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75화 (75/412)

타자 인생 3회차! 75화

12. 헤이, 부라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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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연고를 둔 레인저스가 송현민 쟁탈전에서 최종 승자가 됐을 때.

지역 여론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송현민이 한국에서 보여 준 활약상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안겨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4년에 6천만 달러는 너무 과했어. 6년에 6천만 달러가 적당했다고.”

“6년에 6천만 달러면 레인저스에 오지도 않았을 걸?”

“대신 여긴 세금이 저렴하잖아. 게다가 2루 자리도 공석이고. 그 점을 어필했다면 더 싸게 데려올 수 있었어.”

“이미 계약한 걸 어떻게 해? 그만 짜증내고 쏭이 잘해주길 기대하자고.”

“못해도 2할 7푼은 쳐 줘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어.”

올 봄에 메이저리그 주요 매체에서 전망한 송현민의 기대 성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투고타저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트윈스에서 5시즌 동안 0.331을 치던 송현민의 시즌 타율을 0.260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가장 후하게 평가한 매체조차 0.273이다 보니 오버 페이 논란은 시즌 초반까지 계속됐다.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송현민은 첫 10경기에서 0.222의 타율을 기록했고 송현민의 영입을 직접 지시한 존 다니엘 사장은 물론이고 송현민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던 크릭스 영 단장과 크리스 우드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죽하면 송현민을 비싼 값에 주고 데려 왔다고 투덜대던 언론에서 아직 시즌초반이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팬들의 분노를 달랬을 정도.

이 때 까지만 해도 송현민의 메이저리그 루키 시즌은 성공보다 실패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박유성의 멘탈 치료를 받으면서 송현민이 되살아났다.

레인저스 송 - 유성아. 형 술 한잔 사 줘라.

박유성 - 뭐래요. 저 지금 고등학생이거든요?

레인저스 송 - 좀 사 줘 인마. 형 지금 많이 힘들다.

박유성 -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다음 경기 때 초구 한 번 노려봐요.

레인저스 송 - 짜식이? 아무리 형이 죽을 쒀도 그렇지 코칭까지 하냐?

박유성 - 형 원래 한국에 있을 때 초구 잘 때렸잖아요? 근데 메이저리그 가서 너무 몸 사리는 듯.

레인저스 송 - 아니거든? 나 하나도 안 쫄았거든?

박유성 - 전 쫄았다고 한 적 없는데 쫄았나요? 레인저스 쫄 가나요?

레인저스 송 - 너 인마 어디야? 너 어디 살아? 뭘 믿고 이렇게 까불어?

박유성 - 그러니까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휘두르라고요.

어차피 형 마이너리그 안 내려가잖아요.

레인저스 송 -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긴 한데 언론에서 존나 눈치 준다.

박유성 - 눈치 준다고 마이너리그 내려가는 순간 엿 되는 거 알죠? 꿋꿋이 버텨요. 송현민 답게.

레인저스 송 - 나 답게? 나 다운게 뭔데?

박유성 - 형 신인 때 생각 안 나요? 주변에서 엄청기대받았는데 생각만큼 안되니까 타격 폼 바꿨잖아요.

레인저스 송 - 그래서? 타격 폼 수정하라고?

박유성 - 그런 마음 자세를 말하는 거죠. 그리고 어차피 시즌 끝날 때 쯤이면 3할 치고 있을 텐데 뭐가 걱정이에요?

친하게 지내던 선후배 야구선수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박유성에게 앓는 소리를 늘어놓았던 송현민은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적극적으로 치라는 박유성의 조언을 받아들여 시즌 첫 홈런을 때려냈다.

물론 시작은 좋지 않았다.

2회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가 초구를 건드렸다가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건드린 초구는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만 좌익수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어야 타격감이 살아나는데 쏭의 입장에서는 운이 나빴네요.

이 날.

크리스 우드 단장은 송현민을 교체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그아웃에 돌아와서도 눈빛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더 믿고 타석에 내세웠는데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2사 만루 찬스에서 쏭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쏭. 앞선 두 타석은 병살타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아직 안타가 없습니다.

-지금 시즌 타율이 정확하게 2할인데요. 이번 타석도 그냥 물러난다면 1할대로 떨어지게 됩니다.

-레인저스에서 6천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과연 이번 타석은 어떨지 지켜보겠습니다.

고요해진 레인저스 파크를 둘러 본 송현민은 웃음이 났다.

앞선 두 타석에서 야유를 쏟아내던 레인저스 팬들이 기도하는 심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코어는 6대 3.

루상의 주자를 전부 불러들인다 해도 역전을 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송현민은 방망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듯 날아드는 몸쪽 높은 코스의 패스트 볼을 힘껏 잡아당겨 레인저스 파크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냈다.

-쏭! 쏭! 쏘오오옹! 쏭이 해냅니다!

-98mile/h(≒157.7km/h)의 하이 패스트 볼이었는데요. 쏭이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수걸이 홈런을 역전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자 레인저스 선수들은 첫 홈런은 무시한다는 불문율도 잊어버리고 송현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 홈런은 결승타로 기록됐다.

경기 MVP로 뽑힌 송현민은 동료들의 이온 음료 세례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계속 초구만 친 이유요? 제 친한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겁 먹지 말고 자신 있게 스윙하라고. 잘 할 수 있다고. 그 얘기를 듣는데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춰서 적극적으로 스윙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초구에 전부 빠른 공이 들어오더라고요. 하하하.”

송현민이 친한 동생을 언급하자 트윈스 소속 후배 선수들이 물망에 올랐고.

해당 선수들은 하나같이 송현민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며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레인저스 송 - 미안하다. 네 덕인데 엉뚱한 녀석들이 주목을 받네.

박유성 - 괜찮아요. 형. 대신 저는 용품을 받았잖아요.

레인저스 송 - 방망이 떨어질 때 됐지? 내가 삼촌한테 말해서 보내라고 할게.

박유성 - 사랑합니다. 형.

레인저스 송 - 사랑은 나중에 여친 생기면 하고. 나는 존경 좀 해 줘라.

박유성 - 존경하기에는 타율이 좀······.

레인저스 송 - 이 자식이? 넌 얼마나 치는데? 나도 너 땐 엄청 잘 쳤거든?

박유성 - 신성고 박유성, 송현민 고교 기록 넘어서······ [베이스볼 패치]

레인저스 송 - 크흠. 암튼 딱 기다려라. 조만간 3할 찍을 거니까.

그랜드슬램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송현민은 이후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 어갔다.

그중 7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때려내자 타율이 3할 초반까지 치솟았다.

송현민이 메이저리그 적응을 끝냈다고 판단한 레인저스 구단은 당초 계획대로 송현민을 5번 타순에 고정했다.

이후 약간의 부침을 겪긴 했지만.

계속해서 3할 타율을 유지하며 아메리칸 리그 2루수 부분 올스타 투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경기가 잘 풀리자 송현민은 특유의 넉살로 클럽 하우스를 정복해 나갔다.

초반에는 통역 없이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밥 먹었어?”

“밥이야 아까 먹었지.”

“그래. 잘했어. 야구는 밥심이지.”

“그게 무슨 의미야?”

“뭐든 잘 먹어야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는 뜻이야.”

“하하. 그래. 꼭 우리 할아버지 같은 얘길 하네.”

어느 순간부터는 통역 없이도 주변에 동료 두셋을 끼고 웃고 떠들기 바빴다.

그런 송현민이 갑자기 짜증을 내자 레인저스 동료들이 저마다 고개를 돌렸다.

“쏭.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뭘 보는 거야?”

“이것 좀 봐. 이게 3루타야?”

“핸드폰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이거 TV로 연결할 수 없어?”

“마이클! 이것 좀 해 줘!”

갑작스럽게 호출을 받은 구단 직원은 레인저스 선수들의 요구대로 클럽하우스에 비치된 100인치 대형 스크린에 문제의 영상을 띄웠다.

그리고 잠시 후.

“오 마이 갓!”

“뭐야 저 녀석? 뭐가 저렇게 빨라?”

“누구야? 처음 보는 녀석인데?”

“쏭의 브라더야.”

“브라더? 정말?”

“역시. 쏭이 야구를 잘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눈 깜짝할 사이에 홈을 파고드는 누군가를 보며 다들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송현민은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이 완벽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3루타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다들 봐봐. 이게 3루타래.”

“3루타? 무슨 소리야? 저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잖아.”

“자막에도 홈런으로 나오는데?”

“기록이 정정됐어. 좌익수 실책이 겹친 거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저걸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나올 수가 없다고!”

“동감이야. 저건 홈런이 맞아. 보라고. 좌익수의 송구와 상관 없이 주자는 홈을 향해 몸을 돌렸어.”

“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내린 게 누구야?”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열린 경기야.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지만 저런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뭐지? 한국은 경기 룰이 다른 거야?”

“이 멍청아! 저건 야구 월드컵이야. 국제 대회라고.”

실책 판정에 후한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동영상 속 장면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레인저스 선수들은 송현민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SNS에 해당 동영상을 올리면서 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상은 미튜브에서 핫 한 경기 영상입니다. 함께 보시죠.”

ESPM 월드 베이스볼의 진행자 애니 카브너는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박유성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렸다.

본래 문제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논란 영상만 올리려고 했지만 10년 차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답게 박유성이 보여준 주루 플레이를 하나로 엮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여기 한국의 이 선수를 주목해 주세요. 2루로 뜁니다. 다시 3루로 뛰고 이번에는 홈을 훔칩니다. 대단하죠? 스틸 포 더 사이클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의 질주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바로 다음에 2루와 3루를 훔치고, 그 다음에 또 다시 2루를 훔쳐냅니다. 하루에 무려 6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요. 압권은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애니 카브너가 버튼을 누르자 잠시 멈추었던 영상이 재생됐다. 그리고 송현민을 분노하게 만든 문제의 상황이 펼쳐졌다.

“여기 이렇게 수비 시프트가 펼쳐졌습니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는 아니지만 이쪽, 좌익선상이 텅 비었죠. 이다음에 무슨 일이 펼쳐질까요? 네. 놀랍게도 바로 이곳으로 타구가 떨어집니다.”

애니 카브너는 재미난 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영상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맙소사. 저 녀석 발에 모터라도 단 거야? 어떻게 저렇게 뛸 수가 있는 거지?”

“게다가 상대는 일본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나라입니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야. 저건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뭔가 북중미 선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선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유썬 팍입니다.”

“이 선수에 대해 최대한 빨리 알아봐.”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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