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92화
14. 성인 국대라굽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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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불렸던 지난 조별 예선 3일 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일본 대표팀에 3 대 1, 신승을 거뒀습니다.
(예선전 하이라이트 영상 1. 박유성의 도루 장면)
-선두 타자로 출전한 박유성 선수는 볼넷을 얻어내기가 무섭게 2루와 3루를 훔쳐내며 일본 대표팀의 혼을 빼놓았습니다.
(예선전 하이라이트 영상 2. 박유성의 홈스틸 장면)
-이날 박유성 선수는 홈스틸을 포함해 6개의 도루와 3루타 1개, 3득점을 올리며 경기 MVP로 선정됐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 영상)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요? 박유성입니다.(나가타 유이 일본 청소년 국가대표팀 감독)
-박유성 선수를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시킨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방용택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감독)
(A조 최종 순위표 화면)
-숙적 일본을 꺾고 조별리그 전승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세는 슈퍼 라운드에서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슈퍼 라운드 쿠바전 하이라이트 영상)
-B조 3위로 올라온 아마 최강 쿠바 대표팀을 12 대 2로 대파한 데 이어.
(슈퍼 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 하이라이트 영상)
-이번 대회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던 B조 2위 도미니카 공화국도 9 대 1로 꺾었습니다.
(슈퍼 라운드 경우의 수 화면)
-미국전에서 이기거나 3점 차 이내로 패배할 경우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짜릿한 역전승으로 전승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슈퍼 라운드 미국전 하이라이트, 박유성 역전 홈런)
-승리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의 야구 신동, 박유성 선수가 있었습니다.
(슈퍼 라운드 최종 순위표)
-박유성 선수의 활약 덕분에 어부지리로 결승전에 진출한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유성 선수에 대한 감사 인사 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일본 야구팬 1 인터뷰)
-박유성이요? 잘 압니다. 일본의 스즈키 지로에 비견될 만한 선수예요.
(일본 야구팬 2 인터뷰)
-박유성 선수! 고마워요!
(목동 야구 전경)
-목동 야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결승전에는 제법 많은 관중들이 모였습니다. 일본에서도 500여 명의 응원단이 자리를 잡아 한목소리로 일본 청소년 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했습니다.
(일본 응원단 영상)
-하나, 둘, 셋!
-도쿄 왕자! 힘내라!
(요시다 코헤이 하이라이트 영상)
-일본 대표팀의 선발은 도쿄 왕자라 불리는 에이스 요시다 코헤이. 앞선 두 경기에서 2승을 따내며 일본 대표팀의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요시다 코헤이 경기 전 인터뷰 영상)
-한국과 결승전을 치를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지난 예선전 때는 출전하지 못해서 아쉬웠거든요. 가장 경계하는 선수요? (웃으며) 전부 다요.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요시다 코헤이를 앞세운 일본 청소년 대표팀이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에 근소한 우위를 점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일본 야구 관련 프로그램 영상)
-박유성은 좋은 타자입니다. 하지만 요시다 코헤이에게는 안 될 거예요.
-요시다 코헤이의 별명이 뭡니까? 도쿄의 왕자입니다. 큰 경기에 강한 요시다 코헤이라면 박유성을 잡고 일본 대표팀에 우승을 안겨줄 겁니다.
-1회 초 일본 대표팀의 공격이 득점 없이 끝나고 이어진 1회 말.
(요시다 코헤이 클로즈 업 영상)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요시다 코헤이 선수가 활짝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박유성 연속 파울 영상)
-박유성 선수가 집요하게 파울을 만들어내며 요시다 코헤이 선수를 몰아붙이자 요시다 코헤이 선수의 표정도 굳어졌습니다.
-이어진 8구째 승부에서 요시다 코헤이 선수가 꺼내 든 공은 포크 볼.
-볼카운트가 투 스트라이크 원 볼로 투수에게 유리했지만 박유성 선수는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박유성 타격 영상)
-결과는 홈런. 박유성 선수가 선두 타자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오자 요시다 코헤이 선수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요시다 코헤이 피안타 및 강판 장면)
-1회에만 3실점을 한 요시다 코헤이 선수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김신우 무실점 피칭 하이라이트 영상)
-반면 맞대결을 펼친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 김신우 선수는 6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를 지켜 냈습니다.
(이관우 피칭 영상)
-김신우 선수에 이어 이관우 선수가 7회부터 등판해 일본 대표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습니다. 그사이 박유성 선수는 8회 말 쐐기포를 쏘아 올리며 7 대 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박유성 개인 성적 자막)
-결승전에서 홈런 2개 포함 3안타와 5타점, 3득점을 올린 박유성 선수는 U-18 야구 월드컵 사상 최초로 타격 6관왕에 올랐습니다. 별도 시상이 없는 장타율과 출루율을 포함하면 타격 8관왕.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선두타자로 출전하며 이뤄낸 경이로운 성적입니다.
-이 놀라운 성적을 바탕으로 박유성 선수는 경기 직후 발표된 대회 MVP에 선정됐습니다.
(박유성 인터뷰 영상)
-일단 우승을 차지해서 가장 기쁘고 감독님 이하 코치님들과 함께 한 동료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하이라이트)
-지난 2024년 캐나다 대회 때 충격의 6위를 기록했던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20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상 KBX 뉴스 박왕철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대표팀의 우승 소식에 이어 이 뉴스를 전해드리게 되어 유감인데요. 황영철 기자가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U-18 야구 올림픽 결승전에 앞선 오늘 새벽 3시 30분경.
(교통사고 영상)
-끼이이익! 콰아앙!
-과속을 하던 람보르가니 한 대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습니다.
-운전자는 배우 A 씨.
-A 씨는 동료 연예인의 생일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다행히 새벽 시간대라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동승자였던 야구 선수 B 씨가 경미한 부상을 당하면서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인 걸 고려해 언론들은 익명으로 기사를 내보냈지만.
전 세계 최고라는 네티즌 수사대는 일찌감치 문제의 야구 선수 B를 특정한 상태였다.
└음주운전 야구선수 파이터즈 민찬수 맞죠?
└민찬수 선수 아닙니다. 민읍읍 선수입니다.
└X찬X 선수입니다.
└저는 끝자리만 아는데. 무슨무슨 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민찬수라고 해라. 이미 사진까지 다 떴는데 뭐가 무서워서 몸을 사려?
└원래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제일 엿 같은 거랍니다. 그리고 야구선수 B 씨는 음주운전 안 했습니다. 음주운전을 방조했을 뿐이죠.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이 U-18 야구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베이스볼 파크에는 그 기운을 성인 대표팀이 이어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쏟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정점을 찍었던 대한민국 야구 열기는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된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후 곤두박질치는 중이었다.
성급히 12구단 체제로 접어들면서 경기 질은 떨어졌고.
클린 베이스볼을 표방하는 협회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선수들이 돌아가며 사고를 치면서 관중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이 필요했지만.
아시안 게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야구 팬들은 시즌 초부터 철저한 실력 위주의 대표팀 선발을 요구했다.
└구단 밸런스는 개나 줘버려야 합니다. 오로지 실력과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해야 합니다!
└진짜 이 와중에 병역 혜택 운운하는 놈들 보이면 뚝배기 깨버린다. 농담 아니야.
└협회도 정신 차려야지. 언제까지 구단 눈치 보며 대표팀 선발할 거야?
└이번이 7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 야구인 거 아시죠? 다음번에는 몇 년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승할 수 있을 때 우승해야 해요.
└그런데 우승은 너무 꿈이 큰 거 아닙니까? ㅎㅎ
└우승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메달만 땄으면 좋겠어요.
└일단 일본은 앞서야죠.
└이게 맞지.
└도쿄 올림픽 이후로 일본 우쭐대는 거 보면 진심 구역질 남.
협회도 야구팬들의 열망을 무시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에 한 달 만에 첫 예비 엔트리를 발표한 데 이어 2주 단위로 인원들을 추려 나가다 U-18 야구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6월 19일,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총 24명의 엔트리 중에 투수는 12명.
지난 도쿄 올림픽 때보다 경기 수가 많은 걸 고려해 도쿄 올림픽 대비 투수를 두 명 더 늘렸다.
자연스럽게 야수 중에서 두 명이 빠지게 됐는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파이터즈의 민찬수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다 좋은데 민찬수는 뭐냐? 응원단장이야?
└외야수를 4명밖에 못 데려간다잖아요.
└그러니까 왜 하필 민찬수냐고요.
└개막식 입장 때 기수로 세우려고 뽑았나 봄.
└너무 그러지들 맙시다. 솔직히 민찬수 올 시즌 성적은 좋잖아요.
└턱걸이긴 하지만 3할 치는 중이고 발도 빠르고 수비도 잘하니까 백업 외야수로는 나쁘지 않죠.
└뭐지? 여기 무슨 민찬수 팬클럽인가?
└진심으로 민찬수 잘 뽑았다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 감.
└잘 뽑았다는 게 아니라 용도에 맞게 뽑았다는 겁니다. 남은 외야 자원 중에 외야 전 포지션 백업 가능한 선수가 없잖아요?
└없긴 왜 없음? 그리고 전 포지션 백업이 왜 필요함? 기정후하고 감백호 포지션 돌리면 되는데.
└내 말이 이 말임. 솔직히 민찬수는 잘생겨서 가산점 받은 거밖에 안 됨.
└근데 다른 선수들도 다 고만고만한 게 사실 아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니까 한번 지켜보자고요.
└빛 좋은 개살구 아니고요? ㅋㅋㅋ
자신에 대한 논란을 인식한 듯 민찬수는 SNS를 통해 국가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0년 만의 U-18 야구 월드컵 우승이라는 경삿날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을 올리며 야구 팬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진짜 민찬수 그 새끼는 제정신인가? 대표팀 소집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 시간에 술을 처먹고 돌아다녀?
└술 먹은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음주 운전 방조라니. 진짜 뒤지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함.
└그런데 민찬수는 연예인 생파에 왜 간 거임?
└여자 연예인들 중에 민찬수 좋아하는 사람 은근 많음. 아마 그래서 불려간 듯.
└불려가긴 뭘 불려가. 민찬수도 대놓고 즐기던데.
└우리 찬수 오빠 그럴 사람 아니거든요? 빼애애애액!
└이스패치에 올라온 사진들 보니까 가관이던데? 민찬수 좌우에 여자 끼고 노는 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님.
└민찬수 고딩 때 호빠 알바 했다는 것도 사실일까?
└고딩 때는 아니라고 하는데 대학 시절에는 모르죠.
└민찬수 여자 없으면 못 사는 거 팬들도 다 압니다.
└다른 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는데 음주 운전하고 성폭행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님이 뭔데 봐주고 말고 함? 님이 국대라도 됨?
└민찬수 국대 자격 박탈될걸?
└개소리 노노. 이미 최종 엔트리 보냈음. 선수 못 바꿔요.
└개소리는 네가 하는 거 같은데? 협회가 미쳤다고 음주운전 방조한 민찬수를 올림픽에 보내겠냐?
└이렇게 된 거 그냥 민찬수 빼고 한 명 손해 보고 가는 수밖에 없음.
└내 민찬수 뽑을 때부터 알아봤다.
논란이 커지자 민찬수의 에이전트는 민찬수 또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민찬수 선수는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에 탔을 뿐입니다. 음주 운전을 하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사전에 입을 맞췄던지 음주 운전을 한 배우 강도원도 민찬수의 잘못은 없다고 두둔했지만 여론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잠시 사태를 지켜보던 협회도 민찬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팬들의 분노를 무시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민찬수 선수는 빼고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외야수가 세 명뿐입니다.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다친다면 외야에 세울 선수가 없습니다.”
“송현민 선수가 중견수 출신이잖아요? 일단 급한 대로…….”
“만약 송현민 선수를 중견수로 돌리면 레인저스에서 바로 비행기 보낼 겁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협회 원칙상 민찬수의 하차는 기정사실이었다.
다만 민찬수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조직위원회 측에 양해를 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라고요? 우리 팀에 음주운전 선수가 생겼으니까 선수 교체를 허락해 달라고요?”
“그럼 선수 충원 없이 그냥 경기 치르자는 겁니까?”
“그러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10시간 가까운 난상토론에도 불구하고 선수 선발 위원회는 뾰족한 답을 내리지 못했고.
보고를 받은 장인석 총재의 직권으로 LA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문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소용없을 겁니다. 조직위원회에서 받아줄 리 없어요.”
“말도 안 되죠. 선수 한 명 빠진다고 해서 경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협회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조직위원회에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예비 엔트리를 허락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우승을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차출까지 불사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사정을 봐줄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아마추어 선수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박유성 선수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