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180화
24. 역대급 신인(1)
스타즈를 마지막으로 프로 야구 12개 구단에서 우선 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나눔 리그
라이온즈 – 경복 고등학교 3학년 배윤성(우투)
랜더스 – 청송 고등학교 3학년 안경호(좌투)
스타즈 – 신성 고등학교 3학년 박유성(좌타)
자이언츠 – 부산 제일 고등학교 3학년 조일준(우투)
타이거즈 – 광일 고등학교 3학년 김신우(우투)
트윈스 – 경성 고등학교 3학년 강우석(우투)
-드림 리그
다이노스 – 용화 고등학교 3학년 성윤찬(좌투)
베어스 – 충열 고등학교 3학년 최현준(우투)
위즈 – 안산 고등학교 3학년 홍혜수(좌투)
이글스 – 북익 고등학교 3학년 송영기(우투)
파이터즈 – 군산 고등학교 3학년 강준기(우투)
히어로즈 – 덕우 고등학교 3학년 이관우(좌투)
총 12명의 우선 지명 선수들 중에 타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고교 투수 빅3로 꼽히던 김신우와 이관우, 안경호를 지명한 타이거즈, 히어로즈, 랜더스를 비롯해 마땅한 선수가 없다며 대학 선수까지 고려한다던 구단들까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고등학교 졸업 예정인 투수들을 구단의 미래로 점찍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투수들 중에서 최고 계약자가 나오게 마련이지만.
모든 야구팬은 박유성의 계약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상황이 송현민 때하고 똑같지 않음? 그때도 송현민 빼고 전부 투수였던 것 같은데?
└송현민 때는 우선 지명받은 타자가 3명이었습니다.
└누구누구였는데요?
└대졸자 한 명하고 고졸자 한 명 더 있었는데 지금은 잊힌 지 오래죠. ㅎㅎ
└그런데 왜들 투수만 뽑음? 올해 타자가 박유성 말고 없음?
└원래 우선 지명은 투수 뽑는 게 일반적이에요. 투수는 키우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지만 타자는 주전급으로 키우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이게 맞죠. 우선 지명으로 뽑힌 타자들은 대부분 팀의 취약 포지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것도 드래프트 때 다른 팀에서 뺏어 갈 가능성이 높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지명했죠.
└난 스타즈 박유성 지명보다 히어로즈 이관우하고 파이터즈 강준기가 더 신기함.
└저도 파이터즈 팬이지만 강준기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계약금 적잖게 줘야 할 거 같아서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히어로즈 팬도 우선 지명 만족합니다. 이관우 무조건 메이저리그 갈 줄 알았는데 국내 잔류 선언했네요. ㅎㅎ
└지금 박유성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 기대치 높아져서 계약하면 무조건 손해랍니다.
└박유성하고 메이저리그하고 무슨 상관임?
└박유성이 신인 최대어잖아요. 기준이 박유성이 될 텐데 제대로 된 보장 못 받죠.
└그런데 박유성이 스타즈에 남을까?
└이분 또 시작이시네.
└유명한 분임?
└박유성 메이저리그 가서 스타즈 팬들 뒷목 잡고 쓰러지라고 고사 지내는 인간임.
└박유성 같은 대어는 큰물에서 놀아야 하는 겁니다.
└신상욱 회장이 최고 대우 약속했고 김재식 단장도 박유성 에이전트하고 비밀 회동까지 했으니까 국내 잔류하겠죠. 설마 확답도 안 받고 우선 지명 발표했을까요?
└메이저리그 구단 반응들이 중요합니다. 밖에서 흔들면 박유성 선수도 흔들릴지 몰라요.
└아니죠. 스타즈 구단의 대응이 더 중요하죠. 아마추어 계약이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쓸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메이저리그 보장을 해주는 거 아닌 이상 결국 계약금 싸움일 텐데 스타즈가 그만큼 맞춰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박유성 당분간 여자 조심해야 할 듯.
└갑자기요?
└박유성 올림픽 금메달로 포상금 엄청 나왔잖아요. 거기에 계약금도 엄청 받을 테고. 이런 때일수록 아랫도리 간수 잘해야 합니다.
└말투가 기분 나쁘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닌 듯.
└박유성 선수 에이전트가 잘 관리하겠죠.
└박유성 선수 에이전트가 송현민 선수 에이전트죠? 그럼 뭐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2028년 LA 올림픽 전에 정부에서 발표한 포상금은 금메달 7천만 원, 은메달 4천만 원, 동메달 3천만 원이었다.
이 중 단체 종목 선수들은 정해진 금액의 75퍼센트를 수령한다는 규정에 따라 야구 대표팀 전원이 5,250만 원을 받게 됐다.
거기에 추가로 연금 점수 100점을 얻어 죽을 때까지 매월 100만 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됐으니 어마어마한 보상이 아닐 수 없지만 대다수 언론은 정부 포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협회에서 우승에 건 게 30억이었지? 그럼 선수들에게 최소 1억씩 가는 건가?”
“24인 엔트리였으니까 선수들이 1억씩 받고 나마지는 코칭스태프들이 나눠 가질걸?”
“코칭스태프들도 최소 6천 이상은 챙기겠네.”
“어디 그것뿐이야? 신성 그룹에서도 금메달 따면 선수당 3억씩 포상하겠다고 했잖아.”
“거기에 각 구단에서도 포상금 나올걸?”
“구단에서도?”
“스타즈 얘기 들어 보니까 박준수에 이번에 이적한 송찬우까지 따로 챙겨주겠다는데 다른 구단에서 가만있겠어?”
“송찬우는 돈복이 터졌네. 어떻게 딱 맞춰서 스타즈를 가냐?”
“그 반대지. 파이터즈가 운이 좋은 거야. 송찬우가 계속 파이터즈에 남아 있어봐. 생색내기라도 1억쯤 챙겨줘야 했을걸?”
선수마다 개인 스폰서가 붙어 있어서 포상금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프로 야구 선수 중에서는 박준수와 송찬우가 가장 많이 받을 거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LA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포상금을 챙기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한국 야구 협회 포상금만 5억이라며?”
“나도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 아마협 맨날 운영비 없다고 프협에 돈 뜯어가지 않았어?”
“그게 언제 적 얘긴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해? 김영문 협회장 들어오고 나서 아마협도 스폰서 많이 붙었는데.”
“아마협에서 프협 지원금 받는 건 사실이지 뭐.”
“김영문 협회장도 이번 참에 생색 한번 내고 싶을 거야. 아시안 게임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아마추어 야구 선수가 또 나오겠어?”
“어렵지. 투수도 아니고 타자는 더더욱 힘들고.”
“심지어 박유성은 MVP까지 탔잖아.”
“그럼 박유성이는 지금까지 얼마를 번 거야? 프협 포상금 1억에 신성 포상금이 3억, 아마협 포상금은 혼자 다 먹으니까 5억. 거기에 스타즈에서 따로 챙겨주나?”
“박유성 입단 확정되는 순간 바로 챙겨줄걸?”
“거기에 정부 포상금까지 더하면 거의 15억쯤 되겠는데?”
기자들은 신성 그룹 추가 포상금은 스타즈 입단 이후에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스타즈 입단을 사실상 확정 지은 박유성의 통장에는 신성 그룹의 포상금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금메달 포상금 3억에 구단 포상금 5억이라. 앞선 회차 때 받은 계약금보다 많은데?”
1회차 시절 박유성이 파이터즈에서 받은 계약금은 5천만 원이었다.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신성 고등학교의 전국 대회 성적이 처참해서 하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하위 라운드 선수들은 순서에 상관없이 같은 계약금을 지급한다는 파이터즈의 엿 같은 원칙에 따라 5천만 원을 받게 됐다.
그래서 2회차 시절에 이 악물고 야구를 했고 그 덕(?)분에 파이터즈 1차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2억 원.
동기인 김신우와 이관우, 안경호가 5억이 넘는 돈을 받는 걸 그저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3회차는 프로에 입단하기도 전에 신성 그룹에서만 8억을 받게 됐다.
생각지도 않았던 한국 야구 협회에서도 5억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신성 재단과 신성 고등학교 동문회, 신성 고등학교 야구 동문회에서도 포상금이 나갈 거라는 연락이 왔다.
심지어 송현민을 후원하던 스포츠 장비 업체에서도 정식 스폰서 계약을 맺을 경우 송현민과 동일한 금액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정확한 금액은 들어와 봐야 알겠지만 세금을 떼더라도 15억은 넘을 터.
“이 돈으로 뭘 하지?”
멍하니 천장을 보며 고민하던 박유성의 눈으로 새까만 무언가가 샤샤삭, 하고 지나갔다.
‘X발. 바퀴벌레.’
현재 박유성이 사는 집은 구축 아파트였다.
세 식구가 살 때는 30평 초반의 신축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결혼하고 이후 동생이 둘이나 늘어나자 방 4개짜리 아파트를 찾게 됐고 조건에 맞춰 지은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의 아파트로 들어오게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박유성은 이 집에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1회차 때는 파이터즈의 연고지인 전주로 이사를 갔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집에 발걸음을 끊다시피 했고.
2회차 때는 파이터즈에서만 16년을 뛰는 바람에 집에 올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을 팔았으니까.’
결국 언제고 정리할 집이라 지금껏 별생각 없이 지내 왔는데 스타즈 입단이 확정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 성격에 귀찮아서 절대 이사 안 할 거야. 어머니도 내가 서울 팀에서 뛰는데 작은 집으로 이사 가자는 말은 안 하시겠지. 그래. 차라리 이사를 가자. 유신이 녀석도 한창 뛰어다닐 나이니까 마당 딸린 집이 낫겠어.”
구축이긴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20억이 넘었다.
게다가 학군도 좋아서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집을 팔고 변두리 쪽에 전원주택을 알아볼까? 아니야. 유선이하고 유신이는 학교 다녀야 하는데 그래도 서울이 낫겠지. 그럼 타운 하우스가 좋겠다.”
생각을 마친 박유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때마침 박명철과 이선영이 나란히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잠깐 얘기 좀 해요.”
“급한 얘기냐?”
“우리 이사 가요.”
“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방금 제 방에서 바퀴벌레 나왔어요.”
“집이 오래돼서 그래. 그리고 사내새끼가 무슨 바퀴벌레 가지고 호들갑이야?”
예상대로 박명철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선영은 달랐다.
“방역 업체에 다시 연락해야 하나 봐요.”
“방역 업체는 무슨. 그런 데 돈 써봐야 소용없다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이사 가요. 이 집 팔고 이번에 포상금 나온 거 보태면 마당 딸린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어요.”
“마당 딸린 집?”
“유신이도 밖에서 한창 뛰어놀 나이잖아요. 유선이도 배구 시작했고요. 좁은 아파트보다는 그래도 전원주택이 낫지 않겠어요?”
“흠……. 전원주택이라. 나쁘지 않네. 마당에서 고기도 꿔 먹을 수 있고.”
살살 달래자 박명철도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최 사장이 새로 구매했다는 별장을 자랑해서 살짝 배알이 꼴리던 차였다.
그러자 이선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전원주택이면 애들 학교 가기가 힘들 거 같은데?”
“그럼 타운 하우스로 알아보죠 뭐.”
“타운 하우스?”
“오다 보니까 저쪽에 타운하우스 단지 있던데요?”
“거기 엄청 비쌀 텐데?”
“어머니. 저 이번에 포상금으로 15억쯤 들어올 거 같아요. 거기에 계약금도 10억 이상 받을 거고요. 이 집도 매매가가 상당하니까 다 합치면 타운 하우스 하나 못 사겠어요?”
박유성의 말에 이선영이 다시 박명철을 바라봤고.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린 박명철이 무릎을 딱 치며 일어났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나도 아파트 생활이 질리던 차였어.”
“그럼 어머니가 내일부터 근처에 있는 타운 하우스 좀 알아보세요. 돈이 더 필요하면 아버지가 대출받아 오시겠죠.”
“그래. 돈 걱정 하지 말고 유성이 말대로 해. 우리도 이번 기회에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자고.”
평소였다면 즉흥적인 두 부자를 뜯어말렸을 이선영도 이번만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도 오가며 본 타운 하우스에서 박유선과 박유신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이선영은 바로 부동산을 찾아가 매물을 확인했다.
“요 앞에 럭스 하우스 말씀이시죠? 그렇지 않아도 매물이 딱 하나 있는데…… 이게 가격대가 좀 있습니다.”
“얼마에 나왔는데요?”
“이게 일단 대지 면적이 넓어요. 두 동을 지을 걸 한 동으로 지어서 마당도 넓고요.”
“그러니까 얼마냐고요.”
“45억입니다. 이게 급매라서 그나마 가격이 내려오긴 했는데…….”
“한번 보여주세요.”
“네?”
“그 정도 생각하고 왔으니까 한번 보여주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