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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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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개의 지역이 연합한 마그누스 자치령은 13구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많은 인구가 그라프 쉬페 산맥의 답답한 지하 공간 속에서 생활해야만 했던 언더월드의 주민들이 앞 다퉈서 정글로 밀려왔으며, 화전농법과 PEC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정착지를 열정적으로 개간해가고 있었다.
덕분에 로이케 강만으로는 밀려드는 물류유통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원정대에서 파견한 5척의 아시모프 수송선들이 일시적으로 정기선을 운영했고, 카슬란 조합은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6개 지역을 모두 연결하는 새로운 지하철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개발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류안이 본거지로 삼은 밀리안 대학도시도 마찬가지.
쾅! 쾅! 쾅! 쾅! 쾅!
[수평계의 수치를 꼼꼼하게 체크해! 자동포탑은 1mm라도 기울어지면 포격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십상이라고!
[C구역의 마나실드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당장 원인을 찾아내서 어떻게든 고쳐! 민간구역이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는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분주하게 학원도시를 요새화시키는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
과거에는 일개 대대가 머무르는 장소로 평화롭지만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장소였지만, 현재는 5만에 이르는 주둔군과 10만에 가까운 정착민이 밀려들어와서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게다가 그 숫자도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정말이지, 흥. 아무리 류안의 조카라고 그래도 어째서 긍지 높은 백랑족의 대장인 내가 인간의 아이 따위를 돌봐야 되는 거야?”
살랑살랑
새침스럽게 중얼거리면서 꼬리를 흔들어대는 리키아.
“냥? 불만이라면 카티아냥이에게 맡기고 돌아가도 상관없다냥. 원래 늑대냥이는 바깥에서 활동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느냥?”
“누. 누가 방구석 폐인이라는 거야? 따딱히 싫다고는 하지 않았어.”
“그러면 뭐가 그렇게 불만인 것이냥!”
“그러니까 어째서 내가 인간의 아이 따위를……”
컁!
주인을 얕잡아보는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사납게(?)인상을 쓰면서 짖어대는 펜릴.
“아르르르르! 늑대도 아닌 하찮은 강아지가 백랑족의 대장님께 도전을 신청하는 것이냥?!”
깨개개갱!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가벼운 으름장만으로 단숨에 기가 죽어버린 라그나로크의 대괴수는 재빨리 꼬리를 내리면서 리엘의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흥, 별것도 아닌 주제에……”
“펜릴씨를 괴롭히면 아니되와요!”
캥거루 스타일의 아동복을 차려입은 소녀는 강아지를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그렇게 항의했다.
“뭐, 뭐야? 딱히 괴롭히지는 않았어. 단순하게 서열을 가르쳐주려고 했을 뿐이니까 인간은 끼어들지 말라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리키아씨께서 조금 더 부드럽게 타이르셔도 되시자와요!”
“리엘냥이의 말이 맞다냥! 나이도 많으면서 연약한 강아지를 윽박지르다니 너무하다냥!”
컁!
“윽……”
리엘의 말에 편승해서 나머지 두 명도 합세해서 몰아붙이자 리키아는 궁지에 몰려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에는 구석으로 물러나 꼬리와 귀를 축 늘어트리고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녀.
“아오오오오. 다들 나만 괴롭히고 너무해……예전 무리에서는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다들 누님, 누님, 하면서 떠 받들어 줬는데……훌쩍.”
지나치게 풀이 죽은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버린 리엘은 미간을 풀면서 슬그머니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혹시 화나셨사와요?”
“아, 아닌데?!”
살랑살랑살랑!
갑작스러운 접촉에 화들짝 놀라면서 부정하는 리키아였지만 동요가 심했는지 새빨개진 표정에 새하얀 꼬리가 맹렬하게 좌우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리키아 언니께서 펜릴씨와 리엘을 조금만 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사와요.”
“지, 지금 뭐라고 불렀어?”
“실례가 아니라면……”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냐고!”
“……언니?”
두군!
털썩1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엘의 말에 심장에 강력한 쇼크를 받은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괘, 괜찮으시와요, 언니?!”
“가, 가까이 다가오지 마. 멍청한 녀석! 거, 걱정하지 않아도 이번에는 특별히 용서해 줄 테니까, 기억하라고! 너희들 따위는 전부 다 내 무리에 들어와서 돌봐지기나 하면 되는 거야, 흥, 흥, 흥!”
타다다다다다다!
“언니?!”
리키아는 그렇게 외치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냐앙?! 설마 했는데 리엘을 놔두고 가버리다니 너무한 늑대냥이다냥!! 여기에서 기다리라냥, 저 방구석폐인을 붙잡아서 돌아오겠다냥!!”
다다다다다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늑대소녀와 고양이소녀를 시야에서 놓쳐버린 리엘은 어쩔 줄 몰라서 우물쭈물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창문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요, 펜릴씨?”
컁!
그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학생 하나가 조용하게 손을 들면서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복도에서 자꾸 귀여운 생물들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도저히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안아보고 와도 되나요?!]
[호호호호호! 어림 반 푼어치도 없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저 혼자 귀여워 할 테니까 여러분은 학업에나 집중하세요!!]
[우우우우우!]
야유가 들려오는 교실은 최근에 제한적으로 수업을 재개한 밀리안[여자대학]의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
한 편, 리엘이 궁금해 하는 류안은 사단장인 조지 준장의 가식적인 안내를 받으면서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용을 쓰는군……그래봤자 전부 부처님 손바닥이다. 멍청한 녀석.’
자기 사단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부대 이름을[스컬즈]라고 지었다느니, 총 병력 12만 5천에 8000대의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는 최정예 기갑사단이라느니, 다양한 지역교류를 통해서 레지스탕스나 지역주민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등, 조금만 긁어내도 도금이 벗겨지면서 녹슬고 썩어빠진 추레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안내하는 조지도 속으로는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는 마찬가지.
‘젠장……국가를 위해서 30년 동안이나 봉사를 해온 내가 자식보다 어린 녀석에게 허리를 숙이면서 굽신거려야 하다니.’
“무슨 불편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요?! 소장님을 모시는 자리에서 불편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소장님께서 직접 안부를 물어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역시 공화국의 떠오르는 영웅답게 사려가 싶으시군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하하하하하하하!!”
“정말로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지?’
류안의 질문에 군인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품위도 없는 천박한 모습으로 아첨을 쏟아내는 준장과 그에 호응해오는 수행원들.
그가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5사단은 현재 3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사단장인 조지는 집행유예 5년에 100만 골드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추가적인 범죄의혹에 연루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추가증거를 찾아내서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일은 간단하지. 하지만 단순하게 군사재판으로 처리해버리는 것만으로는 대중들을 설득하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해. 부정부패가 조직을 얼마나 무능하고 썩어버리게 만드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
[카메라, 제대로 돌리고 있지?]
[준비 ok입니다.]
클라크와 사인을 주고받은 류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본격적으로 5사단의 민낯을 공개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사병들의 숙소를 방문하고 싶군요.”
“아, 네! 물론입니다.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조지였지만 류안은 걸음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쪽 방향이 아니라 근처에 가까운 병사 생활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말에 잠시 당황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하는 사단장.
“아, 크흠, 크흠! 기지대대의 낡은 생활관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 건물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현재는 폐기하고 창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쪽으로 가셔도 병사들을 만나실 수는……”
“새로운 창고라고요? 죄송하지만 제가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런 보고를 받은 기억은 없는데……일단은 한 번 가보도록 하죠!”
“차, 창고라고는 해도 예전에 그곳에서 생활하던 병사들의 물건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을 뿐입니……소장님, 소장님?! 젠장!!”
문답무용으로 앞장서서 걸어가 버리는 류안일행의 행보에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조그맣게 욕지거리를 뱉어낸 조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수행원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모종의 지시를 받았는지 일행을 빠져나와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장교.
‘안 봐도 비디오군.’
그들이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꾸미고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손바닥에 있는 것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류안이지만, 그는 클라크를 향해서 그 모든 과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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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 앞으로 성큼 다가왔군요.
내일과 모레를 휴가쓰신 분들은 부럽습니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