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83화 (83/412)

타자 인생 3회차! 83화

13. 박유성은 못 말려(2)

“일단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이 5승, 일본이 4승 1패, 그리고 미국이 3승 2패가 되니까요.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고 미국은 쿠바와 3, 4위전을 치르게 되겠죠.”

“하지만 미국 대표팀의 전력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한국도 강하지만 확실히 야구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전력은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일본도 어렵게 승리를 거뒀지 않습니까?”

“만약에 미국이 한국을 이기면 일본을 포함해 세 팀이 4승 1패가 됩니다. 그러면 다시 TQB를 따져야 합니다.”

“TQB가…… 지금 일본이 총 5득점에 6실점으로 ?0.056이고 한국이 3득점에 1실점으로 0.222, 미국이 ?0.111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미국 모두와 경기를 치렀으니 ?0.056이 확정이지만 한국과 미국은 맞대결 결과에 따라 수치가 변할 텐데요. 일단 미국이 한국을 잡으면 TQB상 무조건 결승에 올라가게 됩니다.”

“반면 한국은 3실점 이내로 패배할 경우 TQB에서 일본을 앞서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일본은 한국이 이기거나 미국이 3점 차 이상으로 한국을 이겨주길 바라야 합니다.”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유후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1퍼센트가 미국의 3점 차 이상 승리를 예상했다.

한국의 승리를 응원한 수치는 5퍼센트.

일본의 탈락(한국이 3점 차 이내로 패배하는 경우)을 예상한 이들은 고작 1퍼센트에 불과했다.

일본 최대 커뮤니티인 1채널에도 미국 대표팀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 행렬이 이어졌다.

[내일 한국과 미국 경기. 누가 이길까? (C2J3A56S7L)]

└미국 (RQ32D4G5H8)

└당연히 미국 (Q123EW53RT)

└야구에 대해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면 미국이지. (TA2G3H4Q67)

└ㅎㅎ 1ch에서 미국 대신 한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KA23E4I58T)

└이유도 좀 적어줘. (C2J3A56S7L)

└미국은 야구 종주국이야. 그리고 일본은 아시아의 야구 종주국이지. 결승전은 두 나라가 다시 맞붙는 게 맞아. (S23R4AS67G)

└어제 경기는 여러모로 아쉬웠어. 일본과 미국 모두 에이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어야 해. (QX27S342VN)

└미국은 이제 겨우 시차 적응을 끝낸 느낌이야. 아마 내일 한국을 콜드 게임으로 이겨 버릴걸? (F23TG6D7S9)

└15 대 0, 5회 콜드 게임이 유력해. (S1A44ER66T)

└그래도 한국이 한두 점 정도는 뽑지 않을까? (C2J3A56S7L)

└그럼 17 대 2 어때? (S1A44ER66T)

└좋아. 마음에 들어. (F23TG6D7S9)

└이 멍청이들아. 슈퍼 라운드는 콜드 게임이 없어. 그리고 한국은 약팀이 아니야. 우리를 상대로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라고. (KG3Q45W12R)

└한국에게 진 건 의미가 없어. 그건 연습 경기에 지나지 않다고. (YS23D1F11G)

└맞아.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전력을 다했다면 무조건 이겼을걸? (VD32SR1G53)

└난 아직까지 슈퍼 라운드에 조별 예선 결과를 포함시키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어. (Q12WE4Z56Z)

└한국의 1번 타자는 잘해. 하지만 그게 전부인 팀이야. (P145EI6D7K)

└나도 같은 생각이야. 미국이 한국의 1번을 봉쇄하면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걸? (S128RA42TR)

└단순히 미국과 한국을 두고 미국을 응원하는 분위기인데 내일 경기는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선발 안은 일본을 상대로 호투했지만 미국은 한국을 잡아낼 투수가 없어. 원투펀치를 전부 써버렸다고. (K32NFT2G45)

└춍이다! (SAR32GQ525)

└춍이 나타났다! (DK351KAB55)

└멍청아. 난 일본인이야. 그리고 저건 아사히로에 나온 이야기야. (K32NFT2G45)

└아사히로를 보다니. 춍이 틀림없어. (DK351KAB55)

└아사히로는 언론이 아니야! 일본의 언론은 산자이와 우미우리뿐이라고! (SAR32GQ525)

└우미우리는 인정해도 산자이? 너야말로 극우로구나? (K32NFT2G45)

└나는 평범한 일본인이야. 하지만 춍인 네 눈에는 극우처럼 보이겠지. (DK351KAB55)

└평범한 일본인은 춍춍 거리지 않아. 이 멍청아. (K32NFT2G45)

└하하. 어차피 네 조국은 미국에게 개처발릴 거야. 그러니까 결승전은 꿈도 꾸지 마. (DK351KAB55)

“1채는 이제 멍청한 극우들밖에 남지 않은 건가?”

일본에서 제법 유명한 아마추어 야구 전문 블로그를 운영 중인 사사키 코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처럼 한국이 미국을 이길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주기적으로 새 글을 올리고 있는데.

달리는 댓글마다 X신 같은 댓글들뿐이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Nch로 빠져나가지.”

Nch는 1ch에서 독립한 사이트였다.

1ch가 극우 네티즌에 잡아먹히자 자유로운 의견 교류를 갈망하던 이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고작 2년 만에 1ch를 넘어서 버렸다.

하지만 1ch에서 활동하다가 블로거가 된 사사키 코지는 1ch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극우 언론인 산자이조차 1ch과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자신 같은 사람들까지 1ch을 멀리하면 정말로 커뮤니티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하아. 한숨 자고 일어났다가 실시간 중계나 해야겠다.”

시간을 확인한 사사키 코지는 자판에서 손을 뗐다.

1ch의 여론만 살핀 뒤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 했건만.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어 있었다.

신성 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에서 동시 진행되는 슈퍼 라운드의 경기 시간은 낮 12시.

다른 이들에게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면 최소 10시부터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다.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놓은 뒤 사사키 코지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는데…….

“젠장할!”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뒤늦게 1ch에 접속했을 때는 일본과 쿠바 관련 중계 글만 수십 개가 떠 있었다.

“왜 알람이 안 울린 거야?”

구매한 지 6년이 넘어 가족들에게도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는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 던지고 사사키 코지는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그러고는 플랜 B를 꺼내 들었다.

본래 일본과 쿠바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중간중간에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곁들이려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국 vs 미국! 실시간 인터넷 중계(10초에 한 번씩 업데이트됩니다.) (C2J3A56S7L)]

10초에 한 번이라는 문구 때문일까.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곧바로 댓글들이 달렸다.

└10초에 한 번? 백수인가? (XQ321SD5Q7)

└백수는 아니고 프리라이터야. (C2J3A56S7L)

└보통 백수들은 다 프리라이터라고 하던데? (A13E5R61AS)

└그런데 정말로 10초에 한 번 업데이트 가능해? (RQ231WE45Z)

└사실 거짓말이야. 하지만 상황이 바뀔 때마다 최대한 빨리 업데이트한다고 약속할게. (C2J3A56S7L)

└솔직한 백수로군. 좋아. 오늘은 여기다! (XQ321SD5Q7)

└ㅋㅋ. 나도 여기로 정했어. (A13E5R61AS)

└어이, 어이. 라인업은 아직이야? (Q575W3EA2Z)

└잠시만. 지금 바로 올릴게. (C2J3A56S7L)

사사키 코지는 먼저 올라와 있던 중계글에 들어가 라인업을 긁어 왔다.

└한국 스타팅 라인업 : 1번 박유성(CF), 2번 오대석(SS), 3번 이동엽(1B), 4번 강준혁(3B), 5번 홍상철(RF), 6번 홍우진(2B), 7번 송산아(C), 8번 김현중(LF), 9번 고우일(DH) / 타선은 지난 쿠바전과 같아. 선발 투수는 안경호. 좌완이야. (Q575W3EA2Z)

└한국은 또 이 전략을 쓰려는 건가? (RQ32W1E45T)

└이 전략이라니? (W23DA6G6F7)

└8번과 9번은 원래 테이블 세터야. 둘을 하위 타선에 두고 1번을 클린업처럼 쓰는 전략이라고. (RQ32W1E45T)

└오오, 제법 참신한데? (Q1WE55FG73)

└참신하긴. 일본 만화에 나온 전략이잖아. (O2F34DT5G1)

└미국 스타팅 라인업 : 1번 피터 암스트롱(CF), 2번 로버트 하이넨(LF), 3번 AJ 홀터(RF), 4번 타일러 브릭스(DH), 5번 콜비 브리츠(3B), 6번 놀런 매드레인(1B), 7번 드루 모이어(C), 8번 머리엔 톨렌티노(SS), 9번 헌트 하스(2B) / 마찬가지로 일본전과 동일한 타순이야. 선발 투수는 마르쿠스 고든. 우완이야. (Q575W3EA2Z)

└어제 경기에서 패배했는데 타순을 바꾸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의미지? (P145EI6D7K)

└한국 따위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겠지. (ASD12SD523)

└역시. 미국인가? (TDF213SA23)

“뭐가 역시 미국이라는 거야?”

무작정 미국을 빨고 보는 댓글에 한마디 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사사키 코지는 한국의 인터넷 중계창을 띄웠다.

바보 같은 놈들은 데이터를 많이 소비하는 영상을 보며 중계를 하겠지만 사사키 코지는 달랐다.

“오히려 영상 전송이 문자 전송보다 더 늦다고.”

경기 시작 전이라는 글을 확인한 사사키 코지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식사를 준비했다.

어제저녁에 미리 사놓은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물과 음료, 그리고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는 간식 몇 개를 챙기고 나니까 중계 화면이 1회 초로 바뀌어 있었다.

“젠장할.”

도시락을 한술 뜰 새도 없이 사사키 코지가 글을 수정했다.

한국 0 : 0 미국

1회 초. 한국 공격.(투수 마르쿠스 고든)

-1번 타자 박유성

그러자 누가 이길지를 두고 시끄럽던 댓글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오! 드디어 시작인가? (K32NFT2G45)

└한국의 1번 타자 등장! (W6AD138G9G)

└이 녀석, 아직도 타율이 10할인가? (A13SE5G67G)

└맞아. 어제 경기까지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어. (K32NFT2G45)

└한국의 1번은 무서워. 일본전에서도 6개의 도루를 기록했잖아. (SE2A11E57R)

└그 경기는 제발 잊어버려. (A234FS66AS)

└맞아. 다시 붙는다면 절대 도루하지 못할걸? (TW33E2T5W6)

└한국 중계방 아니랄까 봐 춍들이 많구만? (DK351KAB55)

└춍들은 도둑처럼 숨어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 (SAR32GQ525)

“이 녀석들. 어제 그놈들이잖아?”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물을 흐리는 댓글들이 나타났지만 사사키 코지는 참전을 할 수가 없었다.

중계방을 판 글쓴이는 중계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거 박유성. 안타 하나 날려 버리라고.”

나직이 중얼거리며 사사키 코지가 새로고침을 눌렀다.

잠깐의 버퍼링에 이어 중계 화면이 떴는데 뭔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뭐야? 1 대 0? 설마 박유성이 홈런을 친 거야?”

사사키 코지는 다급히 중계 문자를 확인했다.

-초구 타격. 우중간 홈런(비거리 110m)

└156㎞/h 포심 패스트 볼.

“헐, 진짜로 홈런을 쳤잖아?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간 모양인데?”

신성 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의 우중간까지 거리는 110m.

우중간 홈런인데 비거리가 110m라면 그보다 짧은 펜스를 살짝 넘겼다고 봐야 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한국 1 : 0 미국

1회 초. 한국 공격.(투수 마르쿠스 고든)

-1번 타자 박유성

└1구 타격. 우중간 홈런.

사사키 코지가 재빨리 글을 수정하기가 무섭게 댓글들이 달렸다.

└한국의 1번이 홈런? 거짓말 치지 마! (DK351KAB55)

└역시. 내 예상대로 춍의 망상이었어. (SAR32GQ525)

└거짓말을 하려면 조금 더 성의 있게 해. 한국의 1번이 초구를 받아쳐 홈런을 칠 수 있을 리 없잖아. (DK351KAB55)

└뭐야? 사실이잖아? (X123WR56AG)

└너도 춍이냐? (SAR32GQ525)

└정말이야. 다른 중계글도 전부 홈런이 떴다고! (F12SD5F6H7)

└진짜 1 대 0이잖아? (G163FS56HH)

└내가 뭐랬어? 한국의 1번은 강하다니까? (WE23AR1G55)

└한국의 1번은 대체 정체가 뭐야? (U33DS64GF7)

└일본전에서도 잘했잖아. 실력이 상당하다고. (K31HI682VG)

└이렇게 되면 한국이 이기는 그림인가? (IEJ534A6D2)

└아직 경기 초반이니까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한국이 주도권을 잡은 것 같은데? (DFS231AD23)

“오호.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네.”

마음에 드는 댓글들을 발견한 사사키 코지가 씩 웃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선취점을 내주지 않았다.

매번 1번 타자 박유성을 앞세워 선취 득점에 성공했고.

초반 분위기를 살려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게다가 미국 대표팀의 선발은 미국 언론들이 자랑하는 원투 펀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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