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1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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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냥?!”
취조실 의자에 힘없이 앉아있던 카티아는 자신을 향해서 쏟아지는 서치라이트의 눈부신 불빛에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뚜벅뚜벅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맞은편 의자로 주저앉는 검은 인영의 남자.
“설마……연쇄 사료투기범의 정체가 카티아였을 줄이야.”
“대, 대장냥이에게는 면목이 없다냥! 하지만 절대로 고의는 아니었다냥,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달라냥!”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류안의 말에 카티아가 필사적으로 호소했지만 분노한 그는 책상을 내리치면서 그녀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쿵!
“고의가 아니라고 뭐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면 세상에 범죄자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겠지!! 이런 뒤룩뒤룩 살찐 흉악한 돼냥이 같으니라고!!”
“돼, 돼냥이라니……너무하다냥! 매일같이 개다래 페리뇽과 정키 치킨을 사준 사람은 대장냥이가 아니었느냥? 카티아냥이에게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건 억울하다냥!!”
‘호오, 단숨에 기가 꺾여버릴 줄 알았더니 짬 좀 먹었다고 제법 귀엽게 냐옹거리시는군.’
평소답지 않게 팩트를 제시하면서[이의있소!]를 외치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류안.
하지만 선동과 날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에게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촌고양이의 티를 벗어내지 못하는 카티아는, 그녀의 육구보다도 말랑말랑하기 이를 데 없는 손쉬운 상대였다.
“그래, 전부 다 내 잘못이야……흑흑흑흑. 언제나 배부르다는 내색도 없이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어서 동정심에 사로잡혔던 게 잘못이지. 흑흑흑흑.”
“냥, 냐아아아앙?”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는 카티아.
류안의 손에는 어느새 안약이 쥐어져 있었지만 초절기교를 사용하는 그의 손놀림은 수인족의 동체시력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눈앞에서 대놓고 부정행위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카, 카티아냥이가 말이 심했다냥. 대장냥이는 전부 카티아냥이를 위해서 정키 치킨을 줬는데 식탐을 참지 못하고 그만……”
“흑흑흑흑. 고오급 사료가 그렇게 무의미하게 버려질 줄 알았더라면 플랜더스의 수레 끄는 고양이와 성냥파는 소녀 가장 고양이한테 기부를 해줬을 텐데. 불쌍한 녀석들. 평생 따듯한 사료 한 번 먹어보지 못하고……”
“그, 그게 무슨 소리냥?!”
덥썩!
갑작스러운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으로 변해버린 카티아의 고양이 손을 붙잡은 그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기 시작했다.
“정말로 알고 싶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냐앙?! 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장냥이의 표정이 무섭다냥. 그냥 못 들은 걸로……”
“그렇게까지 알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자……지금부터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해. 서점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왜 유라디스 은하의 수인족들은 굶주리는가?]라는 베스트셀러지. 이 안에 카티아가 저지른 무시무시한 범죄에 대한 진실이 담겨져 있어.”
“꾸, 꿀꺽이다냥.”
저자의 서명란에 멋진 필기체로[류안 제르너]라고 써져있는 이 책은 최근에 그가 공식적으로 출범시킨 세계 동물귀 미소녀 보호협회의 필독서였다.
총 페이지는 35장.
유명한 동화그림작가를 고용해서 어린이, 아니 카티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만화로 구성된 이 포교서는 철저하게 동물귀 미소녀들에 대한 보호욕구를 자극하는 프로파간다로 구성되어있는 정치 선전물로서, 통계자료나 객관적인 분석 자료에 근거하는 것 따위는 없고 오로지 동물귀 미소녀의, 동물귀 미소녀에 의한, 동물귀 미소녀들을 위한 불쌍한 사연들을 모아놓은 최루계 세뇌서적이었다.
참고로 이 서적의 효과는 카티아 분대의 구성원들을 통해서 입증된 바가 있다.
그리고 당연했지만 그녀 또한 동족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훌쩍, 훌쩍……카, 카티아냥이는 정말로 몰랐다냥! 설마 무심코 내버린 사료와 옷들이 5천만 명이나 되는 동물귀 소녀가장들을 구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니. 도,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버린 것이냥! 카티아냥이는 살인자다냥!! 후냐아아아앙!!”
자신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다독이는 류안은 계획대로라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저, 정말인 거냥?!”
“물론이지.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나만 믿고 따라오면 앞으로도 개다래 페리뇽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사료가 쓸데없이 버려지거나 옷이 안 맞아서 찢어지는 비극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다만, 카티아가 따라 줄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달라냥!! 그,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그러는 거냥?”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도 야생의 직감이 발동되었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해오는 카티아.
그런 그녀를 독안에 든 쥐, 아니 고양이처럼 바라보는 류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의미심장한 단어를 뱉어내었다.
“혹시 다이어트라고 들어봤어?”
***
카티아에게 루비아이 부티크에서 주문한 특제 다이어트 유니폼을 선물한 그는 그녀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녹화하면서 흑염룡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오!!
“후후후후후. 기분 탓인지 엄청나게 오랜만에 H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같아. 분명히 어제도 다양하게 즐겼는데 적어도 수십 편은 지나버린 같은 느낌이……아, 아니. 지금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율리안 쇼크 때문에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워져버린 나머지 횡설수설해버린 류안.
잠시 후.
똑똑똑!
“안으로 들어와!”
[냐, 냐아아앙……]
류안의 대답에 어딘가 당황하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터트린 카티아가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 이게 정말로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유니폼인 것이냥?”
“……사랑해.”
“냥?!”
“아, 아니야. 카티아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을 뿐이야!!”
“냐냐냥?!!”
계속되는 연타로 시원스럽게 개봉되어있는 가슴부위를 양손으로 감싸면서 얼굴이 빨개져버리는 그녀.
메이드 복.
신체의 은밀한 부위들이 여기저기 파여져 있고, 팔랑거리는 레이스의 치마 길이는 절대영역과 밀착되어 있는 상태. 꼬리가 배출되는 부분으로는 하트 모양의 구멍과 파란 리본이 존재하고 있는, 다이어트 유니폼의 기능성과는 100만광년 쯤 멀리 떨어진 루비아이 부티크의 애완묘 스페셜 커스텀이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무래도 뭔가가 이상하다냥! 카티아는 그냥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올 거다냥!”
“아아아아! 카티아가 조금만 살을 뺐더라면 마지막 잎새 고양이는 구원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 알았다냥. 뭔가 속는 기분이 들기는 하겠지만 이대로 입고 있겠다냥.”
엄청난 경계를 하면서도[왜 유라디스 은하의 수인족들은 굶주리는가?]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꺼내들자 마지못해서 걸어오는 그녀.
사실, 류안이 제대로 마음만 먹었으면 [THE 류안냥]모드로 언제든지 카티아를 공략할 수 있었지만, 그는 순진무구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를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싶었다.
“좋아, 훈련병……이제부터 내가 하는 어떤 명령에도 복종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
“sir, yes sir냥!"
“그렇다면 먼저 개다래 페리뇽을 끊는 법부터 연습하도록 하지!”
“안 돼에에에에에냥!!”
술을 끊으라는 말에 OTL의 자세로 엎드리면서 대성통곡을 해버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류안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근엄한 목소리로 질책을 시작했다.
“어째서 개다래 페리뇽을 끊는다는 말에 좌절하는 것이냐, 카티아 훈련병!!”
“개, 개다래 페리뇽은 다이어트와 별 상관이 없지 않느냥? 개다래 페리뇽만은……”
“그 술 한 병의 칼로리와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고서 말하는 건가, 카티아 훈련병!! 그 한 병의 가격으로 200명의 배고픈 고양이 소녀들의 한 끼 식사를 마련할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개다래 페리뇽을 마실 때마다 네 뱃속으로 200인분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그럴 수가냥! 하지만, 하지만……냐앙.”
대답할 말이 빈곤했는지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다가 꼬리와 귀를 늘어트리면서 좌절하는 모습을 본 류안은, 이쯤에서 채찍을 멈추고 당근(?)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뭐, 좋아!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원한다면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개다래 페리뇽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존재하는데……”
“그, 그게 정말이냥?!”
“물론이지. 돈은 한 푼도 소비되지 않고 아무리 섭취해도 살이 찌지 않는 저칼로리에 영양가가 듬뿍 들어있는 개다래 페리뇽이 나오는 원천지를 알고 있거든. 물론, 섭취하려면 조금 수고를 하기는 해야 하지만 공짜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물론이다냥! 그, 그 원천지가 어디에 있는 것이냥? 개다래 페리뇽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냥!”
카티아가 그렇게까지 개다래 페리뇽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다래가 발정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전용의 마약 같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약처럼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라서 하루에 한 병만 마시도록 제한시켰지만, 대신에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카티아.
하지만 이 개다래 페리뇽에는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모르는 한 가지 비밀스러운 제조비법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냐아아아앙?!!”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류안의 우람한 물건을 목격하더니 기절초풍할 듯이 비명을 내지르는 카티아.
그런 그녀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괴고는 느긋한 표정으로 충격적인 진실을 가르쳐 주었다.
“개다래 페리뇽은 사실 이것으로 만들어 왔단다…….”
============================ 작품 후기 ============================
이것은 마치 커피 루왁이 고양이 똥으로 만들어진다는
진실을 들었을 때의 커피 애호가의 표정!
아, 그런데 죄송하지만 내일은 개인사정 때문에 하루만 휴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크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닌데
이사를 하는데 도와주러 갈 일이 생겼습니다.
쓸 시간이 생기면 좋겠지만 제 예상대로라면 절대로 그럴 시간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사실은 도와주러 가기 싫...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