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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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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탈리아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류안은 리엘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와서 부녀상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것이와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정말로 우유가 아니라도 괜찮겠어?”
“호호호호호! 레이디를 얕보시면 곤란하와요. 이래보여도 소녀는 어머님과 함께 언제나 우아한 티타임을……히끅! 어, 어째서 지상의 홍차는 쓰고 떫은 것이와요?”
‘꿀이라도 타줄 걸 그랬군.’
어른도 마시는 사람만 마신다는 홍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키다가 조그마한 혓바닥을 내밀고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리엘.
류안은 곧바로 아우라가 준비해놓은 마시멜로우 캔디를 찬장에서 꺼냈다.
“히끅! 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러실 필요는 없사와요!”
그러자 리엘은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우왕좌왕하면서 저항해오기 시작했단.
“잔소리 하지 말고 먹어.”
슉!
그런 딸의 입 속으로 재빠르게 캔디를 집어넣어버리는 류안.
“마, 마시짜와요! 핫! 지, 지금은 못 봤던 일로 해주사와요! 레, 레이디가 경망스럽게 하필이면 아버님의 앞에서……”
“……”
그는 아무런 말없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래서 다들 딸 바보가 되는구나.’
말끝마다“와요!”라는 단어를 붙인다거나 나이답지 않게 레이디의 행세를 하는 등, 여기저기에서 프레이야의 악취미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류안은 자신의 딸이 점점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쓰담쓰담
“헤헤헤헤. 핫! 아, 아버님. 레이디의 머리를 그렇게 함부로 쓰다듬으면 안 되시와요!”
“괜찮아, 괜찮아. 다른 남자새끼들이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즉석에서 사지를 절단해버리겠지만 아빠가 쓰다듬어 주는 것은 괜찮아요.”
“그, 그런 것이와요?”
“리엘은 아빠가 쓰다듬어 주는 게 싫어?”
“싫지는 않지만……아, 아니되와요!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려서는 훌륭한 레이디가 될 수 없사와요!”
덥썩!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은 리엘은 잠시 동안 행복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이내 아차하는 표정으로 그것을 떨쳐버렸다.
‘초절기교를 사용했는데도 유혹을 이겨내다니……’
딸의 똑 부러지는 모습에 자랑스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류안.
“젠장, 이런 건 비겁하지 않습니까. 프레이야님……”
“핫! 마, 맞사와요! 어머님에게 연락한다는 걸 깜빡하고 말았사와요!”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리엘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외치면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뭐?!”
“어머님께서 아버님을 만나면 곧바로 연락하라고 준 물건이 있었사와요! 그런데 그 물건을 펜릴씨가 가지고 있는데, 펜릴씨는 그 흉포한 맹수씨에게……히끅!”
벌써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는지 탈리아를 떠올리자 딸꾹질을 하면서 오들오들 떠는 리엘.
[이 꾀죄죄한 녀석은 내가 데려가서 씻기도록 할 게! 어휴, 녀석. 오줌이라도 지렸나 왜 이렇게 냄새가 심하게 나?]
[깨갱?!!]
[페, 펜릴씨~~~~!!]
난데없이 이산가족이 되어버리는 비극(?)적인 이별을 맞이하던 둘의 모습을 떠올린 류안도 딸의 말을 떠올리고는 핏기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조그마한 강아지가 프레이야와 연락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호, 혹시 실수로라도 탈리아가 작동시켜버리면……젠장!’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장난기 가득한 여신이 탈리아와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류안의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내가 데리고 돌아올 테니까. 여기에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무, 무운을 빌겠사와요!”
전쟁터로 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리엘.
그리고 딸의 지적대로 자칫 잘못했다가는 전쟁보다 더한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류안은 사무실의 문을 단숨에 열어젖혔다.
벌컥!
우르르르르
그러자 문 밖에 기대고 있던 사람들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말았다.
“냐아아앙! 이러니까 카티아냥이가 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냥!”
맨 밑에 깔려서는 꼬리를 곤두세우며 분노하는 카티아.
“죄, 죄송합니다. 대장님, 딱히 대장님의 조카가 궁금해서 엿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도청장치를 흔들면서 변명하는 레드폭스.
“오오오오! 정말로 류안과 쏙 빼닮은 아이가 아니냐? 호오, 호오? 오호? 후후후후. 과연, 그렇군. 서방님은 역시나 서방님이구나. 후후후후.”
“히끅!”
그리고 어느새 뻔뻔하게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리엘을 용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리는 루치아.
“가련하다.”
거기에 류안에 이어서 한눈에 반했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중얼거리는 로제와
“크흠,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아무리 대장님의 혈육이 궁금하다고 그래도 함부로 방을 도청하려고 시도하다니 비상식적입니다!”
“아우라양도 엿들으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아얏! 여, 옆구리는 봐주세요.”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는 아우라와 클라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그 어이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어버리는 류안.
루치아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들까지 자신의 이목을 피해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리엘을 만난 지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소식을 접하고 찾아왔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디까지 엿들은 거지?’
그렇게 걱정하는 찰나에 날아오는 전음.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안심하거라, 서방님이여. 모두들 지금 막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온 상황이라서 중요한 내용은 아무것도 못 들었으니까. 그래도……조금은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다음부터는 주의해줬으면 좋겠지만……후후후후.]
의미심장한 루치아의 충고에 식은땀을 흘리는 류안이었지만 그렇게 많은 인원들이 어떻게 자신의 이목을 속였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하고, 일단은 먼저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바쁘니까 자초지종은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겠어! 하지만 조카한테 함부로 대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조심하라고! 특히나 클라크! 너는 내 ㄸ……아, 아니. 리엘한테 10m이상 접근하지 마!!”
“어, 어째섭니까? 대장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루치아, 내 조카를 부탁할게!”
그렇게 외친 류안은 허겁지겁 탈리아가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한편 그 시각.
자원위성 압바우에 위치하고 있는 제 1사령부.
율리안은 류안이 제출한 개혁안을 살펴보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내부고발자 특별보호법인가……’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
그의 안색을 살피던 부관이 질문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수가 올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100%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자는 차선책으로 선택된 방법론일 뿐이다.
그래서 다수가 이익을 볼 때는 항상 불이익을 받는 소수가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사회라면 다수결로 발생하는 소수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소수자라는 그룹에는 상위 1%의 기득권이나 권력자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들의 입장 또한 대변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정의로운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극빈층처럼 사회적인 약자를 어떻게 잘 보호해주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진국이라는 개념은 나라가 얼마나 잘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사회적인 약자들을 얼마나 잘 보호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가 있지만…….
가온 공화국에서는 정치인들이[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사회적인 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와 법, 시스템을 제거해버린 지가 오래 되었다.
[노인자살률 1위! 장애아 유기와 낙태율도 1위! 강간률 1위에 해외입양 1위! 아동사먕률 1위! 청소년 범죄와 음주, 흡연, 마약사건 1위! 사회 불평등지수 1위에 임금격차 1위! 한 때는 연맹의 상임이사국으로까지 올라갔었던 나라가 도대체 얼마나 더 우주의 웃음거리로 전락해야만 속이 풀리겠는가!!]
선거철만 되면 이런 식으로 통계자료를 내놓으면서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그렇게 당선되고 난 이후에 정말로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는 행보를 펼치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오히려 자신을 뽑아준 소수를 쥐어짜며 상위 1%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소수가 조금씩, 조금씩 많아져서 사회 대부분이 되어버릴 때까지.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새벽 3시쯤에 윈도우 10과 극적으로 타협을 봤습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윈도우 7을 사용할 때보다 속도가 느려진...서, 설마 아니겠죠.
내일은 예비군 훈련이라 못 올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