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89화 (28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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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5사단의 보안을 우습게 뚫어버리는 최신 스파이 머신 미니스파이더 X의 성능을 확인한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 기계는 지난날 리엘이 방문했을 당시에 집단 도청을 시도했던 레드폭스에게 받아낸 물건.

[이 장치는 반경 5m에 특수한 음파를 발사해서 달인들의 기감을 속일 수 있는 특수한 장비지. 원래는 우주군의 첩보부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이지만……사위가 유용하게 사용해주게. 호호호호호!]

여전히 요염하기(?)이를 데 없는 4등신의 몸매와 토끼소녀 코스프레복을 차려입은 홀로그램 영상을 전송한 교장.

류안은 곧바로 새로운 장비를 보내줘서 고맙다는 답변과 함께 딸의 사진을 동봉해서 프로포즈를 신청하는 메일을 답장으로 전송했다.

“역시 사위사랑은 장모님이라니까.”

“……교, 교장님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후후후후후. 혹시 질투하는 거야?”

“질투하는 게 아니라……아흑! 비, 비겁하다고요. 대장……”

미니스파이더 X의 조종을 서포트하다가 백허그로 희롱당하자 부끄러웠는지 모자를 눌러쓰면서 표정을 감춰버리는 레드폭스.

그런 그녀를 다양하게 가지고 놀면서 류안은 조지의 대화를 계속해서 도청해 나갔다.

[그러면 저 건방진 애송이는 어떻게 처리하실 작정입니까?]

[글쎄……어떻게 할지. 자네에게는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없나?]

[평소처럼 반월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더러운 일이라면 녀석들이 제격이죠……]

‘반월이라면 확실히 5사단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레지스탕스 조직의 이름이군……지역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놈들이라는데 역시 더러운 놈들은 끼리끼리 뭉치는 법인가?’

[으음……아니야. 이번 일은 시끄럽게 처리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게다가 녀석의 배후에는 율리안이 있을 게 틀림이 없는데 함부로 건드렸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러나?]

[그렇다면 설득하는 방법밖에는 없겠군요.]

[설득을 한다고 그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렇게 말하면서 조지는 자신이 원하는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듯이 부관을 압박하면서 말꼬리를 늘였다.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입수한 신빙성 있는 정보에 따르면 류안 소장은 굉장히 여색을 밝힌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이런 비열한 새끼들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류안은 도청장치의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

기분 탓인지 레드폭스가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뺨에다가 가볍게 키스하면서 귀여워해주는 것으로 진압해버렸다.

[최근에 예하부대에서 노예사냥으로 붙잡았다고 보고한 상급품에 성에 무지한 처녀가 있지 않습니까?]

[……듣기는 들었지만 아직 상품으로 출하하기에는 조교가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 나이에, 그 계급에, 그 얼굴에 밝히기까지 한다면 평범한 여자로 성이 차겠습니까? 그러니까 성에 무지한 천진난만한 처녀와 함께 A급의 상품 둘을 붙여준다면……]

[잠깐만……지금 자네, 그 애송이에게 A급을 두 명이나 붙여주라고 하는 건가?]

[크흠! 만일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놓자는 겁니다. 이런 일은 원래 확실하면 확실할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A급을 두 명이나 붙여주라니……끄응.]

어지간히 아까운지 입맛을 다시면서 신음을 터트리는 조지의 모습에 류안은 분노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민간인을 납치해서 성노예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성접대라니……맹세하는데 이 놈들을 모조리 다 정의구현 해버리고 말겠어!!”

크오오오오오!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울분을 터트리는 흑염룡을 바라보면서 레드폭스는 모자의 챙을 앞으로 잡아당기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변태.”

그리고 이어지는 조지의 답변.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한 번 자네가 원하는 대로 추진해 보게. 하지만……이 방법을 떠올린 사람은 자네니까 책임을 져도 혼자서 져야 할 거야.]

‘더러운 데다가 치사하기까지……정말로 가지가지 하는군.’

류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부관은 익숙한 상황이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가슴을 두드려 보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

그리고 그날 밤.

“구속해.”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장님, 소장님!”

양반이 되기는 틀렸는지 으슥한 시간에 찾아와서 자신에게 여성을 납품하려고 시도하던 부관은 현장에 매복하고 있던 헌병들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데려온 3명의 성노예들은 곧바로 보호조치를 명령하는 류안.

‘크윽……A급이라더니 정말로 A급들이잖아? 젠장……빌어먹을 정의의 편. 빌어먹을 고자영웅놀이……아, 아니야.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보호조치가 끝나면 공략하면 되는 거야. 크흐흐흑.’

“언젠가는……언젠가는 반드시……젠장!”

부하들이 지켜보고 클라크가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본능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

‘정말로 눈물을 흘리다니 어지간히도 아까웠나 보군.’

류안의 본성을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헌병들은 그 모습에 가슴이 짠해지면서 역시나 영웅이라는 것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역시나 율리안 대장님이 인정한 사람답게 그릇이 다르다니까? 세상에 저런 미인들이 유혹하는데도 돌부처처럼 단번에 내쳐버리다니……캬!]

[게다가 성노예로 잡힌 사람들의 처지를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다니……단순하게 차갑고 냉정하기만 한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휴머니스트의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 최고다, 최고! 사나이 중에서도 사나이!]

그리고 그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도 있었다.

“아……류안 소장님!”

그녀의 이름은 사라

대학도시의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다가 수행 인력으로 차출되어 따라오게 된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학생군사교육단)출신의 장교였다.

처음에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주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부대운영을 경험하고는 선입관을 깨게 되었고, 거기에 이번 시찰에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통찰력과 리더쉽, 그리고 가면을 쓰고 다니는 신비로운 모습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던 상황.

거기에 지금처럼 따듯한 휴머니즘과 함께 가벼운 사복 차림에 가면을 벗어던진 그의 민낯을 목격하고는 한 순간에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그 현상이 그녀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는 것.

“대장님. 가면 쓰세요, 가면……”

“응? 아, 미안하군. 아우라. 그러고 보니까 가면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잊어버렸네.”

“크, 크흠. 그런 의미에서 저와 라면이라도……아, 아니. 그게 아니라 급하게 보고드릴 내용이 있는데.”

“음, 그러면 일단 숙소로 들어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아트리에! 뒷정리를 부탁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고 아우라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류안이었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라의 눈동자에는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저런 불여시 같은 교활한 년이……’

하지만 평소에는 자신에 대한 호감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그도 이때 당시에는 한 여자가 자신에게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

현재의 단계에서 조지를 파멸시키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비록 가온공화국의 유전무죄법(실재로는 그런 법이 존재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온공화국의 법을 그런 식으로 비꼬아대고 있었다)이 가진 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고는 하지만, 도청으로 입수한 자백내용까지 증거자료로 포함시킨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그래도 최고형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류안의 목적은 송사리 한 마리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썩어빠진 5사단을 최정예 부대로 리빌딩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썩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미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지라는 존재가 필요한 상황.

류안은 일부러 그를 직접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시찰을 통해서 수족을 잘라내면서 사단을 장악하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대장님의 시찰내용과 헌병들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5사단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정리했어요. 하지만 율리안 대장님이 주신 특별 예산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니까……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회계조사를 진행하셔야 할 거예요.”

“그 부분이라면 걱정할 거 없어. 그렇지 않아도 녀석들이 불법적으로 여러 가지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증거는 확보했으니까. 보나마나 이중장부에 분식회계는 기본으로 하고 있을 거야. 내일부터는 그 부분을 본격적으로 털어주도록 하지……”

“그렇다면 좋겠지만……”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어?”

“……아니요, 저는 그냥 단지……대장님께서 오늘 하루 동안 찾아낸 적발행위에 비하면 처벌수위가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FM대로 집행을 시작하면 저쪽에서 꼬리를 감추고 숨어버리겠지만……미디어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조금 더 과감한 쇼맨십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후후후후후. 그런 걱정을 해주다니 아우라도 귀여운 점이 있는데?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아도 돼. 첫날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하고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니까……크흠, 그런 의미에서 밤도 야심해졌고 남녀가 둘만 있는데 아까 말했던 라면에 대해서……”

“그런 복안이 있으시다면 저도 안심할 수 있겠네요. 밤도 늦었는데 저는 이만 가볼게요. 굳이 배웅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쌩하며 도망쳐버리는 그녀.

“아니, 저기 그게……”

아우라를 맥없이 놓쳐버리는 류안이었지만 숙소의 문을 닫고 떠나버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는 아쉬웠던 표정을 갑작스럽게 변화시키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나갔다.

“후후후후. 아우라의 공략 완료도 멀지 않았군.”

평소에는 냉정하고 침착하던 그녀가 오늘 밤에는 여러 가지로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는 느긋하게 머리 뒤로 팔짱을 끼면서 소파로 몸을 누였다.

하지만 그날 밤은 아무런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최근에 연참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목격한 것 같은데 눈의 착각이겠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저는 오랜만에 벌초를 했더니 흐규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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