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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146화 (146/412)

타자 인생 3회차! 146화

21. 우유천!(2)

안재희 운영팀장의 예상대로 베이스볼 파크는 난리가 났다.

└ㄷㄷ 나 지금 뭘 본 거임?

└박유성이 3루타 치고 나가고 감백호 투 스트라이크 먹는 것까지 봤는데 어떻게 역전이 된 거죠?

└0-2에서 감백호 삼진 잡으려고 포크 볼 던졌는데 그게 빠졌어요. 그래서 박유성 득점함.

└감흥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한 사실전달댓글 감사요.

└진짜 같은 장면 본 게 맞나 싶네요. ㅎㅎ

└지금 아까 그 장면 몇 번째 돌려 보고 있는데 박유성 정말로 홈으로 내달리던데요? 벤치에서 홈스틸 사인 난 거 아닐까요?

└2사 3루에 감백호 타석 때 홈스틸이요? 농담이죠?

└만약 강기태 감독이 홈스틸 사인 냈다면 계좌 조회 들어가야 함.

└원래 3루 주자는 투수 정신 사납게 하려고 스타트 끊어요. 박유성이 특별히 뭔가를 한 게 아닙니다. 하던 대로 했는데 마츠다 유이토가 걸려 넘어진 거임.

└방구석 이선철 등장!

└난 이런 댓글 볼 때마다 야구를 무슨 재미로 볼까 싶음.

└일단 전제 자체가 틀렸습니다. 모든 3루 주자들이 스타트 끊는 거 아닙니다. 케바케고 지금처럼 믿을 수 있는 타자 타석 때는 베이스에 붙어 있는 게 국룰입니다.

└저도 영상 다시 돌려 봤는데 초구, 2구 때와 3구 때 스킵 동작이 다릅니다. 초구와 2구 때는 리드를 크게 가져간 다음에 가볍게 액션만 취했는데 3구째는 오히려 짧게 리드했다가 진짜 홈스틸을 할 것처럼 내달렸어요. 그래서 마츠다 유이토도 당황한 거고요.

└그런데 이건 박유성이 잘한 건가요 아니면 마츠다 유이토가 실수한 건가요?

└무슨 의도로 질문하는 건가요?

└의도 없는데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둘 다 아님? 마츠다 유이토는 실수를 했고 박유성은 잘했음.

└아니죠. 박유성이 잘했고 마츠다 유이토가 말린 거임.

└지금 제일 어처구니가 없는 건 마츠다 유이토일 거임. 프로 경력 10년 차 투수고 양키즈 2선발인데 박유성 스킵 동작에 속아버렸음. ㅋㅋㅋ

└타짜들에 나오는 평경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구라를 치려거든 혼이 담긴 구라를 쳐야 한다고.

└혼이 담긴 스킵! 스킵을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

└저도 처음에는 포크볼이 빠진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일본 중계진 멘트 들어보니까 박유성한테 말려서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대요.

└미국 중계진들도 똑같이 얘기함. 박유성이 갑작스럽게 스타트를 끊으면서 마츠다 유이토가 당황한 거라고.

└ㅇㅂㅇ 미국 중계진은 스퀴즈 플레이로 오해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박유성의 갑작스러운 홈 대시를 두고 각국 중계진의 해석이 갈렸다.

일본 중계진은 마츠다 유이토를 기만하려는 비겁한 동작이었다며 울분을 토해낸 반면 미국 중계진은 대한민국 대표팀 벤치에서 스퀴즈 플레이 사인이 나왔었을 거라 추측했다.

-보세요. 썬의 움직임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단순히 페이크 동작이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작전을 세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의 준비성을 칭찬해 주고 싶네요.

-준비성도 좋았지만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기는 썬의 플레이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동감합니다. 만약에 썬이 조금만 머뭇거렸더라도 런다운에 걸렸을 겁니다.

-썬은 정말이지 환상적인 선수입니다. 이렇게 반짝거리는 어린 선수는 지금껏 본 적이 없어요.

대한민국 중계진은 그저 감탄만 늘어놓았다.

-오늘 경기에 앞서 박유성 선수의 빠른 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그 얘기를 들은 모양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발도 빠르고 주루 센스가 남달라서 박유성 선수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두고 득점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뜻으로 한 얘기입니다만 오늘의 박유성 선수는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선철 해설위원의 칭찬은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잘하는 선수에게는 칭찬을 해야 합니다. 그게 당연한 거예요.

-말씀드리는 순간 코다 요시히로 선수가 친 타구가 높게 솟구칩니다.

-송찬우 선수의 스플리터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방망이 끝부분에 걸렸습니다.

-중견수 박유성 선수가 앞으로 천천히 내려와 공을 처리합니다. 쓰리 아웃. 송찬우 선수가 8, 9, 1번 타자를 차례로 잡아내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칩니다.

“후우…….”

6회 말 투구를 마친 송찬우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코칭스태프가 주문한 건 두 가지였다.

7회까지는 버텨줄 것.

장타를 내주지 말 것.

파이터즈에서 뛸 때 늘 듣던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결과적으로 둘 다 지키지 못했다.

투구수가 100구를 넘어간 상황에서 7회 등판은 불가능한 일.

게다가 홈런으로 점수를 내줬으니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강기태 감독은 송찬우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먼저 다가가서 꼭 안아주었다.

“찬우야. 고생했다. 정말 고생했어.”

“아닙니다. 감독님.”

“오늘 경기 꼭 잡을게. 그러니까 편하게 쉬고 있어.”

뒤이어 더그아웃에 들어온 선수들도 송찬우에게 다가가 주먹을 내밀었다.

“찬우야. 오늘 피칭 좋았다?”

“잘했어. 송찬우.”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승리투수 만들어줄 테니까.”

줄을 잇는 동료들의 칭찬이 머쓱했던지 송찬우는 코끝을 비볐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박유성이 들어오자 냉큼 끌어다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유성아. 아깐 고마웠다.”

“고맙긴요. 폭투 때 들어온 건데요.”

“너 아까 마츠다 유이토 표정 못 봤지? 끝내기 만루홈런이라도 얻어맞은 것 같더라.”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암튼 이제부터 너만 믿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외야로 넘어오는 공은 제가 다 잡을게요.”

박유성이 글러브 낀 손을 집게발처럼 탁탁 접었다 폈다.

다시 한 점 차이로 벌렸으니까 이제부터 이를 악물고 수비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찬우가 원하는 건 수비가 아니었다.

“수비도 수비지만 한 점만 더 뽑아라.”

“……네?”

“너 오늘 경기 3루타 2개잖아. 하나 더 채워보는 건 어때? 올림픽 야구 역사상 한 경기 3루타 3개는 없을 거 같은데?”

“……형도 어쩔 수 없는 투수네요.”

홈런보다 치기 어렵다는 3루타를 요구하는 송찬우를 보며 박유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 마운드 위로 올라오는 마츠다 유이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츠다는 또 나왔네요?”

“원래 체력 좋잖아. 양키즈에서도 120구까지는 던졌을걸?”

박유성이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봤다.

영어로 적힌 마츠다 유이토의 이름 밑으로 76개라는 투구수가 적혀 있었다.

“저거밖에 안 던졌어요?”

“포크볼 던지고 나서부터 투구수가 확 줄었어.”

“하긴. 포크볼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부담스럽긴 하더라고요.”

비록 앞선 타석에서 포크볼을 공략해 3루타를 쳐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크볼이 초구부터 들어와 준 덕분이지 2스트라이크 이후에 들어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몰랐다.

“만약에 마츠다가 제 타석까지 던진다면 한번 시도는 해볼게요.”

“네 앞에서 바꾸지 않을까?”

“왠지 저까지 잡고 내려가겠다고 버틸 거 같은데요?”

“나라면 무조건 네 타석 전에 내려간다.”

같은 투수로서 송찬우는 박유성이 부담스러웠다.

타격도 좋은데 발도 빠르고 루상에서 투수까지 괴롭히는 타자는 국내 리그에도 손에 꼽혔다.

아직 스타즈 이적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오늘 박유성의 플레이를 보면서 스타즈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마츠다 유이토도 너보다 현민이 형이 더 편할걸?”

“에이, 설마요.”

박유성이 피식 웃었다.

마츠다 유이토를 상대로 연달아 3루타를 때려내긴 했지만 레인저스에서 3할 타율을 치고 있는 송현민의 이름값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마츠다 유이토는 정말로 쉽게 쉽게 타자들을 상대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송현민을 상대로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에 2구째 포크볼을 몸쪽에 붙여 헛스윙을 유도하고 3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4번 타자 박준수는 초구에 몸쪽 빠른 공을 붙여 중견수 플라이 아웃.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하선까지 2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가 유격수 땅볼을 치고 말았다.

-마츠다 유이토 선수가 공 6개로 7회를 끝냅니다.

-앞서 박유성 선수에게 득점을 내준 게 자극이 됐을까요. 피칭이 더 공격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송찬우가 물러나고.

대한민국 마운드에는 타이거즈의 불펜 에이스, 조영준이 올라왔다.

다시 리드를 빼앗긴 일본 타자들은 송찬우보다 해볼 만하다며 덤벼들었지만.

앞서 마츠다 유이토의 피칭에 영감을 받은 듯 조영준은 포크볼을 적극적으로 던져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헛스윙 삼진 아웃! 조영준 선수가 포크볼로 야마카와 겐스케 선수를 잡아냅니다!

-조영준 선수의 포크볼은 언제 봐도 일품이네요.

-괜히 조용준 선수 별명이 조크준이 아닙니다.

-저는 처음에 그 얘기 듣고 농담을 잘해서 붙은 별명인가 싶었습니다.

-조영준 선수도 그런 쪽으로 별명을 미는 모양입니다만 사석에서는 아재 개그조차 살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조영준의 호투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살아나자 마츠다 유이토도 이를 악물었다.

-헛스윙 삼진 아웃! 마츠다 유이토 선수가 오늘 경기 10개째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마츠다 유이토 선수 대단하네요. 오늘 포크볼을 30개 가까이 던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무브먼트가 살아 있습니다.

-일본에서 뛰던 시절에는 포크 볼을 연마하기 위해 경기당 50개씩 던지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그건 다소 와전된 이야기입니다. 실제 경기에서 50개를 던진 적은 없고 불펜피칭까지 포함해서 50구를 채웠다고 합니다.

-정확한 정보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지금 포크볼의 위력으로 봐서는 9회에도 마츠다 유이토 선수가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영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자이언츠의 수호신, 김재신이 도노사키 료마와 가이 호타카, 구와하라 세이지를 전부 땅볼로 처리하자 일본 대표팀이 부산해졌다.

9회 초 공방만 남겨둔 상황에서 마츠다 유이토를 강판시키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마츠다의 투구수가 몇 개지?”

“이제 91구입니다. 한 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마츠다가 버텨준 덕분에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라도 마츠다를 내리고 실점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질 수도 있습니다.”

“후우……. 좋아. 그럼 9회도 마츠다에게 맡기자고.”

벤치의 최종 승낙이 떨어지자 마츠다 유이토가 글러브를 챙겨 들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때 타석으로 9번 타자 박찬희가 걸어 들어왔지만.

마츠다 유이토의 시선은 대기 타석으로 나온 박유성을 향해 있었다.

“야 인마. 우리 유성이한테 시비 걸려면 나한테 허락받아.”

무시당했다는 사실이 기분 나빴던지 박찬희가 까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9회까지도 155㎞/h의 구속을 유지하는 체력 괴물 마츠다 유이토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찬희 선수가 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합니다.

-바깥쪽 빠른 공이었는데 완전히 먹혔습니다.

-이제 주자 없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1번 타자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앞선 타석은 3루타와 삼진, 그리고 3루타. 오늘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이 때려낸 2개의 안타 모두 박유성 선수의 타석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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