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87화 (87/412)

타자 인생 3회차! 87화

13. 박유성은 못 말려(6)

송현민이 홈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피자를 돌렸다는 소식은 직원들의 SNS를 통해 팬들에게 전해졌다.

└갑자기 무슨 피자야? @Rangers77

└쏭이 요즘 잘하고 있잖아. 그것 때문에 피자를 산 게 아닐까? @Charles2

└쏭이 잘하면 뭘 해? 팀 성적이 제자리인데. @ajn42

└성적 얘기하지 마. 스트레스받으니까. @Leftfield253

└누가 성적 소리를 내었는가! @KoreaRanger

현재 메이저리그는 7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다.

프랜차이즈나 리그 MVP급 선수가 아니고서야 총액 1억 달러는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송현민의 계약(4년 6천만 달러)도 이번 시즌 총액 기준 5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 5번째로 큰돈을 들였으니 그만큼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레인저스는 송현민의 활약과 엇박자를 내고 있었다.

송현민이 시즌 초반 삽을 풀 때만 해도 지구 1, 2위를 오갔지만.

송현민이 부활할 무렵 3위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스몰 마켓인 오클랜드에게 한 경기 반 차 앞선 4위로 추락한 상태였다.

오죽하면 올스타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게 올해 영입한 송현민일 정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도 마이크 고든처럼 송현민을 고깝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쏭은 선수들에게 피자를 쏠 만해. 혼자서만 성적을 내고 있잖아. @yellowhello

└쏭이 잘하는 것과 피자를 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ajn42

└설마 쏭이 혼자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야구는 팀 스포츠야. 쏭이 타점을 올리면 다른 누군가는 타점을 올리지 못한다고. @Patrick76

└세상에 맙소사. 넌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알긴 하는 거야? @10thInning

└네 주장대로라면 축구에서 득점을 한 공격수는 모든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해. 다른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빼앗았으니까. 그렇지 멍청아? @KoreaRanger

└축구까지 갈 필요도 없어. 삼진을 잡은 투수는 모든 야수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거야. 야수들이 수비를 할 기회를 박탈해 버렸으니까. @Leftfield253

└여기나 저기나 전부 쏭의 팬들뿐이로군. @Mahomes25

└어쩌겠어? 쏭의 성적이 좋은 건 사실인데. @Micahh345

└요즘 들어 왜 이런 녀석들이 늘어나는 걸까? 대체 이유가 뭐야? @Charles2

└난 아직도 우리 구단에 인종차별적인 놈들이 팬이랍시고 붙어 있는 게 구역질 나. @V-angers

└인종차별? 그건 너무 과민반응 한 거 아닐까? @vision143

└아니. 쏭 이전에는 앤더슨과 로빈슨이었어. 둘 다 레인저스를 떠난 이유가 있다고. @Andres128

└이게 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생긴 일이야. 우리 성적이 좋았다면 아마 선수들의 피부색으로 헛소리를 늘어놓을 시간조차 없었을걸? @Rangers77

└그런 의미에서 쏭이 피자를 쏜 건 좋은 행동이었다고 봐. 팀워크를 위해 한 일이잖아? @Bleacher7

이때까지만 해도 송현민의 피자는 선행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날 저녁.

구단 직원 하나가 SNS에 진실을 폭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쏭하고 마이크하고 서로 내기를 했다는 거지? @Rangers77

└한국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왔던 마르쿠스 고든이 마이크 고든의 친척이래. @Charles2

└중계 초반에 친척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나는데 마이크 고든일 줄은 몰랐네. @Mark871

└그런데 이게 왜? 선수들끼리 내기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vision143

└돈 내기도 아니고 피자 내기면 괜찮지 않을까? @Bleacher7

└단순히 내기를 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야. 어떤 내기를 했느냐가 문제지. @Charles2

└대체 무슨 내기였는데 그래? @Rangers77

└한국의 1번 타자가 홈런을 치면 쏭이 이기고 홈런을 못 치면 마이크가 이기는 거야. @Andres128

└홈런? 안타도 아니고 홈런은 쏭에게 너무 불리한 조건 아니야? @joeysports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몇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해. 쏭은 한국의 1번 타자 썬하고 친분이 두터워. 서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고 썬에게 각종 장비를 스폰해 주고 있어. @songstaRR

└일종의 대부인가? @Depress

└쏭이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썬의 조언과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어.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을 때 주변에 자랑을 했나 봐. @Charles2

└설마 그게 문제가 된 거야? @gorangers43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마이크가 먼저 와서 내기를 요구했고 쏭이 응했다는 것만 알아. @Charles2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된 거야? 마이크가 이겨서 쏭이 피자를 쏜 거야? @mlbteacher324

└아니. 그 반대야. 썬은 1회 초 첫 타석 때 마르쿠스 고든을 상대로 홈런을 때렸어. 쏭이 완벽하게 이긴 거지. @Charles2

└그런데 왜 쏭이 피자를 쏜 거야? @Leftfield253

└그 답은 쉽지. 마이크가 피자를 사지 않았으니까 쏭이 산 거야. @SSongR

└정답이야. 마이크는 내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쏭이 모두에게 기분 좋게 피자를 쏜 거야. 그것도 네 곳의 피자 가게에서 무려 300판을 주문해서 청소부들까지 피자를 먹게 된 거야. @Charles2

└와우, 300판? @ajn42

└6천만 달러를 버는 메이저리그 타자에게 피자 300판은 대단치 않을지 몰라. 하지만 마이크 고든을 대신해 모두에게 피자를 쏜 건 칭찬해 주고 싶어. @yellowhello

└멍청아! 돈을 버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야. 쏭의 친절을 값싼 동정으로 깎아내리지 마! @10thInning

└그나저나 마이크 고든은 뭐 하는 녀석이야? @V-angers

└내버려 둬. 쏭이 잘하니까 괜히 시비를 걸고 싶었나 보지 뭐. @Rangers77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실망인데? 마이크 고든을 응원했던 게 부끄러워져. @joeysports

└마이크 고든의 팬서비스는 이미 악명이 자자하지 않아? @as㎞e723

└마이크 고든은 늘 예쁘고 젊은 여자들에게만 친절해. 어린아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Andres128

마이크 고든을 비난하던 레인저스 팬들은 자연스럽게 송현민이 애정한다는 한국의 1번 타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우, 이 녀석 대단한데? @mlbteacher324

└갑자기 무슨 소리야? @V-angers

└썬 말이야. 쏭의 브라더. 이번 대회에서 100퍼센트 출루 중이야. @mlbteacher324

└100퍼센트 출루? 그게 가능한 일이야? @Rangers77

└정말이야. 방금 홈페이지에서 개인 성적을 보고 왔는데 8경기에서 무려 16타수 16안타라고! @mlbteacher324

└8경기인데 16타수? 어떻게 된 거야? @gorangers43

└썬은 이번 대회 최고의 타자야.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했지. 그래서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어. 볼넷만 무려 17개를 얻어냈다고. @songstaRR

└8경기에서 볼넷이 17개? 무슨 베리 본드야? @10thInning

└<미튜브 박유성 하이라이트 영상> 자, 이게 썬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인데 한번 봐봐. 다른 선수들하고 클래스가 다르니까. @SSongR

└어, 이 녀석! 그 녀석이잖아? @Rangers77

└그 녀석이라니? @vision143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친 녀석 말이야! @Rangers77

└아, 생각났다. 그 녀석이 썬이었어? @Bleacher7

└하이라이트 영상 3분 30초에 보면 그 장면이 나온다고! @Mark871

└그래. 맞아. 썬이 그 녀석 맞아. 참고로 썬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고 대만전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어. 일본전에서는 6개의 도루와 홈스틸을 포함한 스틸 포 더 사이클, 그리고 아쉽게 3루타가 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까지 때려냈지. @KoreaRanger

└이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Leftfield253

└한국에서 야구 좀 하는 18살짜리 야구 선수야. 참고로 이런 선수를 후원해 온 게 쏭이고. @hyuminlove42

└쏭은 썬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알아본 거겠지? @ajn42

└당연하지. 쏭은 아무나 인정하지 않아. 야구에 대해서는 더없이 냉정하니까. @hyuminlove42

송현민의 피자 사건과는 별개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은 한국에서 넘어온 보고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레드삭스의 애런 스와슨 단장의 집무실에도 박유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니까 이 썬이라는 선수를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는 거지?”

“스카우트 팀의 의견은 그렇습니다.”

“벤.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

애런 스와슨 단장이 벤 스콧 스카우트 팀장을 바라봤다.

스카우트 팀 의견과는 별개로 레드삭스에서만 20년간 헌신해 온 벤 스콧 스카우트 팀장의 개인적인 판단이 궁금했다.

그러자 잠시 고심하던 벤 스콧 스카우트 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U-18 야구 월드컵에서의 활약상만 보자면 데려올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데려와야겠네요. 샘. 들었지?”

애런 스와슨 단장이 웃으며 말했다.

샘 블룸 부단장이 사람들을 우르르 데려와서 잠깐 시간을 내긴 했지만 고작 동양인 아마추어 선수 한 명 영입하는 데 유난을 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샘 블룸 부단장도 고작 동양인 아마추어 선수 한 명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다.

“단장님. 정말 썬을 데려와도 되는 겁니까?”

“방금 벤의 이야기 들었잖아. 설마 지금 벤의 안목을 의심하는 거 아니지?”

“제게 썬의 존재를 알려준 게 벤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와 있고요.”

“그렇다면 다 된 거 같은데?”

“만약에 썬을 데려오면 미카엘을 데려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뭐?”

“미카엘 히메네스. 단장님이 점찍어놓은 그 친구 말입니다.”

순간 애런 스와슨 단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베네수엘라의 미카엘 히메네스는 애런 스와슨 단장이 3년 전부터 점찍어놓은 국제 유망주였다.

처음 스카우팅 리포트가 올라왔던 만 13세 때부터 94mile/h(≒151.3㎞/h)짜리 포심 패스트 볼을 던졌으며.

팔이 길고 투구폼이 유연하며 손이 커서 다양한 구종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유일한 단점이었던 키도 해마다 조금씩 자라는 중이라 애런 스와슨 단장은 미카엘 히메네스가 국제 아마추어 계약 연령인 만 16세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미카엘 히메네스를 운운하다니.

자신을 열심히 서포트해 주고 있는 샘 블룸 부단장이라 해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샘.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갑자기 미카엘이 왜 나와?”

“애런을 화나게 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썬을 데려오려면 적지 않은 계약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흥분한 애런 스와슨 단장을 달래며 샘 블룸 부단장이 사정을 설명했다.

“올해 우리가 쓸 수 있는 보너스 풀은 550만 달러입니다. 그중 미카엘 히메네스에게 잡힌 금액이 350만 달러죠. 하지만 타 구단과 경쟁이 붙는다면 400만 달러 이상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은 금액으로는 썬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대체 그 썬의 몸값이 어느 정도인데 그래?”

“최소 150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계속 오르는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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