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67화 (26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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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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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의 강의 그 첫 번째.

[낙원추방]

참가인원: 류안, 클라크, 탈리아.

참석자들의 한 마디.

클라크: 세상에 이런 굉장한 강의가 존재하다니!

류안: 살려줘…….

탈리아: zzzzzzzz

***

또각또각또각

화이트보드로 오늘의 강의주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류안은 최근에 꾼 악몽을 떠올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율리안과는 다르게 색기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옷차림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오는 아우라.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은 것은 언제의 일일까요?”

“바둑 챔피언이 로봇한테 깨졌을 때부터?”

“프로페서 노만의 사건이 아닙니까?”

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정답은 후자였다.

참고로 탈리아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책상으로 뻗어버린 상태.

“……확실히 그런 보드게임에서 패배하기 시작한 게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사람의 사고능력이 그들의 피조물인 기계에게 [완전패배]를 선언하게 된 사건은 클라크 학생의 말대로 지금부터 1000년 전에 일어난 프로페서 노만의 연구팀이 개발한 자립사고형 AI 루베스가 탄생하면서 일어났어요.”

‘큭……더러운 역사덕후가 또.’

자신을 바라보면서 비웃음을 터트리는(어디까지나 류안의 시점으로)클라크를 바라보면서 열등감으로 이죽거리는 그.

“……도대체 누가 그런 XX같은 선언을 한 거야?”

“후후후후. 사실 오늘 강의에서 이야기할 내용이 바로 대장님처럼 AI에 패배했다는 선언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내용이에요.”

“그, 그래?”

코끼리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것처럼 자신의 이죽거림이 강의주제로 이어진다는 말에 약간이지만 기분이 풀렸던 류안.

어쩐지 그녀에게 놀아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속는 셈치고 아우라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루베스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노만의 연구팀은 이 기계의 사고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전 은하에서 가장 뛰어난 52명의 학자들을 불러들였죠. 당연하지만 매스컴에서는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인간 VS 기계]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선정적인 타이틀로 홍보를 시작했어요.”

“……”

전생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지는 내용에 따르면 루베스는 각기 다른 학문의 최고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전문분야 및 교양, 윤리관과 인문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무제한의 대결을 펼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52: 0으로 인류의 패배.

방송국들은 그 대결내용을 편집으로 짧게 내보내기 시작했지만 학자들이 패배하면 패배할수록 악화되는 여론과 대중들의 분노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음 승부는 루베스가 패배하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무승부라도 만들어주시면……]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학자로서 진리를 추구하고 진실을 전파하는 게 저희들의 소명이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당신들의 연구 자체가 세상에서 매장되어버릴 겁니다!!]

“방송국 관계자의 말처럼 루베스와 대결에서 패배한 인문학자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오늘부터 나는 인문학자라는 직업을 포기하겠다. 나는 50년이라는 세월을 인문학을 공부했고, 인문학을 발전시키려고 평생을 바쳤지만, 루베스가 상용화되는 시대가 찾아온다면 5살짜리 어린아이조차 가르칠 수 없는 퇴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말이 대중들에게 가져다 준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죠.”

“으음……”

인문학자의 자조에 찬 인터뷰를 들은 류안은 당시의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심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신음을 뱉어냈다.

자신과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피조물.

수많은 공상과학소설들에서는 그렇게 진화한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사실로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그 때 당시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되면 모든 업무능률이 2000%상승할 겁니다.]

[그들은 모든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지치지도 않고, 인간보다 강하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존재입니다.]

[우리 공장에서도 안드로이드를 사용해야겠군요?]

[공장이라고요? 하하하하! 이 안드로이드들은 타고난 화이트 칼라입니다! 단순노동으로만 소비시키면 산업혁명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인간을 뛰어넘는 AI를 탑재한 안드로이드를 개발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당시에 제국황제와 펜져스들은 진지하게 전 국민을 안드로이드로 대체하는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다행스럽게도 그 작업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무산되어버렸지만……제국 황가의 야사野史중에서도 상당히 소름끼치는 내용이죠.”

‘발할라의 도전자들이 막았나 보군.’

개인적으로는 그 때 당시의 황제가 법안을 통과시켰다면[인간 vs 기계]의 대결이 현실로 일어났을거라는 생각에, 현재의 은하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버렸을지 궁금해지는 류안이었다.

어쨌든 그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고 전 은하에서 반反 AI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존엄성은 사람들의 손으로 지키자! 우리들은 우리보다 뛰어난 창조물의 개발을 반대한다!]

[기계에게 도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마라! 사람들은 기계부품이 아니다! 우리들은 로봇과의 모든 경쟁을 거부한다!!]

자본가들이나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효율이 좋다]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의보다도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나 이번 사태는 단순하게 노동자들의 자리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처럼 소위[화이트 칼라]에 속하는 고액연봉자들의 자리마저도 위협해버리는 사태로 발전했기 때문에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인간과 똑같은 형상의 고성능의 AI 안드로이드를 제작해서 사용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이 운동이 단순하게 시위를 넘어서 폭력사태로 변질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낙원추방]사건이다.

“왜 하필이면 낙원추방이지?”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차차 이해하게 될 거에요.”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은하의 외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파로스]라는 조그마한 행성.

[흐음……사람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해 줄 수 있는 똑똑한 안드로이드라?]

어릴 때부터 번번이 암살시도에 위협당하면서 지독한 인간불신에 빠져버린 독재자가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거금을 동원해서 루베스의 AI를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의 생산기지를 건설해버린 그.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파로스의 호구조사를 실시하겠다. 전 국민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인근의 관청으로 찾아가서 신체검사를 받도록!]

독재자의 명령에 아무런 의심 없이 신체검사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발가벗겨져서 신체를 스캔당하고 그 자리에서 처형당했다.

그리고 그 국민들과 똑같은 모습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줄줄이 관청을 빠져나와서 사람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총리, 국방부장관, 행정부장관, 개인 주치의와 요리사부터 심지어는 애인들까지.

무려 5천만에 이르는 국민들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안드로이드로 채워버린 그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격리시키고, 어떤 암살위협도 일어나지 않는 반항 없는 노예들의 낙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서 즐거웠데?”

“자신의 평생 동안에 가장 행복한 세월이었다고 기록을 남겼다는군요.”

“그, 그래……”

본인이 행복했다고 주장하니 할 말이 없어지는 류안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한 사람의 낙원은 무려 10년 동안 유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꼬리가 잡혀버린 이유는 독재자가 저지른 2가지 실수 때문이었다.

“그 때 당시의 안드로이드 기술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서 모두 반영구적인 자체순환 에너지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자원을 소비하지도 않고 24시간을 끊임없이 일하는 노동력이 확보되었으니 국가생산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한 푼의 인건비도 필요하지 않은 싸고 질 좋은 물건들.

과거에는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던 파로스라는 변방행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이 국제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했으니, 주변국들이 수상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거기에 안드로이드의 능력에 심취되어서 전 은하를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과대망상증에 빠져버린 독재자.

급기야 주변행성을 침략하기 위해서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하자 마침내 제국에 덜미를 잡혀버리고 말았다.

“슈발츠 제국의 함대가 들이닥치자 공포에 빠진 독재자는 안드로이드 조언자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죠. [주인님, 대단히 외람된 말씀이지만 현재의 사태는 과거에 이미 몇 번이나 충고해드린 내용입니다. 만약에 주인님께서 정말로 은하를 지배하고 싶으셨다면 주인님이 아니라, 저희들에게 계획을 세우라고 명령하고 뒤로 물러나셨어야 합니다.]”

“……그 내용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야?”

“네. 누군가가 퍼트린 영상기록에서 안드로이드 조언자가 독재자를 향해서 대답한 정확한 내용이 바로 그랬어요. 불가능한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맡기면 은하정복을 실현시켜 주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서 AI에 대한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그렇게 해서 옴ㄴㅣ사태가...아, 아닙니다.

이번 편은 살짝 번외편 내용이 들기는 하지만 번외편은 아니고 정식 스토리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실 생각보다 분량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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