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87화 (28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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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기지대대의 생활관으로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

류안은 그 시간 동안 그들이 얼마나 대비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시야로 들어오는 생활 흔적들.

“창고로 사용한다는 장소치고는 생활력이 넘치는 공간이군요. 군화에, 빨래에, 쓰레기통까지 꽉 들어차 있고……”

“그, 그게 그러니까……창고 겸 복지공간으로 사용하는 장소라서 병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다보니 그만……”

“그러십니까?”

아직까지도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조지를 비웃으면서 류안은 본격적으로 병사들이 사라진 생활관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푸시이이익-!

“내부가 엄청나게 덥군. 게다가 새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있다니 이 장소는 도대체……”

“원래는 제국군이 증기기관실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장소를 생활관으로 사용했다는 건가?”

“……”

아트리에의 대답에 과장스럽게 반응하는 류안을 시종일관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조지.

사병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내무실의 방문을 열자 코를 찌르는 시큼하면서도 퀴퀴한 냄새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런 젠장, 무슨 놈의 방이 창문 하나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거야?”

“워, 원래는 제국의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락커룸을 개조……윽! 하지만 환기장치가 달려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악취는 도대체……”

“환기장치를 작동시켜! 당장!!”

류안의 명령에 수행하고 있던 병사가 곧바로 환기장치의 스위치를 켰지만 소음만 요란할 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악취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사사사사삭!

거기에 자욱한 안개에 섞여서 날라다니는 두꺼운 먼지구름에 곰팡이가 핀 벽으로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들의 모습까지.

결국 슈츠를 장비하고 헬멧을 쓰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병사들이 생활하는 내무실을 살펴볼 수가 있었던 일행.

[이렇게 좁은 장소에 관물함이 30개나 붙어있다니……닭장이 따로 없군요. 다시 한 번 질문 드리지만 정말로 우리 병사들이 이런 장소에서 생활했다는 게 틀림이 없습니까?]

[그, 그게 그러니까……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어차피 제국군이 사용하는 건물을 재활용하는 건데 조금 더 나은 장소도 얼마든지 있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이런 환경이라면 차라리 야전텐트를 사용하는 게 100배는 위생적이었겠군요!]

[……하,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런 이유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으신다. 그 말이 정말인지는 지금부터 하나씩 확인해보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면서 류안은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관물함을 개방하고 방을 샅샅이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옷이나 장구류, 생활용품, 신발, 소총거치대의 총들은 그 짧은 시간에 용케도 가져가셨군. 하지만 정말로 모조리 챙겨갈 수 있는지는 털어보면 알 수 있겠지.’

전생에서도 의모복무를 마쳤을 뿐만이 아니라 꼼수에는 기가 막히게 머리가 돌아가는 범죄자 출신 부대원이었던 류안은, 사병들이 비밀리에 물건을 숨겨두는 장소들을 특성을 전부 다 꿰뚫어보고 있었고 거기에 부하들에게 벽 너머를 꿰뚫어볼 수 있는 특수한 조사장치까지 조사해놓은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

[권총에, 장구류, 침낭, 모포, 보급품에, 즉석식품, 라면, 담배, 콘돔에 성인잡지, 게다가 개인 통신 단말기까지……얼씨구? 이것들은 반입금지물건에 군사기밀서류까지 포함되어 있잖아? 준장님, 아무래도 제가 반란의 증거물을 찾아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상관이 질문하는데 어째서 대답이 없나?!!]

[!! 죄, 죄송합니다. 반드시 범인들을 찾아내서 철저하게 추궁을……]

비꼬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는 한심한 꼬락서니였다.

‘어째서 여기를 그렇게까지 기를 쓰면서 보여주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는지 이해하겠군.’

찾아오는 것 자체가 NG.

류안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어도 도저히 대비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없는 장소로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다.

[병사들이 사적으로 쓰고 싶어서 가지고 들어온 반입물품은 이해하겠는데……병사들이 다루면 안 되는 중요한 문서들과 군사기밀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그, 그게……]

[귀관한테 물어본 게 아니니까 닥……가만히 있도록.]

생각 같아서는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클라크의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조용하게 경고로 대체하는 류안.

[아무래도 병사들이……장교나 부사관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생활관에서 처리해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기를 살펴보시면 어제 날짜로 장교들의 사인이 미리 들어가 있고 아직 작성되지 않은 서류가……]

[어제 날짜의 기밀서류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생활관에서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고 있다니……다시 한 번 물어보겠지만 조지 준장님. 정말로 여기가 사용되지 않는 생활관입니까?]

[……아, 아무래도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 즉시 기지대대장을 호출해서 엄하게 문책을……]

‘보아하니 변명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치려는 속셈이군.’

뻔한 수작이었기 때문에 류안은 손을 들어서 그의 말을 멈춰 세우고는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소장님!]

[저쪽에서 지금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더 빠르게 달려나가는 그.

동시에 류안이 향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눈치 챈 조지의 부관이 다급하게 자신의 상관을 향해서 조그맣게 속삭이자, 그의 표정이 단숨에 새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자, 잠시만 멈춰주십시오. 소장님, 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장소는……그 장소로 진행하시면 안 됩니다. 유독물질의 오염이 심각한 장소라……]

[제가 착용하고 있는 게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이, 이렇게 가벼운 슈츠로는 감당을 할 수가 없는 지역입니다. 지금 즉시 제독반을 호출해서 정리할 테니 일단은 이 장소를 벗어나셔서……]

[위험물질이라면 슈트가 자동으로 경고해주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알아서 물러나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 젠장……거기, 너! 카메라 당장 치우지 못해?! 지금이 촬영이나 하고 있을 때야!!]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자 갑작스럽게 카메라를 촬영하는 클라크를 향해서 분통을 터트리는 조지였지만, 그는 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으면서 당당한 모습으로 되받아 쳤다.

[진정하십시오, 5사단장님. 저는 그저 헌병사단장님의 명령을 따라서 이번 방문조사과정을 촬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이……병사 나부랭이가 감히!!]

철컥, 철컥, 철컥!

그렇게 외치면서 달려들려고 하는 그였지만 그 순간에 주변에 있던 헌병대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며 위협적으로 앞길을 막아섰다.

[어떤 식으로라도 감사과정을 방해하면 국가반역죄로 즉결처분입니다. 설마, 그런 사실을 모르고 이러시는 것은 아니겠죠?]

여차하면 조지는 물론이고 그의 수행원들까지 모조리 몰살시켜버릴 기세로 협박하는 헌병대원들의 태도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을 잃어버리면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사소한 반항을 완전히 제압해버리고는 마침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일행.

‘오염물질은 개뿔……’

예상대로 아무런 경고가 나오지 않는 거대한 창고에 선 류안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철문을 개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용안을 통해서 기지대대의 병사들이 그 속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상황.

철컹, 쿠그그그궁.

잠시 후, 육중한 소리와 함께 개방되는 창고였지만 그 속에 펼쳐지는 터무니없는 광경은 수행원들은 물론이고 류안도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이게 도대체……]

[하, 그것 참.]

[으음……]

갖가지 침음성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멀뚱하게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수백 명의 병사들.

등 뒤로 자신들의 짐을 급하게 쑤셔 넣은 무거운 더플백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도 가관이라면 가관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마치 타르 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것처럼 검고 더러운 기름으로 뒤덮여있는 참담한 몰골이었다.

[끄으으으으으응……]

그 광경에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부여잡으며 대놓고 앓는 목소리를 내는 조지.

‘저 새끼를 진짜……’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막장스러운 상황에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붙잡고 참교육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더 확실한 정의구현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은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귀관의 관등성명은 뭔가?]

“2기지대대의 상병, 루크스입니다!”

[……그렇군.]

슈우우욱, 착!

류안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곧바로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버렸다.

[소, 소장님!]

“왜 그렇게 놀라는 거지? 우리 병사들이 오염물질도 아니고 그들 중에서 누구도 헬멧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없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헌병대원들은 일제히 헬멧을 해제하기 시작했고 눈치를 보고 있던 조지 준장과 수행원들도 하나 둘씩 헬멧을 벗어나갔다.

“일단 자초지종을 물어보는 것은 병사들을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난 다음에 진행시키는 게 올바르겠군요. 그리고 난 다음에는……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상황을 방치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보겠습니다.”

류안의 협박에 5사단 간부들의 표정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지진이 무시무시하네요.

제가 사는 곳은 8시 반 정도에 한 번만 흔들려서 가까운데서 일어난 줄 알았는데 5.8이라니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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