국 PD를 호출했다.

“다른 게임 해요.”

“다른 게임이요.”

“이 게임은 저한테 불리했던 거 같아요.”

“그럼 어떤 게임을 할까요?”

“제자리 높이 뛰기?”

“아예 져달라고 해라.”

이후 몇 가지 게임을 더 이어 나갔지만 박유성은 단 한 번도 져주지 않았다.

“PD님. 배고파서 못 하겠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원래 이렇게 몸 쓰는 게임이었어요? 프로그램 제목이 바뀌었나?”

기대 이상으로 분량을 뽑아낸 김정국 PD는 민지혜가 원하던 캠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 편을 나눠서 진 팀이 고기 굽기를 하려고 했는데 두 분이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고기는 제작진이 굽는 걸로 하겠습니다.”

“유성아. 나 지금 순간 배구공 찾을 뻔했다.”

“배구공을 뭐 하러 찾아? 그냥 등짝 스매싱 한 대 때려줘도 PD님이 정신 차리실 텐데.”

“내 손에 맞으면 죽어.”

“그러라고 시키는 건데?”

“저기 두 분? 지금 촬영 중이거든요? 필름 계속 돌아가고 있는데요?”

“PD님. 지혜 누나가 여기서 거기까지 뛰는 데 몇 초쯤 걸릴 거 같으세요? 제 생각에는 PD님 못 도망갈 것 같은데?”

“맞아. 일단 PD님 처리하고 촬영 분량 없애면 되지.”

“알았으니까 진정하시고요.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진즉 그렇게 나오셨어야죠.”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거 같다. 히히.”

마치 베테랑 예능인처럼 현장을 쥐락펴락하는 박유성과 민지혜를 보며 최윤영 작가도 혀를 내둘렀다.

만약을 위해 대본까지 따로 준비해 놨는데 자신이 머리를 굴려 만든 대본보다 날것에 가까운 지금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제작진이 구워준 고기를 야무지게 싸먹으며 박유성과 민지혜는 LA 올림픽을 회상했다.

“진천 선수촌 밥 맛있더라?”

“넌 처음이었지?”

“야구 대표팀은 어지간하면 밖에서 훈련하니까.”

“나는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농담 아니고 들어올 때마다 살이 쪘다니까?”

“그래 보이더라.”

“뭐 인마?”

“아니야. 하던 얘기 계속해.”

“근데 너는 방 누구하고 썼어?”

“나? 현민이 형.”

“어땠어?”

“우린 신성 호텔에서 지내서 편했어. 말이 좋아 2인 1실이지 방이 엄청 넓었거든.”

“부럽다. 우린 조직위원회에서 배정해 준 방에서 지냈는데.”

“거기도 은근 넓지 않았어?”

“별로 안 넓었어. 문 열고 몇 걸음 걸어가면 바로 창문인 느낌?”

“방이 작은 게 아니라 누나가 크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너야말로 계속 깐족거리다 PD님보다 먼저 맞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본래라면 출연진들이 돌아가며 올림픽에 대한 질문을 꺼내야 했지만.

박유성과 민지혜는 알아서 화제까지 넘겨가며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렇다고 선을 넘진 않았다.

“근데 외국 선수들은 그냥 막 아무한테나 치근덕거리나?”

“왜?”

“아니 그냥.”

“그래. 알았어.”

“뭘 알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누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겠다고. 그러니까 넘어가자. 그 얘기 잘못 꺼내면 두고두고 피곤해져.”

“아, 그런가?”

민지혜가 가끔 실수를 하려 하면 박유성이 칼같이 막아서 제작진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만들었다.

첫날을 캠핑으로 마무리한 제작진은 둘째 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만세에에!”

“PD님. 이건 얘기가 다른데요? 제가 이겼잖아요?”

“네. 그래서 어제 박유성 선수가 원하는 대로 먹방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민지혜 선수가 원하는 걸 할 차례죠.”

“어제 고기는 지혜 누나가 다 먹었거든요?”

“뭐래? 나 별로 안 먹었거든?”

“누나 나중에 방송 나가는 거 봐라.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찍혀 있을걸?”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툴툴거리면서도 박유성은 민지혜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자 일단 넌 토끼 머리띠 쓰고.”

“왜 내가 토끼야?”

“귀여운데 왜?”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자, 곰 머리띠.”

“그것도 안 돼.”

“또 뭐가 문제인데?”

“이건 야구 팬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어.”

“그럼 호랑이? 아니면 사자?”

“자객이냐?”

“야, 그럼 여기 외계인. 이거 해.”

“그래. 차라리 이게 낫겠다.”

“어우, 취향 이상해애.”

박유성의 머리에 기어코 머리띠를 씌운 민지혜는 신이 나서 박유성을 끌고 다녔고.

“또 탄다고? 안 힘드냐?”

“아직 반에 반도 못 탔거든?”

적당히 타다 빠질 줄 알았던 박유성은 민지혜의 1일 남친이 되어주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 놀이기구까지 빼지 않고 함께했다.

“박유성 선수 말이에요. 저거 컨셉일까요?”

“컨셉? 무슨 컨셉? 나쁜 남자 컨셉?”

“츤데레 컨셉이요. 철 지나긴 했지만 또 우리 세대에는 저런 남자가 인기 많았거든요.”

“박유성 선수가 몇 살인데 저런 컨셉을 잡겠어? 그냥 민지혜 선수가 너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맞춰주는 거지.”

“그럼 더 대박인데요? 이거 방송 나가면 전국의 2030 누나들 난리 나겠는데요?”

“그래?”

“아마 야구 팬들도 흐뭇하게 볼 겁니다. 지금 딱 느낌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아들이 여자 친구와 노는 것 같거든요.”

“어느 쪽이든 걸리기만 해. 이번에 제대로 시청률 찍어서 폐지 소리 쑥 들어가게 만들 테니까.”

마지막 날은 스튜디오 녹화가 진행됐다.

이날 박유성과 민지혜의 게스트로 민병규와 한소정이 등장했는데 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박유성과 민지혜 자랑을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그쪽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유성이는 올림픽 야구 MVP예요. 이게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우리 지혜도 이번 올림픽에서 공격 성공률 3위였거든요?”

“3위? 하하. 그냥 웃을게요. 우리 유성이 이번 올림픽 타격 1위입니다. 최다 안타 1위고요. 득점도 1위 도루도 1위네요. 아, 출루율과 장타율도 당연히 1위고요.”

“그렇게 다 따지면 우리도 할 말 많아요!”

“그러니까 말을 하시라고요. 누가 말을 못 하게 말리나?”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제작진은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지만.

앞선 회차 때도 별것 아닌 일로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던 걸 잘 알고 있던 박유성은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걸 사전에 차단했다.

“소정이 누나.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뭐? 갑자기?”

“그렇다고 지혜 누나 이상형을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야! 나도 이상형이 있거든?”

“누나는 그냥 아이돌이나 계속 좋아하시고요. 소정이 누나는 여자한테 뭐든 이겨먹는 남자가 좋아요, 아니면 적당히 져줄 줄 아는 남자가 좋아요?”

“그야 당연히 적당히 져줄 줄 아는 남자지.”

“병규 형. 들었죠?”

“크흠. 그래. 내가 좀 흥분했던 거 같다.”

“저 지금 사람 하나 살린 거예요.”

“그래. 알았다. 고맙다. 유성아.”

뒤늦게 자신이 막 나갔다는 걸 인지한 민병규가 꼬리를 내렸고.

영문을 몰라 하는 제작진에게 박유성이 대신 상황을 설명했다.

“병규 형 이상형이 소정이 누나래요. 배구하는 모습에 반했다나요? 그래서 기자회견 때 저 끌고 소정이 누나 옆으로 간 거예요. 근데 바보같이 말도 못 걸었대요.”

“야 인마. 인사는 했거든?”

“형 지금 하는 게 초딩들이 좋아하는 여자 괴롭히는 거랑 똑같은 거 알죠? 암튼 빨리 소정이 누나한테 사과해요. 야구는 내가 잘했는데 왜 형이 언성을 높여요?”

“그야 저쪽에서 인정을 안 하니까…….”

“그냥 다 같이 잘하는 걸로 합시다. 종목도 다른데 꼭 우열을 가려야겠어요?”

“그래요. 한소정 선수. 내가 미안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밥이나 한 끼 하시죠?”

만약 박준수였다면 이렇게 밥상을 차려줘도 수저를 들지 못했겠지만.

민병규는 능청스럽게 방송을 이용해 데이트 신청을 했고.

“민병규 선수가 사는 거죠? 나 엄청 많이 먹는데 괜찮겠어요?”

한소정도 이때다 싶어 민병규의 호감을 받아주었다.

“이거 갑자기 우리 방송이 사랑의 스튜디오가 됐는데요?”

“그러게. 근데 저 두 사람 원래부터 뭐 있지 않았어?”

“있었으면 뭐 어때요? 저는 보기 좋은데요?”

“하긴. 썸도 안 타고 저러다 문제 생기면 방송 사고지. 암튼 박유성 선수 덕분에 분량이 넘친다. 넘쳐.”

4주간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선영이 몰래 만들었던 박유성 팬카페 회원 수가 3배로 늘었다.

올림픽 직후 많은 팬들이 가입해 줘서 3만 명을 넘겼던 게 다시 힘입어 10만 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로 가입한 회원들의 나이와 성별을 확인한 이선영이 씩 웃었다.

올림픽이 한창 진행될 땐 3040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10대와 20대 여성 가입자 비율이 확 높아졌다.

“이 중에서 우리 유성이 여자 친구가 나오려나?”

처음에는 자신을 엄마로 인정해 준 박유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막상 규모가 커지니까 야구 선수들 중에 제일 잘나간다는 송현민의 팬카페를 넘어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박유성의 팬카페 가입자 수가 대폭 늘었다는 소식은 계약 협상을 맡은 김재식 단장에게 전해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