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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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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 시찰 2일차의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피, 필승! 좋은 아침입니다, 소장님!”
하루사이에 폭삭 늙어버린 조지는 지난밤에 한숨도 잠들지 못했는지 퀭한 표정으로 경례를 해왔다.
‘후후후후. 어지간히도 불안하셨나 보군.’
이미 5사단의 장교가 성접대를 시도했다가 구속당했다는 소문이 부대 전체로 퍼져나간 상황.
본인 나름대로는 자른다고 잘라낸 꼬리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이름을 불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노심초사했을 게 선명하게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위해서(?)류안은 쓸데없는 걱정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미 보고는 받으셨겠지만 어젯밤에 불미스러운 일이 조금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성접대를 시도하다니……크흠. 게다가 여성들에게는 노예사냥꾼이 찍은 낙인까지 새겨져 있더군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정말로 죄송합니다. 소장이 무능하다보니 부하가 그런 터무니없는 실례를……”
“뭐, 그래도 제법 충성스러운 녀석인지 배후를 밝히라고 윽박질러도 끝까지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더군요. 뭔가 약점이라도 잡혀 있는지……”
“그, 그렇습니까?”
그 말에 눈에 띄게 안색이 밝아지는 조지.
하지만 다음 순간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성노예로 끌려온 여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더군요. 덕분에 인신매매범의 꼬리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녀석들이 잡히는 것도 시간문제겠죠.”
“……쿨럭, 쿨럭!”
“어이쿠,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부대시찰에 동행하기가……”
“몸이 불편하다니 그것 참 큰일이군요! 부관! 지금 당장 우리 지원팀의 의무반을 호출해서 조지 준장님을 모시고 가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의무대라면 저희 사단본부에도……”
“죄송하지만 현재 사단본부의 의무대는 응급의무체계지원점검과 위생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항생제에는 먼지가 쌓여져있고 위생상태도 엉망진창이라더군요. 게다가 현재 수석 군의관이 의료사고를 몇 차례나 은폐한 의혹이 있고 약품횡령에 알콜중독 경력까지 가지고 있더군요……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끄으으으응. 자, 잘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래도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말해주십시오. 저희 의무반에서 신속하게 격리……아, 아니. 친절하게 돌봐드리겠습니다.”
‘이 새끼가……’
노골적으로[격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잽싸게 말을 바꿔버리는 얄미운 모습에 조지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서 클라크가 카메라를 돌리면서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척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속으로는 인신매매단의 단서를 잡았다는 류안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면서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뭔가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오늘따라 안색이 유난히 어두우신 것 같습니다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와 함께 사병식당으로 가서 아침이나 드시죠. 아, 참고로 어제 쥐새끼 스프를 제작한 급양담당관과 책임자들은 전부 구속해서 수사중입니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제가 특별예산의 일부를 사용해서 신뢰할만한 민간업체를 고용하고 시범적으로 뷔페식 식단을 운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점검해보는 차원에서라도 같이 가보시죠……”
“끄으으으응……”
하나하나 얄밉기 이를 데 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조지.
[……군대에서 뷔폐식이라니……군대에서 페밀리 레스토랑 음식을 맛볼 수가 있다니!!]
[우, 우유가 얼지 않았어! 혓바닥에 감기면서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가는 부드러운 식감에서 목장의 광활한 초원이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이건 기적이야!!]
[아이 씨……병사주제에 이렇게 좋은 음식이나 처먹고 간부들은 여물 같은 밥이나 먹으라는 거야? 군대가 아주 거꾸로 돌아가고 있……소, 소장님께 대하여 경례! 필승!!]
“부사관이 왜 여기에서 밥을 먹고 있지? 배식명단에 신청은 했나? 없다고? 그러면 일단 철컹철컹……아니, 구속해야지. 부사관 식당이 마음에 안 들면 영창 밥을 먹여주도록 하지.”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장님~~!!]
사병식당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양아치 부사관을 문답무용으로 구속해버린 류안은 병사들의 양보를 거절하고, 수행인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음식을 담으면서 새로운 급양시스템의 장단점을 분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인원수가 많아서 뷔페식으로는 배식속도가 너무 느리군요. 식단을 파악해서 세트로 묶은 다음에 자율배식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배식속도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신이 고용한 민간업체 책임자와 함께 최대한 많은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담아서 꼼꼼하게 맛보면서 개선점을 주고받는 그.
[오늘 하루는 새로운 급양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제군들의 식사에 동석할 예정이므로 불편하더라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제군들이 먹고 마시는 음식인 만큼 개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시찰기간 동안에 배포되는 설문조사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이상!!]
다소 딱딱한 표정으로 내용으로 전달하는 헌병 대원이었지만 눈치를 보면서 긴장하는 태도가 역력한 가운데서도,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뷔페식의 맛있는 음식을 경험한 병사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보였다.
[이게 오늘 하루만 이렇게 나오는 거라고 그래도 헌병사단장님, 만만세다! 젠장……이렇게 아침 같은 아침을 먹어보는 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정도면 집에서 먹는 밥보다 괜찮지 않습니까? 이 정도만 나와 줘도 군대 생활 할 만하지 말입니다?]
[너 이 새끼……아무리 그래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니가 무슨 국방부 장관이야?! 그 따위 X소리나 지껄이고 앉았게……]
[그러면 100(한화 1억)골드 받는다고 치고 군 생활 1년 더하는 건 어떻습니까?]
[100골드면……해야지. 요즘 같은 시기에 사회 나가면 100골드를 어떻게 번다고……아니, 아니다. 겁나게 의미 없는 소리는 집어 치우자. 생명수당까지 1달에 20실버 버는 하루살이들이 무슨 100골드 같은 소리를……]
‘조만간에 자신들의 월급이 대대적으로 인상된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지 궁금해지는군.’
청력을 집중해서 식당 구석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대화를 캐치한 류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면에 자신의 눈앞에서 식사를 하는 조지의 표정은 그야말로 초상이라도 치르는 사람처럼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식사가 별로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 아닙니다. 굉장히 훌륭하군요……이런 식사라면 저희 장병들의 전투력과 사기도 몰라보도록 향상될 겁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여기에 있는 병사들이 네놈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그는 중간에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빠져나가 허겁지겁 통신단말로 부하들을 향해서 지령을 내렸다.
[지, 지금 빨리 예하부대로 연락해서 작업 중지하고 증거인멸하고 빠지라고 그래!]
[증거인멸이라니요……그 말씀은 상품들을 전부 폐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상품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은 무단으로 납치해서 노예로 만들어버린 민간인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래!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헌병대의 특수부대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조금이라도 증거를 남겨놓으면 안 돼! 자칫 잘못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거야!!]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간신히 명령을 전달하고 난 다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리로 돌아오는 조지였지만, 류안은 그런 상황을 손바닥에 놓고 내려다보고 있다는 듯이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절망에 빠트리고 말았다.
“후후후후후. 지금 막 부하들이 인신매매단을 일망타진하는데 성공했다는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벌떡!
“버, 벌써 말입니까?!”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원래 이런 일은 빠르게 처리하면 빠르게 처리할수록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범죄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가 있죠.”
“하지만 몸이나 파는 창녀들의 불확실한 증언으로 영장을 그렇게 쉽게……”
쿵!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까?! 창녀가 아니라 당신의 예하부대에서 조직적으로 납치해서 능욕하고 윤간한 전쟁범죄의 피해자들입니다!! 국제법으로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 민간인들이 일어나면 안 되는 비극에 희생당했는데 보상하고 사과할 생각은 하지 않고 희생자를 창녀라고요? 지금 그게 10만 군인의 책임자인 장군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입니까?!”
정적.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류안의 호통소리에 사병식단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수치심에 사로잡히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조지.
“아, 아무리 제가 말실수를 했다지만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도가 지나치신 게……”
“지금 뭐라고 지껄였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장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섣부르게 대들었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예감한 그는 수많은 병사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굴욕적인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지는 그렇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속으로는 창피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젠장……사단장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나서지를 않다니 배은망덕한 녀석들. 특히나 기지대대 녀석들은……감히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를 잊어버리고 주인을 물어뜯고도 시시덕거리면서 웃어? 시찰이 끝나면 두고 보자. 개돼지만도 못한 쓰레기 녀석들 같으니라고…….’
============================ 작품 후기 ============================
사단 시찰편이 조금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런 내용은 까면 깔수록 양파처럼 끊임없이 소재가 나오다보니...크흠.
그래도 정의구현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코멘트 중에 치킨 한 조각을 뜯으라는 분이 계시던데...
한조...각?
...농담이고 내일은 또 베트남에서 친형내외가 한국으로 쳐들어와서 제 휴가를 박살내주실 예정입니다.
아 잠깐만요, 가족상봉이 너무 기대되는 바람에 잠시 눈물 좀 닦고 갈게요...크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