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95화 (95/412)

타자 인생 3회차! 95화

14. 성인 국대라굽쇼?(4)

해마다 적잖은 유망주들과 프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내세울 수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는 세 명뿐이었다.

오리올스의 기정후.

인디언스의 감백호.

그리고 올해 레인저스로 간 송현민.

마이너리그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 승격을 기다리는 선수는 제법 되지만 올림픽 국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건 이 세 명이 전부였다.

다른 때 같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은 주전급 선수들이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겠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올림픽 브레이크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최국 미국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버금가는 초호화 엔트리 구성에 나섰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공화국의 전력도 급상승했다.

일본도 메이저리그 선수 일곱 명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높였다.

그나마 간판급 메이저리그 선수가 없는 캐나다나 천신위 1명뿐인 대만이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유성을 데려간다고 팀에 도움이 될까요?

└박유성이 누군지 몰라요? 이번 야구월드컵 타격 8관왕&MVP인데?

└그 야구 월드컵 앞에 U-18이 붙었잖아요. 지금 대표팀 선수들 중에 야구월드컵에서 활약 못 한 선수가 누가 있나요?

└박유성만큼 활약한 선수는 아무도 없을 텐데요? ㅋㅋㅋ

└그러니까 박유성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는 얘기입니다.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그럼 민찬수 자리 채우지 말고 올림픽 치를까요? 기정후나 감백호 경기하다 부상당하면 다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때 오리올스하고 인디언스가 잘도 차출 허락하겠네요?

└아마추어 선수 특례잖아요. 대학 리그에도 박유성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많지 않을까요?

└??

└???

└이 양반 또 시작이네. 지난번에는 김현중 타령하더니 이제는 대학 선수 타령임? 그냥 박유성이 싫다 그래라. 찌질하게 뒤에서 뭐 하는 거임?

└저 박유성 선수 싫어하는 거 아닙니다. 대안이 있는데 너무 박유성 선수만 고집하니까 하는 얘기예요.

└저기요. 님 가입일 보니까 베팍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신 거 같은데 여기서 떠드는 사람들 야구만 십 년 넘게 봐왔어요. 저도 가입한 지 10년 넘었고요.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박유성 사돈에 팔촌에 학교 선배에 동네 아는 형들이라 박유성 뽑으라고 할까요?

└그럼 테스트를 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 뒷말이 안 나올 거 같은데요.

└뒷말은 님이 만들고 있는 거 같은데요? 야구 월드컵 결승전만 봤어도 테스트 타령은 안 할 텐데?

└이 사람 느낌이 에이전트 같은데요?

└저 에이전트 아닙니다. 그냥 야구 좋아하는 팬일 뿐입니다.

└베팍 상주하면서 자리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 잘 들어요. 꿈 깨고 발 닦고 잠이나 주무쇼. 박유성 실력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 아닙니다. 바다 건너 사람이거나 국적만 한국인 이기적인 인간들이죠.

└에헤이. 진정하세요.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저런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세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나도 박유성이 누구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진짜 야구 기똥차게 잘합디다. 내 인생에 최고의 야구 선수는 기종범이었고 그나마 성에 찬 게 기정후하고 송현민이었는데 박유성 이놈은 물건입니다. 대학 시절 기종범도 박유성이한테는 안 될 거 같아요.

└지금 각 구단들마다 박유성 잡으려고 우선 지명 원점에서 다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신인 최고 계약금 갈아 치울 거라고들 하고요. 프로는 실력이 돈입니다. 박유성 선수보다 잘하는 아마추어 선수 없어요.

└이거 진짠가요?

└스타즈 홈페이지 가 보세요. 신성고 출신은 우선 지명 1차 지명 안 뽑는 게 룰이었는데 지금 박유성 사오라고 난리도 아닙니다.

베이스볼 파크를 시작으로 주요 포털 사이트와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박유성이 아마추어 특례로 선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자 오히려 프로 야구 쪽에서 반발이 나왔다.

“이건 너무 일방적인데요.”

“그러니까요. 적당히 여론이 만들어져야 좋은 건데 이대로 가면 여론에 등 떠밀리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낀 LA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교체만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프로 선수 대체는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그래서 각 구단마다 여론의 반응을 지켜봤던 건데 모두가 박유성을 원하니까 하나둘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됐다.

“지금 박유성 우선 지명이 가능한 건 스타즈죠?”

“그렇긴 한데 박유성이 신성 고등학교라 안 할 겁니다. 신성 그룹 회장이 약속한 거라서요.”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면 파이터즈인가요?”

“그것도 장담 못 합니다. 파이터즈 사정상 박유성에게 큰돈을 주기도 어렵고 여차했다가 박유성이 미국으로 가버리면 지명권만 날리는 꼴이 될 거라서요.”

“결국 돈 많은 구단에서 지명권 트레이드를 할 거라는 얘기인데…… 애매하네요. 이렇게 되면 박유성을 데려가는 팀만 이득 아닙니까?”

민찬수를 대체할 수 있는 아마추어 선수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건 누가 뭐래도 박유성이었다.

몇몇 대학 리그 외야수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까놓고 말해 대학 리그 선수들은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을 받지 못하고 밀린 케이스였다.

메이저리그 쇼케이스 때 사고가 터져서 대학 리그에 간 김혜성은 지극히 이례적인 케이스고 순수하게 대학에서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대학교로 진학한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구단의 형평성 문제로 접근하자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프로 야구 협회에서 국가대표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대회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뿐이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아니면 언제 열릴지 모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야 했다.

확률적으로는 아시안 게임을 노리는 게 유리했다.

아시아 대표 국가인 대한민국과 일본 내 야구의 인기가 상당한 터라 정식 종목에서 빠질 일도 없을뿐더러 올림픽에 비해 국민적인 관심이 덜하다 보니 미필 선수를 몰아넣는 게 가능했다.

반면 올림픽은 화제성이 아시안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그래서 각 구단에서도 눈치껏 미필 선수를 밀었는데 민찬수가 사고를 친 것이다.

“지금 미필 선수 있는 구단이 스타즈하고 랜더스, 다이노스, 자이언츠인가요?”

“타이거즈하고 라이온즈, 베어스 빼고 다 있을 겁니다.”

“거기서 파이터즈를 빼면 8개 구단이네요.”

“그렇죠. 파이터즈 선수가 사고 쳤는데 파이터즈 파이를 챙겨줄 수는 없죠.”

“양심상 파이터즈는 빠져야죠. 얘기 들어보니까 경찰하고 기자를 돈으로 매수하려고까지 했다던데 올림픽 치를 때 기사 터졌어 봐요. 야구 보이콧한다고 해도 할 말 없습니다.”

프로 야구 구단 관계자들은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물론 올림픽에 합류해 메달을 획득하고 병역 혜택을 받은 박유성을 영입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할뿐더러 박유성의 계약금만 높여주는 꼴이라 다른 선수를 미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른 구단의 동향을 전해 들은 파이터즈 구단도 가만있지 않았다.

“민찬수 선수 불러요.”

“민찬수 선수요? 지금 근신 중인데요?”

“근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불러요. 집에서 여자 끼고 술 처마시고 있을 텐데 근신은 무슨.”

“네. 알겠습니다.”

파이터즈 김경민 단장의 호출이 떨어진 지 두 시간 뒤.

“부르셨습니까.”

민찬수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단장실로 들어왔다.

“술 마셨습니까?”

“네? 아니요. 안 마셨습니다.”

“경찰 앞에서도 그랬습니까?”

“……네?”

“빤히 보이는데 경찰 앞에서도 그렇게 거짓말했냐고 묻는 겁니다.”

김경민 단장의 다그침에 민찬수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모습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지만.

김경민 단장은 속지 않았다.

비선수 출신 단장으로 파이터즈에 들어온 지 올해로 3년째.

선수들을 믿고 프런트에 힘을 실어주면 성적은 알아서 따라올 거라던 야구 철학은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였다.

창단 후 최하위를 반복하고 있고 세부 지표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도 반성도 없는 선수단을 보며 김경민 단장의 야구 철학은 180도 바뀌었다.

선수들을 믿지 말자.

프런트에 힘을 실어주지 말자.

그런데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뺀질뺀질한 민찬수가 반성하는 척 굴고 있으니 그저 헛웃음만 났다.

“지금 잘잘못을 따질 시간이 없으니까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민찬수 선수. 성재율 선수하고 친하죠?”

“재율이요? 네. 친하죠.”

“성재율 선수 2라운드 때 데려올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민찬수 선수가 박유성 선수 설득하세요.”

“……네? 그게 무슨……?”

민찬수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고교 후배이자 대학 후배인 성재율을 파이터즈에서 노리고 있다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다.

즉시 전력감이라 해도 투수가 먼저인 드래프트 판에서 성재율이 우선 지명이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을 가능성은 낮았다.

빨라야 자신과 같은 2라운드 지명일 터.

작년에 지명권 장사를 통해 올 시즌 2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확보해 놓은 파이터즈에서 성재율을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서 성재율에게도 파이터즈 입단할 준비 하라며 놀려대곤 했는데…… 박유성 얘기는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김경민 단장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구단들 동향에 대해 들은 거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집에만 있어서…….”

“야구 선수가 다른 야구 선수들하고 교류를 해야지 연예계를 기웃거리는 이유가 뭡니까? 정말 야구 그만두고 연예인 하려고요?”

“아닙니다. 저 야구에 진심입니다.”

“하아……. 아무튼 지금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박유성 선수 대신해서 자기들이 뽑을 선수 밀어 넣으려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래요?”

“그래요가 아니라 우리도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구단에서 민찬수 선수 대표팀 넣으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요? 민찬수 선수야 본인이 잘해서 대표팀 들어간 거라고 알고 있지만 그런 거 아닙니다. 우리가 뒤에서…… 하아. 이런 말 하려고 부른 건 아니니까 넘어가고요. 구단에서 민찬수 선수를 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그야…… 제가 주전 중견수고 메이저리그 욕심도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솔직히 FA 시즌만 되면 전부 파이터즈 떠나려고 안달인데 민찬수 선수는 파이터즈가 좋잖아요. 아니에요?”

“네. 뭐…… 제 스타일에는 맞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 놔두고 민찬수 선수 밀었던 겁니다. 민찬수 선수를 파이터즈 최초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려고요. 그런데 그 계획이 전부 틀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민찬수 선수가 바로 잡으세요.”

“……네?”

“박유성 선수 찾아가서 무릎을 꿇든 사정을 하든 해서 대표팀 합류 못 하게 만들라고요.”

“그게…… 가능할까요?”

“청소년 대표팀에서 언급되던 선수들 전부 다 거절했습니다. 박유성 선수도 내심 부담을 느끼겠죠. 이런 때에 민찬수 선수가 가서 잘 설득하면 박유성 선수도 거절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재율이가 뽑히는 건가요?”

“그건 그때 가 봐야 아는 거지만 박유성 선수만 빠지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재율 선수 뽑게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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