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148화 (148/412)

타자 인생 3회차! 148화

21. 우유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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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4강전이 패배로 끝나자 일본 최대 커뮤니티인 1ch 야구 게시판은 범인 찾기에 돌입했다.

└사상 최악의 경기였어. 이 경기를 끝까지 본 게 후회가 된다고. (A2W5D3Q22F)

└어떻게 한국한테 질 수가 있지? (DK351KAB55)

└한국을 상대로 고작 2안타밖에 치지 못했어. 지는 게 당연하다고. (K32NFT2G45)

└한국도 박유성 말고는 안타를 치지 못했잖아? 그럼 누가 문제인 거야? (B63E2QW7D9)

└지금 마츠다 유이토를 욕하고 싶은 거야? (C63EQ5W76D)

└일본 타자들도 실망스러웠지만 마츠다 유이토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야. (D52E67Q8XF)

└마츠다는 최선을 다했어.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지 못한 거라고! (RQ32W1E45T)

└너희들, 마츠다 유이토에 대한 고마움은 없는 거야? 이번 올림픽에 가장 먼저 참가하겠다고 선언한 게 마츠다 유이토라고! (E83QD9G34D)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 마츠다 유이토가 한 게 뭔데? (F834EQ90DF)

└마츠다 유이토 대신 오타니 쇼헤가 참가했다면 어땠을까? (G93Q8D2G4F)

└오타니는 선발로 쓸 수 없어. 올 시즌엔 주로 타자로 출전했다고. (H98EW53Q5W)

└투수 레벨만 놓고 봤을 때 마츠다 유이토가 오타니 쇼헤보다 위야. 이걸 부정하는 건 바보들밖에 없다고. (K32NFT2G45)

└차라리 니키타 쇼우를 선발로 쓰는 게 나았을 거야. (I924K8WQ9D)

└니키타 쇼우는 푸에르토리코전에 나왔잖아. 무리라고. (J6W3Q56MG6)

└내버려 둬. 여기서 마츠다 유이토를 비난하는 멍청이들은 선발이 4일을 쉬어야 하는 것도 모를 테니까. (H56Q23W6DG)

초반에는 마츠다 유이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타자들도 타자들이지만 믿었던 마츠다 유이토가 완벽하지 못했던 게 패배의 원흉이라며 원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스즈키 이치이로를 비롯한 일본의 야구 레전드들이 마츠다 유이토를 두둔하자 감정적으로 쏟아내던 비난이 잦아들었다.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따져보자. 오늘 경기를 진 게 과연 마츠다 유이토만의 잘못일까? (K32NFT2G45)

└마츠다 유이토는 최선을 다했어. 박유성을 제외한 한국 타자들에게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RQ32W1E45T)

└그런데 마츠다가 원래 포크볼을 이렇게 많이 던졌나? (I8K5M3W56D)

└그건 아니야. 한국에서 마츠다 유이토를 분석했을 테니까 일부러 포크볼을 많이 던진 거야. 실제로 전략이 유효했고. (K32NFT2G45)

└마츠다 유이토의 실수는 하나밖에 없어. 박유성과 정면승부를 벌인 것. 그 외에는 완벽했어. (J3W5Q76M8D)

└그러니까 네 말은 한국의 루키인 박유성을 걸러야 했다는 거야? 농담이지? (K3W4Q7M8D9)

└그건 지극히 결과론적인 이야기야. 실제로 두 번째 타석에서는 포크볼을 던져서 박유성에게 삼진을 빼앗았다고. (LW7Q23K7D8)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김하선과 기정후, 감백호, 송현민 모두를 잡아냈어. 한국이 차세대 거포로 밀고 있는 박준수와 민병규도 잡아냈다고. 그런데 마츠다 유이토의 잘못이야? 마츠다 유이토는 오직 박유성에게만 안타를 허용했어. 그것뿐이야. (K32NFT2G45)

└박유성은 마츠다 유이토의 천적이라고 봐야 해. 박유성이 잘한 거라고. (M2W5Q7K8D9)

└박유성은 스즈키 지로와 동갑이야. 한국 대표팀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고. 그런 녀석에게 3루타만 3개를 얻어맞았어. 그런데 마츠다 유이토를 두둔하는 거야? (N5Q2J5D7M8)

└안타는 누구에게나 맞을 수 있어. 마츠다 유이토가 박유성과의 승부에 집착했던 건 나도 아쉽게 생각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OQW23K6D73)

└마츠다 유이토는 박유성을 잡아서 한국의 기를 꺾고 싶었던 게 아닐까? (P23Q56K8LD)

└무슨 말들이 이렇게 많아? 결과를 봐. 결국 졌잖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마츠다 유이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Q56WF7E4T8)

1ch 유저들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던 그 시각.

베이스볼 파크 유저들도 날을 새가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님들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에서 한 경기 3루타 3개는 은퇴한 방해민이 최초랍니다. 그다음이 박유성이고요.

└비교할 걸 비교해야죠. 방해민은 국내 경기 아님?

└난 박유성이 야구 역사상 최초일 줄 알았음. ㅋㅋ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몇 번 있더라고요.

└거기야 역사가 길잖아요.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별의별 기록들을 다 따짐. ㅋㅋ

└첫 번째 3루타 보고 물건이다 싶었고 두 번째 3루타 보면서 대박을 외쳤는데 세 번째 3루타가 진짜였음. 진짜 지렸음.

└저도요. 박유성 오늘 할 거 다 했다고 삼진당해도 욕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바로 3루타 때려 버림 ㅋㅋ

└추가 득점까지 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아쉽.

└일본에서 투수를 바꿔서 어쩔 수가 없었죠. 마츠다 유이토한테 다들 너무 시달렸잖아요.

└그런데 박유성 말고 무안타 실화임?

└이선철 해설 말이 빠른 공 위주로 공략하려고 준비했다잖아요. 그거 역이용해서 포크볼 비중을 확 높인 거고.

└궁금한 게 있는데 포크볼은 패스트 볼입니까 변화구입니까?

└포크볼은 그냥 포크볼입니다.

└큰 틀에서 놓고 보자면 변화구에 가깝지 않을까요? 스플리터는 패스트볼에 들어가고요.

└일단 패스트볼과 회전 자체가 달라요. 패스트볼은 백스핀이고 포크볼은 톱스핀임.

└이거 정답 없어요. 미국에서도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분류합니다.

└마츠다 유이토 스플리터 보고 싱커라고 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ㅎㅎ

└어쨌든 이겼으니까 오늘은 범인 찾기 하지 맙시다. 이긴 게 중요하죠. 상대가 일본이잖아요.

└진짜 역대급 한일전이었음. 지금도 심장이 저릿저릿함 ㅋㅋㅋ

└저도요. 중간에 화장실도 못 가고 끝날 때까지 망부석 모드였음.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기는 게 최고예요. 졌잘싸 같은 건 개나 줘버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 자체가 패자 미화입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겁니다. 승자독식이 맞아요.

└이제 결승전만 이기면 꿈에 그리던 전승 우승인가요?

└미국전은 내려놓자고요. 솔직히 너무 빡세요.

└미국전 선발 누구임? 또 게릿 벌렌더임?

└게릿 벌렌더 오늘 나와서 7이닝 2실점 승리 찍고 내려갔습니다. 결승전 못 나와요.

└결승전 선발은 크리스 반스 예상합니다.

└크리스 반스면 힘들겠네요.

└그런데 또 몰라요. 유성이가 해줄지.

└유성아! 믿고 있다규!

6회 말.

송찬우가 동점 홈런을 맞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야구냐는 분노가 쏟아졌지만.

속을 뻥 뚫어주는 9회 초 박유성의 3루타에 이어 구원 등판한 정규진이 9회 말을 깔끔하게 틀어막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쨌거나 박유성 진짜 기똥차게 야구하네. 내년에 파이터즈 야구 재미있겠어. ㅋㅋ

└똑똑똑. 우선 지명권 내놓으신 분 맞죠?

└안 팔아요.

└저희한테 파세요. 저희가 2배로 쳐 드릴게요.

└안 판다니까요.

└파이터즈가 창단 이래 계속 꼴등을 한 건 박유성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적당히 좀 찔러대세요.

└그래서 얼마라고?

└안 판다니까요 ㅠ.ㅠ 우리도 야구다운 야구 좀 해봅시다.

└다들 꿈 깨요. 박유성은 스타즈 우선 지명이니까.

└스타즈 우선 지명 박유성 못 하지 않음?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음.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현호 이후로 스타즈에서 상위 라운드에 뽑힐 선수도 없었음.

└이번에는 박유성이니까 팬들과 한 약속 무시하고 뽑겠다는 거임?

└그 팬들이 뽑으라는데 무슨 약속 타령입니까? 스타즈에서 연고 학교 선수에게 우선 지명권 행사하겠다는데 불만 있나요?

└지금 반짝반짝 게시판 가서 보세요. 박유성 우선 지명 안 하면 구단 갈아타고 유니폼 불태우겠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신념이 있는데 박유성 하나 잡자고 내던지겠다고?

└그깟 신념이 밥 먹여줌? 그리고 박유성 데려올 수만 있다면 신념 내다 버려도 상관없음.

└우리 좋은 날 싸우지 말아요.

└그래요. 맞아요. 박유성은 우리 모두의 박유성입니다.

└이러다 박유성 메이저 가면 개꿀잼일 듯? ㅋㅋㅋ

└박유성 메이저 안 갈걸요? 국내 남아서 신인 최고 계약금 갈아 치울 듯.

└지금 미국 넘어가 봐야 마이너에서 몇 년 굴러야 해요. 그러느니 프로 가서 경험 쌓고 포스팅 대박 터뜨리는 게 베스트임.

└그래서 박유성 어디로 가냐고요.

“폭풍전야가 따로 없네.”

퇴근도 미루고 베이스볼 파크 여론을 살피던 배연석 과장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초반에 한일전 승리에 대한 글들이 쏟아질 때만 해도 덩달아 신이 났는데

갑작스럽게 박유성의 행선지를 두고 베이스볼 파크가 불타기 시작했다.

잔칫날이라 과열되지는 않는 모양새지만.

배연석 과장은 박유성이라는 폭풍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서기철 대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과장님. 이러다 우리만 욕먹는 거 아니에요?”

“뜬금없이 우리가 왜 욕을 먹어?”

“상황이 애매해졌잖아요. 4강전 이겨서 박유성 선수 병역 면제 확정됐는데 지명권 트레이드 허락해 버리면 또 우리만 콩이 되도록 까일 거 같은데요?”

“엄살은. 뭘 또 콩이 되도록 까여?”

“대만전 때 기억 안 나세요? 박유성 선수 선발 제외됐다고 항의 전화 폭주했잖아요.”

“그랬나? 근데 왜 난 기억이 없지?”

“그때 과장님 눈치 보다 외근 나가셨잖아요. 암튼 농담 아니라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어요.”

“그럼 산재 처리해. 내가 사인해 줄게.”

“농담 아니라니까요?”

서기철 대리가 정색을 하자 배연석 과장도 웃음기를 없앴다.

그 역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 트레이드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스타즈는 물론이고 파이터즈까지 사장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이거 엎으면 난리 난다.”

“그냥 진행시키면 더 난리 날걸요?”

“너 어디 팬이야? 어디 팬인데 그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중요해. 만약에 여론이 두려워서 이거 부결시키면 그땐 다 해결될 거 같아? 아니. 천만에. 그래도 우릴 욕할 거다.”

“그래도 모든 야구팬에게 욕먹는 것보다는 낫죠.”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스타즈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박유성을 우선 지명으로 데려갈 수 있어. 신상욱 회장의 약속? 야, 까지 말라 그래. 지금 스타즈 팬들이 더 난리야. 신상욱 회장이 약속 지킨다고 박유성 지명 안 해서 놓치는 날엔 스타즈 팬들이 본사로 찾아갈 기세라고.”

서기철 대리는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다고 말해왔지만.

배연석 과장은 서기철 대리가 랜더스 팬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인천에 자리를 잡은 랜더스가 신성 고등학교에서 뛰고 있는 박유성을 데려오려면 파이터즈로부터 지명권을 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스타즈와 파이터즈 간에 진행 중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부결시켜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스타즈가 박유성 선점하면 파이터즈가 가진 우선 지명권은 휴지 조각이 돼. 그럼 올해 파이터즈는 운영이 힘들어질 테고 12개 구단 유지를 위해 파이터즈 창단을 강행했던 협회에서 도움을 줄 수밖에 없어. 그걸 사무총장님이나 총재님이 원하실 것 같아?”

“그래도 송찬우 선수까지 껴서 진행하는 건 과하지 않아요?”

“과하긴 뭐가 과해? 오늘 송찬우 던지는 거 못 봤어? 일본 상대로 안타 2개 내주고 1실점 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가만있겠어?”

“그럼 파이터즈에서 이적료 챙기는 게 낫잖아요?”

“파이터즈에서 뛰면 성적이 안 나오잖아. 스타즈는 그래도 포스트 시즌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지만 파이터즈는 만년 꼴등인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제값을 쳐주겠어? 어차피 스타즈에서 반 떼주기로 했으니까 스타즈가 아니면 팔지 못할 우선 지명권 장사하면서 송찬우도 스타즈 보내는 게 나아. 협회 입장에서는 그게 맞다고.”

“하아. 저는 모르겠어요.”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는 서기철 대리를 보며 배연석 과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히 모르겠지. 넌 랜더스 팬이니까.’

배연석 과장도 사적으로는 트윈스의 오랜 팬이고 박유성이 송현민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박유성이 트윈스에 입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때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신세혁 사무총장이 들어왔다.

“배 과장님. 언론 브리핑 자료 준비됐나요?”

“결승 진출 자료는 나왔고 트레이드 건은 승인과 보류, 두 개로 나눠 준비했습니다.”

“일단 다 가지고 제 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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