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129화
19. 유성이 맛이 어때?(1)
1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도미니카 공화국 9 대 3으로 완파! 슈퍼 루키 박유성은 3타수 2안타 3득점!]
[박유성 1번 기용 대성공! 대한민국, 도미니카 공화국 대파하고 4강 정조준!]
[박유성이 또 해냈다! 대한민국 대표팀, 도미니카 공화국 잡고 2승째 챙겨!]
[사실상 4강 확정!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메달이 보인다!]
경기 직후 주요 포털 사이트와 언론들은 앞다투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승전보를 전했다.
어찌나 기사들이 쏟아지던지 태권도 금메달 소식이 묻힐 정도.
└진짜 무슨 우승했냐? 예선전 한 경기 이긴 거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저래놓고 4강 탈락하면 진짜 볼 만할 듯.
└야구 메달 못 땁니다. 4강 상대 빡세요.
└ㅋㅋㅋ 아무리 축게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들 한 거 아님?
└야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걸요?
└맞음. 야구공놀이 하는 나라가 몇 개나 된다고 주접을 떠는지 원.
그 과정에서 타 종목 스포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베이스볼 파크는 현실로 다가온 4강 진출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대박이네요. 2승 하길 바라긴 했지만 그 대상이 미국하고 도미니카 공화국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미국은 그렇다 쳐도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상상을 못 하면 2승은 어떻게 하나요? ㅋㅋ
└9 대 3으로 박살 낼 줄은 몰랐다는 얘기겠죠. ㅎㅎ
└경기 초반부터 점수 뽑아내 줘서 일하면서 편하게 봤습니다. ㅎㅎ
└저도요. ㅋㅋ
└진짜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잡는 거 보니까 기분 좋네요. 그런데 민찬수 사고 치고 박유성 뽑혔을 때 4강 포기한 사람 저뿐인가요? ㅎㅎ
└저도 반쯤 포기했습니다.
└말은 안 했지만 베팍인들 대부분 내려놓았을걸요?
└저도 그냥 박유성 경험치 쌓는 걸로 만족하려고 했습니다.
└경험치요? 이미 만렙이라 병역 브로커 놀이 중인데요?
└ㅋㅋ 진짜 박유성이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저는 박유성 선수 잘할 줄 알았어요. 정말입니다.
└지난 작성 글들 부검 들어갑니다?
└ㅋㅋㅋ 이분 대놓고 박유성 까던 분임. 그런데 이번에 팬 되셨나 보네.
└회개하셨습니까. 형제여!
└네. 회개 제대로 했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1번 타자는 박유성입니다. 머가리가 깨져도 박유성이에요!
객관적인 전력상 대한민국 대표팀은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한 축구팬은 축구로 따지자면 월드컵에서 브라질, 덴마크와 한 조로 엮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을 정도.
그런데 아마추어 대체 선수로 뽑은 박유성의 활약 덕분에 최강 전력이라던 미국을 2 대 1로 꺾은 데 이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9 대 3으로 연파해 버렸으니 박유성의 주가도 폭등했다.
└박유성 아직 소속팀 안 정해졌죠?
└스타즈에서 우선 지명하지 않는 한 드래프트에 나올 겁니다.
└가 댓글을 파이터즈 팬이 좋아합니다.
└얼마야? 얼마면 돼?(트윈즈 팬)
└어허! 줄을 서시오!(랜더스 팬)
└지방 구단들은 좀 빠져요!(베어스 팬)
└안 팔아요! 파이터즈도 우승 좀 해봅시다!
물론 아직 경우의 수가 남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제 우리 4강 진출 확정이죠?
└내일 대만하고 미국전 결과 봐야겠지만 확정적이라고 봐야죠.
└설마 미국이 대만한테 질까?
└미국 – 자신이 없습니다. 질 자신이요.
└그런데 대만 언론은 충분히 할 만하다는 반응이던데요?
└내일 미국 선발 크리스 반스입니다. 천신위 다시 올려도 못 이겨요.
└게릿 벌렌더 vs 크리스 반스. 누가 더 까다롭나요?
└최근 구위는 게릿 벌렌더가 조금 더 낫습니다.
└크리스 반스가 좌완인 거 감안해도 게릿이요.
└미국에서 괜히 게릿 벌렌더를 내세운 게 아닙니다. 우리 저격할 거였으면 크리스 반스 내보냈겠죠.
└대만도 좌타자 수는 비슷할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메이저리거 3인방이 전부 좌타자인 게 함정. ㅋㅋ
└미국이 대만하고 도미니카 공화국 잡고 우리가 대만한테 지면 세 나라가 2승 1패 아님? 그런데 왜 다들 4강 확정적이라고 하는 거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니까요.
└대만에 메이저리거는 천신위뿐입니다. 천신위가 나와도 미국 대표팀 타선 상대로는 승리를 장담 못 하는데 다른 투수들로는 어림없죠.
└미국이 대만 상대로 대승 거두면 대만한테 대패당하지 않는 한 4강 확정임.
└하지만 대만이 미국을 잡아낸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4강 확정이라 더 좋죠. 하지만 LA 올림픽은 김빠진 맥주가 될 겁니다.
└우리가 1위, 미국이 2위로 4강 가서 결승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음.
└오오, 저하고 똑같은 생각 하시네요.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일 겁니다. ㅋㅋ
└그러려면 4강에서 쉬운 상대를 만나야 하는데 4강 파트너 누구 예상하시나요?
└오후에 일본하고 베네수엘라 붙으니까 패배한 팀하고 붙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일본이 이길 것 같은데 그럼 베네수엘라인가?
└베네수엘라도 도미니카 공화국하고 큰 차이 없습니다.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국내 야구팬들은 4강전 상대로 베네수엘라나 푸에르토리코를 예상했다.
오타니 쇼헤가 빠지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주축 선수들을 전부 소환한 일본의 전력은 미국 언론조차 경계할 정도였다.
게다가 매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니키타 쇼우가 선발로 나서는 만큼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작 일본 대표팀은 4강전 파트너로 미국 대표팀이 유력해지는 상황 자체가 달갑지 않았다.
“미국이 조 2위로 올라오는 게 확실합니까?”
“대만은 전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거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2패라 예선 탈락입니다. 미국과 달리 도미니카 공화국은 마운드가 약점이라서요. 미국이 남은 두 경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한국의 전력도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가 없어서 평가절하됐지만 대만 역시 천신위를 내보낼 수가 없으니까요.”
“3일 휴식 후 등판할 가능성도 없습니까?”
“확인해 봤는데 필리스 구단에서 4일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천신위는 구원 등판도 불가능하겠군요.”
“네.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팀에 합류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필리스도 포스트 시즌 탈락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천신위가 무사 귀환하길 바라고 있고요.”
사이토 아츠키 일본 야구 기구 커미셔너를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한 아카리 무네타카 대리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언론에서 멋대로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일본 대표팀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 도박 사이트들도 미국과 대만, 한국과 대만의 경기 모두 대만에 높은 배당을 걸었다.
팀 전력과 선발 투수를 고려했을 때 대만이 미국과 한국을 꺾긴 어려울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4강에서 미국을 만난다면 승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솔직히 말해서 20퍼센트 이하입니다. 마츠다 유이토를 내세워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겁니다.”
마츠다 유이토는 일본이 자랑하는 원투 펀치 중 한 명이었다.
2000년생으로 도쿄 자이언츠에서 6년간 뛰며 통산 90승을 거뒀으며 6년 총액 9천만 달러라는 거액에 양키즈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넘어갔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4년 차인 현재 제임스 모이아에 이어 양키즈의 2선발로 활약 중이었다.
올림픽 브레이크 전까지 성적은 9승 6패. 평균 자책점 3.33.
일본 시절 통산 2.15였던 평균 자책점이 1점 이상 높아진 상태지만 일본 야구팬들은 마츠다 유이토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올림픽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미국은 결승에서 만나는 게 최선입니다. 좌타자들이 많으니까 니키타 쇼우를 내세운다면 충분히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실력은 마츠다가 한 수 위 아닙니까?”
“두 선수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마츠다 유이토가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요리사라면 니키타 쇼우는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사무라이로군요.”
“네. 그렇습니다. 일본 야구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투수죠.”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마츠다 유이토는 전력 분석이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째니까요. 반면 니키타 쇼우는 아직 낯설 겁니다. 그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전에서 미국 대표팀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것도 쏭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쏭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한 실력이긴 하지만 솔직히 쏭이 잘했다기보다는 미국 타자들이 너무 못했습니다.”
“야수들의 도움도 컸고요.”
일본이 자랑하는 좌완 에이스 니키타 쇼우는 재작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삿포로 파이터즈에서 뛰던 시절 84승을 거두며 마츠다 유이토의 유일한 대항마 소리를 들었고.
그 덕분에 마츠다 유이토보다 평균 연봉이 높은 4년 6,500만 달러에 매리너스에 입단해 올해 2년 차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
올림픽 브레이크 전까지 성적은 7승 3패에 평균 자책점 2.94.
매리너스 구단에서 투구수를 철저히 제한하는 바람에 승패 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평균 자책점은 니키타 쇼우가 우위에 있었다.
게다가 내셔널리그 타자들은 니키타 쇼우를 거의 상대해 보지 못했으니 생소함의 이점도 챙길 수 있을 터.
“4강에서 마츠다 유이토. 결승에서 니키타 쇼우란 얘기로군요.”
“캐나다전에서 마츠다 유이토가 나갔으니 휴식일상 4강전 등판이 베스트입니다. 물론 마츠다 유이토를 결승전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휴식일이 너무 길어지고요.”
조별 예선이 끝나면 하루의 휴식일을 거친 뒤 4강전이 시작된다.
날짜로는 24일.
17일에 등판한 마츠다 유이토는 물론 오늘(19일) 경기에 등판할 예정인 니키타 쇼우도 4일 휴식을 챙길 수 있었다.
다만 4강에서 미국을 만나 니키타 쇼우 카드를 먼저 써버리면 마츠다 유이토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결승전은 26일입니다. 마츠다 유이토를 결승으로 돌리면 무려 8일을 쉬고 나서게 됩니다.”
“마츠다 유이토는 메이저리그식 선발 로테이션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입니다. 휴식일이 길어질수록 컨디션 관리가 힘들 겁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마츠다 유이토는 4강전에 내보내야 하지만 4강 파트너는 미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까?”
“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흠……. 아츠키 커미셔너하고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대화 과정은 길었지만 결국 본론은 간단했다.
아카리 무네타카 대변인은 밖으로 나가 사이토 아츠키 커미셔너와 통화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회의실 안으로 돌아와 아나바 이쓰노리 감독에게 말을 전했다.
“뜻대로 하라고 하십니다. 다만……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겠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제 생기지 않도록 잘 처리하겠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아나바 이쓰노리 감독은 곧바로 선발 투수 교체를 통보했다.
올림픽 야구 규정상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적절한 사유가 있을 시 선발 투수 교체가 허용되는데 그 점을 악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