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111화
16. 슬기로운 국대생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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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 대학 최강 동호대학교 격파! 박유성은 팀 최다안타 기록!]
[박유성 결승포! 야구 대표팀 랜더스 상대로 4 대 1 완승!]
[박유성 3타수 2안타! 올림픽 대표팀 자이언츠 꺾고 연습 경기 4연승 질주!]
[올림픽 대표팀, 히어로즈 4 대 3으로 제압하고 연습 경기 전승으로 올림픽 예열 마쳐. 박유성은 오늘도 멀티 히트 기록.]
금요일 저녁.
대한민국 대표팀이 LA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동안.
대한민국 최대 야구 커뮤니티 베이스볼 파크에서는 지난 5차례 연습 경기에 대한 평가들이 쏟아졌다.
[랜더스하고 히어로즈 잡은 거 보면 올림픽 4강 갈 거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함?]
└투수들은 괜찮은 거 같은데 타자들이 문제임.
└송현민하고 기정후, 감백호 빠졌잖아요.
└막내 박유성하고 최고참 김하선 둘이서만 야구하는 게 실화냐?
└민병규하고 박준수도 밥값은 했는데 나머지 타자들이 너무 못 침. ㅠ.ㅠ
└랜더스하고 히어로즈 전부 용병 투수들 내세우지 않았음?
└그 용병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는 듣보잡 취급 받는다는 게 문제죠.
└무슨 듣보잡 타령임? 브랜든 멕케니는 메이저리그 10승 투수인데?
└정확하게는 10승 11패. 평균 자책점 4.15임. 다음 시즌에 3승 8패 4.66으로 폭락했고요.
└10승 투수라고 하니까 엄청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네. ㅋㅋ
└메이저리그 안 본 사람들이 꼭 성적만 가지고 까던데 브랜든 멕케니는 득점 지원이 메이저리그 하위권이었음. 피홈런이 많아서 평자가 높은 거지 연타를 허용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26시즌에 폭망한 건 어떻게 포장하시려나?
└26시즌에는 팔꿈치 부상 있었잖아요. 본인이 숨기지 않고 치료 잘 받았으면 25시즌까진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 했을 거라 봅니다.
프로 야구에서 잘한다는 타자들만 모아놓았지만.
동호 대학교와의 더블 헤더를 제외하고 올림픽 대표팀의 득점력은 기대 이하였다.
외국인 용병 투수를 내세운 랜더스와 히어로즈를 상대로 고작 4득점에 그쳤고.
신인급 투수를 올린 자이언츠에게도 겨우 7점을 뽑아냈다.
강기태 감독은 다양한 타순 조합을 시험 중이라며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지만.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야구에서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빨리 합류해야 함.
└메이저리거들 빈자리가 너무 크더라.
└송현민 4번 박고 기정후와 감백호가 앞뒤로 포진하면 중량감은 메이저리그급임.
└메이저리그 선수들 데려다가 클린업 짰으니까 당연히 메이저리그급이죠. ㅋㅋ
└근데 김하선은 리턴을 왜 한 거임? 여전히 잘하던데?
└4년째 계약 끝나고 파드리스 떠났어야 했는데 의리 지키다가 통수 맞음.
└파드리스 입장에서는 넥스트 김하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겠죠. 김하선 수비력도 예전만 못하니까요.
└그냥 메이저리그가 메이저리그 한 거고 김하선도 더 자존심 상하기 전에 국내로 돌아온 거임. 서로 잘 끝냈음.
└난 이번 올림픽 박유성 기대됨.
└나도. U-18 야구 월드컵 하이라이트 영상 보긴 했지만 아마추어가 얼마나 잘할까 싶었는데 장난 아님.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하고 주루는 국대 수준이던데요?
└진짜 도루하는 거 볼 때마다 전성기 종범신 생각남.
└전성기 종범신이 생각날 정도면 연세가. ㄷㄷㄷ
└솔직히 박유성은 대주자만 잘해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연습 경기 보니까 바로 프로에 뛰어도 되겠던데?
└박유성이 얼마나 잘했기에 이렇게들 빨아댐? 아주 X꼬 헐겠네.
└그러는 너님은 박유성한테 돈이라도 뜯겼음? 왜 박유성 얘기만 나오면 기를 쓰고 악플 담?
└뭔 소리임? 송현민 팬클럽에서 단체로 박유성 빨아주는 거 모름?
└박유성이 얼마나 잘했냐고? U-18 야구 월드컵 타격 6관왕(비공인 8관왕) + MVP. 박유성이 세운 타율(무려 10할. ㄷㄷ)과 도루(19개), 득점(25개)은 경기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절대 안 깨질 기록이라고 세계 야구 협회가 인정함.
└또 야구 월드컵. 또 타격 8관왕. 지긋지긋하네.
└이번 연습경기에서 박유성이 전체 타격 1위 아님?
└맞아요 18타수 13안타. 타율이 0.722임.
└이제 하다 하다 연습경기 성적도르임? 그렇게 따지면 박유성이 대표팀 타자 중에서 최고겠네?
└뭐지? 이 X신은?
└내버려 두세요. 박유성 쫓아다니며 악플 다는 인생패배자임.
박유성이 아마추어 특례로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났을 때.
베이스볼 파크에서는 어린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의견들이 많았다.
사고를 친 민찬수를 대신해 올림픽에 나가게 된 만큼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자는 글에 천여 개가 넘는 추천이 달렸는데.
5차례 평가전을 거치면서 박유성에 대한 기대감이 180도 달라졌다.
└박유성은 선발 출전 해야겠지?
└내가 강기태 감독이라면 무조건 출전시킴.
└몇 번으로?
└1번이 낫지 않을까? 일단 나가기만 하면 2루는 꽁이잖아.
└박유성 1번 박아놓고 백영완 2번에 기정후, 송현민, 감백호, 김하선, 박준수로 가는 게 베스트임.
└그러면 1번부터 5번까지 전부 좌타자인뎁쇼?
└백영완 선발 출전 가능함? 박유성 중견 박고 감백호 좌익에 기정후 우익이 정배 아님?
└기정후 주 포지션이 중견인데 박유성이 코너로 가야죠.
└기정후하고 감백호는 코너 외야수로 뛰는 게 낫습니다. 수비 부담 줄여줘야 공격에서 해주죠.
└감백호 팀에서도 지명하고 번갈아 가며 나오던데 차라리 감백호를 지명으로 돌리고 백영완을 출전시키는 게 낫지 않음?
└그렇게 따지면 민병규가 낫죠. 민병규 좌익에 박유성 중견. 기정후 우익. 감백호는 지명.
└여기 백영완 안티 카페 아니죠?
└저도 자이언츠 팬이고 백영완 좋아하는데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면 어쩔 수가 없음.
└자이언츠 팬들을 위한 밸런스 게임. 백영완 선발 출전시키고 4강 탈락 vs 백영완 벤치에 처박고 동메달 이상 획득.
└닥후.
└ㅅㅂ 이건 어쩔 수가 없네.
└백영완 선발 출전하고 동메달 이상 획득은 불가능함?
└불가능은 아닌데 좀 빡셀 듯?
└백영완 선발이면 누굴 빼나요? 설마 박유성은 아니죠?
└에이, 설마 박유성을 빼겠음?
└박유성은 나가기만 하면 2루가 공짜라니까? 백영완 전성기 때보다 백유성이 훨씬 빠름.
└청소년 대표팀 득점 공식이 박유성 출루 후 도루하거나 장타 때리고 나간 뒤에 이동엽이 불러들이는 거였음.
└심지어 박유성은 자체 해결도 가능함. ㅋㅋㅋ
박유성 합류 전까지 대표팀의 주전 외야수는 감백호와 기정후, 백영완이었다.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감백호를 좌익수로 기용하고.
오리올스에서 중견수로 뛰고 있는 기정후를 센터에 고정한 뒤에 백영완에게 우익수 자리를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박유성이 등장하면서 최적의 조합법이 바뀌었다.
└중견수는 무조건 박유성 고정임. 박유성이 중견에서 뛰어줘야 감백호 부담이 줄어들어요.
└박유성 중견 뛰면 감백호 지명 돌리고 민병규 좌익도 가능할걸요?
└에이. 아무리 감백호 수비력이 떨어졌어도 민병규보단 낫죠.
└민병규 > 감백호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박유성의 수비 커버가 어마어마하다는 거임.
└랜더스전 때 민병규 타구 놓쳐서 멍때리는데 박유성이 쫓아와서 잡아내는 거 보고 진짜 감탄함.
└그때 랜더스 주자들 전부 스타트 끊었잖아요. ㅋㅋ 박유성 혼자서 트리플 플레이 해냄.
└그런데 박유성, 메이저 안 간다고 가정하면 어디가 유력한가요?
└박유성은 그냥 메이저리그 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실력이면 마이너리그 3년 찍고 바로 콜업 각임.
└이라고 베어스 팬이 말합니다. ㅋㅋㅋ
└마이너리그에서 3년 찍을 거면 프로 와서 5년 뛰다가 메이저리그 가는 게 낫지 않음?
└그게 낫죠. 국대 포인트 쌓으면 4년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국대 포인트로 1년 당기는 거 불가능하지 않음?
└대회 4개로 1년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인데 박유성은 아마추어로 올림픽 가잖아요. 이번 대회 포함해서 5개 대회면 충분히 가능함.
└또 모르죠. FA 개정안 통과되어서 해외 진출 자격 조건 1년 단축될지도.
└그래서 박유성 어디가 유력하냐고요.
└박유성 1차 지명권은 파이터즈에게 있지만 파이터즈가 과연 지명할까?
└무조건 팔겠죠.
└한 철 장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 ㅋㅋㅋ
└파이터즈에게 호구 잡히는 거 싫지만 이번만큼은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박유성 사줘!
└죄송하지만 박유성은 이미 랜더스 확정입니다. 민병규가 침 발라놓음.
└백영완 SNS 안 봤음? 자이언츠 와서 함께 웨이트 하기로 약속했다던데요?
└박유성은 트윈스입니다. 송현민 후계자예요. 이미 얘기 다 끝났습니다.
└그런데 박유성 우선지명권은 스타즈에 있지 않음?
└스타즈는 나현호 사건 때문에 신성고 선수 지명 못 해요.
└근데 요즘 스타즈 팬들 박유성 사줘 운동 중이라 또 모름.
베이스볼 파크에서 박유성에 대한 칭찬들이 늘어날수록.
스타즈 공식 홈페이지 팬게시판인 반짝반짝에는 신성 고등학교 선수 지명 금지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14523 [박유성 사줘!] 우선 지명 발표 언제죠? 설마 박유성 이대로 포기하는 거 아니죠? (4)]
[14524 [박유성 사줘!] 눈치 보지 말고 박유성 지명해야 합니다. 우리 선수인데 이대로 뺏길 수는 없어요. (7)]
[14525 그런데 김혜성도 데려와야 하지 않음? (23)]
[14526 [박유성 사줘!] 박유성은 스타즈의 미래입니다. 1번 박유성 3번 박준수 가즈아아! (3)]
[14527 [박유성 사줘!] 박유성 우선지명 운동 27일째 (11)]
“게시판이 전부 다 박유성 사줘인데요?”
반짝반짝 게시판을 보던 운영팀 임세영 대리가 안재희 운영팀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안재희 운영팀장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 머리말을 괜히 만들었나?”
“팬들 요청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머리말 때문에 다른 의견이 좀 묻히는 느낌이야.”
본래 반짝반짝 게시판에서 사용 가능한 머리말은 총 3개였다.
[건의합니다]와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이 중 구단이 의도적으로 만든 건 [건의합니다]였다.
팬들의 건의 사항을 손쉽게 파악하기 위해 말머리 기능을 추가하면서 [축하합니다]와 [고생하셨습니다]로 구색을 맞춘 것이다.
그래서 팬들도 말머리 사용을 자체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축하합니다]는 생일이나 대기록, 출산, 결혼 등 좋은 일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며.
[고생하셨습니다]는 은퇴나 FA,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을 떠난 선수들의 수고를 기릴 때만 썼다.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말머리를 쓸 경우에는 비추 폭탄으로 게시글이 블라인드 처리 될 정도.
그렇게 엄격하게 운영되어 온 반짝반짝 게시판에 [박유성 사줘!] 말머리가 추가된 건 박유성을 원하는 팬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건의합니다]를 통해 말머리 추가 의견이 나왔고, 팬들의 투표에 따라 결과를 정했는데 70퍼센트 이상 찬성 조건을 넘어선 건 [박유성 사줘!]가 최초였다.
그래서 드래프트 전까지 한시적으로 [박유성 사줘!] 말머리 기능을 사용하게 만들었는데 어느새 그 말머리가 반짝반짝을 도배하고 있었다.
페이지당 노출되는 20개의 글 중에 [박유성 사줘!] 말머리가 없는 글은 많아야 두세 개 정도.
게다가 그런 글들은 필연적으로 댓글 싸움이 일어나 블라인드 처리가 되다 보니 결국 박유성 영입을 원한다는 글들만 살아남았다.
“이거 스카우트 팀에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운영팀 직원 박승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임세영 대리가 핀잔을 줬다.
“스카우트 팀이 설마 모르겠어? 우리만큼이나 팬들 여론 살피는 곳인데?”
운영팀. 마케팅팀. 홍보팀. 전략분석팀. 스카우트팀. 지원팀.
스타즈의 6개 조직 중에 운영팀의 규모가 가장 크지만 선수 영입에 대한 1차적인 결정권은 스카우트 팀에 있었다.
제아무리 운영팀이라 해도 월권을 하며 박유성의 선발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승철은 조직의 분위기보다 팬들의 의견이 더 신경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