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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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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 일가一家는 약 30분 동안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서 티타임을 가졌다.
“크흠, 아, 알겠나요? 리엘……아스가르드의 규칙에 따라서 오늘부터 아버지가 계신 곳에서 생활하셔야 해요. 그러니까 제, 제가 없어도……우욱. 레, 레이디의 소양을 잘 지키면서 생활하실 수 있죠?”
중간에 한 번 울컥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야기하는 프레이야.
“……어머님은 함께 계시지 않는 건가요?”
왈칵!
시무룩한 리엘이 그렇게 질문하자 부채로 가린 얼굴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버린 것처럼 눈물을 쏟아내는 그녀를 발견한 류안은 화들짝 놀라면서 재빠르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자, 잠시만 기다려 줄래? 어머니와 둘이서 상담을 할 게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여신의 어깨를 부축하며 옆방으로 이동한 그.
“애 앞에서 칠칠맞게 뭐하시는 겁니까?”
“그렇지만, 그렇지만……흐아아아앙!!”
자신의 품속에 뛰어들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프레이야.
“흐아아아아앙! 달링, 달링! 신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리엘이랑 둘이서 살래! 어째서 데미갓은 10살까지밖에는 데리고 있지 못하는 거야? 빌어먹을 오딘, 빌어먹을 아스신의 규율, 모두 다 족구나 하라고 그래! 흐아아아아아앙!!”
어린아이처럼 생떼를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류안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지, 진정하세요. 프레이야님. 리엘은 아직 9살이니까 원하시면 1년 동안 더 데리고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뭐?! 지금 나보고 겨우 1년으로 만족하라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그래. 맞아! 1년이나 남았어. 1년이나 남았다고……하지만 그 시간 동안 리엘을 데리고 있을 자신이 없는걸? 하루를 함께 보낼 때마다 점점 더 사랑스럽고 소중해지는데……그런 아이를 1년이나 더 데리고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헤어지라는 거야?”
‘그래서 약속한 시간보다 빠르게 내려 보낸 거였군.’
자신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생각보다 귀여운 이유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류안.
똑똑똑똑
[무, 무슨 일이 있으시와요, 어머님?!]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프레이야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당황한 목소리로 질문해오는 리엘의 목소리에 여신은 다시 한 번 눈물폭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에엥, 리엘한테 갈래, 리엘한테 갈 거야. 우에에에에엥!”
“젠장, 이래서 어린이는 질색이라니까?!”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여신의 행동에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난감해하는 류안.
일단 방음장치를 작동시켜서 문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차단하기는 했지만 이런 어머니를 보면 리엘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헤어지기 싫으면 분신을 만들어서 같이 살면 되지 않습니까?!”
“가능했으면 진작 했지! 달링은 바보, 멍청이, 말미잘!! 흑흑흑흑! 성교능력을 제외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이런 별 볼일 없는 무능한 인간에게 리엘을 맡겨야 되다니……질투 나고 짜증나. 그냥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저에 대한 평가가 잔인하지 않으십니까?!”
“닥쳐, 하반신!!”
“……”
자신의 존재의의(?)를 한 마디로 정리해버리는 여신의 만행에 류안은 여신이고 나발이고 엉덩이를 발가벗겨서 정의구현을 해주고 싶은 격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던가.
섣부르게 대적해봤자 승산이 없다는 생각에 정의구현을 포기하고 프레이야를 다독여주는 그.
토닥토닥.
그렇게 약 30분이 지나고서야 그녀는 품속에 안겨서 조그맣게 훌쩍거리는 수준으로 간신히 진정되었다.
“이제는 괜찮으십니까?”
“……흥. 인간주제에 진정시켜주는 솜씨가 제법이네?”
“일부러 츤츤데시는 거라면 이미 늦었습니다.”
“정말?”
크오오오오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물건을 쓰다듬어오자 아무런 절조 없이 단숨에 하늘로 승천할 태세를 갖춰버리는 흑염룡.
덕분에 할 말이 없어져버린 류안이지만 프레이야는 다시 마이페이스를 되찾고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볼에 가볍게 친애의 키스를 남겨주었다.
“딸 앞에서 체면을 지켜줘서 고마워, 달링. 앞으로도 이렇게 자상하게 우리 리엘을 지켜 줘야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래보여도 육성게임이라면……아, 아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육성게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에 언젠가의 악몽을 떠올려버린 류안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프레이야를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그.
“그나저나……강아지 이름은 어째서 펜릴입니까?”
“그건……”
***
펜릴.
북유럽 신화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인 로키가 거인족 여인인 앙그르보다와의 사이에서 낳았다고 전해지는 최종병기 늑대.
그 힘이 지나치게 강력한 나머지 드워프가 제작한 글레이프니르라는 마법의 밧줄이 아니면 묶어놓을 수도 없었고, 입을 벌리면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메워버릴 정도로 거대했다고 전해지는 괴물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늑대가 라그나로크에서 집어삼켜버린 대상이 바로 신중의 신, 오딘이라는 사실이다.
꺄우우우웅!
그리고 그 명성처럼 리엘의 무릎을 강제로 짓밟고는 시커먼 아가리를 드러내며 늘어지는 하품으로 뭇 강아지 애호가들의 심장을 폭행해버리는 사악한 야수.
“졸리시와요, 펜릴씨?”
컁!
주인의 질문에 활기차게 대답하고는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또아리를 틀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버님이 생각보다 멋진 분이라서 다행이와요. 하지만 어머님과 헤어지기는 싫은데……리엘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와요?”
스- 스-
대답 없이 잠들어버린 펜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독백을 하던 리엘은 잠시 후에, 문을 열면서 방안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어두운 표정을 떨쳐버렸다.
“크흠, 크흠. 잠시……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미안해요, 리엘. 아쉽지만……규칙은 규칙이에요. 하지만 가끔씩은 지금처럼 만나러 찾아올 테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네, 네! 어머님!”
“귀엽! 헉, 헉! 크흠……아, 아무튼 저는 이만 돌아가 볼 테니까. 뒷일은 부탁드릴게요, 달링.”
해바라기처럼 피어나는 리엘의 미소에 심쿵사를 당해버릴 뻔 했던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빙의를 풀어버리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탈리아.
“흐아아아암! 잘 잤……억?! 이, 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나풀거리는 옷차림은 뭐야? 류안!! 또 내가 정신을 잃어버린 사이에 뭔가를 한 거지? 이런 답도 없는 음마 새끼가……”
“꺄아아아악! 어머님이 갑자기 야수로 변해버리고 말았사와요!!”
“누가 니 엄마냐?!”
웅성웅성
[뭐야, 무슨 일이야?]
[아오……머리야. 응? 내가 왜 대장님의 사무실에 있는 거지?]
[냐아아아앙! 저 귀요미는 누구다냥?!]
‘이런 젠장……완전히 난장판이 되어버렸잖아.’
두 사람의 절규로 하나둘씩 눈을 뜨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류안은 쓸데없는 어리광으로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초토화시켜버리고는 뒤처리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민폐 여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조만간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어보면 아빠가 좋다고 대답하도록 만들어주지! 그래도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여신이 딸바보라는 사실은 조금 귀엽……아, 아니다. 악마야!’
***
프레이야의 방문이 있은 뒤, 얼마 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리엘의 공식적인 위치를 자신의 조카로 정착시킨 류안은, 딸의 교육을 아우라에게 일임시키는 한편으로 본격적으로[내부고발자 특별보호법]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딱 한 번만 기회를 주도록 하지. 물론, 원정대 전체로 그런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시범 케이스라는 걸로 한 번 원정대 최고의 골칫덩어리 부대를 개혁해보게.]
율리안에게는 1차적으로 거절이나 다름없는 대답을 들은 상황.
하지만 그런 반응이야말로 류안이 원하는 대답이었다.
‘율리안의 말대로 이렇게 촉박한 상황에서 원정대 전체를 개혁한다는 건 불가능한 말이지. 하지만 원정대를 주목하고 있는 언론에 새롭게 수립된 사령부는 예전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강력한 어필이 필요하다는 말이야. 후후후후후.’
이미 류안이 제안한[내부고발자 특별보호법]에 대한 정보는 연맹의 종군기자들을 통해서 세간이 떠들썩해지고 있었다.
[류안 소장, 헌병사단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내부 고발자를 위한 초강력 개혁안을 제시하다!]
[정의구현인가, 헌병에 의한 군부장악의 신호탄인가?]
[지나친 밀고자 보호법으로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동료를 신뢰할 수 없다! 각계각처에서 불평불만이 산더미처럼 쏟아지고 있어……]
사법거래라는 명목으로 내부 고발자를 존재하는 모든 군법에 우선해서 보호한다는 특별법의 무시무시한 내용은 원정대의 군인들은 물론이고, 트라이엄프 부대의 군인들마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통과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며칠 사이에 세상에 존재하는 욕이라는 욕은 모조리 얻어먹을 수 있었던 류안.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욕설을 퍼부은 남자가 한 방 먹으면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갚아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단은 율리안의 말대로 이 부대부터 송두리째 갈아엎어주도록 하지. 후후후후후후.’
류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류를 바라보면서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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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없다.
시체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