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8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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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종종.
아장거리는 걸음으로 탈리아를 열심히 쫓아가던 소녀는 인파 사이로 사라져버리는 그녀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헉헉, 이렇게 필사적으로 부르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가버리다니……정말로 매정한 사람이와요. 어쩔 수 없이 군복을 입고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펜릴씨!”
꺙!
그 말에 호응하듯이 품속에서 작은 울음소리를 터트리는 검은색의 강아지.
이제 막 10살이나 되었을까한 조그마한 소녀는 금발머리에 파란색 원피스, 빨간 구두와 검은 리본을 머리에 묶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동화 속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다녔으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
[세상에 저것 좀 봐! 저렇게 귀여운 아이와 강아지라니……어디에서 촬영이라도 하는 걸까?]
[정말로 저런 딸내미라면 키우는 보람이 있겠는데!]
[그런데 보호자는 어디에 있지? 아무래도 헤매고 있는 것 같은데……누가 헌병이라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정의의 신사가 나서야 할 상황이 온 것 같군. 거기에 있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앗! 저 자식이 선수를……질 수 없지! 전국구 오빠로서 저 로리, 아, 아니. 소녀를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일을 빼앗길 수는 없다!!]
“아와와와?!”
웅성웅성.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자신에데 몰려들어오자 소녀는 어쩔 줄 몰라서 우왕좌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거리를 순찰하고 있던 헌병대원들이 수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곧바로 접근해 왔다.
하늘색 정복에 플래닛 이터의 완장을 착용하고 다니는 트라이엄프 부대의 군인들.
하우저에게 훈련을 받고 자치령을 중심으로 치안유지활동을 시작한 그들은 경찰과 비슷한 역할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실례지만 무슨 일이십니까?”
“아, 저기에 꼬마 아이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보호자가 없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있습니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렇게나 몰려들은 겁니까?”
마치 행사라도 벌어진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정작, 아이의 모습은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질문은 던진 사라 소위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그게……그렇기는 한데, 어째서인지 도저히 내버려 둘 수가 없더라고요.”
스스로도 지나치다고 생각했는지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행인.
[집은 어디에 있니 꼬마야? 이것 좀 먹을래? 목이 마르지는 않니? 오빠가 사줄까?]
[혹시 어느 소속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겠니? 사인을 할 줄 알면 우리 아들내미한테 주고 싶은데……아니, 이 참에 우리 집에 색시로 들어오지 않으련?]
[이 아줌마가 주책이야!]
[고, 곤란하니까 비켜주시와요! 하필이면 참charm의 능력이 이렇게 제멋대로 발동해버리다니……]
컁컁!
당황하는 소녀의 목소리와 강아지가 다급하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사라는 곧바로 확성기를 작동시켰다.
지이이잉-!
[트라이엄프 부대의 사라 소위입니다! 전방에 있는 시민 여러분, 지금 즉시 소녀에게서 떨어져 주시기 바랍니다!]
[치안유지활동에 협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우우우우!
헌병들의 경고에 곧바로 터져 나오는 야유.
[이런 더러운 공권력 같으니라고! 이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 신사……아, 아니. 시민들의 역할이다!]
[옳소! 우리들은 단지 로리를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 로리, 아니 소녀가 싫어하고 있으니까 물러나라는 거 아닙니까? 계속해서 소녀를 위협하신다면 전부 연행하겠습니다!]
철컹철컹의 위협에 어쩔 수 없이 흩어지는 사람들.
간신히 소녀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던 사라는 밀리안 대학교의 부지에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야유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애 하나 가지고 왜 저렇게 난리들을 치는 거야?’
“훌쩍, 훌쩍.”
“괜찮니 꼬마야?”
“훌쩍. 따, 딱히 무서워서 울고 있지는 않았사와요! 조금도 곤란하지는 않았지만 친절에 감사드리와요!”
꺙!
오들오들
어지간히 겁먹었는지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는 소녀.
하지만 사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라니……’
마치, 종교화에서나 보던 아기 천사가 지상으로 강림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사라는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그 아이를 괴롭혔던 시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그녀.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둘러싸고 괴롭히다니……젠장, 전부 다 연행에서 영창에 보내버릴 걸 그랬어!’
“……어맛?! 어, 어떻게 하죠, 펜릴씨? 또 참(charm)이 멋대로 발동해버린 것 같은데……정신 차리시와요, 경비병씨!”
경비병이라는 말을 듣자 화들짝 놀라면서 정신을 차리는 사라.
“아! 미, 미안하구나. 부,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니 꼬마야?”
“어머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계시고 리엘은 아버님을 찾으려고 지상으로 내려왔사와요!”
‘진짜로 천국에서 내려온 것처럼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궤도사령부에서 내려왔다는 소리겠지? 그나저나……어머니는 돌아가신 건가?’
약간 4차원적인 느낌이 나는 소녀였지만 그런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깔끔한 옷차림에 예의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사라는 꼬마아이가 귀한 집안의 자식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동행하고 있던 사람이나 어딘가로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는 없니?”
“저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은 펜릴씨가 전부와요!”
꺙!
소녀의 말에 화답하듯이 새빨간 혀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가 힘차게 짖었지만 세상의 풍파를 헤쳐 나가기에는 지나치게 훈훈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곤란한 표정으로 변해버린 사라.
“연락처도 없고?”
“연락처는 없지만 아버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지금 막 찾아냈사와요!”
“그게 정말이니?”
“물론이와요!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지상으로 내려가면 플래닛 이터가 그려진 사람들에게 안내를 받으면 아버님이 계신 장소까지 안내해 줄 거라고 했사와요! 조금 전에 쫓아가던 사람은 놓쳐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알아서 찾아와주시니 안심이와요!”
‘아버님이라는 사람이 혹시 부대의 관계자인가?’
플래닛 이터를 심볼로 사용하는 부대는 오직 트라이엄프 부대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라는 소녀의 부친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상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아버님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니?”
하지만 다음 순간에 나온 대답은 사라만이 아니라 그 장소에 있던 모든 헌병대원을 얼어붙게 만드는 데 충분한 것이었다.
“아버님의 성함은 류안, 류안 제르너라고 하시와요!”
***
“우엣취!!”
한편 그 시각.
지상으로 내려오는 관용선에 탑승한 류안은 갑작스럽게 근질거리는 간지러움을 참아내지 못하고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킁! 혹시 누가 내 뒷담화를 하고 있나……으음, 짐작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감이 오지를 않는군. 인기인은 괴로운 법이라니……우엣취!!”
그런 그를 향해서 걱정스러운 듯이 질문해오는 제시카.
“괜찮으십니까? 혹시 감기라도 걸리신 건……”
“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 녀석들이 아무리 진화를 거듭해서 슈퍼 바이러스가 된다고 그래도 오기조원을 이룩한 저한테는 깜냥도 되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서먹하게 맞은편이 아니라 이쪽으로 와서 앉아주시죠?”
태연스럽게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는 류안의 추파에 겸연쩍은 듯이 얼굴을 붉히는 그녀.
“크, 크흠!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근무시간에는 체통을 지켜주세요. 이제는 2천만 원정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분이시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대로 사랑도 나누지 못하는 모범 따위는 개나 먹으라지요. 제가 이번에 때려 고치려고 하는 법에는 사내연애 허가와, 출산휴가 제도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게 성군기 문란이고 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저는 반대로 생각하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해지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물론, 군대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성범죄를 일으키는 건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되겠지만……저는 군대 내부에서 결혼하고, 성행위를 하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서 떳떳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시카 대령님!”
“……시도는 좋으셨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쳇.”
어린아이처럼 토라져버리는 류안의 모습에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리면서 키득거리는 제시카.
그녀는 이중첩자로 활동하면서 길로틴을 무너트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기 때문에 준장으로 진급심사가 이루어졌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에서 부결당하는 바람에 현재의 직급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상태로 그의 부관이 되었다.
[죄송하지만 공화국 최초의 여성 장군이 탄생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사안이었나 봐요. 정말로 죄송해요……개인적으로도 꼭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아네타.
[괜찮습니다. 덕분에 류안 소장님의 밑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 물론. 류안 소장님에게는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가능하면 미안해하도록 만들고 싶으니까요. 그래야 군대생활이 조금 편해지지 않겠어요?]
그리고 넉살좋게 대답하면서 쿨하게 받아넘기는 제시카.
‘정말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한 모습에 류안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제시카 대령님께서 오지 않으신다면 제가 그 쪽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체, 체통을 지켜달라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시는……꺅!”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발버둥 치며 저항하다가도 이내 못이기는 척 얌전해지면서 키스를 받아들이는 제시카.
잠시 후, 관용선의 VIP룸에서는 뜨거운 훈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류안은 지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천재지변을 꿈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 젠장! 빌어먹을 잡상인 같으니라고……무슨 놈의 우주괴수도 견뎌낸다는 정조대가 총알 몇 번 발사했다고 부서지는 불량품이야!”
그것은 예상보다 빨리 성장해서 찾아온 자신의 딸이 불량품(?)을 환불하려고 돌아오는 탈리아와 다시 재회하기 일보 직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 작품 후기 ============================
8월달에 너무 자주 휴재를 해서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바쁘다보니 그런 면도 있지만...약간은 슬럼프에 빠진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한달 휴재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말씀하셨고
사실, 저도 장기휴재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9월달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한 번 열심히 써서 휴재없이 계속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또 휴재가 잦아질 것 같으면 코멘트해주신대로 장기휴재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사실, 9월달에도 이래저래 행사가 많아서 조금 걱정되는 게 사실...쿨럭.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