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169화 (169/412)

타자 인생 3회차! 169화

23. 라이징 스타(1)

1

[(단독) 프로 야구 협회, 스타즈-파이터즈 트레이드 승인!]

[송찬우 스타즈 유니폼 입는다! 프협, 논란의 트레이드 전격 승인!]

[프협, 트레이드 문제없다 승인 결정. 일각에서는 여론을 무시했다는 아쉬움 남아.]

[수도권 구단들 긴급 모임. 트레이드 반대 성명서 발표할지 주목.]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에 한껏 들떴던 베이스볼 파크가 발칵 뒤집혔다.

└협회 제정신임?

└제정신 맞는데요?

└너님이 제정신이 아닌 듯.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돈 10억 던져주고 다른 팀 기둥뿌리 뽑아갔는데 이래도 아무 문제 없나요?

└그 기둥뿌리 내년이면 뽑힐 예정이었는데요?

└그게 무슨 말임?

└송찬우 내년 시즌 채우면 5년 차라 해외 진출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본인도 해외 진출하겠다고 밝혔고요.

└막말로 송찬우 보내고 홍형태에 조우진 받으면 파이터즈가 남는 장사 아닌가?

└송찬우 한 명 몸값으로 선발 2명 받았으니까 100퍼 남는 장사죠.

└다른 팀 일이라고 막말하시네요. 임찬기 주고 홍형태에 조우진 받으라면 받겠음?

└왜 가만있는 타이거즈를 건드려요?

└그런데 이 트레이드 안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안 하기로 한 적 없는데요?

└그냥 언론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거임.

└요즘 구단들이 얼마나 약은데요? 협회에서 부결 날 트레이드였으면 애당초 시도도 안 합니다. 될 줄 알고 시도한 거예요.

└난 이 트레이드 반댈세.

└어르신. 이미 승인 났어요. 집에 가서 발 닦고 주무세요.

└트레이드 승인 나면 끝임? 나중에 취소 안 됨?

└부결 났다가 승인 나는 경우는 있어도 승인 났다가 부결 나지는 않을걸요?

└애당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니까요. 그리고 스타즈가 박유성 우선 지명할 가능성 높은 이상 이 트레이드는 파이터즈가 개이득임.

└누구 맘대로 개이득임?

└원래 언론 계산은 박유성 지명권 10억 + 송찬우 가치 10억이었음. 근데 스타즈가 박유성 지명하고 1라운드 지명권 받는 거면 10억 가치 못 함.

└1라운드에서 김혜성 데려갈 수 있는데요?

└그 김혜성도 대학 리그에서나 잘하는 거죠. 송찬우 데려왔으니까 김혜성 대신 본래 지명 순서로 고졸 투수 뽑으면 됨.

└김혜성 정도면 10억 정도 줘도 괜찮지 않음?

└재작년하고 작년에 우선 지명권 맞교환이 10억을 했던 건 트윈스와 다이노스가 우승팀이라 1라운드 12번째 지명권을 가지고 있어서였습니다. 스타즈는 1라운드 6번째 픽이에요. 그 차이를 생각해야죠.

└이게 맞음. 박유성을 1차 지명으로 데려오는 거였으면 10억도 싼데 김혜성이면 좀 비싸게 주고 산 거죠.

└대학 리그 다승 1위에 158㎞/h까지 찍는 좌완 선발인데요?

└김혜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송찬우가 왔고 박유성도 왔으니까 홍형태 뒤를 받쳐줄 즉시 전력감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요.

올림픽 금메달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스타즈와 파이터즈 간 트레이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승인 발표가 났으니 다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애당초 박유성은 스타즈 선수였습니다. 우선 지명권이 스타즈에게 있다고요.

└그 우선 지명권 신성고 선수한테는 안 쓰기로 한 거 아니었음?

└그건 자체 패널티였고 지난 4년간 지켰습니다. 프협에서 징계받은 게 아니에요.

└프협 징계 아니었음?

└뭔 헛소리예요. 연고지 학교 선수 지명 못 하게 하는 징계가 어디 있습니까?

└기왕 지킨 거 올해까지 지키면 안 되는 거였냐!

└지키려고 했잖아! 그래서 굳이 지명권 트레이드까지 한 거고.

└트윈스 팬이지만 솔직히 스타즈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함.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박유성이 공공재도 아니고 파이터즈와 거래했으면 된 거지 이제 와서 추첨 타령하는 거 진짜 역겨워서 못 봐주겠음.

└저도 추천은 반대지만 이런 식의 짬짜미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메이저리그도 없어져야겠네요. 이런 식의 짬짜미가 가장 판을 치는 게 메이저리그니까요.

└그렇게 말해줘 봐야 소용없어요. 지금 다른 구단 공홈 가 보세요. 이번 트레이드 승인 났다고 협회 욕하는 게 아니라 박유성 욕하고 있음.

└박유성을 깐다고? 제정신인가?

└진짜 이 와중에 박유성 까는 애들은 여권 확인해야 함.

└언론이 문제예요. 우기면 될 거라고 팬들을 선동하니까 저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거잖아요.

└가 미친 인간들아. 니들이 좋아하는 선수들 병역 면제시켜 준 게 박유성이다. 박유성 아니었으면 4강은커녕 예선 탈락이었어!

└됐고 난 이제부터 프로야구 보이콧 할 거니까 스타즈 너희끼리 잘해봐라.

└저도요. 당분간 프로야구 안 봅니다.

└안 보는 김에 국대 경기도 안 보면 안 됨? 꼭 이런 인간들이 국대 경기는 챙겨보더라.

└내년 월드 베이스 볼 클래식 때 TV 앞에 앉아서 우리 유성이 하겠죠 뭐. ㅋㅋㅋ

└스타즈 팬으로서 당신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제발 그 약속과 신념을 지켜주세요.

└스타즈는 하늘이 두렵지 않냐?

└ㅋㅋㅋㅋ 무슨 하늘 타령이야.

└순리를 거슬러야 하늘이 두렵지. 순리대로 가겠다는데 뭐가 문제임?

그렇게 한창 불타오르던 베이스볼 파크에 새로운 떡밥이 날아들었다.

└대박. 스타즈 감독 전격 사임.

└박흥선 감독이요? 왜요?

└송찬우 오면 올해 포스트 시즌 진출 쌉가능인데 이 타이밍에 사임을 한다고?

└박흥선 감독이 홍형태 양아버지잖아요. 조우진도 엄청 예뻐했고. 송찬우를 떠나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한 구단의 처사에 화가 난 듯합니다.

└파이터즈 박영천 감독도 그래서 사임했잖아요.

└내가 박흥선 감독 잘 아는데 의리 지키겠다고 밥그릇 찰 양반이 아닌데?

└박흥선 감독 나름 덕장이었습니다. 따르는 선수들도 엄청 많았고요.

└이렇게 된 거 박흥선 감독이 파이터즈 왔으면 좋겠네요.

└저도요. 박흥선 감독 정도라면 낫 배드. 홍형태하고 조우진도 키워냈으니까 추가로 선발 한 명 더 키우면 한동안 선발 걱정은 없을 듯.

└재밌네요. 갑자기 박흥선 감독이 선수 육성의 달인이 됐어요. ㅋㅋ

└진짜 박흥선 감독이 망친 유망주가 한 트럭인데 다들 몰라도 너무 모르는 듯.

└박흥선 감독 그만두면 차기 감독은 누구임?

└파이터즈처럼 수석 코치가 대행하겠죠. 감독은 시즌 끝나고 느긋하게 뽑을 거고.

└송찬우에 박유성, 거기에 김혜성까지 합류하면 진짜 우승권 전력 아님?

└우승권은 아니고 랜더스하고 트윈스에 비벼볼 정도는 될 듯.

└님아. 그게 우승권 전력인데요?

└스타즈 감독 자리 인기 폭발일 듯.

└제발 이번에 레전드 출신 감독 오길.

└저도요. 박흥선 감독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젠 좀 이름값 있는 감독이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우승권 전력으로 급부상한 스타즈 감독 자리를 두고 각종 커뮤니티마다 수많은 지도자들이 소환됐다.

하지만 차기 스타즈 감독은 레전드 출신 스타 플레이어도, 우승을 경험한 명감독도 아니었다.

“코치님이 스타즈예요?”

-그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와…….”

-반응이 왜 그래? 내가 스타즈 감독 되는 게 싫으냐?

“당연히 싫죠. 고등학교에서 3년을 봤는데 코치님을 또 봐야 하잖아요.”

김석률 수석 코치 밑에서 계속 야구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지만 박유성은 일부러 청개구리처럼 굴었다.

그러자 김석률 수석 코치가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너 말하는 거 보니까 스타즈 감독으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 코치님.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살살 하실 거죠?”

-살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모두가 너를 주목하는데 남들보다 배는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

“자꾸 그러시면 저 미국 갑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게 네 선택이면 존중하마. 대신 에이전트는 잘 골라라. 이상한 놈 만나서 고생하지 말고. 알았지?

“농담이에요. 투수도 아니고 고졸 야수가 미국 가서 뭐 하려고요?”

아직 귀국 보따리도 싸지 못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부추기고 있었다.

스타즈와 파이터즈 간 트레이드 합의에 불만을 품은 언론들은 노골적으로 미국행을 강권했다.

언론들의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야구 선수들도 박유성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박유성 선수는 재능이 넘치는 선수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3년 정도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고 나면 추신우 선수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겁니다.’

‘올림픽 야구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현역 시절보다 낫던데요? 박유성 선수 같은 친구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줘야 합니다. 저는 충분히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박유성 선수에게 상당한 관심이 있습니다. 포스팅이 아니라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으로 데려올 수 있으니까요. 경쟁이 치열할 거라 예상됩니다.’

‘유성아. 내가 한참 선배니까 한마디만 할게. 무조건 미국 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쳐. 그게 맞아.’

일부러 해외 진출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이른 해외 진출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던 시절처럼 미국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김하선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국내에 남으라고 조언했다.

‘마이너리그는 약육강식이야. 기대주라고 조금 더 기회 주는 거? 그딴 거 없어.’

‘하선이 형 말이 맞아. 우리 팀에도 해마다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이 올라오거든? 다들 실력도 나쁘지 않아서 키워보면 괜찮겠다 싶은데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더라. 메이저리그는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의 무대야. 너라면 포스팅을 통해 훨씬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어.’

‘넌 일단 살부터 찌워라. 최소한 나만큼은 키워야 해. 내가 너보다 몸이 큰데 나도 더그아웃 가면 쭈구리 된다. 메이저리그 애들 피지컬 장난 아니야. 마이너리그 가서 성적 내면서 체격 키우는 거? 그거 거의 불가능해. 그냥 국내에서 스타 대접 받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나아.’

‘다 필요 없고 유성아. 너 영어는 좀 하니? 마이너리그에서 통역 데리고 다니면 진짜 왕따당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영어 못하는 선수들은 은근 따돌림당해. 그러니까 통역 없이 살 자신 없으면 영어 공부부터 하자. 그게 맞아 인마.’

박유성도 메이저리그에 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친동생인 박유신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직접 챙기면서 한 차례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형이고 3회차인데 기왕 가는 거 유신이보다는 많이 받아야지. 몇백만 달러로는 비행기 기름값도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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