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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흐아아아암!!”
이야기가 한창일 무렵에 탈리아가 기지개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잠시 중단되어버린 수업.
“잘 잤어?”
“으음, 오랜만에 정말로 기분 좋게 잠들었던 것 같아. 수업시간에 자는 게 어째서 이렇게 개운한 거지? 크흠, 선생님!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좀 마시고 와도 될까요?”
“네, 물론이에요. 저희들도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할까요?”
자신의 수업시간에 내내 잠만 자는 불량학생에게 지나치게 자비로운 아우라.
휴식이라는 말에 범생이인 클라크는 학구열이 불타오르는지 노트를 바라보면서 복습을 하기 시작했고, 류안도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들면서 게임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했지만 여교사에게 문답무용으로 압수당하고 말았다.
“……지저스, 아우라! 어째서 나만?”
“류안 대장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어야만 하는 입장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게임에 정신을 팔지 말고 저를 따라서 복식호흡을 해주세요. 뇌로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면 머리회전도 좋아지고 수업에 대한 이해력도 좋아지게 될 테니까요. 자, 우선은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하나, 둘……”
“심신을 안정시키고 현자(?)가 되려면 야한 짓을 하는 게 그렇게 좋다던데.”
“죄송하지만 이번 강의시간에는 커플과 게임, 야한 행위는 금지거든요. 혹시 이 방침에 불만이 있으시다면 오늘 수업은 루치아씨와의 실전 대련으로 바꿔드려도 상관없는데 말이죠.”
“쓰으으으읍! 이, 이렇게 들이마시면 되는 겁니까? 선생님!”
“……”
잠시 후.
빠른 태세전환으로 복식호흡에 몰두하고 있던 류안은 어디서 구했는지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서빙해 온 탈리아에게 잔을 받아서 한 번에 들이켜 버렸다.
“쌔액, 쌔액……후후후후. 류안.”
그리고 강의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곧바로 곯아떨어지는 탈리아.
‘도대체 강의는 왜 듣겠다고 들어와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거야?’
꿈속에서도 자신을 부르는 탈리아를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시던 류안은 아우라의 협박을 떠올리고는 어쩔 수 없이 매너 담요를 덮어주면서 강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어쨌든 이[낙원추방]사건은 전 은하의 사람들이 서브컬쳐나 문학, 상상으로 막연하게 생각하던 안드로이드에 대한 공포가 현실로 일어나버린 사건이었어요. 그리고 그 충격은[낙원추방에]대한 실상이 밝혀지면서 점점 가중되어갔죠.”
독재자가 파로스 행성 5천만의 국민들을 안드로이드로 대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년에 불과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안드로이드의 생산 단가가 겨우 5골드(약 500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인류를 기계로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은하의 선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제학자들은 한 사람의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데 250골드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절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에게 쏟는 애정을 자본주의적인 가치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한 사람의 인생을 5골드로 환산시켜버렸다. 아니, 5골드의 안드로이드가 10명, 20명, 100명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인 인류의 존엄에 대한 도전이 아니면 무엇이 도전이겠는가?!]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질문하겠다.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잡아먹고 인간의 행세를 하던 제 2의 낙원추방이 우리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둘째 치더라도, 저 타락한 권력자들이 우리들을 로봇으로 바꿔버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장담하는데 인공지능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마의 기술이며 제 2의, 제 3의 낙원추방은 은하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무기를 들어라 동지들이여! 이것은 반란이나 테러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핸 생존을 위한 처절한 항쟁일 뿐이다!!]
[안드로이드를 죽여라, 기계들을 몰살시켜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쓸어버려라!!]
[우아아아아아아!!]
통계학자들은 이 때 당시에 폭동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가 전 인류의 50%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은하계 역사상 가장 많은 군중들이 들고 일어난 사건이었다.
[제 1차 인간과 기계의 전쟁]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과학자들은 루베스의 두뇌를 장착한 자립사고형 안드로이드가 제 4의 산업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 상용화로 누릴 수 있는 인류의 풍요를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은 민중이 아니라 극소수의 권력자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개입이 사태를 더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켜버리고 말았죠.”
몇몇 역사학자들은 이 때 당시에 분노한 군중을 배후에서 부추긴 세력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재로도 그 때 당시에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시위가 확산되었고, 권력자들이 대중들을 속이고 몰래 루베스의 AI를 장착한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폭로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누가 사람이고 누가 안드로이드일지 모른다는 공포.
이성이 마비되어버린 군중들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수도, 전력, 도로, 교통 모든 것이 마비당하면서 사회 전체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슈발츠 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서는 민중을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군대마저도 민중의 편으로 돌아버리는 상황에 펜져스들마저 속수무책.
사회 자체를 전복시켜버린 시위 참가자들은 권력자들과 안드로이드를 끌어내서 거리에서 처형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서 안드로이드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아서 마녀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시대를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을 반대하는 운동은 있었어요. 하지만 낙원추방으로 일어난 폭동은 단순하게 폭동이라고 부르기에는 차원이 달랐어요. 마치, 전 인류가 일치단결해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에게 맞서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안드로이드가 자신들의 의지로 인간을 공격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죠.”
몇몇 권력자들은 로봇 3원칙을 무시하는 안드로이드 군대를 양산해서 분노한 군중들을 진압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에 권력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분노한 민중들을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안드로이드 군대를 양산한 권력자들은 인류의 적으로 내몰려서 토벌 당했고,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경찰이나 군대 누구도 나서서 그것을 만류하지 않았죠. 왜냐면 그들이 안드로이드가 아닌 무고한 사람이라도 AI의 발전을 옹호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에 찬동하지 않았다면 인류를 배신한 기계의 앞잡이들이라고 몰아붙여졌기 때문이에요.”
“……완전히 개판이었군.”
“류안 대장님이 그 시절의 권력자였다면 어떻게 대처하셨을 것 같아요?”
“……죽어라, AI!!”
국민들의 50%가 들고 일어나서 뭔가를 요구한다면 그것을 막거나 거스를 수 있는 권력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실재로도 그 때 당시에 AI와 안드로이드를 옹호했던 슈발츠 제국과 은하 대부분의 국가들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거나 아예 국가 자체가 무너져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유혹이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인지 AI기술과 안드로이드의 존폐여부를 놓고 무려 30년이나 투쟁이 계속되었는데, 어떻게든 그 기술을 유지시키고 싶었던 권력자들이 어정쩡한 타협안을 내놓으면, 국민들이 다시 들고 일어나서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폭동을 일으키는 사태가 되풀이되었다.
“그 때 당시에 프로페서 노만과 연구팀은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서 인류를 배반한 반역자라는 오명을 쓰고 처형당했어요. 그리고 그는 죽기 전에 분노에 차서 다음과 같은 저주의 말을 남겼죠.[나는 전 인류를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그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당신들이 만든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 받기를 기원하겠다.]라고……”
“불쌍한 사람이군.”
인류를 위해서 헌신했던 사람이 인류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꼴이었으니 마지막 유언을 저주로 남기는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때 당시에 AI의 기술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이전으로 퇴보해버리고 말았어요. 안드로이드에 대한 조치도 마찬가지라서 현재까지도 사람과 똑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는 기계를 개발하는 것은 금기로 취급당하고 있죠.”
“그래서 안드로이드라고 나오는 로봇들이 죄다 고철덩어리 기계 모습을 하고 있었군.”
“맞아요. 그 시기부터 과학 자체가 무조건[인간]의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유라디스 은하의 현실이죠. 덕분에 인류는 인간을 위한 강화슈츠 개발과 AI를 대체하기 위한 오퍼레이터 지원 시스템으로 기술개발의 초점을 맞춰나갔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인간은 실수를 하고, 위험한 작업을 할 때의 실수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험으로 이어지죠.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대신할 수 있었던 위험한 작업들이 대부분 인간의 손에 주어지게 되었고 1000년 전의 인공지능 기술은 아예 사장당해서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런 아까운……아니, 로스트 테크놀로지라는 말은 은하 어딘가에는 루베스에 대한 기술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군. 그게 아니라도 사람의 흉내를 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1000년 전의 안드로이드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죠. 물론, 1000년이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살아왔을 테니 찾아내기는 굉장히 힘들겠지만 말이에요.”
“후후후후. 아무리 감쪽같이 속이더라도 내 눈을 피해갈 수는 없지. 인간을 뛰어넘은 안드로이드라……유용한 정보를 가르쳐줘서 고마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
아우라의 강의에 만족한 류안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그녀는 두 눈을 마주쳐오며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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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원해진 줄 알았더니 오늘 날씨가...
덕분에 머리가 완전히 태업해버리고 말았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