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91화 (29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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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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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그 시티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조지 준장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부사관급 이하의 군인들의 월급을 3개월이 넘도록 체불하고 있었고, 불만에 찬 군인들은 점령지를 약탈하면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만취한 중사 하나가 외상값을 두고 술집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를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하필이면 그 사람의 아들이 제국군에서도 알아주는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평화를 원해서 무기를 내려놓은 대가가 고작 이것이란 말이냐?! 더러운 침략자 놈들……한 명도 남기지 않고 구축해주마!!]

과거에 그는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민주주의를 동경해서 원정대의 진군소식을 듣자마자 동료들을 설득해서 무장을 해제하고 귀순해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전해 듣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남자는 중사의 부대에 잠입해서 그를 납치한 다음에 잔인하게 고문한 다음에 땅 속에 묻어버렸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을 추격한 5사단의 군인들을 상대로 무려 3시간이 넘게 교전을 펼치면서 병사 9명에 부사관 2명을 추가로 살해하고, 마나가 떨어져서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자 자비의 검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린다.

[특종이다!]

[wryyyyyyy!!]

그 전대미문의 사건에 종군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하자 조지의 입장이 곤란해지고 말았다.

‘젠장, 이번 사건으로 종군기자들이 임금체불이나 민간학살에 대해서 파고들면 입장이 곤란해진다. 어떻게든 그들의 관심을 돌려야 되는데……’

그리고 그런 고민 속에 떠올린 해결책이 바로[모든 것은 제국의 음모다!]라는 주장하는 매카시즘의 평범한 활용법이었다.

[이번 사건은 카리그 시티에 비밀리에 암약하고 있던 제국군의 잔당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테러행위입니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확보하고 수천 명에 이르는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5사단의 군 부대를 습격하고 도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카리그 시티에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발표한 조지는 곧바로 군대를 동원해서 도시 전체를 포위해버리고 군사기밀이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출입기자들의 눈과 입을 막아버리고 말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리고 닷새.

그 며칠 동안에 도시의 시민들은 지옥같은 생활을 체험하게 되었다.

야외활동은 물론이고 바깥출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편한 나날.

사유재산은 압류당하고 생필품은 배급제로 시행되었으며 가택수사라는 명목으로 쳐들어온 군인들이 재산을 약탈하고 여자들을 멋대로 강간해 나갔다.

그런 상황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였고, 국제 언론에서도 맹비난을 퍼부으며 5사단의 만행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조지는 군사작전을 핑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엄령을 선포하고 7일이 경과했을 무렵에 야심한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도시를 순찰하는 군인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원 사격! 가증스러운 공화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카리그 시티를 해방시켜라!]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건물의 옥상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오는 기관총 난사.

약 1분 동안에 이루어진 짧은 교전으로 5사단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한 괴한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지만, 그들이 사용한 병기들이 전부 다 제국의 정규군만이 쓰는 물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국제여론이 순식간에 잠잠해지고 말았다.

[뭔가 수상한데……]

[수상하면 어쩔 거야? 어차피 취재도 못하는데……쳇, 분위기 타다 말았네.]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다가 자신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재기되자 재빠르게 발을 빼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국제여론의 졸렬한 행보.

그중에는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들이 자작극의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끝까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재로 그 매복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양 쪽의 사상자가 이상할 정도로 적어서 수상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의 통제하에서는 심층적인 취재가 어렵다는 이유로 군 발표를 공식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면서 단순하게 음모론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조지는 그 여세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주장에 쐐기를 박는 발표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도시봉쇄로 시민들과 국제사회를 불편하게 만든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5사단 부하들의 활약으로 제국 잔당세력의 본거지를 찾아내서 포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카리그 시티를 다시 시민들의 손에 돌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오오오오오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의 호언장담에 국제여론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서 요란하게 플래시를 터트리며 원정대에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고까지 떠들어댔다.

하지만 이 작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실패해버리고 만다.

그것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수천에 이르는 제국군의 병기들이 도시 전체로 뿌려지게 되었고, 조지는 그것을 회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시민들이 가져간 무기를 회수하라! 저항하거나 반항하는 사람들은 반란군으로 치부하고 모조리 사살해도 좋다!!]

사실상의 무차별 학살을 승인하는 명령.

덕분에 예전까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음지에서 몰래 약탈을 자행하던 군인들이 마치 고삐에서 풀려난 야수들처럼 도시 전체를 휩쓸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하하하하하! 지금 저 늙은이의 대가리가 터져나가는 거 봤어? 이게 바로 헤드샷이라는 거다. 허접한 새끼들!!]

[그렇게 일일이 조준하고 다니면서 언제 끝장을 볼 거야? 나처럼 자동으로 바꿔서 기관총을 쏴 갈겨! 질보다는 양이라니까?]

[꼬마야, 엄마가 싫어, 아빠가 싫어? 권총을 줄 테니까 평소에 네가 죽이고 싶었던 사람을 쏴버리렴. 참고로 개수작 부리면 대가리에 바람구멍을 내 줄 테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 알았지? 울지 마, 이제 시작인데 왜 벌써부터 질질 짜고 그래?]

인간의 탈을 쓴 야수들의 향연.

그야말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능욕하면서 군인들은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해 나갔다.

저항하는 사람보다 저항하지 않고 투항한 사람들을 더 많이 살해했다고 알려진 이 사건으로 그날 하루 동안에 3만 명의 민간인들이 죽어나갔지만, 5사단이 입은 피해는 아군의 오인사격을 포함해서 겨우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무자비한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깊은 상처를 입고 원정대에 대한 증오를 키워나갔다.

[두고 보자……언젠가는 파비안 님께서 반드시 복수해주실 것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해라……네놈들이 부셔버린 평화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도록 만들어 주마.]

하지만 이렇게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고도 조지는 작전을 신속하게 성공시키기 위해서[필요한 희생]이었다는 주장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불이 붙은 국제여론의 비난으로 과잉진압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은 군인들이 구속되어서 군사재판을 받았지만

[처벌이 두려워서 총을 쏘는 걸 주저하면 군인이 아니다!]

라는 주장의 변호를 받으면서 대부분이 무죄로 방면되었다.

국제여론은 다시 자기식구 감싸기라는 때늦은 비난을 쏟아냈지만 조지를 집행유예로나마 처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한 사람의 용감한 양심선언 덕분이었다.

[카리그 시티에 제국군의 잔당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 일은 모두 조지 준장과 레지스탕스 조직인 반월이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 꾸며낸 사건이며, 이런 끔직한 학살이 일어난 이유는 오직 두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돌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5사단 제 2연대장으로 복무하고 있던 카일라스 대령의 고발.

그는 군사법정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완벽한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를 궁지로 몰아붙였지만, 조지에게 매수당한 사람들이 오히려 증거조작과 상관을 모함했다는 명목으로 종신형을 선고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워낙에 증거가 확실한 범죄를 처벌하지는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또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감형에 감형이 이루어지고 유전무죄법으로 100만 골드라는 거금을 보석금으로 지불하면서 집행유예 4년에 현장복귀라는 터무니없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

게다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이미 판결이 내려져버린 혐의에 대해서는 면책특권까지 얻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이야기지만……’

과거의 재판기록을 살펴보던 류안은 아네타에게 성계내 통신으로 전화를 걸었다.

[건전한 민주주의는 언제나 세 가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만 이루어집니다. 트리니티에 투자하세요, 당신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공화국의 경찰들은 뭘 하는 거야? 이 여자 안 잡아가고……’

자신이 이끄는 반정부조직의 슬로건을 컬러링으로 사용하는 뻔뻔함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대놓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그녀를 따라잡기에는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재로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도 아네타의 도움이 필요했던 상황.

[어머나! 비싼 성계내 통신으로 전화도 주시고……제가 그렇게도 보고 싶으셨어요?]

“……크흠.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조금 밥맛이시군요. 부탁드린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후후후후. 대장님답지 않게 튕기시는 모습도 매력적이네요. 게다가 연맹은행을 압박하라니 터무니없는 도움을 요구하는 사디스틱한 면모까지……뭐, 그래도 부탁하신 일은 어떻게든 해결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제 능력보다는 아우라 양의 지시가 정확했지만……그렇게 유능한 비서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요? 저도 소개를……아니, 그냥 저한테 팔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쳇……]

뾰루퉁하게 입술을 삐죽이는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류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녀에게 아우라를 넘겨주고 싶은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아네타도 감당하기 힘든데 거기에 아우라까지 합세하면……안 돼지. 안 돼. 오퍼레이션 비서함락작전을 하루라도 빠르게 진행시켜둬야 되겠군.’

[엣취!]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회계장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지출을 찾아냈는데 관련 영수증 데이터 파일들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죠?]

[또, 또 찾아내신 겁니까?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경리장교님이 겨우 이 정도로 우는 소리를 하시다니 웃음만 나오네요. 오늘 밤은 야근이니까 각오 단단히 하세요♡]

[으아아아악! 야근이라니……맨날 야근이라니!!]

어디선가 들려올 리 없는 대화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아네타의 충격적인 대답으로 한 순간에 현실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현재 연맹은행에 예금되어 있는 조지 준장의 자산은 약 6천 500만 골드(한화 6조 5천억)예요. 일단 아우라양의 조언대로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연맹은행에서 뿔이 단단히 난 모양인데요?]

“6, 6천 500만 골드라고요?”

100만 골드의 보석금을 지불하고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에 어지간히도 해먹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액수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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