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93화 (93/412)

타자 인생 3회차! 93화

14. 성인 국대라굽쇼?(2)

LA 올림픽 조직위원회 쪽의 답변을 확인한 신세혁 사무총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처음에는 김윤철 대외협력팀장이 자의적인 해석을 한 줄 알았는데.

‘아마추어 선수로 특별 교체를 허용하겠다니.’

이건 박유성이라는 이름만 적혀 있지 않을 뿐 박유성을 콕 찍은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사실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한데 이번에 엔트리를 두고 말이 많았잖습니까. 아마 그래서 선수 교체를 받아주는 쪽으로 논의가 된 것 같습니다.”

올림픽 야구를 대신해 전 세계적인 야구 이벤트로 자리 잡은 월드 베이스볼 클레식과 프리미어 12의 엔트리는 28인.

반면 간헐적으로 열리는 올림픽 야구와 아시안 게임 야구는 24인이었다.

세계 야구 협회는 풀 시즌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토너먼트 방식인 만큼 24명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25인 엔트리를 고수하던 메이저리그도 26인 엔트리로 확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7인 엔트리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상황에서 24인은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엔트리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자국에서 열리는 야구 대표팀 참가를 보이콧하겠다며 세계 야구 협회를 압박했지만.

세계 야구 협회는 규정 유지를 고집했고 그로 인한 우려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었다.

“세계 야구 협회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찬성했다는 게 놀랍네요.”

“올림픽 조직위원회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원하는 건 박유성 선수의 공짜 쇼케이스일 테고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박유성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올겨울도 시끌벅적해질 것 같습니다.”

김윤철 대외협력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지난겨울, 송현민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온갖 예측들이 쏟아졌다.

어떤 언론은 양키즈에서 1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했고.

또 어떤 언론은 다저스에서 1억 2천만 달러를 불렀다고 떠들었다.

비록 최종 행선지는 양키즈도 다저스도 아닌 레인저스로 정해졌지만.

이렇다 할 해외 진출 이슈가 없었던 일본 야구계에서 짜증을 낼 만큼 송현민으로 스토브 리그를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만약 올해 박유성이 송현민의 바통을 이어받는다면 일본의 속은 어떨까?

‘올해도 일본은 별 볼 일 없으니까.’

일본에서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 요시다 코헤이와 스즈키 지로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면 최소 5년이 남은 만큼 연이어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는 한국 야구계를 보며 부들부들할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번 공문을 보내세요.”

“뭐라고 말입니까?”

“타국과 형평성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세요. 언론에 발표해도 되는지 물어보시고요.”

“일본 말씀이시군요.”

“다른 나라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일본은 그냥 안 넘어갈 겁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박유성 선수를 보고 싶다면 우리한테 공을 넘길 게 아니라 확실히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도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어요.”

신세혁 사무총장은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번 LA 올림픽 야구에서 우승을 노리는 건 대한민국만이 아니었다.

야구 종주국을 자처하는 주최국 미국을 필두로 일본과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전력 보강을 한 나라들마다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당연하게도 민찬수의 이탈을 내심 반기고 있을 터.

이런 때에 LA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의 서신만 믿고 설레발을 쳤다간 모든 불똥을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이 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일본을 설득해 준다면 몰라도 우리가 나서서 사정할 필요는 없어.”

세계 최고의 리그는 메이저리그이지만.

세계 야구 협회는 일본 야구계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일본에서 먼저 반색을 드러냈다.

“추가 규정으로 1인에 한해 아마추어 선수로 교체할 수 있다는 LA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뜻을 존중합니다.”

일본 야구 기구는 올림픽 야구 종목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프로 중심의 선수 선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근에 발목 부상으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파이어리츠 소속 후지와라 코타로를 대신해 일본의 신성, 스즈키 지로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베이스볼 파크에 불이 났다.

└대박 소식! 올림픽 선수 교체 가능하답니다!

└꿈꾸셨나요? 올림픽 최종 엔트리 넘긴 지가 언제인데요?

└진짜임. 지금 일본에서 후지와라 코타로 대신에 스즈키 지로 데려가겠다고 발표했음.

└[일본야구기구, 스즈키 지로 전격 발탁!]

└헐, 진짜네? 이게 무슨 일이래요?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LA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한 명 낄 거면 선수 교체 가능하다고 했다나 봐요.

└그럼 우리도 가능합니까?

└ㅇㅂㅇ 우리도 가능.

└일본도 했는데 우리도 당연히 가능하겠죠.

└민찬수 자리 대신하려고 또 한동안 시끄럽겠네요.

└??

└???

└민찬수 자리 아마추어로 채워야 합니다. 프로 선수들은 못 나가요.

└민찬수 대신할 아마추어 선수면 확정 아님?

└거의 확정이죠.

└거피셜임.

└그런데 박유성은 좀 불안하지 않나? U-18 야구 월드컵에서 잘하긴 했지만 꾸준하게 보여준 건 없는데?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임? 지금 국대에 뽑힌 선수들 중에 꾸준하게 보여준 선수가 몇이나 되는데?

└개인 의견 말했을 뿐인데 말 싸가지없게 하네.

└개인 의견이 아니라 개소리라서 그런 건데 왜? 애당초 개소리를 하지 말든가.

└싸우지들 마요. 이제 겨우 숨 돌리게 생겼는데 왜 또 싸우고 그래요?

└아직 공식 발표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물타기하는 놈들 보면 모르겠음? 이렇게 안 하면 슬그머니 기어 나와서 개소리 지껄일걸요?

└윗분 말투가 좀 세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유성이 멱살 잡고 캐리해서 20년 만에 야구 월드컵 우승했는데 딴소리하는 사람들 보면 국적이 의심스러움.

└박유성 올해 반짝한 거 사실이고 성인 대표팀에서 얼마나 활약할지도 미지수고 박유성 말고도 좋은 선수들 많은데 박유성이라고 확정 짓는 게 별로라서 한마디 한 게 그렇게 잘못입니까?

└ㅇㅂㅇ 잘못임

└거의 대역죄 수준.

└님 의견 제가 그대로 반박해 드림. 고교 야구 선수들 한 해 몇 경기나 치르는데 꾸준함 타령임? 고교야구 선수들 100경기라도 치름? 30경기 치르면 덜 꾸준하고 50경기 치르면 꾸준한 거임? 그리고 학년제인 고교 야구에서 1, 2학년 때 경기 출장 적은 게 당연한 건데 무슨 꾸준함 타령임? 고교 야구에 관심이 있기는 함? 아니면 본인 팀 우선 지명 선수 밀고 싶어서 개소리하는 거임?

└저는 딱히 응원하는 팀 없습니다. 그러니까 괜한 억측 마시죠.

└그럼 한번 말해봐요. 박유성 대신해서 누굴 데려갈지.

└어디 들어나 봅시다.

└X나 궁금해지네. ㅋㅋ

└박유성 포지션에 고우일도 있고 김현중도 있습니다. 외야수로 고집할 필요 없으면 이동엽이나 강준혁도 나쁘지 않고요.

└확률은 1/4인가? 이거 쫄깃한데?

└님아. 1/4 아니고 100퍼입니다. 이 사람 지난 글 보면 김현중 글 여러 번 썼어요.

└오호, 김현중 팬이시구나. 김현중 올 시즌 성적 한번 보고 와볼까?

└저는 누구의 팬도 아닙니다. 박유성이라고 확정 짓는 게 못마땅해서 한 말입니다.

└그냥 들켰으면 들켰다고 해요. 무슨 남자가 이렇게 구질구질해?

└그런데 남자라는 증거는?

└헐, 그건 변순데?

일본 언론을 통해 LA 올림픽 조직 위원회의 추가 선수 교체 가능 여부가 전해지자 국내 언론들도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냈다.

[민찬수 대체 가능하다! LA 올림픽 조직위 공식 발표.]

[민찬수 대신할 아마추어 선수는 누구? U-18 야구 올림픽 주역들 물망에 올라.]

[박유성 vs 김현중 vs 고우일, 민찬수를 대신해 국가대표에 승선할 주인공은?]

[야구 관계자들, 대한민국 야구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

초반에는 박유성을 대체 선수로 확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직접적인 언급이 줄어들더니 나중에 가서는 수많은 후보들 중 한 명으로까지 전락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송현민이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미국은 요즘 유성이 이야기뿐이던데 국내 언론들의 생각은 다른가 보네요.

U-18 야구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타격 8관왕이 나왔는데 그런 선수를 다른 선수들과 저울질하는 건 무슨 경우죠?

작년에 MVP 받을 때 무시당했던 게 생각나서 갑자기 열받네요.]

트윈스를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한 송현민에게 야구 기자들은 만장일치로 한국 시리즈 MVP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나눔 리그 MVP 분위기는 달랐다.

타격 3관왕에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부분에서 톱 5를 차지한 송현민의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일부 언론들은 송현민이 아닌 다른 선수가 깜짝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송현민과 트윈스 팬들의 속을 긁었다.

다행히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로 리그 MVP를 차지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송현민을 대신해 터무니없는 기사들과 싸워왔던 현민 사랑 팬들도 그때의 불쾌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기자님. 제정신이세요? 타격 8관왕에 MVP 차지한 박유성 선수 놔두고 누굴 뽑자는 거예요?

└기자님. 야구 보실 줄은 아시나요? 스트라이크가 몇 개면 삼진인지 아세요? 그걸 아시는 분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실 리 없는데?

└기자님 댁 강아지 대신 기사 썼나 봅니다.

└어쩐지. 기사를 읽는데 자꾸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더라니 환청이 아니었네요.

└기자님 지난번에도 송현민 선수 대신 다른 선수가 MVP 받을지도 모른다고 소설 쓰셨던데 혹시 본업이 소설가세요? 기자는 부업인가요?

└님. 소설가 모욕하지 마세요. 소설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소설 안 씁니다.

└헐, 이 기사는 뭔데 댓글이 이렇게 많아? 어디 좌표라도 찍혔나?

└님. 좌표로 찍어버리기 전에 갈 길 가시죠? ㅎㅎ

“젠장. 기사 또 내려야겠네.”

“또? 그거 새로 쓴 거 아니었어?”

“송현민 빠순이들 또 우르르 몰려와서 난리도 아니야.”

[박유성 vs 김현중 vs 고우일, 민찬수를 대신해 국가대표에 승선할 주인공은?]

[야구 관계자들, 대한민국 야구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

초반에는 박유성을 대체 선수로 확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직접적인 언급이 줄어들더니 나중에 가서는 수많은 후보들 중 한 명으로까지 전락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송현민이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미국은 요즘 유성이 이야기뿐이던데 국내 언론들의 생각은 다른가 보네요.

U-18 야구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타격 8관왕이 나왔는데 그런 선수를 다른 선수들과 저울질하는 건 무슨 경우죠?

작년에 MVP 받을 때 무시당했던 게 생각나서 갑자기 열받네요.]

트윈스를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한 송현민에게 야구 기자들은 만장일치로 한국 시리즈 MVP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나눔 리그 MVP 분위기는 달랐다.

타격 3관왕에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부분에서 톱 5를 차지한 송현민의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일부 언론들은 송현민이 아닌 다른 선수가 깜짝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송현민과 트윈스 팬들의 속을 긁었다.

다행히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로 리그 MVP를 차지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송현민을 대신해 터무니없는 기사들과 싸워왔던 현민 사랑 팬들도 그때의 불쾌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기자님. 제정신이세요? 타격 8관왕에 MVP 차지한 박유성 선수 놔두고 누굴 뽑자는 거예요?

└기자님. 야구 보실 줄은 아시나요? 스트라이크가 몇 개면 삼진인지 아세요? 그걸 아시는 분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실 리 없는데?

└기자님 댁 강아지 대신 기사 썼나 봅니다.

└어쩐지. 기사를 읽는데 자꾸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더라니 환청이 아니었네요.

└기자님 지난번에도 송현민 선수 대신 다른 선수가 MVP 받을지도 모른다고 소설 쓰셨던데 혹시 본업이 소설가세요? 기자는 부업인가요?

└님. 소설가 모욕하지 마세요. 소설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소설 안 씁니다.

└헐, 이 기사는 뭔데 댓글이 이렇게 많아? 어디 좌표라도 찍혔나?

└님. 좌표로 찍어버리기 전에 갈 길 가시죠? ㅎㅎ

“젠장. 기사 또 내려야겠네.”

“또? 그거 새로 쓴 거 아니었어?”

“송현민 빠순이들 또 우르르 몰려와서 난리도 아니야.”

“송현민 빠순이들이 왜?”

“몰라. 송현민이 또 팬카페에 글 싸질렀나 보지.”

“암튼 송현민 걔도 참 할 일 없어. 메이저리그 갔으면 야구나 잘할 것이지 무슨 글을 써?”

“에잇!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지운다. 지워!”

“그러다 오늘 안에 퇴근할 수 있겠어?”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봐야지 뭐.”

김경진 서울시 야구협회장으로부터 술 좀 얻어 마셨던 기자들은 계속해서 김현중을 밀어붙였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 박유성이 잘한 건 사실이지만.

고교 시절 성적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김현중도 빠지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김현중과 함께 언급이 된 고우일과 이동엽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갑작스럽게 제 이름이 기사로 나와서 당황하셨죠? 저도 당황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들도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이름은 그만 언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청소년 국대로 만족합니다. @GO_WI]

[안녕하세요. 이동엽입니다. 여러 기자님들이 저를 좋게 봐주시고 기사를 써주셨는데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유성이가 없었다면 저도 저한테 기회가 오길 간절히 바랐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 한 명을 뽑아야 한다면 저는 박유성 선수를 적극 추천합니다. 유성이가 저보다 훨씬 더 야구 잘합니다.(대학 리그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Lee_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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