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166화
22. 어메이징 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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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밤잠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던 2028 LA 올림픽이 어느덧 폐막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출정을 앞두고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이 밝힌 목표는 10-10.
금메달 10개를 따내 종합 순위 10위를 탈환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84년 치러진 LA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로 사상 첫 종합 순위 10위를 기록했다.
이후 88년 서울 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통해 4년 연속 톱 10을 기록하는 등 올림픽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지난 도쿄 올림픽 이후 그 위상이 실추된 상황이었다.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1년 늦게 치러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16위에 그쳤고.
다시 한번 10-10을 노렸던 파리 올림픽에서도 성적 반등에 실패했다.
이번에 10-10을 목표로 삼았을 때도 과거에 젖은 추상적인 목표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내걸 때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은 10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최종 목표 10위권 진입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목표 달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다름 아닌 양궁.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비롯해 근래에 추가된 혼성 종목까지 전부 금빛 화살을 쏘아내며 최강 양궁의 위상을 드높였다.
태권도에서는 기대보다 적은 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펜싱과 유도, 레슬링에서 금빛 레이스를 추가하며 올림픽 일정 6일 차 만에 금메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이후 취약 종목이 이어지면서 금메달 소식은 뚝 끊겼다.
마지막 메달밭이었던 사격은 간판스타 곽예림의 부진 속에 충격의 노골드에 그쳤고.
축구와 여자 배구는 세계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결승전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세계 최강 미국이다 보니 금메달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상황.
그러나 결승에 간 것조차 기적이라던 야구 대표팀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내면서 16년 만의 두 자릿수 금메달이 완성됐다.
어제 저녁에 열린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박유성의 결승 홈런과 박준수의 투런 홈런에 힘입어 미국 대표팀을 4 대 0으로 꺾었다.
1회 초 선발 투수 임찬기가 연속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박유성이 연거푸 호수비를 펼친 끝에 실점 위기를 벗어났고.
위기 후 기회라는 야구 격언을 살리듯 박유성이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내면서 미국 대표팀 쪽으로 기울 뻔했던 경기 분위기를 대한민국 대표팀 쪽으로 끌고 왔다.
추가 득점도 박유성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1 대 0, 한 점 차 살얼음판 승부가 계속되던 6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유성은 3루타를 때려내며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 크리스 반스를 궁지로 몰아붙였다.
이후 송현민의 땅볼 때 홈을 파고들면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완성시킨 박유성은 4 대 0으로 앞선 8회 말, 미국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 캐빈 거스에게 안타를 때려내며 올림픽 야구 역사상 첫 결승전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했다.
결승전에서만 4타수 4안타를 친 박유성은 이번 올림픽에서 타격과 최다안타, 득점, 도루 4관왕을 차지했다.
미국과의 예선전과 대만전에 선발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4타수 11안타에 0.786이라는 경이로운 타격감을 선보였으며 빠른 발로 5개의 베이스를 훔쳐내고 수많은 호수비를 선보이는 등 전 세계 야구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해설진들로 꾸려진 미국 중계진조차 박유성의 플레이를 보며 넋을 놓을 정도였다.
경기 직후 발표된 MVP 역시 박유성의 차지였다.
투표 권한을 가진 모든 기자가 한목소리로 박유성을 외치자 조직 위원회는 별도의 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박유성을 MVP로 선정했다.
다저스 파크 인터뷰룸에서 진행된 우승 기자 회견에 참석한 박유성은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선수들이 단합한 결과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한 자신을 아마추어 교체 선수로 추천한 한국 야구 협회 김영문 회장과 이를 승인한 프로 야구 협회 장인석 총재, 그리고 야구 대표팀을 위해 숙소와 연습장, 음식을 지원한 신성 그룹 신상욱 회장에게 깜찍한(?)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한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폐막식 때까지 휴식을 취한 뒤 남은 선수단과 함께 김포 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후략>
[베이스볼 패치 나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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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패치 기사가 뜨자 동시에 세 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송 과장. 수고 많았습니다.”
“어휴.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박유성 선수가 잘한 거죠.”
“그래도 우리 송 과장이 옆에서 몇 마디 거들었을 거 아닙니까?”
“저는 정말 별말 안 했습니다. 협회장님.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했을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요?”
“솔직히 아마추어 교체권 두고 이곳저곳에서 연락 많이 왔지 않습니까. 그거 협회장님이 단칼에 잘라내셨다고 말했습니다.”
“단칼은 무슨요.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치 아팠는지 봤잖아요.”
“그래서 MSG 조금만 쳤습니다. 어쨌거나 박유성 선수로 밀어붙인 건 협회장님이시니까요.”
“암튼 이제 좀 면이 섭니다. 솔직히 야구 월드컵 때 별 재미를 못 봤잖아요?”
“우승하자마자 민찬수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똥을 뿌렸죠.”
“어쨌든 우리 박유성 선수 참 기특합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요즘 선수들하고 다르다고. 요즘 선수들은 덩치만 컸지 애잖아요. 하지만 박유성 선수는 예전 고교 야구 선수들 보는 느낌입니다.”
“예전 고교 야구 선수들이라니요?”
“야구밖에 모르고 웃어른한테 인사 잘하고 그런 이미지 있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죠. 그때는 오히려 야구 한다 그러면 좋게 봤었죠.”
“운동부가 원래 선후배를 철저하게 따지지 않습니까. 일개 직원인 저한테도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박유성 선수는 뭘 해도 잘되겠다 싶었습니다.”
송기섭 과장의 말에 김영문 협회장이 흐뭇하게 웃었다.
U-18 야구 월드컵 우승 때 잠깐 본 것만으로 박유성의 인성에 대해 평가하긴 어렵겠지만 송기섭 과장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선수를 키워낸 것 같은 보람이 들었다.
“이번에 박유성 선수 들어오면 우리도 환영식 해야겠죠?”
“어휴. 그럼요. 당연하죠. 박유성 선수는 아직까지 저희 협회 소속입니다. 프로 야구 협회 쪽에 낄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딴소리할지 모르니까 미리 얘기 잘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협회장님. 아예 공문으로 쐐기를 박겠습니다.”
프로 야구 장인석 총재도 박유성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선수가 대견하네요.”
“심지어 누가 따로 주문한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협회 직원이 슬쩍 언질을 주려고 했는데 더그아웃이 난리도 아니어서 말도 못 붙였다고 하더라고요.”
“더그아웃이 난리도 아니라니요?”
“우승을 하지 않았습니까? 다들 신이 나서 또 난장판을 만들었나 봅니다.”
“설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린 건 아니죠?”
“그렇지 않아도 그것부터 확인했는데 박유성 선수가 미성년자라 주류 반입은 안 했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미국은 축하하는 건데 뭐 어떠냐고 넘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그런 거 하나 꼬투리 잡히면 애꿎은 협회만 욕먹어요.”
“그래도 금메달을 따서 정말 다행입니다. 총재님.”
“그러니까요. 솔직히 동메달만 따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이라니. 하하. 그럼 나도 이제 올림픽을 우승시킨 총재가 되는 겁니까?”
“네. 프로 야구 역사에 단 두 명뿐인 올림픽 우승 총재가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암튼 신 총장이 고생 많았어요.”
“아닙니다. 총재님. 총재님이 든든히 버텨주셨기 때문에 저도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신세혁 사무총장이 씩 웃었다.
본래 아부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장인석 총재는 모시기에 딱 좋은 총재였다.
독단적이지 않고 주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부하 직원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내심 장인석 총재가 연임되기를 바랐는데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았다.
“선수단 귀국이 언제입니까?”
“30일이 폐막식이니까 아마 31일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본래 좀 일찍 들어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네. 8월 1일부터 프로 야구가 재개되어서 29일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문체부에서 같이 귀국하는 게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면 구단들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그렇다고 문체부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귀국장에는 대통령도 온다고 합니다.”
“대통령이요?”
“이번 올림픽은 목표 달성이 유력하니까요. 와서 생색을 내려는 모양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5개로 종합 순위 8위에 올라 있었다.
아직 올림픽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안심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설사 순위가 밀리더라도 10위 수성은 충분할 거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이 와서 우리 선수들을 반겨준다면 이번 올림픽의 주역은 야구가 될 겁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야구가 아니었다면 금메달 10개를 무슨 수로 채웠겠습니까?”
“축구와 배구에서 동메달을 딴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맞아요. 솔직히 배구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축구에서 메달이 나올 줄은 생각 못 했습니다.”
“우리도 만약에 준우승에 그쳤다면 축구와 여자 배구에 묻혔을지 모릅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죠. 결승에 올라간 게 어디인데요?”
“아시잖습니까. 사람들은 금메달만 기억하는 거. 은메달과 동메달은 관심조차 주지 않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기분 좋게 웃어대던 장인석 총재가 구석에 올려놓았던 트레이드 관련 서류를 집어 들었다.
본래 야구 대표팀이 귀국한 다음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귀국이 늦어진 이상 괜한 말이 나오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오늘 중에 처리합시다.”
“알겠습니다. 총재님. 양 구단에 마지막으로 의사를 확인하고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 미리 마련해 놓으세요.”
“다른 종목과 따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대표팀 인원이 몇 명인데요? 보나 마나 축구와 배구도 한 자리씩 차지할 텐데 우리 선수들을 들러리 세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제가 그럼 신성 그룹 쪽에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참, 박유성 선수는 꼭 참석시켜야 합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이제 곧 우리 협회 소속 선수가 될 텐데요.”
총재실을 나선 신세혁 사무총장은 배연석 과장에게 트레이드 승인 관련 기사를 내라고 주문했다.
“언론 브리핑은 총재님이 직접 하십니까?”
“아무래도 그게 좋지 않겠어요?”
“네. 그렇게 알고 연락 돌리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신세혁 사무총장은 곧바로 신성 그룹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언론을 통해 신성 그룹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니 야구 대표팀 기자회견도 신성 호텔에서 진행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시각.
신상욱 회장은 몇 줄 되지 않은 자신과 관련한 멘트를 읽고 또 읽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