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83화 (28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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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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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가 여신에게 홀렸다는 사실을 알아낸 류안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그녀에게 맞섰다.

그리고 결과는 일방적인 패배.

“호호호호! 달링은 언제나 도전정신이 넘쳐서 좋아. 그거 알아, 달링? 나, 지난번에 자기에게 임신당한 다음부터 어떤 수컷에게도 몸을 허락하지 않았거든.”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희롱하면서 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여오는 프레이야.

그러면서 다리를 뱀처럼 휘감으면서 달라붙어오는 것이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조금씩 끌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여신에게 충성의 세레나데를 열창하고 싶다는 유혹에 사로잡혀버리는 류안.

“명령만 내려주십시……아, 아니. 장난은 여기까지만 해주세요, 프레이야님.”

“체엣. 오랜만에 만났는데 서운하게……”

아쉽다는 듯이 투덜거리면서도 조금도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듯이 이번에는 발바닥으로 자신의 물건을 희롱해오는 그녀.

‘정신공격에 조종당하면 안 돼. 착한생각, 착한생각, 착한생각……크오오오오!’

크르르르- 크르르르……

뀨우우우-

시종일관 자신을 가지고 노는 여신의 장난에 류안은 짐승으로 돌변해서 그녀를 덮쳐버리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휩싸였지만, 이미 한계까지 쥐어 짜여버린 흑염룡과 더블 드래곤은 행복한 표정(?)으로 뻗어버린 상황이었다.

‘크흐흐흑. 내가 ed(발기부전)라니……내가 ed라니……’

SS급의 성교능력을 손에 넣고 처음으로 경험하는 발기부전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원통해하는 그.

아무리 자신보다 윗단계의 성교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신이라지만 본체도 아닌 화신, 그것도 하필이면 탈리아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패배해버렸다는 생각에 굴욕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잉.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분발해봐. 달링~~”

“흑흑흑흑. 이제는 정말로 한 방울도 안 나오니까 용서해주세요.”

프레이야가 이렇게 잔인(?)하게 나오는 이유는 명약관화했다.

과거에 텔넷에서 강제로 임신 당해버린 굴욕을 여기에서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아스가르드에서는 벌써 10년이나 지난 과거의 사건일 텐데……이런 치사한 여신 같으니라고.’

“흐음, 어째서인지 별로 반성하는 심보가 아닌데?”

“아, 아닙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반성하고 있으니까 리엘을 봐서라도 이쯤에서 용서를……”

“아, 맞다. 리엘!!”

그 말에 중요한 사실을 깜빡했다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프레이야.

짝짝!

펑!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친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요술쟁이처럼 자신과 류안의 의상을 단숨에 바꿔버리는 묘기를 발휘해 보였다.

하지만 변해버린 자신의 복장을 바라보면서 할 말을 잃어버리는 류안.

“……어째서 로코코 스타일입니까?”

“우리 사랑스러운 딸내미에게는 이게 평상복이거든요, 달링! 오호호호호호!!”

손바닥에 들고 있는 부채를 우아하게 펼치면서 존댓말로 여왕님 같은 웃음을 터트려오는 그녀.

“내 딸을 도대체 어떤 시대에서 키워버린 겁니까?!”

“확실히 사람들이 빵이 없으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었나? 어쨌든 그런 하찮은 사람들이 하찮은 사람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시대에서 거품과 향락에 찌들어있는 우아한 시절을 보냈죠. 뭐, 중간에 가끔씩 눈이 시뻘게진 사람들이 혁명이라느니 어쩌니 하찮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쳐들어오기도 했지만 분수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부나방들은 그에 어울리는 최후를 선물해줬지만요. 오호호호호호호!!”

화르르르르륵!

여신의 등 뒤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아오르는 장면이 보이는 것 같은 환상을 경험한 류안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나저나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어서 내 귀여운 딸에게로 안내해 주시와요, 달링. 오랜만에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을 즐겨야하지 않겠사와요?”

“아, 알겠습니다.”

프레이야의 말투가 리엘에게 이어졌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대답하는 그.

잠시 후, 기절해있는 펜릴을 마법으로 깨끗하게 세탁해버린 다음에 레이스 천에 프릴이 달려있는 야시시(……)한 복장으로 갈아입혀버린 여신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떠났을 때보다 훨씬 더 소란스럽게 변해버린 그곳.

[캬아아아! 역시 젊은 게 좋다니까? 볼따구가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니……우쭈쭈쭈! 리엘은 귀엽구나, 사랑스럽구나, 콩알처럼 작구나!]

[무, 무례하와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당신께서도 저보다는 조금밖에 크지 않은 주제에……]

[누가 난장이 똥자루에 노처녀라는 거냐, 무례한 녀석!!]

[꺄아아악! 카, 카프님! 대장님의 조카를 괴롭히시면 안 돼요!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시려고 그러는 거예요?]

[말리지 마라, 애니! 내가 오늘 이 솜털도 나지 않은 햇병아리에게 참어른의 눈높이 교육을……뭣이? 리, 리어. 너마저 내 앞을 가로막다니 이게 뭐하는 짓이냐!]

[리엘……귀여움……진리, 보호.]

[맞아요, 마스터! 진정한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양보할 줄도 알아야죠!]

[에잇! 시끄럽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감히 도제주제에 마스터에게 거역하다니 네년들은 모두 해고야, 해고!]

‘이번에는 메카닉 팀에서 찾아왔군.’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카프의 목소리와 기술교환을 목적으로 파견근무를 보낸 정비대 자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는 류안.

하지만 이내 배후에서 느껴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늘한 기운에 흠칫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고오오오오오!

[감히……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 사랑스러운 딸의 옥안玉顔을 마음대로 농락하다니……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프레이야님?!”

피눈물을 흘리는 아이언 메이든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돌변해버린 프레이야.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칭송받는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질 만큼 소름끼치는 모습에 류안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면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구축해주마. 이 더러운 해충 같은 녀석들……]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프레이야님?”

쾅!

자신의 만류를 보이지 않는 힘으로 뿌리치면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사무실로 접근해가는 여신.

[칼리와 시바가 부부싸움을 하는 바람에 그들이 다스리는 발할라의 세계가 몇 개나 멸망해버리고 말았지.]

‘하필이면 왜 지금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야?!’

과거에 텔넷에서 들은 이야기가 피드백되며 유라디스 은하에 종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여신의 분노는 자신의 딸과 재회하는 순간에 봄날에 눈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앗, 어머님?!”

우뚝!

촤아아악!!

자신을 발견하고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어나는 리엘의 모습에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추면서 부채를 펼치며 얼굴을 가려버리는 프레이야.

웅성웅성

[어머님이라니……저 사람은 탈리아 사모님이잖아?]

[그러게요, 그런데 왜 저렇게 희한한 옷차림을……]

“시끄러운 벌레들이군요.”

주변의 반응이 거슬린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부채를 흔들자 류안 일가一家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통나무처럼 굳어버리면서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해, 해코지를 하신 건 아니겠죠?”

“당연하지요, 서방님. 잠시 가족상봉을 위해서 필요 없는 기억을 지워버리고 재워놓았을 뿐이니까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오호호호호호!!”

갑작스럽게 내숭을 떨면서 존댓말로 대꾸해오는 프레이야의 이중적인 모습에 그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직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루치아.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나. 서방님이여?”

싸움광이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프레이야를 발견하고는 난생 처음으로 보는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주춤거리는 그녀.

“호오, 청사조의 무녀라니……서방님의 취향도 제법 고급이시로군요?”

“너, 너는……아, 아니. 당신은 도대체……어, 어떻게 이런 일이……세상에 말도 안 되는……”

“오호호호호호! 아무래도 눈이 쓸데없이 효율이 좋은 나머지 봐서는 안 되는 영역까지 엿봐버린 모양이로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아가야……서방님을 봐서라도 손찌검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얌전하게 물러나 있으려무나.”

“아, 알겠습니다! 당신의 배려에 감사를……”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보이던 루치아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이색적인 풍경이 지나가고 마침내 일가족만 남아버린 상황.

깡총, 깡총!

“어머님, 정말로 어머님이시와요?!”

탈리아에게 빙의한 프레이야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폴짝거리면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애쓰는 리엘.

움찔, 움찔!

반면에 여신은 저돌적인(?)딸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추면서 틱 증후군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움찔거렸다.

“리, 리엘?!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죠호?! 레, 레이디는 그렇게 겨, 경망스럽게 행동하면 안 되는 법이와효?! 그, 그러니까 조금 떨어져서 얌전하게 있어주세효!!”

‘말투가 턀리아가 되어버렸는데?!’

수상하기 이를 데 없는 반응에 슬그머니 뒤쪽에 서서 표정을 엿보고 있으려니, 프레이야는 리엘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꼬리가 양쪽 귀까지 올라오며 헤롱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여신……엄청나게 딸바보잖아?!’

============================ 작품 후기 ============================

판사님.

저는 지난 편에 독자들의 코멘트를 읽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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