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9 ----------------------------------------------
지상편
***
처음에는 거세게 저항하던 제시카였지만 사관학교 시절에 미리 조교를 해놓은 덕분인지 얼마 가지 못해서 고분고분해졌다.
류안의 무릎에 앉혀져서는 군복의 상의가 반쯤 벗겨진 상태로 새하얀 가슴을 무방비하게 드러내버린 그녀.
츕, 츄우읍, 츄르릅, 꿀꺽, 꿀꺽.
“하앗……”
마치 젖먹이처럼 달려들어서 자신의 가슴을 희롱하는 그의 행동에 제시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들뜬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귀엽습니다, 대령님.”
“대장님은 여전히 심술궂으세요.”
“원래 좋아하는 여자일수록 괴롭혀주고 싶은 게 사내아이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조금 더 분별을 지켜주시면 좋겠……하읏!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그런……하아아앙!”
성감대를 희롱하면서 은밀한 부위로 손을 가져다대니 마치 열대우림처럼 뜨거우면서도 습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싫어, 싫어, 하면서도 이쪽은 벌써 준비가 끝난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벨트를 풀어나가던 류안.
따르르르르르, 따르르르르르!
하지만 갑작스럽게 울려대는 통신단말기의 소리에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자신에게 떨어져나가고 말았다.
‘아, 젠장……한참 좋았는데 도대체 누구야?’
중요한 통신일 경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던 류안은 전화를 건 사람이 탈리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
“허, 헌병사단장님의 아이라니……지,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니, 꼬마야?”
“올해로 10살이 되었사와요!”
수군수군
[거짓말이지? 사단장님의 나이가 올해로 21살인 걸로 알고 있는데 10년 전이라면 아무리 조숙하다고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아니야, 아니야. 가끔씩 발육이 빠른 사람들은 2차 성징이 엄청나게 빠르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잖아? 특히나 그분에게 떠돌아다니는 무성한 소문을 고려한다면 꼭 불가능하다고는 단정을 지을 수 없어.]
[아무리 그래도 소문은 소문이지! 사단장님이 호색하다는 이야기도 전부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는 거 못 들었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소리라니까!]
[어허! 그렇게 함부로 단정을 지어버리면 안 된데도 그러네! 원래 상식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이 이 광활한 대우주의 신비가 아니겠어! 게다가, 너는 저렇게 귀엽고 순수한 여자아이가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착각했을 수도 있지!]
뒤에서 경솔하게 옥신각신하는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둘째 치더라도……최대한 신중하게 처리해야만 해. 잘못하면 이번 일로 군 생활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어!’
사라의 입장에서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은 위치에 있는 직속상관이 바로 류안이다.
세간에서는 이미 율리안을 뛰어넘는 다크호스가 출현했다면서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수많은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다가 최근에는[가면의 흑기사]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 율리안과 함께 공화국을 수호하는[쌍벽의 기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처럼 계급은 비록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수많은 별들 가운데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소장에 불과했지만, 원정대에서는 실질적인 넘버 2로 군림하고 있다는 소문이 신빙성있게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13구역을 시작으로 11구역, 12구역, 14구역, 15구역, 16구역, 총 6개의 지역이 통합되며 만들어진 자치령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식민지의 왕]이라는 마피아 두목 같은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처럼 그가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범죄자 부대 출신이라는 인상도 한 몫을 했지만, 언제나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한 기사도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율리안과는 다르게 야성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신빙성 있게 떠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관대하고 공명정대하다는 평가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트라이엄프 부대로 배속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라의 경우에는 전자의 인상이 강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황.
‘일단은 상부에 보고를 해 볼까? 아니야……이 아이가 헌병사단장님의 아이라는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유언비어를 퍼트렸다고 혼쭐이 날 거야.’
“혹시 어머님에게 받은 다른 물건은 없니? 아버님을 만나면 보여주라고 부탁받은 증표라거나……”
“어머님께서는 아버님이 제 얼굴만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셨사와요!”
‘세상에 이런 무책임한 부모가……’
겨우 10살짜리 어린 아이를 심부름 시키는 기분으로 혼자서 지상으로 내려 보내는 터무니없는 부모가 원망스러워지는 사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charm)에 매료되었기 때문.
기분 같아서는 자신의 직속상관이 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영원히 돌봐주고 싶다는 보호본능이 무럭무럭 솟구쳐 오르는 그녀였지만, 이성의 도움을 빌려서 자제심을 발휘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환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때.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자신들을 발견하고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타, 탈리아 사모님이다!]
‘뭣?!’
한 부하의 소곤거림에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상을 찾아내고는 대성박력으로 경례를 갖추는 사라.
“필승!!”
웅성웅성.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가벼운 소란이 일어났지만, 인사를 받은 대상은 그런 상황이 오히려 창피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손사래를 쳤다.
“야, 야! 그만해, 그만……어휴! 너희들은 그렇게 밖에서까지 일일이 군인들의 티를 내면서 다니고 싶니? 오늘은 나 비번이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하아, 젠장……차라리 말을 말자. 어휴, 군인내……”
그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편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그녀였지만 사라를 위시한 헌병대원들은 완벽하게 직립부동의 자세를 갖춘 상태로 한 치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겁먹은 이유는 전부 다 대대시절의 선배들에게 받은 철저한 주입식 교육이 원인.
[곱게 죽고 싶으면 헌병사단장님은 건드려도 사모님의 심기는 건드리지 마라.]
[우리 대장님이 전 은하에서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이 하나 존재하는데……그게 바로 사모님이야. 이유를 알고 싶으면 한 번 까불어 봐. 자신이 어째서 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지옥에서도 후회하게 될 걸?]
덕분에 류안은 몰라도 탈리아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명(?)을 떨쳐버린 그녀였기 때문에 병사들의 반응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자의 콧털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버리는 한 소녀.
“앗! 조금 전에 리엘이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가버린 무례한 아줌마씨와요!”
“아앙?! 지금 누구보도 아줌마라는 거야! 이 건방진 꼬맹이 새끼가……”
아줌마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발끈하면서 양아치의 본성을 드러내버리는 바람에 헌병대원들은 물론이고, 겁 없이 손가락질을 했던 리엘마저도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히끅, 히끅!”
컁컁!
그리고 그런 주인의 위기에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는 강아지.
“이런 XX같은 XX만한 개새끼가 어디에다가 대고 분수를 모르고 짖어버리고 있어? 확 XX해서 XX로 XX를 만들어 버릴까보다. XXX새끼가!”
깨갱, 깨개개개갱!
하지만 한 방에 꼬리를 말고는 소녀의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해볼래, 꼬맹아? 이 언니가 귀가 조금 안 좋아서 말이야……올해로 내가 21살이거든? 그런데 어디에 사는 꼬맹이가 굉장히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 거 같은데?”
“히끅……그, 그렇게 협박하셔도 레이디가 거짓말을 할 수는……”
뚜드득, 뚜드드득!
“없사와요! 이렇게 아름다운 언니분씨에게 아줌마씨라고 하다니 세상에 누가 그렇게 황당한 말을 하겠사와요?!”
‘꼬마아이가 순식간에 처세술을 습득해 버렸어!!’
상황을 지켜보던 헌병대원들과 행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식은땀을 흘렸지만, 탈리아는 엎드려서 절을 받고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리엘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하하하하! 그렇지? 역시나 애들은 거짓말을 못 한다니까? 이런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어, 어째서 참(charm)을 정면으로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와요? 이, 이 사람은 터무니없는 맹수인 것이와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를 공포에 사로잡힌 사냥감의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리엘.
반면에 탈리아는 조금은 건방진 소리를 중얼거리는 소녀에게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엄청난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햐, 거 참. 누구 딸내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귀엽게 생겼네. 게다가……어째서인지 류안하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도 나고 말이야. 우리 남자친구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궤도사령부로 올라갈 때 제시카 대령님도 함께 간다고 그랬지? 제시카 대령님하고……이런, XX! 정조대!!’
고오오오오오오!
“히끅, 히끅, 히끅!!”
탈리아에게 뿜어져 나오는 새카만 오오라에 리엘의 딸꾹질은 한참 동안이나 멈추어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작업을 하는 도중에 컴퓨터님이 사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구입했을 떄부터 그래픽 카드가 말썽을 피우면서 자주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오늘 심하게 덜컥거리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파업을 해버리고 말았네요.
(겨우 3년밖에 사용하지 않았거늘 나약한 녀석!)
일단 노트북으로 급하게 작업을 하기는 했는데...
9월 시작부터 흐규흐규하군요.
그래도 새로 구입했으니 2~3일 이내에 새로운 노예...아, 아니. 컴퓨터가 오실 겁니다.
하드디스크는 멀쩡하니 이래저래 다행이군요. 흐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